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짐승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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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1 필립 로스.

세 번째 읽는 필립 로스. 얇은 거 먼저 꺼내 야금야금 읽고 있다. 조금만 읽어도 느낌이 뽝 왔다. 이 양반…나같네…아니 늦게 난 내가 이 양반 같은 건가… 인간관, 애정관 가만 보면 빻았지만, 으아니 내가 생각했거나 생각할 걸 벌써 이십 년 전에 써놓았네…싶었다. 문득 궁금했다. 이런 책을 읽는 일이 이런 인간을 만들어내는지, 이런 인간이라서 비슷한 책을 골라 읽고 좋다고 짝짝짝 박수를 치는지. 이제는 뭐가 앞서고 뒤따르는지 알 수가 없다.
2001년 나온 이 소설은 그대로 특정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오늘(2021.9.11.) 같은 날 심상치 않게 읽히는 빈라덴 이름도 말미에 잠시 툭 튀어나온다. 이십 년 전에 삼십 대 초반이던 콘수엘라가 암에게 지지 않았다면 이제는 오십 대 초반이겠다. 그 시간이 데이비드의 욕망의 대상이 되는 젖가슴으로만 결코 남지 않는, 새로운 자기만의 서사와 아바나를 찾는 시간과 결코 오지 않을 줄 알았던 행복으로 가득 찼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칠십 노인네인 화자 데이비드는 그 이야기를 모를 것이다. 나이 덕에 일찌감치 죽을 거니까. 필립 로스 할배도 그새 갔네. 순식간에 암으로 자신이 거친 노화의 시간을 따라잡은 콘수엘라를 보는 데이비드의 마음에는 안쓰러움도 있어 보였지만, 내가 못 되서 그런지 왠지 모르게 이새끼 입꼬리 올라간 거 같아… 너도 이제 나랑 같은 속도야, 하는 느낌이었다. 기분 탓이겠지… 내가 심술쟁이인거지…
야한 소설이라도, 너무나 솔직해서 으이그 대놓고 짐승이네 짐승이야, 하는 인물들만 잔뜩 나와도 잘 쓴다, 잘 써, 하고 압도하는 거장 할배의 소설 사 둔 게 아직 세 시리즈 남아서 신났다. 아껴 읽어야지… 소설을 좋아하는데도 펼칠 엄두가 잘 안 난다. 자꾸 회피스킬 쓰면서 엉뚱한 책만 본다. 좋아하는데 읽기 시작하기가 두려운 소설이라는 세계…너무 빠져 버릴까 봐…

모딜리아니의 누드는 표지 그림으로 써서 바로 확인할 수 있었는데, 길게 묘사된 스탠리 스펜서의 The leg of mutton nude는 검색해서 찾아 보았다. 글로 길게 묘사하고 써 먹을 만큼 강렬했고, 이 소설 속에서 혼인 제도를 강하게 부정적으로 보는 걸 그림 한 장에 다 눌러 그려놓았다 싶었다. 여기 올리면…검열 삭제 당하나… 이거 1937년도의 네오 로맨티시즘 계열의 예술 작품입니다…이 소설의 중요한 모티프로…엣헴…

쫄보니까 링크만 남겨 둡니다…궁금하신 분만 슬쩍…

Double Nude Portrait: The Artist and his Second Wife (The leg of mutton nude)
Stanley Spencer(1937)

https://uploads3.wikiart.org/images/stanley-spencer/double-nude-portrait-the-artist-and-his-second-wife-the-leg-of-mutton-nude-1937.jpg


+밑줄 긋기

-오직 섹스를 할 때만 인생에서 싫어하는 모든 것과 인생에서 패배했던 모든 것에 순간적으로나마 순수하게 복수할 수 있기 때문이야. 오직 그때에만 가장 깨끗하게 살아 있고 가장 깨끗하게 자기 자신일 수 있기 때문이야. 부패한 건 섹스가 아니야-섹스 아닌 나머지가 부패한 거야. 섹스는 단순히 마찰과 얕은 재미가 아니야. 섹스는 죽음에 대한 복수이기도 해. 죽음을 잊지 마. 절대 그걸 잊지 마. 그래, 섹스도 그 힘에 한계가 있어. 나도 한계가 있다는 걸 아주 잘 알아. 하지만 말해봐, 섹스보다 큰 힘이 어디있어?(88)

-성공적으로 관습에서 벗어나는 데에는 네 기질이나 가정교육과 어울리지 않는 과장된 행동이나 괴상한 옷이 필요하지 않아. 전혀 그렇지 않아. 네가 할 일은, 켄, 네 힘을 찾는 것뿐이야. 너한테는 그럴 힘이 있어. 그럴 힘이 있다는 걸 내가 알아-오직 새로운 형태의 곤경이 나타날 때만 그 힘의 동원이 불가능해져. 구호나 검토되지 않은 규칙의 협박을 넘어 영리하게 살고싶으면 너 자신의 것을 발견하기만 하면 돼… (103, 문장만 딱 떼어놓고 보면 겁나 맞는 조언 같지만, 대화의 맥락이 여자친구를 임신시킨 아들에게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말을 하는 아버지의 대사라는 점, 그 아버지가 어린 자기 제자들과 어울리기 위해 이혼한 인간이라는 점이 난감하다…혼란하다 혼란해…)

-내 아들은 오직 올바른 도덕적 자격을 갖춘 여자하고만 씹을 할 수 있어. 제발, 나는 아들한테 말해. 그것도 도착이구, 다른 도착보다 나을 것도 못할 것도 없어. 그저 그걸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렇게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 (110)

-하지만 60년대? 그 유치함의 폭발, 그 천하고 생각 없는 집단적 퇴향, 그게 모든 걸 설명해주고 모든 걸 변명해준다고요! 더 나은 알리바이는 내놓을 수 없나요? 무방비 상태의 학생들을 유혹하고, 다른 모든 사람을 잃어가면서 자신의 성적 이익을 추구하고- 정말 불가피한 일이었겠네요. 네? 아니죠, 불가피한 건 어려운 결혼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어린 자식을 기르고 어른의 책임을 마주하는 거예요. 나는 그 오랜 세월 동안 어머니가 과장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과장이 아니었어요. 오늘밤까지도 난 어머니가 어떤 걸 겪으며 살아왔는지 잘 몰랐어요. 아버지가 어머니한테 준 고통, 왜 그런거예요? 아버지가 어머니한테 안긴 짐-아버지가 나한테, 어린아이한테 넘긴 짐, 어머니에게 세상의 모든 것이 되어주라는 짐, 왜 그런 거예요? 아버지가 ‘자유로워지려고’? 나는 아버지를 견딜 수 없어요. 절대 못 견딜 거예요. (112, 이야 도덕적 자식한테, 미래 세대에게 혼나는 게 이런 거로구나…제일 무섭네.)

-봐, 나는 이 시대에 속하지 않아. 네 눈에도 그게 보이잖아. 네 귀에도 그게 들리잖아. 나는 무딘 도구로 내 목표를 이루었어. 나는 가정생활과 그것을 보호하려고 일어서는 사람들에게 망치를 들었어. 또 케니의 삶에도. 내가 여전히 망치를 든 사람이라는 건 놀랄 일이 아니야. 나의 고집 때문에, 지금 시대에 속해 있고 지금까지 이것들 중 어떤 것도 고집할 필요가 없었던 네게, 내가 마을의 무신론자 비슷한 희극적인 인물이 된다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야. (137)

-내가 그랬지. “여기 와서 이 모든 걸 볼 수 있어 좋네요.” “네, 대단했죠, 안 그래요?” 케이트가 말했어. 그러더니 피로한 미소를 띠며 덧붙이더군. “조지가 날 누구로 생각했을지 궁금하네요.”(148-149)

-나는 카메라, 줌렌즈가 달린 라이카를 가져왔고 아이는 일어섰어. 우리는 커튼을 쳤고, 우리는 모든 불을 켰고, 나는 적당한 슈베르트를 찾아 틀었고, 아이가 춤을 추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옷을 벗기 시작했을 때 그 움직임은 약간 이국적이고 동양적이었어. 아주 우아하고 아주 무너지기 쉬워 보였지. 나는 소파에 앉아 있었고 아이는 서서 옷을 벗고 있었어. 아이가 옷을 벗어 하나씩 내려놓는 동작은 마법을 부린 듯 매혹적이었어. 마타하리. 장교를 위해 옷을 벗는 스파이. 그러는 동안에도 내내 당장이라도 부서져버릴 것 같았어. 아이는 먼저 블라우스를 벗었어. 이어 신발. 여기에서 신발을 벗는다는 것이 특별했어. 그다음에는 브라를 벗었어. 그러자 마치 옷을 벗은 사람이 양말을 벗지 않은 것처럼, 약간 익살맞아 보이는 느낌이었어. 가슴을 드러내고 스커트는 입은 여자는 나에게 에로틱하지 않아. 어쩐 일인지 스커트가 그림에 커다란 혼란을 일으켜. 가슴을 드러내고 바지를 입었을 땐 아주 에로틱하지만 스커트만 입었을 때는 효과가 없어. 스커트를 입으려면 브라를 그대로 차고 있는 게 차라리 더 낫지. 젖가슴은 드러낸 채 스커트만 입고 있으면 누구한테 젖을 먹이려는 것 같아. (160)

-사진. 콘수엘라가 나한테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 걸 결코 잊지 못할 거야. 밖에서 훔쳐보는 사람에게는 포르노그래피의 한 장면처럼 보일 뿐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것은 포르노그래피와는 가장 거리가 멀어. “카메라 있어요?” “카메라 있지,” 나는 말했어. “저 좀 찍어주실래요? 선생님이 아시던 제 몸을 사진으로 갖고 싶어서요. 선생님이 보시던 대로. 곧 달라질 테니까요. 이런 일을 부탁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은 알지 못해요. 다른 남자한테는 이걸 부탁할 수가 없어요. 그럴 수 있었으면 선생님을 귀찮게 하지도 않았을 거에요.” “그래,” 나는 아이에게 말했어. “해보자. 뭐든지. 원하는 대로 말만 해. 뭐든지 해달라고만 해. 나한테 다 말해.” “음악 좀 틀어주실래요?” 아이가 말했어. “그러고나서 카메라를 가져오세요.” “어떤 음악을 원해?” 내가 물었어. “슈베르트요. 슈베르트의 실내악.” “알았어, 알았어.” 나는 그렇게 대답했지만 속으로, 하지만 <죽음과 소녀>는 안 되지, 하고 중얼거렸어. (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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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9-11 21: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39금 느낌이 나네요 🙄

반유행열반인 2021-09-11 21:40   좋아요 4 | URL
저 아직 그나이 안 되었는데…너무 일찍 읽었습니까…

scott 2021-09-11 21: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안돼 ㅋㅋ 열반인님 로스옹이 최애로 자리 잡으시면 ㅎㅎㅎ
정영목님의 번역이랑 찰떡인 로스옹,,
열반인님 네미시스 사알짝 추천 ^ㅅ^


반유행열반인 2021-09-11 21:43   좋아요 3 | URL
왜 안 되나요… 왜죠… (빻은) 소설 세상을 떠받치는 산 기둥 쿤데라 할배랑 죽은 로스 할배랑… 유럽 할배 미국 할배 골고루 재밌네요ㅎㅎ 네메시스도 다른 쟁인 책 다 소진하면 모셔보도록 하겠슙니다!

라로 2021-09-11 22: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도 그게 궁금해요, 어느 것이 먼저인지,,,건 그렇고, 저는 에브리맨하고 울분 좋았어요. 죽어가는 짐승은 안/못 읽어봤는데 읽어봐야겠다요.

반유행열반인 2021-09-12 08:39   좋아요 1 | URL
같은 작가 읽은 거 보니...저희 비슷한 과?!?! ㅋㅋㅋ(맘대로 엮는다...) 읽은 게 안 겹치셔서 저도 그 두 권이 궁금해지네요 ㅎㅎ여태 읽은 포트노이 전락 짐승 보면 꽤나 일관성 있는 할배 그리고 소설로 보이긴 합니다 ㅋㅋㅋ반가운 라로님!!!

Yeagene 2021-09-13 11: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 표지보고 깜짝 놀랐는데,링크 걸어주신 그림 보고는 더 놀랐네요 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9-13 11:40   좋아요 2 | URL
실례가 많았습니다...후방주의라도 달아놓을 것을...그런 깜짝 놀랄 소설입니다...

blanca 2021-10-28 15: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고 거의 실신했던 기억이...정말 잘 썼죠. 여러 문장이 아직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 너무 잔상이 길었던 작품이에요.

반유행열반인 2021-10-28 17:3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blanca님 같은 책을 인상 깊게 읽으셨다니 반갑습니다. 속내와 경험을 이토록 섬세하게 까발리는 작가가 귀한 것 같습니다 ㅎㅎㅎ
 
[eBook] 귀여워서 또 보게 되는 물고기도감 - 알아두면 꽤 행복해질 현대판 자산어보
임현 지음, 김지민 감수 / 브레인스토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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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0 임현.

브로콜리너마저-공업탑
https://youtu.be/eXTCcqNudlQ

고래 고기를 먹을 뻔했었다. 벌써 칠 년 전이다. 자기 고향의 성당에서 혼인하는 음악가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서울 친구들이 고속철도를 타고 울산에 갔다. 허니문을 다녀오면 서울에서 공연장을 빌려 파티 형식으로 피로연을 또 하기로 했다. 찬 겨울 아침, 혼례용 장갑을 서울집에 두고 왔다는 신부의 심부름을 하러 남의 빈집 도어락 따다 비밀번호를 틀려 혼비백산하고, 열차 놓칠 새라 조마조마하다 다행히 제 시간 맞춰 성당에 도착했다. 축의금은 받지 않고, 쌀화환은 성당에 기부한다고 했다. 수녀님들이 말아주시는 잔치국수를 먹고 성당을 배경으로 야외에서 단체 사진을 찍었다.
그러고나서 서로 건너건너 아는 사람들이 어쩌다 모였다. 식 끝나고 저희랑 대중교통으로 여행하실 분, 딱 여섯 분 모십니다. 코스는 울산 반구대-저녁 언양 불고기-양산에 6인용 펜션에서 함께 술파티하고 자고 아침에 해장 사발면 먹고 통도사(교인분들을 위해 근처 교회도 검색해놨으니 택1)-점심 대충 먹고-버스 환승환승하며 장생포 고래박물관 관람-저녁으로 고래박물관 근처 고래고기집 들렀다 상경하는 코스입니다. 내가 짜놓은 여행 계획 썰을 풀자 몇몇이 뭉쳤다. 드러머 한 명, 일렉기타 한 명, 베이스기타 한 명, 음향 엔지니어 한 명, 전직 일렉기타 한 명과 전직 보컬 한 명인 우리 커플까지. 이 사람들끼리만 모여도 밴드 하나 했겠네…(그런 일은 없었지만…) 하여간에 적당히 지인과 그날 처음 본 사람이 섞여 1박2일 여행을 했다.
반구대의 고래 그림은 왠지 마음으로 보아야 할 것처럼 잘 안 보였고, 핸드폰으로 사진 열심히 찍어서 나중에 집에 와서 확대해 보니 보일락말락하는 기분이 들었다. 언양 불고기는 원래 가려던 집이 공사중이라 택시기사님이 데려다준 곳으로 갔는데 친구가 갑자기 육회를 시킨다고 해서 내가 예산 초과라고 저지하자 친구가 내돈 내고 내가 먹는다고! 하고 버럭해서 잠시 분위기가 썰렁해졌다. ㅋㅋㅋㅋ(왜 그랬니 나여 먹는거 가지고...) 펜션에서는 그럭저럭 화기애애하게 술 잘 먹고 잘 놀다가 내가 좀 취해가지고 섹드립에 패드립에 처음 본 사람한테 쌍욕도 하고(죄송합니다…) 겨우 서른하나였는데 그쯤 중년의 위기? 늦게온 사춘기? 같은 걸 겪는 중이었는지 꼬장을 너무 부려서 만날 너그럽던 곁의 사람한테도 살짝 혼구녕이 났다. 나는 조금 울다가 취중에 더디 잠들었다.
쿨쿨 자고 일어나서 다같이 통도사 가서 감말랭이 사서 먹으며 종종 걸어가서 간지나는 금강계단을 구경하고 한참을 이동했다. 중간에 김밥 몇 줄 사서 길에서 대충 나눠 먹고 노래로만 듣던 공업탑도 지나가다 보고 해가 질 무렵에야 장생포에 도착했다.
거기에 고래들이 수조 안에 있었다. 정확히는 돌고래들, 처음 마주한 사람에게만 가까이 다가와서 눈을 맞춰주고 우웅-하고 소리내어 인사하고 두 번은 인사 안하더라…다들 고래 만나는 시간을 즐기는 듯 보였다.

그러고나서 누구도 고래고기집에 가자는 소리를 하지 못했다. 곧장 터미널로 가서 롯데리아에서 한우 버거 하나씩 시켜 먹고 (송아지도 우리의 친구지예!!!인간의 이중성 ㅋㅋㅋㅋ) 서울행 버스를 타고 쿨쿨 자며 올라와서 늦은밤 고속터미널 앞에서 다들 다음 피로연 파티 때 또 만나요 빠이빠이하고 헤어졌다.

그래서 나는 아직 고래 고기를 먹어본 적이 없고, 왠만하면 앞으로도 먹을 일이 없을 것 같다.
초밥은 좋아하는데 생선 요리를 아주 즐기지는 않는다. 비린 것이나 가시나 비늘 같은 걸 두려워한다. 그래도 물고기는 궁금하니까, 도감은 재미있잖아, 하고 빌려 읽었다. 그런데 물고기, 어류라는 생물에 관한 책이라기보다 식재료로서 어류, 패류, 기타 수상생물에 관한 음식도감에 가까웠다. 제목에 그런 힌트를 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맛있어서 또 먹게 되는 물고기 도감 이라든가… 읽으면서 식재료 고르는 법이나 조리법 소개하는 게 재미있긴 했지만 이거 정말정말 인간 중심적인 책이네…먹보 인간은 왜 이리 잔인할까…태어난 게 원죄…이런 기분이 드는 건 내가 생선먹는 걸 안 좋아해서 그렇겠지…
그리고 이런 비슷한 형식의 만화에 가까운 도감류를 몇 권 보았는데, 이런 건 일본이 잘한다. 그리고 이 책의 형식은…책 자체가 나쁜 건 아닌데 기획이나 형식 자체가 너무 일본 비슷한 책 그대로 베껴다 놓은 것 같아서 아쉬웠다. 뭐 편집 형태 같은 게 저작권 붙이기 애매하지만 그래도 너무 갖다 베낀 느낌이라… 그래도 물고기 그림은 귀여웠어. 맛에 대해 음식에 대해 설명, 묘사하려고 애쓰는 점도 수산물 좋아하는 사람들은 흥미롭게 볼 것 같다.

장생포의 고래 한 마리는 임신 중이었는데, 여행 얼마 후 새끼를 낳았다는 소식에 반가웠다. 그런데 새끼 고래가 금세 폐사했다는 소식에 우울했다. 고래가 놀기에 박물관의 수조는 너무 좁다고 했고, 그치, 우리가 갔을 때도 세 마리 돌고래들이 수조 안을 빙빙빙빙빙빙 돌았다. 돌고래쇼 같은 동물쇼만 안 한다고 동물친화적인 장소는 아닌 것이다. 연구 목적이라고는 하지만 좁은 곳에 갇혀 여생 보내는 고래들은 무슨 감정과 생각을 가지고 살아갈까. 포획 전 바깥 바다를 고래들은 기억할까. 인간이 미안해 고래야. 소야. 돼지야. 닭아. 다음 생이 있다면 내가 고래로 소로 돼지로 닭으로 태어날게. 아니면 멸치로 새우로 풀로 옥수수로 콩으로 태어날테니 맛있게 먹으렴.

사진은 순서대로

그날의 반구대 암각화(착한 사람한테만 고래 그림, 고래 사냥꾼 그림 보임)

그날의 통도사 가는 아침

그날의 돌고래 세 마리

그날의 장생포 돌고래 가로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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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1-09-10 19: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물고기 그림 정말 귀엽네요… 저는 통도사만 가봤습니다. 고래박물관은 휴관일이라 못봤었어요… 표지에 물고기들이 수산시장처럼 누워있는게 힌트였을까요ㅠㅠ

반유행열반인 2021-09-10 19:29   좋아요 2 | URL
그러게요 그래도 설마 맛이 귀여워…일 줄은… 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9-10 19:31   좋아요 2 | URL
제가 전자책 보다보니 표지 신경 안 썼는데 조그맣게 빨간 배경 흰글씨로 맛있어서! 도 써 있었네요…내가 잘못했네 ㅋㅋㅋ

파이버 2021-09-10 19:32   좋아요 2 | URL
[맛있어서!]스티커가 너무 작아서 잘 안보이니 반님께서는 잘못 없으십니다ㅎㅎ

얄라알라 2021-09-10 19: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언젠가 슬리퍼 나갔을때(빠이했을 때) 제가 우연의 일치...뭐 이러면서 댓글 달았는데, 저 조금 전까지 일본 고래잡이, 이누이트 고래잡이 관련해 글 뒤지고 사진 살피고 있었어요. ^^ 더욱 즐거운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9-10 20:06   좋아요 3 | URL
고래 나오는 책 보셨군요 ㅎㅎ이 책엔 고래는 아주 조금 나오는데 이누이트 그림도 하나 있긴 하네요.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scott 2021-09-10 21: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한반도 고래 흔적을 찾아~ 이렇게 실물 사진 까지!!

전 고딩때 봤습니다! 지구과학 샘도 착한 사람 눈에 만 보인다고 했어요 ㅎㅎ
수족관속 돌고래 보는것도 애처로운데
고기라니 !ㅎㅎ

마무리는 명태로 ~

반유행열반인 2021-09-10 21:40   좋아요 2 | URL
명태 총정리는 이미 아는 거래도 잘해놨더라구요 ㅎㅎㅎ

막시무스 2021-09-10 21: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난 나뿐 사람인가 봅니다!ㅠ 그냥 돌덩이만 보이네요!ㅠ

반유행열반인 2021-09-10 21:41   좋아요 3 | URL
저게 돌덩이인 것도 맞습니다! 그저 돌덩이에 선 몇 개 쪼아둔 것일뿐 ㅎㅎㅎ

syo 2021-09-10 21: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노가리 귀여워..... 🥰

반유행열반인 2021-09-10 21:45   좋아요 1 | URL
노가리 까다의 어원 같은 걸 그려놔서 공신력은 잘 모르겠는 ㅋㅋㅋㅋ노가리 껍질까는 일 하며 대화하는 여성들보고 그러다 노가리는 언제까냐! 하고 나무라는 남편들 어쩌고 하며 설명한 장면이 좀 ㅋㅋㅋ그랬습니다... 노가리 먹어본 적은 없네요. 어려서 치킨집 직접 사러갔더니 치킨집 아저씨가 노가리 안주 시킨 사람들 구워주느라 기다리라고 했던 기억은 나네요...

syo 2021-09-10 21:48   좋아요 2 | URL
근데 진짜 책 되게 알차보이는데요? 읽을 만하겠어!

반유행열반인 2021-09-10 21:51   좋아요 1 | URL
먹는 이야기나 식문화 등등 기대하고 보신다면 좋아요. 다채로운 생선의 세계…동물이나 생물에 관한 이야기 기대하시면 조금 갸우뚱 ㅎㅎ저는 후자였네요…

붕붕툐툐 2021-09-10 22:24   좋아요 1 | URL
syo님 노가리 귀여워서 먹을거죠?ㅠㅠ

반열님 전 전자니까 읽어볼래요!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9-10 22:32   좋아요 1 | URL
귀여운 건 먹는 사람...무섭다...먹는 책으로는 즐거운 독서 되실 거에요. 식탐정 같은 만화 좋아하시면 ㅋㅋㅋ

붕붕툐툐 2021-09-10 21: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저거 맛있어서 작은 글씨로 써놓은 거 뭐냐? 저에겐 웃픈 느낌이네요~
고래고기 올해 첨 먹어봤지요~ 저는 뭐든지 인간이 먹는 건 다 먹어보고 싶다 주의라서요!ㅎㅎ 제돈주고 사 먹을 일은 없겠지만요! 저도 생각해보면 생선을 그닥 좋아하지는 않는 거 같아요. 고기도요...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9-10 21:52   좋아요 1 | URL
탐식하지만 않으면 맛보고 맛 알아보는 경험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아요 ㅎㅎ역시 요기 붕붕툐툐님 구루시여~~~ㅎㅎㅎ

Yeagene 2021-09-10 21: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 음식도감에 가까웠군요.저도 제목만 봤을 때는 어류도감인 줄 알았는데..ㅎㅎ 위의 암각화는 아무리 봐도 그냥 돌덩이같아요..ㅠㅠㅠ

반유행열반인 2021-09-10 21:59   좋아요 2 | URL
저도 가서 눈빠지게 한참 보다가 그냥 옆에 전시관에 가이드라인으로 돌사진 위에 그려준 그림 보고 아아…했어요 ㅎㅎㅎㅎ 횟집도감 쯤 되요. 감수하신 분도 유명 낚시 어류 블로거 ㅋㅋ

munsun09 2021-09-14 0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울산 다녀가셨군요. 반갑습니다 ^^

반유행열반인 2021-09-14 07:04   좋아요 0 | URL
오래전이지만 반갑습니다 ㅎㅎㅎㅎ
 

남이 사준 책이 맘에 들긴 어렵다. 내 취향 아는 이가 안겨주는 소설 시집 아니라면 책 선물은 대부분 잊힌 채 책꽂이에서 시간을 견디는데...
직장에서 콕 찝어 똑같이 사준 책도 웩 하고 한 번도 읽은 적 없다.
얼마치 책 사 줄테니 직접 골라라, 하면 신이 난다! 물론 희한하게 내 돈 안 내고 산 책은 더디 읽히는 것도 사실...(내 돈 내고 산 책도 쌓여만 가고...)
작년에 회식 취소되고 돈 남은 걸로 책 엄청 사 줘서 신나게 모아뒀는데 올해도 책 사줬다. 가지고는 싶은데 왠지 읽으려면 많은 시간이 지나야 할 것 같은 두 권, 받아서 신나서 집으로 모셔왔다 ㅋㅋㅋ
그렇지만 작년에 사준 책들도 대부분 안 봤지...

사진은 순서대로 올해 사 준 책, 작년에 사 줬(지만 거의 안 봤)던 책 쌓기.
쌓고 보니 좋은 직장...욕 그만 하고 열심히 다녀야겠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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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9-09 18:2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멋진 직장이네요. 저렇게 많이 사준 직장에는 충성을 다해야 합니다~!!
<나의 사랑 메기>가 눈에 들어오네요 ^^

반유행열반인 2021-09-09 18:39   좋아요 6 | URL
저 중에서 유일하게 본 책이에요 ㅋㅋ김금희 소설은 사랑입니다. ㅎㅎㅎ

오거서 2021-09-09 19: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 아니라도 남돈내산 최고죠! ^^
그러나 세상에 완전 공짜는 없는 것 같아요…

반유행열반인 2021-09-09 19:57   좋아요 3 | URL
오거서님 안녕하세요? 그렇죠? 저도 잘 몰랐는데 작년 올해 책 받고나니 괜히 좋아서ㅋㅋㅋㅋ 책 대신 월급을 올려주는 편이 더 좋을지도요 ㅋㅋㅋ

오거서 2021-09-09 20:05   좋아요 4 | URL
인사가 늦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물론 책 받아서 좋지 않을 수 있겠어요. 그 마음을 잘 알지요. 부럽기도 하구요.
제 경험 상 말씀 드리지만, 돈을 주는 대신 물건을 준다든지 비슷한 값어치에 해당하는 것으로 퉁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완전한 공짜는 아닐 수 있다. 아니면 앞으로 빡세게 당할지도 모르고요.
지금 저도 부러워서 말을 건네는 것이니 마음에 담아두지는 마시길! 제 장바구니에 <원소의 이름> 담겨 있는데 반갑네요. ㅎㅎ ^^

반유행열반인 2021-09-09 20:52   좋아요 1 | URL
네 사실 이미 직장에서 스트레스가 많아서 사탕발림 같은 선물이긴 합니다 ㅠㅠ

2021-09-09 2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9-09 2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9-09 2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yo 2021-09-09 20: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 모서리들 빳빳한것 좀 보소..... 아 이쁜것들 😍

반유행열반인 2021-09-09 20:53   좋아요 2 | URL
내가 고른 새 책은 언제 봐도 예뻐요 ㅎㅎ

얄라알라 2021-09-10 19:56   좋아요 0 | URL
ㅋㅋㅋsyo님 부러움이 느무 노골적이시구마. ㅋ

붕붕툐툐 2021-09-09 23: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그러구 보니 저도 어디서 책 사준다고 하면 고를 땐 완전 신나서 고르는데 막상 내 손에 들어오면 읽게가 안 되는 거 같아요~ 내 돈 내고 살 수 없는 애매한 책을 골라서 그러는 걸까요? 갑자기 급 궁금!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9-10 06:26   좋아요 1 | URL
당장 내 돈이라도 내고 사 보겠어! 하는 절실함보다 소장각이지만 덜 급한(?) 그리고 왠지 간지나는(?)걸 골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ㅋㅋㅋ

Yeagene 2021-09-09 23: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직장인 것 같습니다.요 며칠 열반인님 글이 안올라와서 궁금했네요ㅎㅎ이제는 열반인님 글을 매일 봐야하는 1인이 됐나봐요...

반유행열반인 2021-09-10 06:27   좋아요 1 | URL
예진님 이렇게나 아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게 감사합니다 ㅎㅎㅎ책을 읽어야 뭐라도 쓰는데 읽기가 게으른 날들인가 봅니다. 부지런히 읽고 쓸게요!!!!

닷슈 2021-09-10 00: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종의 기원 멋집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9-10 06:28   좋아요 1 | URL
원래 중고로 사둔 을유문화사 옛날판(누가 볼펜 막 그어둠 ㅋㅋㅋ) 읽다 포기했었는데 새 책이 완전 예쁘게 나왔더라구요. 저거랑 다이제스트판, 정유정 종의 기원(?)까지 종의 기원만 네 권 가지고 안 읽은 기록을 세워 버렸습니다 ㅋㅋㅋ

얄라알라 2021-09-10 19: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할매의 탄생이 가장 읽고 싶네요~~ 요즘 할줌마란 낮춤말도 새로 떴던데, 할매는 그래도 어감이 사뭇 달라요^^

반유행열반인 2021-09-10 20:07   좋아요 0 | URL
이 책 경상도 방언이 생생하게 살아 있어서 흥미 가졌는데 초반 조금 보고 일 년 가까이 쉬고 있어요 ㅎㅎㅎㅎ표지 할매들 복장이 참 현란하죠 ㅋㅋㅋ
 
[eBook] 두 번 사는 소녀 밀레니엄 (문학동네) 6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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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6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2013년인가, 데이빗 핀처의 영화를 놓친 걸 알고 놀랐다. 내가 아기 낳고 키우는 사이 슬며시 개봉했다 사라져 버렸어… ‘밀레니엄-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을 다운로드 받아 보았다. 충격적인데 너무 좋았다. 루니 마라가 맡은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매력에 푹 빠져가지고 나도 막 시꺼멓게 입고 반항아처럼 돌아다녔다. 나이 서른에 ㅋㅋㅋ 나는 그때까지 007도 한 번 본 적 없어서 다니엘 크레이그를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로 처음 만났는데 그 캐릭터 또한 멋졌다. 그래서 연달아 영화를 두 번 보고 그러다가 2014년에는 원작 소설 여섯 권(문동에서 판권 사서 세 권으로 합본 내기 전엔 웅진계열 뿔 이라는 곳에서 같은 번역판으로 한 시리즈를 둘씩 쪼갰는데 그걸 봄)을 두 달 동안 신나게 읽었다. 작가 스티그 라르손이 후속작을 준비 중 돌아가신 걸 알고 진심으로 안타까웠다…아 리스베트 더 보고 싶다고…다 읽고 나서 스웨덴에서는 밀레니엄 첫 시리즈 말고도 책으로 나온 전체 시리즈가 영화로 나온 걸 알고 또 구해서 열심히 봤다. 헐리우드판에 비해 스웨덴 영화 배우들은…연세가 지긋했다. 연세가 지긋해 보이는 미카엘이 연세가 지긋해 보이는 에리카랑 사랑하는 모습을 보며 이것이 진정 복지 고령 국가의 클래스인가 싶었다. 누미 라파스의 건장한 이미지도 내가 생각하는 마르고 작은 리스베트의 이미지랑은 조금 거리가 멀었지만 그럭저럭 익숙해져서 재미있게 보았다. 그렇게 소설이 미완된 아쉬움을 달래고 있었는데…

일년 후에 와, 누군가 후속작을 써 줬다!!!! 2015년에 영문판으로 ‘거미줄에 걸린 소녀’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검색해보니 근데 허접해…하길래 큰 기대 안 하다가 2017년 번역판이 나와서 덥썩 사서 봤다. 분량도 전개도 아쉬움은 있었지만 누군가 밀레니엄이라는 큰 산을 짊어지고 마무리 지어주려고 애쓰는 게 고맙기도 해서 다음 해 나온 ’받은 만큼 복수하는 소녀’도 그해 마지막 책으로 잘 봤다. 그런데 내가 사면 두 책 자꾸만 전자도서관에 올라와서 빡쳐서…2020년에 완결편 ‘두 번 사는 소녀’ 나왔다는 소식에 이거도 올라오겠지? 하고 기다렸는데 1년이 지나도록 결국 안 올라왔다. ㅋㅋㅋㅋㅋ결국 올해 사버렸다. 스티그 라르손 책은 전부 종이로,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책은 전부 전자책으로 소장해버렸네…

마지막 시리즈 책을 펼친 날이 8월15일인데, 공교롭게도 이야기의 시작이 8월 15일이어서 오오, 그럼 책의 날짜 순서대로 읽어나가면 재미있겠다, 하고 계획을 세웠지만…초반 조금 읽다 말고 멈춰버려서 9월이 되도록 8월 20며칠을 못 넘어갔다 ㅋㅋㅋㅋ그러다가 다시 읽기 시작하니 역시 책장이 후다다다닥 넘어가서 소설의 마지막 일자는 9월9일이지만 9월6일에 다 읽었다.

리스베트 살란데르는 초능력 수준의 기억력과 분석력, 해킹 기술을 가진 퀴어 여성이다. 그의 부친 살라첸코는 러시아에서 스웨덴으로 망명한 스파이 출신인데, 리스베트의 어머니를 폭행하고 강간하며 온갖 못된 짓을 하고다니는데도 그가 가진 정보, 영향력으로 인해 당국은 그의 잘못을 묵인한다. 리스베트는 애비의 폭력을 멈추기 위해 휘발유가 든 불붙은 우유곽을 그에게 던져 화상을 입히고, 덕분에 오랜동안 정신병원에 갇혀 치료를 빙자한 학대를 당한다. 정신과 입원 전력으로 인해 그는 성년이 되어서도 후견인을 지정받고, 첫 후견인은 훌륭한 사람으로 그를 제대로 보호했지만 그가 건강이 나빠져 두번째로 후견인 지정된 개같은 새끼는 리스베트를 강간하고 학대한다. 데이빗 핀처판 영화에서는 그 장면이 너무 강렬하고 더러워서 오랫동안 슬펐다. 퉤퉤.
어쨌거나 사회도 가족도 법망도 보호는 커녕 그를 괴롭히는데도 리스베트는 와습이라는 유명 해커로 무럭무럭 자라나 알아서 잘 살아간다. 그와중에 재벌 방예르 가문의 의뢰로 사설 탐정일을 하게 된 잡지 ‘밀레니엄’의 언론인 미카엘 블롬크비스트와 리스베트가 우연히 만나게 된다. 그들은 여섯 시리즈 동안(?) 스웨덴과 다른 나라를 넘나드는 온갖 범죄 사건에 엮이고 각자 또는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마지막 시리즈는 의문의 이주자의 죽음으로 시작해 에베레스트 산까지 오르다가 리스베트와 그의 쌍둥이 자매 카밀라의 마지막 대결로 마무리를 짓는다. 책 덕분에 알게된 레인보우 랠리에 남겨진 산악인들 사진도 괜히 찾아보고 슬퍼졌고, 마지막 배경인 용광로는 나름 극적인 장치로 동원된 것 같긴 하지만 역시나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결말이었다. 주인공들 죽어라 고생시키고 고통 받게 하다가 그냥 휘리릭 끝나는 느낌이라 너무 액션영화 클리셰 같았지만 뭐 내가 작가라도 이거 빨리 끝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했을 것 같기도 하다.

마음 속에 영웅 같은 건 잘 품지 못하는 성격이지만 픽션 인물 중에 리스베트와 미카엘 만큼은 가장 아끼고 좋아하는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독후감 쓰고 보니 스티그 라르손 이후 작품은 순 아쉬움 아쉬움 아쉬움…일관이지만 그래도 빠이빠이 하고 보내줄 시간을 7년 이나 더 늘려준 다비드 라게르크란츠에게 감사를 ㅋㅋㅋ 그리고 스티그 라르손(작가님) 홀게르 팔름그렌(이분은 실존 인물은 아니지만 리스베트 첫 후견인) 다들 편히 쉬소서… 리스베트는 진짜로 마침표 찍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사진은 루니마라의 리스베트…나 이런 취향이었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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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gene 2021-09-06 22: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엇...이 시리즈 제목은 많이 들어봤는데,루니마라가 저런 머리하고 출연한 건 몰랐네요;;;;

반유행열반인 2021-09-07 07:06   좋아요 1 | URL
저도 핀처 소셜네트워크에서 저커버그가 빙구짓 하는 거 까고 가는 사람이랑 동일인물일 줄은 ㅋㅋㅋ눈썹까지 허옇게 탈색하고 나와요 ㅋㅋㅋ

미미 2021-09-06 23: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영화 보고 코 뚫을뻔ㅋㅋㅋㅋ대신 귀 피어싱만 했지요😆 열반인님처럼 소설도 전부 읽어보고 싶세요~♡

반유행열반인 2021-09-07 07:08   좋아요 2 | URL
미미님은 뚫으셨군요 저는 몸에 용 아니라 뭐라도 그림 그리고(?)싶었는데 안 어울려! 하고 참았네요 ㅋㅋㅋㅋ소설 앞 세 시리즈는 정말 술술 넘어갑니다 ㅋㅋㅋㅋ잃시찾 읽는 독사력이면 삼일이면 될지도!!!

반유행열반인 2021-09-07 07:09   좋아요 2 | URL
독사 만듦 ㅋㅋㅋ독했니 ㅋㅋㅋ독서력이요 ㅋㅋㅋㅋ

미미 2021-09-07 10:46   좋아요 1 | URL
독사력 좋은데요? 독서력보다 강인한 느낌 리스베트처럼😆

반유행열반인 2021-09-07 10:49   좋아요 1 | URL
이 언니 센 캐 좋아하시는 센 캐 셨어 ㅋㅋㅋㅋㅋ좋으다 ㅋㅋㅋㅋ!!!!!

scott 2021-09-07 00: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거 킨들로만 구입하고 몇장 읽다가 ㅎㅎㅎ
스티그 라르손의 필력을 못 넘었지만
판매고는 많이 올린 것 같습니다
여자 친구가 미완성 원고 갖고 있는데
라르손의 법정 상속인 아부지와 동생 부자로 만들기 싫다고
공개 안한다공 ㅋㅋ
이시리즈 1편 읽고나서
베이글 커피 입에 달고 살았 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9-07 07:11   좋아요 2 | URL
저도 후속 시리즈는 그냥 얼른 스티그 라르손 보내주자 하는 긴 이별의 의미로다가 읽은 거 같아요. 이 책 뒷면에 작가 후기에 (제대로 안 보고 대충 봣지만) 그 라르손 부친 형제한테 감사 인사 붙어 있던 거 같던데.... 설마 새 시리즈도 지분 떼어가는 계약이면 좀 빡치겠네요 ㅋㅋ 베이글 먹규 싶어지네요 ㅋㅋㅋ
 
바른 자세를 위한 높이 조절 독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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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에 시켜 놓고 잊고 있었는데…9월10일에 온다던 독서대가 오늘 왔다!!! 두근두근!!!!!
예상대로 묵직하고 책 놓는 앞판 모서리 마감 잘 되어 있고 승강 레일(?)은 튼튼해 보인다. 가장 낮은 높이도 구조상 일반 독서대보다는 높고, 높이 조절도 필요한대로 자유자재로 쉽게 오르내린다. 야호. 서서도 책 읽겠다. ㅋㅋㅋㅋ
아쉬운 점은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 밑판이 크고 무거운 나무판 형태인데, 여기 모서리 마감은 라운딩 안 해놔서 필름 까지는 거도 염려되고 꼬맹이들이나 나나 긁힐 위험이 있어서 스카치테이프로 감싸두었다… 일반적인 벽에 붙은 책상에 두는 거면 문제 없겠지만 나는 쇼파 옆 간이 테이블에 놓고 쓸 거라…앞판 만큼 밑판까지 신경 썼더라면 만점일 건데 테이프로 날카롭고 뾰족한 테두리 감싸면서 마음 속에서 별 반 개 지움…그리고 리프팅 했을 때 레일이 드러나는데 거기 윤활유가 잘못하면 손에 묻어…고정은 되어 있는데 레일 커버? 일부도 마음대로 쥬르륵 내려옴…조작이 쉬우니 아이 있는 집은 급강하 사고나 손끼임도 조심해야 한다.
당장 받고 아직은 튼튼하니 마음에 드는데 더 써 보고 이상이 있으면 추가 후기 올리겠사옵니다…

사진 순서대로-지층, 중간층, 꼭대기!!! 아쉬운 밑판 마감 모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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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1-09-04 18: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얘가 말로만 듣던 열반 독서대 10인방의 10번째 녀석인가요....

반유행열반인 2021-09-04 18:11   좋아요 2 | URL
투머치독서대네요…항상 받고나면 후회한다 그만 좀 살 걸 하고요 ㅋㅋㅋ

페크pek0501 2021-09-04 18: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앗, 제 것과 비슷합니다. 나무로 된.
뒷부분도 비슷해요. 다만 높이 조절하는 건가요? 아랫 부분이 없어요. 제 것은.
앞으로 독서대로 즐거운 독서를 하시겠네요.^^

반유행열반인 2021-09-04 21:35   좋아요 2 | URL
아랫 부분이 특허 출원중?이라고 합니다 ㅋㅋㅋ즐거운 독서 기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페크님!

얄라알라 2021-09-04 19: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늦은 오후, 컨디션 괜찮으신 것 같아 좋네요^^
저는 지난번 열반인님 포스팅에서 요 독서대 보았지만 왠지 손가락 다칠 것 같아 겁나서 주문 못하고 눈으로만^^ 겁보 만보 ㅋㅋ

투 머치, 이젠 멈추시려나봐요. 두 자릿 수까지 가진 않으실듯^^

반유행열반인 2021-09-04 21:36   좋아요 3 | URL
네 아직까지는 1차 맞은 날보다 상태도 양호하고(그땐 막 쓰러져서 낮잠 잤네요...) 이 밤만 무사히 넘기면 되지 싶어요. 성인 쓰기엔 모서리 마감 날카로운 것 빼고는 높이 조절 부분은 그렇게 위험하지 않아 보여요. 조절할 때 책 올린 채로 하지만 않으면 괜찮을 듯요. 마지막 독서대 해야죠...또 사면 진짜 내가 독서대다(?)ㅋㅋㅋ

파이버 2021-09-04 19: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진짜 무거워 보이긴 한데 거북목 보유자로서 솔깃합니다. 튼튼하다니 다행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9-04 21:38   좋아요 4 | URL
저는 제일 저렴할 때 사서 지금은 그때보다 육천원이 올라서 막막 권하긴 조심스러운데요. 가격 대비 기능이 나쁘진 않아서 독서대가 아예 없거나 뿌서진 사람에게는 새로 살 때 한 번 사셔도...할 거 같아요. 휴대성은 밑판이 추가된데다 이킬로 넘으니 조금 떨어지구요.

새파랑 2021-09-04 20:2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도 왠지 무겁고 튼튼해 보이네요 ~! 가지고 싶어요~!!

반유행열반인 2021-09-04 21:39   좋아요 4 | URL
지금 쓰시는 거 뿌서지면(?) 하나 장만하셔요 ㅎㅎㅎ그땐 더 좋은 게 나올지도요...막 날아다니는 독서대라든가...누워서 쓰는 독서대 엄청 비싼거도 있던데 그건 꼬지다고 하더라고요.

scott 2021-09-04 20:28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이거슨 진정 목이 기이~인 저를 위한 ㅋㅋ 독서대!
벽돌책은 올려 놓았다가는 승강기 고장 날 수도 있겠죠!
이 독서대는 대물림도 가능! 할것 같습니다. ^ㅅ^

반유행열반인 2021-09-04 21:40   좋아요 3 | URL
정녕 스콧님 현실 캐릭터 매우 궁금해지네요 ㅎㅎ목이 길고 음미체 골고루 강하고 세계를 두루 다니며 온갖 언어(체코어 등등!!)에 능통하고!!! 애들이 안 고장내면 가위바위보 해서 대물림해야겠네요. ㅋㅋ

초딩 2021-09-04 21: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이거 물건이네요!!!
대박 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9-04 21:41   좋아요 2 | URL
아직 온지 하루 밖에 안 되어서 막 영업하기는 망설여지네요. 가격이 사악한 건 아닌데 자리는 떡 차지하는 큰 부피라 쉽사리 들여놓으시라 하기엔 신중신중 ㅋㅋ

라로 2021-09-05 08: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같은 거 샀어요. 아직 한국에 있어요. 미국으로 보내는 선편우편물 잠시 접수 중지라 아직 보내지도 않았어요. 하지만, 책이랑 저 거대한 독서대가 와도 읽기는 커녕 놓을 자리가 없을 것 같아서 한편으로 다행이다 이러고 있어요.

반유행열반인 2021-09-05 09:57   좋아요 2 | URL
우와 라로님이랑 똑같은 독서대다! 하고 책 볼 때마다 생각나겠어요 ㅎㅎㅎ 저 궁금해서 검색하다보니 원래 쓰던 둘리 독서대도 알라딘이 이 회사에 주문해서 만든 거더라구요. 그렇다면 새 독서대도 쓸만할 것 같기도요 ㅋㅋㅋ(그러면서 같은 회사 2단 독서대도 또 눈독들이고 있어…정신 차리라고 해주세요 ㅋㅋㅋ)

막시무스 2021-09-06 07: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상위에 엘베 설치완료 했습니다! 항균기능이 있어 코로나 바이러스가 둥지를 틀지는 않겠죠!ㅋ 즐건 한주되십시요!ㅎ

얄라알라 2021-09-06 10:16   좋아요 3 | URL
책상 위 엘베가 대세^^ 라로님도 열반인도 막시무스님도.

무소유하려는 저를 흔드시네요^^

반유행열반인 2021-09-06 20:40   좋아요 1 | URL
같은 독서대 삼인방? 이 되셨군요 ㅋㅋㅋ 즐거운 독서 되시길 기원합니다 막시무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