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올라왔던 쥬드님의 올해 본 가장 예쁜 영화라는 표현, 게다가 얼마 전에 읽은 기사의 작년 '원스'를 잇는다는 말, 어찌 아니 동할 쏘냐!

그런데 영화가 시작되고 화들짝 놀랐다.

원스를 이었다길래 아주아주 따뜻한, 낭만적인, 사랑스런! 그런 영화를 상상했던 것이다.

아, 그런데 분위기 너무 다르다. 공포물로 구분된, 어찌 보면 하드 고어적 요소도 다분히 있는, 게다가 '뱀파이어' 영화다.

오옷! 평소 내 취향과는 너무나 다른 영화!

그런데, 왜 원스를 잇는다고 했는지 알겠다. 이 영화, 진짜 끝내준다!

너무 아프고, 서럽고, 그럼에도 지나칠 만큼 아름답다. 창백한 얼굴의 저 소년과, 그리고 사연 많은 눈망울을 지닌 소녀의 대사 없는 이야기들이 두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관객을 압도한다.

이런 외로움, 이런 소통의 부재, 이런 이해 관계의 고리, 그리고 이런 사랑 이야기.

다시 한 번 제목을 생각하게 한다. let me in...?

원작 소설은 알라딘에서 일시 품절이다. 물론, 품절이 아니어도 구매는 못했을 거다. 번역본이 없다.ㅜ.ㅜ

원서로 읽을 도리는 없고, 영화를 다시 보고 싶은 충동이 인다.

반응이 좋아서 아주 금방 내리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대중적인 영화는 아니어서 좀 걱정이 되기는 한다. 보다 많은 사람이 보았으면 싶은데...

정적인 이미지들이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다. 하얀 눈밭. 창백한 얼굴, 흩뿌려진 붉은 피...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답게 보이는 까닭을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그 느낌에는 동조한다.

그러니까 그때가 2000년 1월 4일이었는데, 내가 길바닥에서 정신을 잃어가지고 머리가 깨진..(..;;;;) 좀 황망한 날이었다.

피가 난 줄도 모르고 정신 들자마자 서둘러 뛰어가는 나를 붙잡고 어떤 아주머니가 머리에서 피난다고 알려줬다. 가까운 롯데리아에 들어가 화장실로 직행! 대걸레 빨던 알바생을 경악시켰던 그날,

거울 속에 비친 나를 보고, 잠깐 숨을 멈췄다.

그러니까 그게...

하얀 목덜미에 흘러내린 빨간 피가, 너무 섹시해 보이지 뭔가.

상황상, 빨리 씻고 나와야 했지만, 그 이미지는 참 충격적이었다. 오래오래 잊히지 않는.

이 영화를 보니 그때 그 장면들이 떠오른다.

더불어, 트와일라잇도 너무 기대 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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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8-11-30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렛미인 .... 제목부터 아픔이 느껴져요 ...
그나저나, 어쩌다 길에서 정신을 잃으셨던 거에요? 머리가 깨지다니요 ... --;

마노아 2008-11-30 15:30   좋아요 0 | URL
정신줄 놓을 때가 가끔 있긴 했지만 길바닥에서 그랬던 건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좀 재수가 없었죠..;;;;
꼭 마음에 노크를 하는 듯한 영화였어요. ^^

순오기 2008-11-30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렛미인~ ' 우리 지역에선 안 할 거 같군요.
'눈먼 자들의 도시' 보고 왔어요~ 책은 월욜쯤 올 거 같은데~

마노아 2008-11-30 15:30   좋아요 0 | URL
서울도 CGV에서만 하더라구요. 개봉관이 좀 늘어났음 좋겠어요.
영화는 어땠어요? 저는 책만 보았는데 영화는 어떨지 궁금해요.

2008-11-30 0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1-30 16: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8-11-30 0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대로 뽐뿌질 하셨습니다 ^^
그런데 2000년 1월에 무슨 일이셨어요? 혹시 저혈압, 빈혈, 이런거로 쓰러지신거가요? 이런...

마노아 2008-11-30 16:21   좋아요 0 | URL
영화, 너무 아름다웠어요. 이 계절에 딱이에요!
혈압은 정상이고, 빈혈이 심했어요. 지금은 괜찮은데 그래도 몰라서 다담주 놀토에는 병원 가서 혈액 검사 받으려고요. ^^;;

세실 2008-11-30 0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포물, 하드 고어적......볼 자신 없습니다. 워낙 공포물에 약해서요. ㅎㅎ
그나저나 2000년. 음 기억이 가물가물. 갑자기 쓰러지신 것 같은데. 정말 큰일날뻔 하셨어요.

마노아 2008-11-30 16:22   좋아요 0 | URL
이 영화가 공포물에 분류되어 있는데 전혀 안 무서워요. 저도 무서운 건 딱 질색이거든요.
잔인한 장면이 있는데, 잔인하게 안 나와요. 그것도 참 신기하죠.
그때 당시 아픈 건 둘째 치고 참 창피했지요..;;;;

무스탕 2008-11-30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였군요. 으음..
저도 트와일라잇 궁금해요. 개봉만 해봐라!!

마노아 2008-11-30 16:22   좋아요 0 | URL
저두요~ 개봉만 해봐라!!

L.SHIN 2008-12-01 0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얀 목덜미에 흘러내린 빨간 피가, 너무 섹시해 보이지 뭔가." 라니.

마노님의 유머에, 대담성에, 침착성에 왜 나는 흐믓한걸까요? ㅋㅋ
덕분에 좋은 영화를 알게 되었습니다.^^



마노아 2008-12-01 08:26   좋아요 0 | URL
하핫, 엘신님을 흐뭇하게 만들어서 저도 막 흐뭇해졌어요^^
스웨덴 영화는 처음 본 게 아닐까 싶은데 굉장히 호의적이 되어버렸어요~

하늘바람 2008-12-01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가 날 정도면 많이 다치셨던 거네요. 그래도 피가 안나는게 더 위험한 거라니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도. 이젠 몸조심 더 각별히 하셔야지요. ㅇㄹ마나 놀라셨어여

마노아 2008-12-01 10:58   좋아요 0 | URL
피가 나긴 했는데 걱정했던 것만큼 큰 상처는 아니었어요. 병원 가서 종합검진 받고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결론은 '빈혈'이었어요. 아무도 일으켜주지 않던 그 사람들이 참 원망스럽던 기억은 나네요^^;;

코코죠 2008-12-01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 아무래도 무서울 것 같았는데 마노아님까지 이러심 제가 차마 안 볼 수가 없잖아요. 좋아요 보고 오겠어요. 그리고 우리 다시 이야기를 나누자구요 :)

마노아 2008-12-01 21:04   좋아요 0 | URL
굳은 결심! 좋아요, 찬성이라구요! 보고 나서 우리 다시 얘기해요^^

메르헨 2008-12-01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억...목덜미의...핏물이라...흠...오싹하면서...전형적 처녀귀신이 떠오릅니다요.
그런데 글을 읽는 저도 다른 알라디너님들 모두 놀라셨네요.
마노아님, 건강이 최곱니다. 저도 트와일라잇..궁금해요.^^

마노아 2008-12-01 22:29   좋아요 0 | URL
제가 너무 거창하게 썼나봐요. 그냥 한줄기 흐른 건데 막 철철 흘린 것 같은 느낌이 들어버렸네요.
맞아요. 정말 우리 모두 건강이 최고지요! 잊지 말아야 해요.
트와일라잇 기대하는 분들이 많군요. 하핫, 담주 개봉이에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