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레슨을 마치고 나서 나의 계획은 갖고 나온 책을 보면서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는 거였다.
그런데 학원을 채 나서기도 전에 울린 언니 전화.
-여기 애들옷 창고 대개방이야. 얼른 출동해!
아, 이럴 수가! 나는 무거운 가방을 옆에 끼고 언니가 얘기한 보문동으로 날아야 했다.
홍제역까지 꾸역꾸역 가서 버스 두 번을 갈아타고 보문동 동사무소에서 내려야 할 찰나!
여기가 맞나? 하고 창밖을 보니 여긴거다! 부랴부랴 내리려는데 아저씨가 날 못 보시고 문을 콱! 닫으셨다.
그 버스는 뒷문이 양쪽으로 열리고 닫히는 그런 문이었는데 중간에 콱! 끼어 버린 나.
버둥버둥거리는데 문은 다시 안 열어주시공, 나는 결국 내 힘으로 문을 밀치고 나왔다는 이야기.
아 꽃 팔려, 아 꽃 팔려, 아 꽃 팔려...ㅜㅜㅜㅜㅜㅜㅜ
그리고 도착한 트윈 키즈 매장. 이 추운 날에 지하랑 실내 매장이랑 야외 매장까지 사람들이 바글바글.
여기서 너무도 신나게 뛰어노는 둘째 조카 쫓아다니느라 콧물이 주르르르륵!
결국 한 시간 정도 지나고 나서 안되겠다 싶어 둘째만 데리고 내가 먼저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는데,
역시 두 번의 버스를 타야 했는데 이 녀석이 너무 말을 안 들어주셔가지고,
버스 기사님께 혼나고, 승객들께 민폐 끼치고, 집에 돌아오니 초죽음 상태!
목욕탕도 다녀왔는데 감기가 다시 도졌는지 기침이 자꾸 난다. 아, 속 울려..ㅜ.ㅜ
언니는 내일도 한 차례 더 다녀온다고 하는데 설마 날 또 부를려고? 아니야, 둘째를 맡기고 갈지도 몰라. 살려줘...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