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학창시절부터 줄곧 내 생일은 늘 기말 시험 기간이었는데, 모처럼 기말 시험을 비켜갔다. 그래봤자 기말 시험 전 주말이었지만.
제일 먼저 만나자고 한 친구와 느무느무 춥던 토요일, 종로에서 조우. 뜨거운 우동 국물을 후루륵 들이키고, 알라딘에서 당첨된 '댄스컬, 사랑하면 춤을 춰라'를 보러 갔다. 이 작품을 봐야 할 이유를 대라길래 생일이라고 했더니 냉큼(?) 당첨시켜준 관계자 분께 땡스!
문제는, 내가 너무 피곤했다는 거다. 이게 일종의 징크스인데, 이 친구를 만날 때는 늘 피곤에 쩔어 있다가 만남을 가져서 같이 영화보다가, 뮤지컬 보다가 졸기 일쑤였다. 그러니까 올 초에 보았던 스펠링비도 그랬고, 영화 쿵푸 팬더, 월 E, 스위니 토드를 모두 고개 떨어뜨리고 자버렸다는 거다. 그리고 그 시끄러운 음악 속에서 댄스컬을 보다가도 역시 졸고 말았다. 친구야 먄!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요새 저질 체력 제대로 바닥을 보이고 있걸랑. 오죽하면 쌍커풀이 두겹씩 겹친 채 안 지워지겠니. 흑흑.
2. 레스토랑에서 꼭 밥을 먹어야 한다고 친구가 극구 주장해서 간 곳은 아웃백. 그리고 극구 사양하는 내게 권한 와인 한 잔. 아, 난 정말 술 한 모금에 물 두 모금씩 마시면서 어찌나 배가 부르던지...ㅜ.ㅜ
통감자 시켰는데 통고구마 갖다준 직원 분. 고맙구려!(ㅡㅡ;;;)
스테이크가 식었다고 조금만 데워달라고 했더니 바짝 익혀서 고무를 씹게 만들어준 직원 분. 역시 고맙구려..;;;;
힘들었던 저녁 식사. 친구야. 내년까지 연락하지 마...ㅋㅋㅋ(그래놓고 어저께 내가 먼저 전화했구나!)
3. 던킨 도너츠에서 케이크를 꼭 사오라는, 언니의 전화가 있었다. 아니 왜???
생일이잖아. 케이크를 먹어야지! 참고로 사은품은 흰색으로 골라와~ 라는 언니의 전언.
오잉???



그러니까 이어폰이 되는 저 귀마개가 탐이 났더래는 이야기. 갖고 오자마자 두 조카가 싸우고. 끝내 큰 조카 승!
암튼, 그래서 내 생일에 케이크는 내가 샀다는 이야기.(쿨럭!)
그래도 뭐 뜻밖에도 케이크는 무지 맛있었다. 던킨에서 이런 맛을???
4. 그리고, 알라딘에선 나의 애인 순오기님이 보내주신 멋드러진 선물!

위로 아래로 옆으로 비슷한 책장이 더 있긴한데, 하나같이 책장 앞에 물건들이 많이 놓여 있어서 사진을 잘라버렸다.
순오기님이 보내준 튼튼한 책장!
(그리고 그 덕분에 내쳐진 무수한 상자들! 굿바이!)
저 책장 안에 순오기님이 보내준 책도 꽂혀 있다. 오호홋, 뭘까나???
최근 눈 먼 적립금 10만원 지르고, 그거 말고도 따로 내가 지른 게 그것보다 좀 더 많고,
하여, 책들은 또 다시 쌓이고 있는 중이다.
오늘 편의점 배송으로 들어온 적립금을 보면서 송곳 24호를 꺼낼 때가 됐다고 확신했다.
나의 작심삼일을 어이 할꼬.
내일은 기필코 중고샵에는 들어가지 말아야지!
요 책장에 꽂힌 책들은 안 읽은 게 대부분. 아, 민망쿠나!
둘째 칸에는 무스탕님이 보내준 책들도 가지런히 꽂혀 있다. 음하하핫,
못 읽어서 부담스럽지만, 보고 있자니 뿌듯하다. 두 분께도 무한 감사!
5. 작년 말(정확히는 올해 초)에 생명의 모자를 떴었는데, 또 이어서 하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나 행사 진행 중이다.
정확한 날짜를 확인하진 못했지만 앞으로 2달 이상의 시간은 있으니까 되도록 많이 떠야지.

근데 주문한 실 중에서 제일 많이 사버린 분홍실은 화면에서 보던 것과 달리 무척 촌스러운 색깔이 와버렸다.
아, 실망스러워! 그래도 혹 뜨고 나면 좀 괜찮아지려나? 반품을 할 수는 없으니. 크흑!
6. 그리고 도착한 책들 &...

글 없는 그림 책 '도착'은 받은 순간 황홀하기까지 했다. 책 자체도 무척 고급스럽다. 아직 못 보았는데 아껴서 보고 싶다.
나이팅게일은 무척 많이 선물을 했는데 정작 내가 소장하고 있진 못해서 도착과 함께 받았다. 아, 그림 너무 예뻐!
서양미술거장전은 나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당연히 티켓이 탐나서였다. 나의 야곱에게 함께 가자고 메시지를 남겼는데 아직 못 보았나보다. 답이 없다.ㅜ.ㅜ
순오기님이 보내주신 낱말 수집가 맥스! 사은품으로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욕실 미끄럼 방지 패트가 오질 않아서 인터파크에 연락해서 오늘 다시 받았다. 담당 직원이 어찌나 어리버리하시던지...ㅡ.ㅜ
그리고 마법처럼 내게 도착한 '베트남 근현대사'.
이 책을 읽고 있었는데, 빌려 온 책이라 너무 아까웠더랬다. 책이 너무 잘 쓰여져서 소장하고픈 욕구가 가득했는데, 그 순간 내 앞에 척하고 도착했지 뭔가! 사랑스러운 고양이님께 땡스!
7. 그리고 내게 장갑을 선물해 준 친구를, 어제 만났더랬다.
원래 우리의 목표는 이대역에 있는 신촌 리브로점에 가서 전시회를 보는 거였는데, 극악 길치인 주제에 약도도 출력해가지 않은 나는, 무쟈게 헤맸다는 거다. 그래서 결국, 지난 토요일에 같이 밥먹었던 친구에게 검색을 부탁했고, 어렵사리 찾아갔건만....
정말정말 너무하게도, 전시 작품을 모두 내려버리고 오늘부터 시작하는 새 전시 준비를 하고 있는 거였다.
분명 공지에 12월 9일까지 하고, 10일부터 또 다른 여성 작가들 전시회를 한다고 했건만!
아마도 손님이 많지 않았을 것이고, 다음 날의 준비를 위해서 일찌감치 철수를 한 것일 게다. 그치만, 고작 6시 밖에 되지 않았는데 작품이 없어서 허탕을 치게 만들다니.. .너무 하다ㅠ.ㅠ
어차피 김혜린 선생님과 강경옥 샘, 신일숙 샘 등등 한 번 더 보러갈 생각이긴 했지만, 하백의 신부를 큰 그림으로 보지 못한 건 느무느무 아쉽다. 아까버!
8. 돌아나오면서 친구에게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만화 시장에 공을 들이는 건 현재 리브로 밖에 없는 것 같다고. 근데 전 뭐시기 전직대통령 땜시롱 여간 못마땅한 게 아니라고...
이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그때가 경제는 최고로 좋았잖아!
아, 나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러고 보니, 작년 내 생일에 만났을 때도 우린 같은 주제를 얘기했던 적이 있다.
그러니까 대선 직전이었는데, 자기 식구들은 모두 2mb를 지지한다고 했던 그 친구. 아뿔싸, 내가 또 잊었구나!
오랜만에 좋게 만나서 핏대 세우거나 서로 기분 긁을 일을 만들지 않으려 입을 다물었지만, 나는 참 많이 착잡했다.
그 시절 호황을 누렸던 게 그 놈 공이라고도 인정 못하겠지만, 설령 그렇다 할지라도, 경제가 좋았기 때문에 다른 건 봐줄 수 있다-라는 식의 면죄부는 너무 처참하지 않은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많다는 걸 알지만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지지한다고 했던 일 년 전보다 더 실망스러웠다ㅠ.ㅠ
9. 어제는 미인도를 보았다. 점심 때 어느 샘이 알려주기를, 반드시 음료수 들고 들어가야 한다고, 침 꼴깍 넘어가는 소리가 크게 들려서 필요하다나 뭐라나.
그래서 커피 한 잔 들고 들어갔는데, 정말 목이 타긴 하더라.
그치만, 야하다~라는 한 마디에 가려서 영화의 다른 장점들이 많이 묻힌 느낌이다. 입소문이 앞마디만 내뱉고 뒷마디를 잘라버린 느낌.
두 번 다시 안 나올 명 연기는 아니었는데, 그럼에도 그네들의 사랑 이야기가 애절해 보였다. 이런 느낌의 김홍도라니, 참...!
김민선의 손, 발인지, 아님 부분 모델을 쓴 건지는 모르겠지만, 손과 발의 실루엣이 너무 고와서 천상 여자다 싶었다.
드라마 바람의 화원은 보질 못해서 비교하기 힘들지만, 소설 바람의 나라보다는 감상이 좋았더랬다. 이것도 원작 소설이 따로 있으려나?
10. 오늘 시험 감독 두번째 시간 때. 감독 도우미로 오신 어머니께서 종 치자마자 의자에 떨썩 앉으셨는데, 거의 눕듯이 앉으신 게다. 그리고는 시선은 바닥만 고수한 채 한 시간을 어찌나 인상 쓰고 계신지, 나는 참 무서웠더란 말이쥐...
게다가 한 학생은 그 와중에 코 골면서 자고 있지...
담임 샘이 칠판에 과목 코드 잘못 적어놓고 나가셔서 답안지 무수하게 바꿔,
그런데도 과목 담당 선생님은 한 바퀴 돌지도 않아(수학이었다!)
결국 OMR카드 바닥 나서 나 혼자 발 동동 구르려고 했는데, 5분 남았다는 알림 종!
그래서 더 이상 카드 교환 안 된다고 못 박고 시험 종료. 다행히 더 이상 틀렸다고 울부짖는(?) 학생은 없었는데,
한 여학생이 나를 긴밀히(!) 부르더니 당당하게 요구하는 것이다.
저는 다 못 풀었어요. 시간을 더 주셔야 해요.
헉....! 한 시간이 길었다.(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