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외면 - 이병진 포토에세이
이병진 글.사진 / 삼호미디어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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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깨지 마라

꿈을 깨지 마라.
크든 작든 꿈을 가지고 인내하라.
도전하라.
이왕이면 어두운 곳부터 겪어내라.
뜨겁고 밝은 빛부터 바라보면 꿈 방울이 터지기 십상이다.
마음속에 품은 꿈은 너무나 투명해서 너무나 여려서,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마치 허상인 것처럼 생각되기 쉽지만
스스로 터트릴 필요는 없다.
꿈을 간직하라.
꿈을 소중히 하라.
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어느 시골장터

겸연쩍음

당신의 삶의 터전을 단시 사진 찍을 곳으로
쉽게 생각하고 간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소박한 꿈이 있었고
그리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흔적이 있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커다란 카메라를 든 제 모습이 어딘가 겸연쩍게 느껴집니다.

//남산 시민아파트

안경이 없어도

안경이 없어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하지만 그녀가 없으면 사진을 찍지 않겠다.

//내 책상 한켠

어디로 가겠습니까?

수많은 갈림길에서 당신은 어디로 가겠습니까?
당신이 길을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성공? 사랑? 행복? 안위? 열정?
당신은 '선택'이라는 두 글자 속에,
책임이란 말이 포함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London

즐거운 촬영

사람들과 함께 하는 촬영은 즐겁다.
혼자서 사진 찍으러 다니는 것이 너무 힘들었던 나로서는
사진 찍는 친구들이 좋다.
세팅이 잘못 되어 있는 줄도 모르고 촬영한 사진이지만
내겐 작품으로 남았다.
실수를 저질렀더라도 사진은 작품으로 남아주는 아량이 있다.
사진을 할 수 있는 즐거움,
함께 얘기하며 공감할 수 있는 즐거움,
그것이 사진이 즐거운 이유다.

//소래포구 염전

함께 한다는 것

함께 하는 촬영은 즐겁다.
카메라 하나를 나눠쓸 수도 없고
일일이 찍은 사진을 보여 주면서 정보를 교환하는 것도 아니지만,
카메라를 들고 함께 나선 사람들이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풍성해진다.
열정을 나눌 사람들이 있어 행복하다.

//서울 대공원

love

사랑, 그 따뜻함과 쓸쓸함에 대하여

다른 세상에서도

당신과 나
현실이 아닌
다른 세상에서도

이렇게
손을 잡고,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겠죠.

photo by 클럽 <찰나의 외면>홍승효

fly to the sky

새우깡 하나에 갈매기들은 자존심을 판다.
몇 조각을 던져주면 그걸 받아먹는 놈들은 몇 안 된다.
잽싼 녀석들은 관광객이 던져준 바삭바삭한 새우깡을 채가는 반면
느려터진 녀석들이나, 때론 관심없는 녀석들은
바닷물에 팅팅 불은 새우깡을 건져 먹는다.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는 말이 있다.
높이 날아간 저 녀석은 새우깡을 많이 먹지는 못하겠지만
그만큼 창공의 자유를 더 많이 누릴 수는 있을 것이다.
태양을 가까이서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많이 먹는 새보단 높이 나는 새가 되고 싶다.

//강화선착장

즐거운 상상

우리 집 정원에는 밀림이 이습니다.
사자가 개집에 들어있고
호랑이는 이웃집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고
수영장 물은 하마가 조금 전에 다 먹어치웠고
기린은 지금 빨래를 걷고 있습니다.

people

사진으로 쓰는 사람 이야기

그림자 축제

휴식 같은 저녁에
고독한 한편 행복하기도 한 순간.
이 멋진 광경을, 멋진 시간을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그냥 렌즈에 담아두었다가 보여주고 싶었어.

photo by 클럽 <찰나의 외면> 정우성

배려

양쪽으로 차 한대씩이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
그리고 높고 싱그런 가로수가 있던 곳.
이곳에서 난 한 장의 사진뿐 아니라 멋진 추억을 얻었다.

이 길에 접어들기 직전 건너편에 있던 사람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는데
서너 컷을 찍었을 즈음, 카메라를 내려놓고 깜짝 놀랐다.
양쪽 차선에 있는 차들이 내가 촬영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묵묵히 기다려 주고 있었던 것이다.
경적을 울리기는커녕 오히려 여행객이 찍은 결과물을 더 궁금해 했다.
카메라를 내리자 그제서야 내 앞을 지나가며 물어본다.
굿샷?
기다려줄 줄 아는 배려와 여유로움이
내가 살고 있는 서울과 자연스레 비교가 되었다.

//Austria

어떤 간판

오스트리아 잘스부르크에 있던 구멍가게의 간판.
우리나라에선 고급레스토랑이나
인테리어에 꽤나 신경을 쓴 가게가 아니고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다.
건물마다 덕지덕지 요란스럽게 전단지처럼 붙은 서울의 간판들,
밤이 되면 도시를 울긋불긋 야한 립스틱 바른
어린애 모양으로 만드는 우리네 간판들을 떠올리며,
이렇게 도시에 멋을 더해주는 간판들이 많이 생겨나길 바란다.

//Salzbrug

자전거 탄 풍경

뭘로 물들였기에 저리도 아름다운지.
저 고운 빛깔이 끝나는 곳까지 달려가고 싶어라.

//Germany

혈판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적어도 내가 개그맨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한.
쉽지 않은 일이다.
어쩌면, 그래서 내 일을 더욱 사랑하는 건지도 모르겠ㄷ.

//학교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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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10-16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병진은 개그맨이지만 늘 묵직한 인상을 준다. 그의 느릿한 말투 덕분일지도 모르겠다. 그치만 어느 프로그램이나 혹은 라디오 게스트에서 만난 그는 늘 진중했다. 그래서 그의 말은 가벼이 들리지 않는다. 그의 사진도 마찬가지다. 사람에 대한 진지한 관찰과 관심이 그 속에 녹아 있다.

씩씩하니 2007-10-16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병진이..그 이병진...음..글쿠나....
얼마 전에 박철이라는 남자 있잖아요..요즘 이혼한다,,하고 인터넷에 뜨구 있는...
늦게 오는 남편 기다리다 그니가 엠씨하는 프로보다가 깜짝 놀랐어요,,너무 말도 함부로 하구..정말 머리에 든게 없는 그런 사람 같아서..
그래서,,사무실에 출근해서 말을 했는데..어떤 직원이 그 사람의 직설적인 모습이 넘 좋대요......
사람마다 같은 상황에 대한 판단기준이나 느낌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지요..
전 삶을 진지하게 살고픈...쪽이어서인지..어느 모로나 조금은 진중하고 깊은 사람이 좋아요..
물론 개그맨이 늘 그러면 웃기진 않겠지만여..ㅎㅎㅎ

마노아 2007-10-16 14:19   좋아요 0 | URL
저도 막말하는 사람 싫어요. 아무리 웃겨도요. 그래서 김구라가 별로인가 봐요^^;;
의천도룡기 시리즈로 본다면 양과보다 곽정이 더 좋은 거라고 하면 예가 되겠네요^^ㅎㅎㅎ
이병진은 저 진지함이 오히려 개그맨다운 웃음을 주더라구요^^
보통은 그렇게 진지해 보이질 않으니까요. ^^

순오기 2007-10-16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병진, 사진 작업한다는 말 들으며 감탄했는데 멋진 작품집이 나왔군요. 좋아보여요~~~~~
한때는 나도 카메라 들고 나서는 삶을 꿈꿨는데... 가지 못한 길... 나의 로망!

마노아 2007-10-16 22:57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의 로망이 카메라에도 있었군요. 와앗, 저는 생각해 보지 못한 분야에요.
꿈꾸는 순오기님,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2007-10-17 1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17 1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7-10-17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같은 상황...
이 이병진이 그 이병진이었구나...
저는 갑자기 이병진이 친근해져요.
개그맨들은 자기를 보이기 위해서만 신경을 쓰지 다른 것을 보려고 하지 않는 느낌었거든요.

마노아 2007-10-17 17:56   좋아요 0 | URL
이런 개그맨이 있다는 게 즐거워져요^^
이름과 얼굴과 분위기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진주 2007-10-17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같은 날은 글씨 몇 알 없는 밋밋한 사진책이 제격인거 같아요^^

마노아 2007-10-17 17:56   좋아요 0 | URL
오늘 같은 날에 제법 잘 어울리죠. 진주님의 이미지도 오늘 같은 날 너무 잘 어울려요^^

책향기 2007-10-18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이병진을 다시 보게 된다는^^

마노아 2007-10-18 12:54   좋아요 0 | URL
이 책의 부제는 '이병진 다시 보기'에요^^ㅎㅎ

네꼬 2007-10-18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대의 성실함은...... 정말이지 추천감!

마노아 2007-10-19 13:41   좋아요 0 | URL
헤엣, 성실보다 벼락치기에 가까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