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름 방학 보충수업이 끝났다. 삼황오제부터 시작해서 수나라의 중국 재통일과 멸망까지 다루었다.
처음 계획은 청나라까지 마치는 거였지만 45분짜리 7번의 수업으로는 택도 없었다.
기대 이상으로 아이들은 성실하게 수업에 참여하였고 뜨거운 눈길로 나를 쫓아왔다. 뭐랄까, 눈에서 별이 쏟아졌달까^^ㅎㅎㅎ
수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을수록, 되돌아오는 리액션이 좋을수록, 들려오는 소문에 어깨 으쓱이게 되면, 또 동시에 가슴이 짜안해진다는 거. 요새 교육청에 올라오는 구인 글들을 보면 어찌나 얍삽하게 구는지... 어떤 학교는 계약 기간이 2월 13일까지다. 그러니까 봄방학과 동시에 정교사 돌아오시면서 방학 급여 챙기시고 더불어 명절 보너스도 챙긴다는 거. 진짜 양심 없다. 물론, 12월 23일에 끊는 학교보다는 훨씬 양심적이시다. 그런 학교도 아쉬운 것은 늘 이쪽이니까.(ㅡㅡ;;)
2. 금주에 영화를 본의 아니게 세 편이나 보았다.
미이라3는 1,2를 전혀 보지 못한 상태에서 본 거였는데 그게 문제가 된 것 같진 않지만, 영화가 전혀 내 취향이 아니었다. 그리고 피곤을 못 이겨 대박 잠들었다는...;;;;
이연걸은 과거에 참 멋진 영화를 많이 찍었는데 헐리우드 가서 자꾸 남 좋은 일만 하는지 모르겠다. 그것도 스타일 구겨가면서.
적어도 성룡은 미국 가서 영화를 찍어도 자기가 주도권을 잡는데, 이연걸은 '여기가 홍콩이었으면 니들은 다 죽었어!' 이따위 대사 날리는 수준을 못 벗어나는지...;;;;
3. 친구가 시사회에 당첨되었다고 해서 불려간 영화는 장근석 주연의 '아기와 나'.
대략 유치할 거라고 물론 예상은 했지만 기대 이상으로 심각하게 못난 영화였다. 다만 장근석의 기럭지와 혼혈 아가의 예쁜 눈망울이 전부였던 그런 영화.
코믹을 원했다면 아싸리 코믹만 갖고 갈 것이지 어설프게 교육문제와 가난 문제를 걸고 넘어지는 것, 난 진짜 싫다. 어떤 마인드도 없고 또 뭘 알지도 못하면서. 게다가 깔려 있는 사고관들은 어찌나 기분이 나쁘던지.
극장은 '드림시네마'였는데 더티댄싱 상영할 때 1억을 들여서 고쳤다고 하더니 대체 뭘 고쳤는지 모르겠다. 좌석 불편한 것은 감수하더라도 사운드가 너무 형편없어서 우리말 영화의 경우 '대사'가 안 들린다. 소리가 뭉쳐서 울리고 에어콘 소리가 또 시끄럽게 울리고... 후우....;;;;;
4.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대로 고른 영화가 월 E였다. 픽사를 신뢰하기도 했지만, 기대 이상의 만족감.
난 미끈하게 생긴 그 로봇이 월E인 줄 알았는데 그 아이의 이름은 이브였다. 이름도 예뻐라.
초국적 기업 B&L이란 얼마나 끔찍하던지... 그 거대한 우주선에 탄 사람은 60억 인구 중에서 몇 %에 들어야 가능한 탑승권이었을까. 의자 안에서 일생을 보내는 그 획일적인 삶이라니...
청소 로봇 '모'가 참 귀여웠다. 짜식! 직업의식이 투철했다니까.
보충수업을 끝낸 여독을 못 이기고 중간에 좀 졸았는데, 그게 아까워서라도 다시 보고픈 마음...
친구 일 도와준 보답으로 영화 한편 보여준다고 했는데 이걸 한 번 더 볼까나, 아니면 다크 나이트를 볼까나?
근데 배트맨 시리즈 단 한 개도 못 봤는데 그래도 다크 나이트 보면 재밌으려나????
5. 컴퓨터님은 완전 맛이 가셨다. 지난 3주 동안 어찌나 찬란한 형태를 보여주셨는지...
첫 주에는 부팅 첫번째에 인터넷 가동이 안 됐다. 두번째 리부팅에 겨우 인터넷 가동. 그 다음에는 자동 종료가 안 되어서 강제종료를 시켜야 했다.
그래도 이때까지는 운영체계 두개 깔려있는 걸 겸용으로 하면서 그런대로 달래가며(?) 쓸만 했다.
두번째 주에는 부팅을 대여섯 차례 시도하고 나서야 겨우 사용이 가능했는데 중간에 자주 멈췄다. 그러면 또 강제 종료시키고 리부팅의 연속이었다. 그게 좀 더 진행되자 '로그인'을 요구하면 무조건 컴이 멈추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메일 확인도 안 되고, 알라딘 놀이도 힘들었던 것이다.
덕분에 점심 굶어가며 학교에서 수업 준비 다 해오고, 서재놀이도 거기서 끝내고 오는 패턴의 반복. 덕분에 5시 퇴근으로 마지막 교무실 지킴이 노릇도 해야 했다.
그런데 토요일부터는 아예 부팅도 안 된다. 여러 메시지들이 뜨는데 CPU 내부 온도가 85도란다. 원래 컴퓨터 내부 온도가 그렇게 높은 건지, 울집 컴퓨터만 열을 받은 건지는 모르겠다. 컴 쓰는 방이 창문도 없고 집이 원래 집 용도의 건물이 아닌지라 워낙에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운데, 그래서 컴이 더 반항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현재로선 언니가 가게서 들고온 노트북을 쓰고 있는데 돌아가는 회로가 손바닥 밑에 있으니 이 녀석도 엄청 뜨겁다. 그나마도 언니가 출근하면서 들고 나가야 하니.... ;;;
둘째 언니네 데스크탑이랑 노트북 두 개 있으니 하나 빌려와야지. 아니다. 울집도 컴퓨터가 두개지. 형부 오시면 좀 바꿔달라고 해야겠다. 제발 사망은 하지 말거라. 다시 또 백수란 말이다ㅠ.ㅠ
6. 7월부터는 줄넘기도 하고 맨손 체조도 하고 윗몸 일으키기도 하고, 나름 손쉬운 운동을 꾸준히 했는데 이번 한 주 동안은 도저히 더워서 못해먹겠다고 패쓰. 서울이 35.4도를 기록했던 금요일은 숨 넘어가게 더웠다. 밤에 잠을 자꾸 설치니 낮에 더 힘든가 보다. 그나저나 지난 밤 꿈에 승주나무님 얘기가 나왔는데(직접 출연은 아니공...) '서울산업대' 도서관 도장이 찍힌 어떤 사회과학서적을 빌려나오셨다. 그리고 경찰들에게 추적 당하는 남녀 네사람을 보았는데, 그 중 두명이 습격 당하는 장면에서 꿈을 깼다. 무개념 정권 덕분에 꿈자리도 사납다. 꿈과 현실아 반대가 되어라, 얍!
7. 이번 보충 수업 때는 참고로 한 책이 세권이었는데 그 중에서 고우영의 '십팔사략'이 제일 일등 공신이었다. 그런데 읽다 보니 내용이 굉장히 익숙했다. 유명한 이야기들이어서 그렇겠거니 생각했는데 좀 더 기억을 더듬어 보니 초등학교 시절에 만화로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내가 기억하는 내용과 좀 달랐다. 오나라 부차를 무너뜨리기 위해서 월나라 구천 쪽에서 서시를 보내고 데려오는 장면이었는데, 범려가 서시에게 자살을 강요하는 나루터 씬이 그것이다. 고우영 만화에는 그런 장면이 없었다. 그리고 내 기억 속에 그때 본 만화는 '이두호' 작품이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 검색을 해보니 이두호씨 만화중에 십팔사략은 없었다. 하긴 그분은 주로 조선시대 배경의 작품을 많이 쓰긴 하셨다. 거참... 내 기억이 잘못된 것인가, 정보가 부재한 것인가... 궁금한데 알 길이 없다. 혹시 어릴 때 읽은 것도 고우영 버전이었는데, 재판 내면서 작품을 수정한 것???(좀 말이 안 된다.)
8. 사람들이 미치도록 덥다고 하지만, 정말 미치도록 더웠던 해는 올해가 아니라 1994년이었다. 그해 서울 기온은 거의 40도에 육박했는데 명동처럼 사람 많은 거리를 다니면 공기가 손에 잡힐만큼 무겁고 탁했다. 산소호흡기가 필요할 정도의 날씨. 그때엔 버스에 에어콘도 별로 없던 때라서 좌석버스를 타야 경우 에어콘 구경이 가능하기도 했었다. 그때 얼마나 끔찍했던가를 떠올리며 올해의 더위를 이겨보자꾸나.ㅜ.ㅜ
얼마 전 앨 고어의 '불편한 진실'을 읽었는데 세계적으로 가장 더웠던 해를 2005년이라고 밝혔다. 고작 3년 전이다. 근데 잘 기억이 안 난다. 3년 전보단 올해가 더 더운 것 같고, 올해와 비교도 안 되게 더웠던 것은 우리나라의 경우 1994년이었다. 그런데 과학적으로 그 해에 왜 그렇게 더웠는지는 모르겠다. 혹시 누구 아는 사람?
9. 엄마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여름 휴가를 가자고 의욕이 넘치셨다. 엄마에게 30년 만에 처음이니까, 사실 나로서도 처음이다. 교회 주일학교에서 갔던 여름 수련회... 요런 것을 뺀다면 말이다.(그건 휴가가 아니니까.)
일요일 밤에 출발해서 월요일 오후에 돌아오자...로 시작했던 논의는, 경비를 감안! 월요일 새벽에 출발해서 당일치기로 돌아오는 것으로 최종 합의를 보았다.
그러니까 내일은 드디어 동해 바다에 풍덩! 한 번 해보는 것이다. 사람도 몹시 많을 것이고, 기대보다 많이 못 놀고 올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처음 가보는 식구들과의 바다 여행이라니, 잔뜩 흥분 중이다! 감자를 찌기 위해서 깎고, 물을 얼리고, 컵라면용 물도 따로 싸고, 수박은 깍둑썰기를 해두고, 갈아입을 옷을 챙겨둔다. 이런, 적당한 모자가 없네. 그건 내일 걱정해 두고...;;;
10. 아무튼 내일은 고고씽. 여름마다(사실은 일년 내내) 하얀 내 피부에 모처럼 그을음을 한 번 주자. 아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