1. 어제부터 둘째 언니가 큰 언니한테 운전 연수를 받고 있다. 동대문에 장보러 갈 때 직접 운전을 해보는 것. 오늘은 남대문까지도 가봤다고 한다. 두 사람의 일정이 늦어져서 큰 조카 학교에서 돌아올 때는 내가 받고(학교가 60도 각도 500미터 위라서 태권도 학원 사범님이 학원 차로 내려다주신다.), 조카네 집에 가서 도복으로 갈아입고 녀석은 태권도장 행.
내려오는 길 엘리베이터 안에서 물어봤다.
"세현아, 이모랑 엄마랑 닮았니?"
녀석이 스윽 쳐다보더니, "아니." 라고 말한다.
그래서 다시 물어봤다. "엄마랑 이모랑 누가 더 예뻐??"
녀석이 내 눈을 피하더니 이렇게 말한다. "그러게......"
아, 벌써 세상을 아는구나....-_-;;;
(입학식 날 찍은 사진이다. 언니랑 나랑은 동네 주민들이 자꾸 애엄마를 헷갈리게 만들 만큼 닮았다고 한다. 사실 난 아직도 모르겠다.)
2. 녀석이 태권도장에 다녀온 직후 언니랑 다시 피아노 학원으로 슝~날아가고(예전 살던 동네라 좀 멀다!) 둘째 조카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것을 역시 내가 받아 집에 데리고 왔다.

까불이 녀석을 지 엄마 돌아오기까지 놀아주는 여정이 어찌나 길고 피곤하던지..ㅜ.ㅜ 3시간 연강과 맞먹는 피로가 몰려왔다.
어린이집에 가면 말문이 확 트일 줄 알았는데 말수가 좀 늘긴 했지만 아직까진 원활한 의사소통(?)에 무리가 있다. 울고 떼쓰는 녀석을 오로지 간식으로 달래가며 버티는 나날들. 어여 문명의 길로 인도해야 하건만....;;;;;;
3. 둘째 조카는 오늘 머리핀 모델(?)을 하기로 했다. 큰 언니가 인터넷에 판매할 헤어핀을 잔뜩 사갔고 와서 사진 찍기로 했는데 그 전에 곱슬머리 효과 내느라 꽂아둔 꽈배기 핀.
4. 머리에 봄꽃이 피었다. 나도 해보고 싶구나.T^T

5. 온종일 부대끼던 언니네 식구들이 돌아간 게 8시 반이었던가? 언니네서 보고 와야 할 신발이 있어서 들렀는데, 이웃집에서 준 커다란 곰 인형 발견! 정말 크구나!

좋아할 줄 알았는데 무섭다고 가까이 안 가는 거다. 겨우 달래서 사진 한 장 찍었다. 나머지는 애가 거부해서 모두 심령사진...;;;
6. 편의점에 들러 책상자를 찾아왔다. 새로 온 알바 학생은 상냥하다. 책상자 들고 올 때 직접 들어서 내게 안겨준다. 이런 친절은 처음이다. 게다가 갈 때 인사도 한다.(전에 알바 녀석은 손님 갈 때 절대 인사를 안 했다. 불칠절한 넘!)
조심해서 가세요~ 한다. 짐이 무겁다는 얘기지. 호홋, 기분 좋게 나오는데 편의점 앞 하얀 봉투에 눈이 멈춘다. 이건???
상자 내려놓고 봉투를 풀러보니, 누군가 지구본을 버린 게 아닌가. 게다가 크다!
재활용품에 묶어서 같이 버렸는데 외관상 크게 이상이 없어보인다. 무거웠지만, 냉큼 들고 왔다.
7. 집에 와서 트리오물로 깨끗하게 닦고 건조시켰다. 원래 갖고 있던 자그마한 녀석과 크기를 비교해 보니 더 흐뭇하구나. 음하하핫! 이 멀쩡한 걸 대체 왜 버렸을까?

8. 저 녀석을 들고 오면서, 오늘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날이구나. 얼른 내다놔야지! 하고는 플라스틱, 종이, 비닐 봉투 모아놓은 재활용품을 모두 내다놨다. 한 시간 뒤 집에 오신 어무이 말씀, 내일인데 왜 벌써 내놨니? 헉, 오늘 목요일이구나!
(우리 동네 재활용 수거일은 월. 수. 금!)
9. 아무튼, 차분하게 책상자를 뜯었는데, 어제 바빠서 살피지 못한 거랑, 오늘 집으로 직접 온 거랑, 편의점에서 찾아온 책무리들을 살펴보니... 중고샵에서 건지고 기뻐했던 무수한 책들이 무성한 실망을 안겨주었다.
일단 책이 찢어져서 온 것만 4권. 심하게 표지와 제본이 상한 게 두 권. 낙서가 있는 책 부지기수(게다가 크레파스 그림까지!).
스팀이 팍팍 올라오는구나. 찢어진 책은 모조리 반품. 지울만한 낙서이거나 견딜만한 수준이라면 등급 조정해서 차액을 돌려받아야지. 가만 보면 검수를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ISBN이랑 가격'만 열심히 보는 것 같다. 어떤 책은 심지어 테이프로 감아놔서 책장이 열리지도 않게 해놨는데 그걸 지나친걸 보면 말이다. 버럭이다!
10. 사진이 길어서 스크롤바 내리다가 인내심 시험하겠다. 남는 것 없이 무지 바빴던 하루의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