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화장실 쪽 배관에 문제가 있는지 물을 사용하면 그치질 않고 줄줄이 변기에 물이 계속 나온다. 넘칠 일은 없지만 아까운 물을 낭비할 수 없으니 잠가둘 수밖에 없는데, 사용할 때마다 밸브 열고 닫는 게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고쳐줄 사람은 형부 뿐인데 이번 주 바쁘다고 주말까지 참아야 한다는...;;;;;
그런데, 직장에서도 오늘 단수가 있었다. 한 세시간 동안. 분필 잔뜩 묻었으니 닦아야 하고, 밥 먹었으니 양치질도 해야 하는데... 정말 난감하기 그지 없었다. 그 사이 볼일 보러 가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었달까..;;;
다행히 정수기 물은 나오더라. 안에 비축분이 있었나??? 안팎으로 수도 대란이다.ㅡ.ㅡ;;;;
둘. 옆자리 샘이 오늘 내게 진지하게 묻는다. "재테크는 무얼 하고 계신가요?"
헉! 재테크... 내겐 너무 생경한 단어였다. 입에 풀칠하기도 바쁜 사람에겐 먼 나라 이야기.
아, 나이 서른줄에 들어서면 그런 것을 준비하고 따지고 생각하는 시간이 도래한 건가? 대개의 사람들에게는?
낯설고, 당황스럽기도 하고, 어쩐지 한숨도 조금 나오는 그런 순간이었다.
셋. 그 선생님은 해직 전교조 출신이었다. 체제 비판적 메시지들에 귀기울이며 나는 고개 끄덕일 때가 많았다. 그런데 참 또 생경한 장면들이, 일주일에 며칠은 부동산에 전화해서 땅 알아보기 바쁘시고, 주식 관리하시느라 또 바쁘시고, 다음주에는 쉬는 날이 많아 일본으로 스키 여행을 계획하셨다.(갑작스레 수학 여행에 따라가게 되어서 무산되긴 했지만.)
뭐랄까. 그게 나쁘다 이상하다는 아니고, 참 낯설긴 하다. 그러니까 이젠 전교조 선생님도 돈 있는, 돈 쓰는, 돈 벌 줄 아는 선생님들이 등장한 것이랄까. 그런 세상인 것이다.
넷, 근무하는 학교 동창회에서 전화가 왔다. 홈페이지에 교가를 올리고 싶으니 노래 파일을 메일로 보내달라고. (나, 홈페이지 담당 업무.)
교가 파일 혹은 씨디가 누구에게 있을까 싶어 방송 담당 선생님께 요청했다. 그랬더니 음악샘께 요청하라신다.
해서 음악샘께 요청했더니 동문서답을 하신다. 악보는 본인이 필사한 거니까 무료로 줄 수 없다고. 돈내고 사용한다면 주시겠단다.
아, 당황스러웠다. 그러니까 제 말은, 악보가 아니라 노래거든요!(악보는 학교 홈페이지에 이미 올라가 있음.)
다시 알아보니 처음 문의했던 방송 선생님께 요청하는 게 맞는 거였다.ㅡ.ㅡ;;;;;
그런데 참 나는 또 놀란 것이, 그게 '저작권'의 개념으로 돈을 요구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당신의 망설임 없는 '사용료' 요구란....
이분이 BMW 타고 다니신다. 이런 철두철미한 분이기에 그런 차도 탈 수 있는 것일까나???
다섯. 지난 주는 CA 편성 후 첫시간이었다. 내가 맡은 반은(특별활동부 선생님이 급조해 내신!) '역사 독서반'이었다.
처음에 독서반이었다가 다른 부서랑 겹친다고 해서 '역사'가 추가된 것이었다. 난 가볍게 역사책 읽는 모임이 되길 바랐는데, 교실에 자리 잡고 앉아 보니 부원이 달랑 두 명이다. -_-;;;;
이러다가 우리 부 폐강되겠다고 걱정했는데 특별활동부장님 납시어 말씀하시니....
다른 반에서 탈락된 아그들이 무척 많은데, 역사'독서'반은 너무 부담스러워 하더라는 얘기다. 그래서 역사'영화'부 어떻겠냐고...;;;;;
그래서... 급 변경! 역사 영화부가 탄생했다.ㅡ.ㅡ;;;;; 현재 정원 35명. 한달 사이 더 늘어날 지도 모른다..;;;;
두시간 정도 분량으로 학생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게다가 품절이 아닌!) DVD 타이틀을 고르는 게 참 힘들었다.
알렉산더(삭제판. 무삭제판은 거의 한시간이 추가되어서리 포기.;;;), 인생은 아름다워, 효자동 이발사,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아버지의 깃발... 하나 더 있었는데 뭐였지? 하여간 그렇게 주문 요청했다.
근데 어느 교실에서 보지? 이 학교는 기자재 시설이 너무 열악해서 영상을 활용할 수 있는 교실 찾기가 무척 힘들다. 설마 또 부 이름을 바꿔야 하는 사태가 발생하진 않겠지? ㅠ.ㅠ
여섯. 이 학교의 교화는 올해 처음 정해졌는데 '자목련'이란다. 헌데, 교정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흰목련만 눈에 들어올 뿐 자목련은 보이지 않는다. 교감샘께 여쭤보니, 이번에 묘목을 구해 와서 심을 예정이라신다. 그러니까, 순전히 당신 취향이었던 것이다. 허헛.....;;;;; (흰 목련이 더 예쁘지 않남? 자목련은 어쩐지 양배추 같아서...;;;)
일곱, 퇴근 길에 같이 교문을 나선 선생님 한 분. 서로 통성명을 하다가 예전에 근무했던 학교 이야기가 나왔다. J여고였는데 거기 계시는 선생님을 알고 있다신다.(거긴 사립학교) 이름을 물어보니 나랑도 친했던 선생님! 한 달 전에 결혼을 하셨는데 그 날 일이 있어서 참석을 못했더랬다. 헌데 그 결혼식에서 부케를 받으신 주인공이 바로 나랑 퇴근한 이 선생님.
헉.. 세상은 너무 좁다.
여덟, 홈페이지 관리하다가 알게 된 건데, 바로 그 J여고 근무할 때 친했던 선생님 한 분이 작년까지 지금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 계셨다는 것을 알았다.(학과 소개 란에 사진이 있더라공...) 역시, 너무 좁은 세상이다.
아홉, 고3반에서 한 학생이 건의(!) 했다. 다른 머리 핀 좀 하고 오라고.
뜨악! 여고도 아니고 남고에서 이런 지적은 정말 당황스럽달까. 그래서 오늘은 다른 핀 하고 갔는데 그 반 수업이 안 들었다는 거...;;;;;
열, 패쓰할까 하다가... 식탁 위에 베트남 커피 믹스가 한 상자 있어서 시험 삼아 먹어봤는데 맛있다! 오옷 처음 먹어보는 거라서 조심스러웠는데 괜찮다. 내일도 하나 먹어야지.(>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