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오늘이었으면 했다. 2007년도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꼭 오늘 가고 싶었다.
힘겹고 서러움이 많았던 2007년도의 끄트머리에서, 그래도 나의 지난 일년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다고 말해줄, 나만의 증거가 필요했다.  좀 더 마음이 따스해질 수 있는, 희망을 채울 수 있는 그런 증거...

그래서 다녀왔다.
태안 천리포 해수욕장.

환경연합 단체에서 주관하는 일정은 무박 2일로, 나의 부도덕한 체력에 신뢰가 가질 않아서 캠프나라에 신청하고 다녀왔다.
다행히 당일치기였고 집에서 6시 50분에 출발해서 밤 10시에 도착했다. 어째 도착해서 봉사한 시간보다 길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아무래도 시간이 많이 지나있었던 터라 걱정했던 것만큼 공기가 나쁘지 않았다.  그래도 처음 버스가 도착했을 때는 벌써 공기가 달라진 게 멀미 날 것 같아서 우려했는데 잘 참아냈다.  워낙에 호흡기가 안 좋아서 공기가 나빠지면 졸도하는 일이 빈번했는데 그런 불상사는 없었으니 뿌듯!

내내 따뜻했었는데 때마침 날씨도 엄청시리 추워주시고, 눈보라가 휘몰아치는데, 우리는 김치 국밥을 눈과 함께 말아먹었다. (덤으로 머리카락도 나와주시공...;;;)

점심 먹고 바로 투입되어 들어갔는데, 처음엔 뭘 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자세히 바위들을 들여다 보니 원유의 흔적이 곳곳에 널려있었다.  그 시커멓고 끈적끈적한 액체들.  면 옷 바리바리 싸들고 갔지만 수건만 못했고, 수건도 두꺼운 것보다는 가재 손수건 정도가 사용하기 편했다.

오늘 나의 최대 실수는, '안경'을 끼고 갔다는 것. 장시간 버스 안에서 보낼 시간을 생각해서 안경을 고집했는데, '마스크'를 염두에 두지 못했던 것.  입김에 자꾸 시야가 흐려지고 우리 작업하는 내내 눈보라가 쳐서 시야 확보하는데 애를 많이 먹었다. 그렇다고 마스크를 벗기에는 냄새가...ㅜ.ㅜ

결국 눈보라가 너무 심해져서 예정된 시각보다 조금 더 일찍 철수해야 했다. 때마침 준비해 간 수건도 똑 떨어진 시점이었고 고무장갑 속의 면장갑도 다 젖어들던 시점.

우리 차 인솔자는 몹시 친절한 분이셨는데, 이쪽 단체분들이 대체로 진행엔 헛점이 많았다. 일단 인원점검을 너무 못하더라^^

일행 별로 접수 받아놓고는 명단을 가나다 순으로 정리해 와서 일행이 다 떨어져서 차에 타게 된 것이다. (차 6대) 그러니 다시 붙이느라 애먹고, 그 명단을 다시 확인하느라 처음부터 출석 확인하고...;;;;

그래도, 애쓰신 분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어린 친구들도 고사리 같은 손으로 열심히 돌멩이 닦던 모습 인상적이었고...

보라매 공원에서 해산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나의 계획처럼 마음이 편해지거나 혹은 어떤 충만감으로 채워지지는 않았다. 무언가에 몰두한다고 해서 잊혀질 마음의 짐은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말뿐인 계획으로 끝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오늘 밤은 좀 일찍 쉬련다. 방학은 이제부터다. 만세!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순오기 2007-12-30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쓰셨네요, 마노아님... 충만감보다는 안타까움이 더 크지 않을까 싶은 현장 체험. ㅠㅠ
님, 푹 쉬고 앞으로 한달 간 펼쳐질 방학~~~~~ 행복하게 보내시길!!

마노아 2007-12-30 00:12   좋아요 0 | URL
기대보다 많이 참여해준 자원봉사 덕분에 응급처치는 가능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제 정부와 피해 기업의 보상 문제가 길게 남은 것 같아요. 현지 주민들에게는 그게 더 급한 일일 것 같구요.
씻고 나니까 피곤이 밀려와요. 어여 자야겠습니다. ^^ 순오기님은 이제 '개학'하신 거죠^^;;;

hnine 2007-12-30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운 날, 애 쓰셨네요.
이제 방학의 시작이라니, 편안한 마음으로 언 몸과 마음, 녹이시기 바랍니다.
방학의 계획이 궁금해지네요^ ^

마노아 2007-12-30 16:25   좋아요 0 | URL
언 몸과 마음 녹이기, 그거야말로 제가 바라는 멋진 방학의 계획이에요.
hnine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용^^

라로 2007-12-30 0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세요, 마음은 있어도 한다는게 어려운데,,,애 많이 쓰셨어요.
보내겠다던 크리스마스 카드는 집안에 우환이 겹겹이 겹쳐서
올해는 못보냈어요,ㅠㅠ
죄송하구요,,,,내년을 기약할께요,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마노아 2007-12-30 16:27   좋아요 0 | URL
나비님, 소소한 도움이었지만 그래도 보탤 수 있어서 기쁜 일이었지요.
가족들 건강은 나아졌나요? 여러모로 힘든 시간 보내셨어요.
카드는 즐거이 내년을 기다릴게요.
나비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히 지내셔요~ 찬 바람 많이 쐬시면 안 됩니다(>_<)

stella.K 2007-12-30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7년을 얼마 안 남기고 좋은 일하셨네요. 뿌듯하죠?
한해를 어떻게 살았던지간에 마지막을 앞두고
좋은 일하면 1년을 잘 산것 같잖아요.
잘 살았죠, 마노아님?!ㅎㅎ
새해는 보다 힘차게 시작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셨네요.
마지막은 그래서 좋은가 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아요!!^^

마노아 2007-12-30 20:43   좋아요 0 | URL
마무리가 좋으면 다 좋은 거겠죠? 내일도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2008년도는 더 아름답게 힘차게 살 테야요. 스텔라님,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욧^^

비로그인 2007-12-30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운 날에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마노아 2007-12-30 20:43   좋아요 0 | URL
엘신님도 다녀오셔놓고는 뭘^^;;;
엘신님도 새해 복 담뿍 받으셔요~

프레이야 2007-12-30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으로 실천하신 마노아님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날씨가 안 좋다고 하던데 오늘 몹시 추웠지요?
푹 쉬세요. 감사합니다.

마노아 2007-12-30 22:35   좋아요 0 | URL
어제 내린 눈이 예사롭지 않던데 폭설주의보에 경계에, 눈발이 장난 아니더라구요.
지원의 손길이 점점 더 힘들어질 것 같아 좀 걱정이 되었어요.
개인적인 욕심으로 다녀온 것이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길 희망했지요.
오늘은 몹시 춥더라구요. 몸살 기운이 있나봐요. 오늘도 일찍 자야겠어요. 혜경님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