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레슨을 마치고 나서 나의 계획은 갖고 나온 책을 보면서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는 거였다. 

그런데 학원을 채 나서기도 전에 울린 언니 전화. 

-여기 애들옷 창고 대개방이야. 얼른 출동해! 

아, 이럴 수가! 나는 무거운 가방을 옆에 끼고 언니가 얘기한 보문동으로 날아야 했다.
홍제역까지 꾸역꾸역 가서 버스 두 번을 갈아타고 보문동 동사무소에서 내려야 할 찰나! 

여기가 맞나? 하고 창밖을 보니 여긴거다! 부랴부랴 내리려는데 아저씨가 날 못 보시고 문을 콱! 닫으셨다. 

그 버스는 뒷문이 양쪽으로 열리고 닫히는 그런 문이었는데 중간에 콱! 끼어 버린 나.  

버둥버둥거리는데 문은 다시 안 열어주시공, 나는 결국 내 힘으로 문을 밀치고 나왔다는 이야기. 

아 꽃 팔려, 아 꽃 팔려, 아 꽃 팔려...ㅜㅜㅜㅜㅜㅜㅜ 

 

그리고 도착한 트윈 키즈 매장. 이 추운 날에 지하랑 실내 매장이랑 야외 매장까지 사람들이 바글바글. 

여기서 너무도 신나게 뛰어노는 둘째 조카 쫓아다니느라 콧물이 주르르르륵! 

결국 한 시간 정도 지나고 나서 안되겠다 싶어 둘째만 데리고 내가 먼저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는데, 

역시 두 번의 버스를 타야 했는데 이 녀석이 너무 말을 안 들어주셔가지고,  

버스 기사님께 혼나고, 승객들께 민폐 끼치고, 집에 돌아오니 초죽음 상태! 

  

목욕탕도 다녀왔는데 감기가 다시 도졌는지 기침이 자꾸 난다. 아, 속 울려..ㅜ.ㅜ 

언니는 내일도 한 차례 더 다녀온다고 하는데 설마 날 또 부를려고? 아니야, 둘째를 맡기고 갈지도 몰라. 살려줘...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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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1-19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저는 아이들 옷은 그냥 인터넷으로 주문해요. 못사면 말지 정말 할인매장 아이들 데리고 뛰어다니는거 체력소모 장난 아니에요. ㅠ.ㅠ 버스 기사 아저씨도 어쩜 그렇게 못보실수가... 안 다치신게 다행입니다.

마노아 2009-01-19 23:10   좋아요 0 | URL
옷이 제법 괜찮았어요. 예쁘고 감도 좋은데 막 3천원! 이러는 거 있죠. 엄마들 눈에 불 들어오겠더라구요.^^ㅎㅎㅎ
버스 아저씨는...내가 작아서 안 보이냐구요ㅠ.ㅠ

웽스북스 2009-01-19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마노아님 정말 착해요...

마노아 2009-01-19 23:10   좋아요 0 | URL
내 인생에 '거절'이란 단어를 좀 심고 싶어요..ㅋㅋㅋ

순오기 2009-01-19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본적으로 자기 자녀는 자기가 책임져야 해요~ 자꾸 누구에게 의지하고 신세지는 것, 습관이라고요!
집에서만 봐 주는 선으로 타협을 좀 하죠~ ^^

마노아 2009-01-19 23:51   좋아요 0 | URL
집에 오면 엄마가 막 눈치줘요. 힘들어 죽겠다고요..;;; 참, 딜레마예요..ㅜ.ㅜ

미설 2009-01-19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드셨겠어요. 이모가 애 데리고 다니는거 보통 일 아닌데... 저같으면 동생한테 못맡겨요, 동생이 하는거 뻔하니까요 ㅋㅋㅋ

마노아 2009-01-20 02:10   좋아요 0 | URL
으하핫, 저도 믿을만한 이모가 아닌데 말이에요^^;;;;

꿈꾸는섬 2009-01-19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스 기사님 너무 하셨네요. 아이들 옷 제값주고사면 정말 배 아파요. 마노아님 고생하셨네요.

마노아 2009-01-20 02:10   좋아요 0 | URL
많은 것들이 그렇지만 애들 옷에 거품 진짜 많아요..ㅜ.ㅜ 기사님 넘넘하죠..ㅜ.ㅜ

프레이야 2009-01-20 0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전 왜 자꾸 웃음이 나죠.
꽃팔려, 마노아님 이 말 오랜만에 들어요.

마노아 2009-01-20 09:36   좋아요 0 | URL
버스 안에서 기사님이 막 욕했을 것 같은 기분이에요. 엉엉..ㅜ.ㅜ

Kitty 2009-01-20 0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진짜 착하신거 같아요 ㄷㄷㄷ
저는 조카 절대 못보겠던데 ㅋㅋㅋ 1년마다 한 번씩 보니까 서먹해서 그렇기도 하지만요 ㅎㅎㅎ
조금 데리고 놀다가 퐁퐁 냄새 올라오면(아직 기저귀 차고 있거든요) 기겁해서 애엄마한테 보낸다는 -_-;;

마노아 2009-01-20 09:37   좋아요 0 | URL
도로를 사이에 두고 (거의) 마주보는 집인지라 늘 붙어 있는데 피할 길이 없답니다. ^^;;;
똥기저귀....전 이제 그 단계는 지났어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