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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1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 민음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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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12 치누아 아체베.

지난 달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읽고 독후감 쓴 걸 AI한테 읽어 보라 하면서 문득 궁금했다. 그 소설은 동아프리카에 한동안 머물던 백인 지주 관점에서 쓰였고, 탄자니아(케냐였나)지역 자연의 아름다움과, 유럽 출신 사람의 눈으로 바라본 지역민에 대한 애정, 그의 입장에서 느낀 유대감 같은 걸 담고 있었다. 그런데 그건 원주민 입장에서도 그럴까? 원주민 입장에서도 백인과 우정과 연대감을 느끼고 그걸 서술해 둔 작품도 있을까? 그런게 창작되었더라도 동족들에게 환영 받지 못하고 비난과 함께 매장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AI는 그런 내 질문에 원주민 관점의 소설로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를 읽어보라고 답했다. 마침 언젠가 소설책을 마련해뒀어서 마음만 먹으면 읽을 수 있었다. 연휴의 일곱 권 독서 중 마지막이 이 책이 되었다.

이 책을 읽어 보니, 책을 권한 AI조차 되게 외부자 관점이고 뭘 몰랐네 싶었다. 이전 읽은 소설이 동아프리카 지역이라면, 이번 소설은 서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이보족들의 마을들이 배경이었다. 난 백인과 원주민의 우호적 교류 같은 걸 물었는데, 선교사들에게 설득되어 개종하고 광신적 기독교도가 된 원주민들이 등장했지만, 그들이 이야기의 주축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은 갈등의 주된 부분이고 원주민 공동체의 전통과 단결을 무너뜨리는 쪽에 가까웠다.

이야기의 주인물인 오콩코는 세 부인(나중에는 두 명 더)과 그 자녀들을 데리고 살아가는 강인한 남자이다. 그는 게으르고 여성스럽고 능력없던 자신의 부친을 원망하고 부끄러워하면서, 그와는 정반대의 사람이 되고자 애쓴다. 열심히 일해서 가세를 일으키고, 강한 체력으로 훌륭한 씨름 선수의 모습을 보이고(그걸로 남의 여자도 꼬셔서 부인 삼는다), 마을 조상신의 강림 대리자 역할을 하는 에구구의 한 명으로도(비밀이지만) 활약하며 야심을 키운다. 그런 그도 연약했던 딸 에진마에게는 애틋한 사랑을 느끼면서도 숨기고, 마을 여인을 죽인 다른 마을 사람들로부터 배상처럼 데려온 소년 이케메푸나를 아들처럼 키우면서 결국 그의 죽음이 결정되었을 때 약해질 마음이 두려워 스스로 그 아이를 죽여버린다.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부인이나 아들을 마구 때리고, 소리를 지르고, 강함과 전통 유지의 상징 인물이지만, 현대의 관점으로 보면 그냥 개같은 폭력 가장이다.

마을 사람들이 주술에 의지하고, 쌍둥이를 버리거나, 죽은 아이를 악령 취급하며 토막내거나, 죽음에 대해 복수를 하기 보다는 보상을 하면 그걸로 끝내버리는 걸 그린 걸 보면 작가는 그런 잔인한 전통들까지 옹호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서구의 폭력에 맞서 전통을 옹호하다 숭고하게 죽은 인물로 오콩코를 묘사한 뒷표지의 글도 너무 해석을 닫아놓은 느낌이었다. 작가가 나이지리아의 폐습에 저항하고 끝없이 서구사회에서 배우고 연구하고 가르쳤던 걸 감안하면 오히려 오콩코는 시대착오적이고 폭력, 무대뽀로 침입자들을 밀어내려다 실패하고 굴욕을 참지 못해 역시나 가장 굴욕적인 방식으로 삶을 내버린 인물로 그려놓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콩코의 죽음과 함께 후반부 짤막한 부분에서 초점화자는 백인 치안판사로 옮겨간다. 자기 구미에 맞게 아프리카에 대해 서술하고 제목 붙이는 그 장면은 이전/이후로 아프리카가 겪는 수모와 고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싶었다.

얌으로 만든 푸푸란 음식이 궁금해 검색해보니, 한국에서도 이태원에 가면 푸푸, 에구시수프, 비터수프 같이 나이지리아 음식을 파는 가게가 있었다. 뭉뚱그려 그런 식당들을 아프리카 레스토랑, 하고 소개하는 페이지들도 있었지만, 좀 더 세세하게 직접 찾아다닌 후기를 남긴 어느 페이지를 보면, 나이지리아, 에티오피아, 모로코 등등 식당을 운영하는 이에 따라 음식 종류의 세부 구성도 좀 다르고, 아프리카의 서부/동부/북부 문화권의 종족이나 언어나 종교도 다 다르겠다 싶은 걸 알겠다. 우리를 ’아시아‘ 하면서 한중일아세안중앙아시아서아시아남부아시아 모두 뭉뚱그려 버리면 섭섭해할 거면서, 우리도 그냥 ’아프리카‘ 하고 그 다양한 인간들의 삶의 모습에 너무 무지하고 검은 한덩어리처럼 취급하면서 디테일한 차이와 특성에 대해 관심을 갖지 못해온 게 아닌가 싶다.

소설은 구전 문학 비슷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듯 서술되어서, 사실 이거다 하고 밑줄 친 문장은 없었다. 서사도 장장마다 바로 이어지지 않고 일단 어떤 상황이 발생한 걸 암시한 다음 뒤이어 구체적인 맥락과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식으로 이야기 하는 사람이 변죽 울리며 청자가 뒷이야기를 궁금해하게 만드는 구성이 많았다.

우무오피아 사람들은 아바메 사람들처럼 멸족했을까? 아니면 기독교로 개종해서 겨우 명맥만 잇고 문화적 유산들은 다 잊힌 채로 살게 되었을까? 나이지리아에 무척 많은 석유 매장량과 생산량에도 불구하고 그 혜택이 제대로 분배되지 못하고 군부나 정치인들만 부자가 되고 서민들은 여전히 가난한 채 석유 채굴로 오염된 니제르강에서 힘겹게 살고 있다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정말 에티오피아는 커피라도 사다 마시고 인류의 조상 이야기 할 때마다 들으니까 좀 관심을 가졌는데, 서아프리카는 아는게 참 없다. 영국이 지배하면서 이렇게 저렇게 부족간에 이간질하고 사이 나빠지고 하는 이야기는 어느 나라에서든 너무 자주 들어서 신기하지도 않다.

많이 궁금해도 가보기 쉽지 않은 나라들, 에이즈가 국민 절반 이상을 덮친 나라도 허다하고, 외부인들 보면 강도 대상으로 삼고, 그런 방식이 아니면 삶을 유지할 수도 없는 국가들이 많아서 대부분 여행 금지 구역 지정되어 가볼 수 없는 대륙, 방문하기엔 위험한 국가가 대부분인 게 안타깝다. 지도에 존재하지만 찾아가는 게 신기하고 찾아갈 이유를 찾기도 어려운 나라가 되어버리기까지 그 과정의 이야기 일부를 책에서나마 조금 엿본 것 같다. 많이는 읽지 못하더라도 가끔 이런저런 아프리카 국가들의 목소리 들려주는 소설을 읽고 싶은데, 읽어야겠는데, 첫 입부터 썼다. 이제는 외부인인 내가 가도 콜라 열매 같은 거 깨서 나눠주는 호의를 바랄 수 없을 마을의 오래전 모습이 아마도 글로만 남았다. 누군가 기를 쓰고 써서 그나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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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 근육의 해부학에서 피트니스까지, 삶을 지탱하는 근육의 모든 것
로이 밀스 지음, 고현석 옮김 / 해나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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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10 로이 밀스.

나도 내가 몸에, 뼈와 근육에 진심인 줄 잘 몰랐다. 정신차리고 보니 해부학이니 근육이니 들어가는 책이 한 코너를 이룰 만큼...막상 읽은 건 까해만 만화책 1,2권이랑 이번에 읽은 이 책이 다야…
원제는 ‘Muscle‘ 그리고 부제가 번역서의 제목이 되었다. 말미에서 근육 외의 움직임 요소를 다루긴 하지만, 책의 9할은 근육을 여러 분야의 다양한 관점으로 고찰한다.

수능 생명과학 공부할 때, 비교적 덜 어려운 추론형이라는 근수축 문제가 내게는 참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근육원섬유의 겹치거나 겹치지 않는 부분이 비례해서 줄고 늘고 하는 걸 퍼즐처럼 푸는 산수문제였다. 그저 미오신이랑 액틴이랑 어떤 메커니즘으로 근육을 수축, 이완시키는지, 거기에 ATP가 어떻게 기여하는지, 이런 거나 배우면 좀더 생명 과학에 가까웠을 것 같다. 내가 끝내 못해서 욕하는 건 아니고, 시험에서 재빠르게 숫자놀음해서 I대 길이, 겹치는 부분 길이, M대 길이, 이런 거 빈칸 채우기 하는 건 헛짓거리 같다. 그렇지만 좋은 대학에 가려면 현 교육과정에서는 마스터해야 할 헛짓… 못하면 근수축 문제는 쉽잖아, 하고 다른 수험생들에게 비웃음도 당하는 그런 헛짓….

근육은 아니지만 뼈와 뼈를 연결하는 발목 인대 파열, 운동하다가 생긴 아마도 뼈와 근육을 연결하는 어깨 쪽(아마도 회전근개) 염증, 이런 부상을 입다보니 근육에 관해 더 관심이 생겼다. 덤벨들고 1,2,3,4kg 숫자를 늘려가고 단백질 음료를 맛별로 챙겨 마시는 것도 뭐 근육량...그놈의 골격근량 때문이겠죠… 작년 말 수험생활 마치고 몸무게는 44킬로그램대가 되었는데 체지방이 많고 골격근량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라는 데 충격을 받았었다. 나도 근육맨 되고 싶은데… 현실은 멸치...

저자 선생님은 근육을 세계 최고의 모터라고 칭송한다. 지금 내가 이렇게 손가락과 눈알을 이리저리 움직여가며 이 글을 쓰는 것도 소근육들이 협응하지 않으면 불가능했을 일… 내 뱃속의 번데기들(저녁으로 먹었는데 너네는 골격근 없고 외골격만 있나?)을 소화시키는 것도 민무늬근 내장근육이 내가 ‘소화시켜!’ 명령하지 않아도 저들 알아서 하는 일… 우리(비건님들 빼고)가 그렇게 맛있게 먹어대는 고기도 이전에는 누군가의 근육… 노령화되고 몸이 쇠약해지다가 결국 근육 손실로 사망에 이르는 걸 보면 장수, 건강의 비결은 근육에 있는 게 맞는 것 같고...그래서 산책 다니다보면 어르신들이 그렇게나 공원과 동산의 기구들을 열심히 얍얍 하고 계신가 보다.

오래도록 안 아프고 건강하게 살고 싶은 사람들은 이 책 같은 근육 이야기, 몸의 운동 이야기 공부하면 뭘 어째야 할지 조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프면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내 가까이의 사랑하는 사람들 걱정시키고 함께 보낼 행복한 시간도 줄어들고 그렇더라고요… 운동 뿐 아니라 공부고 글쓰기고 노래고 뭐고 다 근육으로 하는 겁니다. 저자 선생님한테 근육짱짱병이 옮았다!!!

+밑줄 긋기
-끈 모양의 힘줄은 인대를 구성하는 질긴 섬유질 물질과 동일한 물질로 구성돼 있다. 인대는 관절을 가로질러 뼈와 뼈를 연결하는 반면, 힘줄은 관절을 가로지르지만 근육과 뼈를 연결한다. 따라서 근육이 수축하면 근육-힘줄 쌍이 관절을 벌리거나, 좁히거나, 회전시킨다. (59, 이제 힘줄이랑 인대 헷갈리지 말아야지…)

-예를 들어, 근육의 모세혈관 밀도가 증가함에 따라 산소 전달이 용이해져 근육 피로의 시작이 지연된다. 심폐시스템의 적응은 운동 능력과 수행능력을 더욱 향상시킨다. 골격근 세포의 미토콘드리아는 반으로 쪼개졌다가 다시 늘어나는 것을 반복하며 반응하고, 이는 에너지가 풍부한 글리코겐과 지방을 저장하는 세포의 능력을 향상시킨다. 이 과정에서 세포나 미토콘드리아 모두의 크기가 눈에 띄게 변하지는 않는다. 전반적으로 지구력 훈련은 근육을 더 튼튼하게 만들지만 더 크게 만들지는 않는다. 노화, 그리고 노화에 의한 근력 약화는 골격근의 미토콘드리아 수 감소와 관련이 있으며,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이 주는 자극에 의해 부분적으로 완화된다. 현재로서는 미토콘드리아 수가 노화의 조절자인지 아니면 단순한 표지자인지는 불분명하다. 어느 쪽이든 유산소 운동은 효과가 있다. (146, 여기서 미토콘드리아 또 만나서 반갑구요… 좀 더 오래 젊으려면 유산소 하시구요. 유산소 운동-세포 내 미토콘드리아 수는 증가하나 세포나 미토콘드리아 크기는 별로 안 변함)

-(근력) 운동 자극으로 인해 세포의 크기는 커지지만 세포의 수 자체는 늘어나지 않는다. 또한 그 과정에서 미토콘드리아 대사 활동도 증가해 미토콘드리아는 더 많은 양의 ADP를 ATP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변화를 일으키려면 점진적인 과부하(스트레스)가 필요한데, 저항을 높이거나 훈련 세션에서 저항을 받는 횟수(렙, 반복횟수)를 늘리는 방식이 있다. 즉, 근육은 “긴장을 받는 시간” 또는 “훈련의 양”에 반응한다. (147, 쪼렙은 저항 높이기=증량하다 저처럼 염증 생기기 쉽구요… 반복 횟수를 늘리는 편이 나았겠구요…)

-근육 기억이란 이전에 훈련을 해 컨디셔닝이 돼 있었지만 현재는 컨디셔닝이 되어 있지 않은 근육이 다시 훈련을 하면 이전의 컨디셔닝 상태로 빠르게 회복된다는 뜻이며, 실험 동물과 사람 모두에서 관찰된 바 있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저항 운동에 대한 반응으로 근육 섬유가 핵을 추가하여 섬유 확대를 지원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운동을 하지 않아 근육이 운동 전 상태로 돌아가더라도 추가된 핵은 그대로 남는다. 따라서 다시 운동을 시작하면 조금만 노력해도 이미 늘어나있는 핵 덕분에 근육이 빠르게(다시) 성장할 수 있다. (150, 오 그러니까 근손실 너무 걱정말고 다쳤으면 충분한 휴식을…)

-우리가 현실적으로 궁금한 것은 정기적으로 저항 운동 위주의 근육 운동을 한 사람이 운동을 멈췄을 때 얼마나 오랫동안 근육량과 근력을 잃지 않고 유지할 수 있는지다. 휴식을 취한 뒤 웨이트 트레이닝을 재개하면 근육을 이전에 훈련한 상태로 회복할 수 있을까? 첫 번째 질문의 경우, 운동을 하지 않는 첫 3주 동안에는 측정 가능한 근력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후 근육은 훈련 전 상태로 되돌아가기 시작하지만, 노인의 경우에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얻은 근육의 일부가 최대 6개월 동안 유지된다. 또한 훈련을 재개하면 근육 성능이 회복될 수도 있다. 근력에 대한 조언은 “사용하지 않으면 잃는다”가 아니라 “사용하지 않아 천천히 대부분을 잃더라도 절망하지 말라. 회복할 수 있다”가 되어야 한다. (151, AI놈들도 제대로 설명 못해주던 요즘 가장 궁금한 질문에 이 책이 콕 집어 숫자까지 대면서 알려줬다.)

-적절한 단백질 섭취의 이점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없다. 예를 들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경우, 현재의 지배적인 조언은 근육이 가장 필요로 하는 때에, 즉 운동 직후에 근육에 20그램의 단백질을 보충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다양한 음식의 단백질 함량을 보여주는 표를 보고, 여러분의 식단과 맞으면서도 맛있고, 고칼로리가 아니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음식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출근하기 전에 스테이크를 먹기는 너무 부담스럽고, 대부분의 단백질바는 칼로리 함량이 너무 높다. 씹는 것을 좋아한다면 육포를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물에 섞어 마시는 단백질 파우더도 좋은 선택이다. (181, 헛짓거리 안 했던 거군...하고 안도하는 단백질 음료 처돌이)

-근육이 수축하고 있는 동안에 갑자기 근육을 길게 잡아 당기면 뭔가가 끊어진다. 이때 손상을 입는 부위는 힘줄과 뼈의 연결일 수도 있고, 힘줄이나 근육 자체, 또는 근육이 힘줄로 바뀌는 접합부일 수도 있다. 이 경우 날카로운 통증, 찢어진 혈관으로 인한 국소적인 멍, 그리고 부기가 발생한다. 그후에는 근육이 수축할 때마다 통증이 발생한다. (227, 운동 배우기 전에 내 몸에서 뭔가가 끊어질 수 있다는 것을 먼저 배우는 게 부상 예방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난 사후적 배움이다만…아니네 ‘운동독립’에서 부상 예방 그렇게 강조하는데도 다 까먹었던 것...)

-나는 편견이 없는 사람이지만, 근육이 세계 최고의 모터라고 당당히 주장하고 싶다. 이런 생각은 내가 만든 다음과 같은 기준에 기초한다. 그 기준은 내구성, 확장성, 보편성, 다용도성, 적응성, 효율성, 실용성 그리고 미학적 가치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모터는 이 모든 척도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해야 한다. (…) 100년 동안 계속 사용된 후에도 완벽하게 작동하는 전기 모터나 내연기관이 얼마나 있을까? 그린란드 상어처럼 500년 동안 계속 기능을 유지하는 전기모터나 내연기관이 있을까? 이와는 대조적으로, 수축하는 액틴/미오신 유닛은 수백만년 동안 존재해왔고, 완보동물에게서는 놀라울 정도의 회복력을 보인다.(…) 액틴/ 미오신 이외의 모터는 이런 극한 환경을 견디기 어렵다. 따라서 내구성이라는 기준에서 나는 근육에게 찬사를 보낸다. (309-310, 근육 내구도 짱짱 하는 근육 전문가 선생님의 자부심이 느껴짐. 이후로도 확장성 짱, 보편성은 2등, 다용도성(육해공 다) 짱, 효율성은 좀 애매해...한다. 실용성과 미학적 가치는 뭐 그때그때 다르죠--그치만 나는 근육보다 더 실용적이고 매혹적인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한다.)

-MRS GREN을 잊지 말길 바란다. 분자 모터가 움직임(M)을 담당한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 책에서 보았듯이, 분자 모터는 우리 몸의 다른 기능들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나팔관에 섬모가 없다면, 정자에 편모가 없다면, 자궁에 근육이 없다면 생식(R)이 가능할 수 있을까? 소리에 대한 감각(S)은 귀 안의 작은 근육과 전기 활성화 분자 모터에 의한 변조와 증폭이 필요하고, 많은 동물은 소리가 나는 위치를 파악해 소리를 더 잘 듣기 위해 외이를 움직이는 것이 생존에 중요하다. 미각, 후각, 시각도 움직임으로부터 이익을 얻는다. 성장(G)은 액틴과 미오신이 협력해 한 개의 세포를 두 개로 반복적으로 분할하는 과정인 세포 분열을 수없이 많이 요구한다. 호흡(R)은 흉벽과 횡격막을 움직이는 근육을 요구하며, 코와 기관지의 섬모는 호흡기를 깨끗하게 유지한다. 배설(E )은 수뇨관의 연동운동, 방광을 조절하는 괄약근의 움직임에 의존한다. 영양(N)은 소화계를 둘러싼 민무늬근의 도움을 받는다. (314, 주마등 같은 나가는 말의 일부를 퍼 왔다. 로이 밀스 선생님께서 잊지 말라고 하시잖아…)

-아직은 저항 운동이 내 삶을 바꾸었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저항 운동을 하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고, 다음 세션을 기대하게 된다. 또한 나는 저항 운동을 함으로써 내 건강을 적극적으로 챙기고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식단 관리를 더 정밀하게 하게 된 것도 저항 운동이 내게 준 보너스다. (316, 저도 비슷한 느낌을 알게 되어서 다행일까요. 반대로 저항 운동을 못하면 좀 안타까워 집니다. 중독일까요...)


+나의 해부학+인체 콜렉션
+운동 안 하면 큰일 날 것 같은 무서운 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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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품
박상륭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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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06 박상륭.


박상륭 선생님을 이 년 만에 뵈옵습니다. 그때도 지난한 여름이었지요. 육신은 8년 전에 영면하셨으니 지금쯤 바르도 어디에서 또 무얼 들여다보고 계실 것도 같은데, 할 말이 여태 남아 쉬이 해탈 열반하지는 않으셨을 것 같아 제 맘대로 어디 가둬둬서 송구합니다.

사실 그냥 냅둬도 더운 여름에 해골 패는 이 책 끄집어낸 나한테 더 송구하다. 박상륭 전집의 ‘상’권(이름 가운데자라 둘째권임)에는 그의 장편소설과 산문집이 실려 있고, 죽음의 한 연구랑, 이 소설까지 봤으니 절반 이상은
온 것 같다. 전집은 두꺼워서 보기 힘들어서 2019년에 미리 사놨던 ‘잡설품’ 단행본으로다가 읽었다. 전집의 한 권으로 굵게 묶인 책에 아직 남은 ‘신을 죽인 자의 행로는 쓸쓸했도다’랑 ‘산해기’는 글쎄 또 한 이 년 있다 보든가 해야지...힘들었어…

땅 속 무덤에 산 채로 갇혔던 칠조가 순례자로 뿅 튀어나와 유리를 떠나 문잘배쉐란 땅에 다시 등장했다. 반갑긴 한데 촛불중 특유의 합습지, 말투 안 쓰고 젊어 죽어 놓고 혼만 늙었는지 노승이나 신선 티를 내면서 이야기를 거들고 다녔다. 그러니까 주인공은 아니다. 굳이 주인공 따지자면 성배 지기인 앓는 어부왕 구하겠다고 나비인지 불새인지 잡겠다고 나선 어린 시동이가 중심 인물이다. 용인지 뱀인지 무찌르고 공주 구한다고 나서는 왕자인지 기사인지가 칠조어론에서도 한참 동화, 신화로 등장했는데, 여기 시동이는 무슨 모험을 했는지 중간 과정은 딱 생략이다. 출발 전에 한참 미적이고, 그러다 아마도 것11(다른 나라 공주, 아마도 불새)이랑 잠결에 얽히기도 하고, 그러다 어느 순간 돌아왔는지, 아님 출발도 안 하고 거기 붙박여서 뇌내망상으로만 광야를 헤맸던지, 혼자 회상도 하고, 혼잣말도 하고, 순례자랑 티키타카도 하고 그러다가 해골바가지가 된다. 이건 침을 마시긴 마셨는데 팔조인지 구조인지 십조인지 모르겠네. 인간은 모두가 다 죽으니까 뭐 끝에선 다 죽는 거 뭐 틀린 건 아닌데, 박상륭 할아버지 여자들은 너무 일찍일찍 죽여버린다. 애틋하게 죽여버려가지고 좀 눈물 핑 도는 도구로 늘 쓰는 것 같아서 마음에는 안 든다.

소설 아니고 잡설이라고 해 놓고, 민주주의, 사회주의, 여성주의, 온갖 이즘들 들었다 놨다 주절주절 불만도 풀고, 축구팬덤도 좀 까고, 그냥 아무말 잔치를 하기 때문에
나는 이 시절에 이걸 왜 읽는지 모르겠다...하면서도 얼른 다 읽고 탈출해야지, 하는 심정으로 읽었다. 기껏 읽었더니 ‘모든끝은그러나시작에물려있음을! 아으, 그런즉슨, 시작하지 말지어다!’ 하며 매조지 하니까 아 그러게요...읽기 시작을 말 걸 다시처음부터다시처음, 하시는 군요…

아무래도 생고생 하고 연극이 끝나고 난 후의 평안을 누리려고 나는 이 책을 들여다봤나 보다. 덤벨 잘못 들어 팔이랑 어깨 아파서 일주일째 운동 못해 서글픈 거 빼고는 나는 평온하다. 별일 없이 산다. 사실 엄청 잘 지낸다. 그래서 굳이 사서 고생하는 구도자들, 굳이 출가/가출해서 뭘 찾겠다고 헤매는 시동이들 보면서 난 이제 그런 거 안 해, 한다. 돌아보면 사서 고생 전문가 나였는데… 그 버릇 못 버리고 작은 고생이나마 읽기 고역인 고약스러운 책들로 맛만 본다. 이제는 적당히 단맛이랑 단백질맛만 보려구요. 행복해지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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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나서’-이 잡설꾼이, 언제 저런 제목의 잡소리도 썼던가, 의문할 이들도 몇 있을 듯하다. 말이 나온 김에 아예, 절판된 그것들의 연대순이라도 밝혀두는 것은 해스러울 듯하지는 않다. ‘민음사’ 간행, “박상륭 소설집”(1971)‘유리장’의 ‘노트’에 “시간에 있어서의 오두의 문제는, 아직 발표되지 않은 나의 장편 ”요나서“의 주제가 되어 있기 때문에, 이 소설에선 요약에 그쳤다”고, 밝혀졌던 바의 그것이, 나중에 ‘한국문학사’에 주간으로 있던 때, 이문구공이 산파 역을 담당해, 수년 후에나 출판을 본, ‘죽음의 한 연구’(1975)의 (또 그 빌어먹을 누무) ‘노트’(냐?)에, “졸작 ”죽음의 한 연구“는 그리고, 다른 졸작 ‘유리장’의 ‘노트’에서 ”요나서“라고 밝혀졌던 그것이 개제를 당한 것이라는 것을, 밝혀두는 일은 꼭히 필요한 듯하다“라고, 밝히고 있는 그것이다. (그러고도 그것도, 돈 벌기에 해를 여러 개씩이나 저물리고 난 끝에, 가능했던 ‘자비출판’을 통해 햇빛을 보게 되었더라는 것도, 말해두자.) 이후, 작고한 김현 교수의 귀띔에 좇아, ‘문학과지성사’(1986)에서 재출간을 본 것이, 현존판 ‘죽음의 한 연구’인 것. 그런즉 왜 새삼스럽게 ”요나서“이겠느냐는 의문이 들 것도 분명한데, 그것은, 그것이 들먹여져야 되는, 본문의 전후 사정을 고려한다면, 구태여 대답을 만들지 안해도 될 듯하다. 요나의 레비아탄의 뱃속으로부터 탈출의 얘기-그것이 가제 ”요나서“였던 것이다. 이 레비아탄은, 중첩된 바르도이거나, 상사라이다. 고해 속에 자맥질하는 고래, 그 고래 뱃속에 삼켜진 요나, 아으, 그리고 누구는 요나 아닌 이도 있는가? 이 고래 뱃속은, 숨 막히도록 어둡고, 비리지 않는가? (돌, 소설하기의 잡스러움!) (499, 책을 읽기 전 미주 부터 공부하고 가는 편이 낫지, 하고 읽다 18번 주석에서 죽음의 한 연구가 이문구 덕에 자비출판 했다가, 김현 덕에 재출간 해서 나온 거지롱, 사실 제목 갈기 전엔 ‘요나서’였지롱, 뭐 이런 시시콜콜 뒷이야기를 풀어주는 게 재미있어서 퍼왔다. 한자 많은데 못 읽는 거 많아서 네이버 한자에 끄적끄적 검색한 건 안 비밀…박상륭을 읽을 한자 약한 분들은 네이버한자사전을 깔아두면 좋습니다...)

-그 죄로 로키는, 신들의 손에 죽임당한, 자기 아들놈의 열두 발 창자(가 오랏줄로 쓰였던 모양이다)에 단단히 묶여, 이 세상에서는 그중 어두운, 찬 동굴바닥에 던져졌으며, 그 얼굴 위에로, 그 천정에 매단 독사의 독아에 독액이 고이는 대로 떨어져내리게 했더라 하는데, 모두 그를 버렸음에도, 평생을 충실하게 그를 지켜주어온 그의 안댁 시긴 만은, 그런 자를 남편이라고, 그래도 그의 곁에 남아, 나무그릇에 그 독을 받아, 채워지는 대로, 다른 자리에다 엎질러내고 하기를 라그나뢰크까지 했던 모양인데, 아무리 로키라고, 이런 옌네를 두고, 과연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느꼈겠는가? 저런순 로키까지도, 저주키는커녕 애정으로 지켜주려는 시긴이, 지척에 와 있는 라그나뢰크를 지연시키고 있을 테다. 남성우선주의도 비슷한 냄새 같은 것이 좀 풍기는 듯도 싶어, 시긴들에 관해서 말하지 못한 것은 어쨌든 유감이다. 로키는 그러나, 자기의 혀가 뽑혀, 천정에 매달려, 자기를 모욕하고, 고문해대고 있다는 것은 알지 말았으면 좋겠다.
티 베미(Thus I say.) (501, 추기? 수기? 책 가장 말미의 이 부분 나만 러브레터로 읽었냐.)

-것11: (…) 그이 말씀으론, 그건 금서에 속한 것이지만, Tchacos본 “유다”라는 외전에 의하면, 유다는, 그런 역을 맡도록, 운명적으로 예정되었던, 어쩌면 축복받은 선택된 자였다고 하데유. (마님을 향해) 그렇다면 그도, 주의 어떤 대의나 목적을 위해, 주와 다른 쪽에서, 아주 큰 몫을 담당해 있었을 것이라고 하던데유.
(…) 하온데, 소녀가 그 순례자로부터 또 들었삽기는, 유다는, 모세-카인-오이디푸스라는, 셋의 인격체, 아, 아니겠삽지요, 셋의 전설체라고 해야겠삽지유, 하나가 되어 있는 자더군유. (47, 어제 진격의 거인 파이널 파트3를 다 봤는데 말이다, 약간은 스포일러지만 엘렌 예거도 그딴 소리를 하면서 질질 짜고 죽기 시러-하던데. 박상륭 선생님도 빌런에관심많아병에 걸리셨던 모양이다.)

-투미하다:어리석고 둔하다.

-뒤꿈치에서 연기가 풀풀 나도록 달리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기다려야 되는 인고키 어려운 하품의 시간, 확대한다면, 거의 무의미하기까지 한 삶, 그것이 역마을의 시간인 것. 그 극복하기 어려운 시간의, 그 삶의 짐승의 뱃속에서, 죽음을 극복하고 튕기쳐나기 위해, (거 무슨 잡동사니를 모아놓았는지, 아무리 뒤적여보아도, 뭣 하나 짚여지는 것이 없어, 난독성 짜증에 부아까지 치미는, 유리의 계룡산 자락에서 살다 내려왔다는,) 박성모씨라는 잡소리꾼의 품바타령 듣는다고, 하릴없는 시간을 허비하겠는가? ‘요나서’(위에서 미리 보고 온 18번 미주)얘기겠네만, 저 레비아탄의 뱃속을 벗어나기 위해서? 그러다 보면, 희망 없는, 시간이라는 레비아탄의 뱃속에서 토해져 나올 일이겠는가?(“니브리티를 성취치 못한 유정은 어떤 것이라도, 한번도, 이 짐승의 뱃속-축생도-을 벗어나본 일이 없다고 한다면, 유정들은, 보다 더 눈에 힘을 주어, 자기네들이 ‘밖’이라고 이해하는, 그 ‘무엇의 안’인 것을 면밀히 관찰해보아야겠습지. (칠조어론 1권 9쪽..)(387-388, 꾸역꾸역 이쯤까지 밀고 나가다가 나는 시대착오, 우리는 잘못된 만남...하는 차에 셀프로 난독 짜증나지? ㅋㅋ 이래버려서 알면서 뭘 이렇게 구질구질 누가 읽으라고 남겨놓으셨대요...했다. 유튜브 없고 에이아이 없고 영화 없고 만화 없는 세상에서 우리 만났더라면 좀 그럴싸하다 하고 읽었을까요. 컴퓨터도 없이 가출할 때 들고나와 방구석에서 읽던 20여년 전의 죽음의 한 연구처럼요.)

-해당화보다 붉어진 눈으로, 새로 다시, 광야를 내어다보기 시작했다. 적멸도 비슷한 것을, 대무를 내어다보기 시작했다. 아직도 눈알을 눈두멍 속에 갖고 있다는 것은, 좋았다. (425, ㅋㅋㅋ 자기 눈알 후벼 파려다 뭣하러, 이러고 포기하고난 시종. 나도 내 혀가 아직 입구멍에 박혀 있는 게 좋다.)

-어쨌거나, 요즘 먹이를 날라 오는 이 비둘기는, 어찌나 상냥하고 정이 많은지, 이냥 돌아가려는 대신, 시동이의 무릎에도 앉고, 손바닥에도 오르며, 가슴에도 포옥 안겨, 시동이를 빤히 올려다보다, 시동이의 갈라 터진 입술을, 더듬는 듯, 부리로 부드럽게 쪼기도 하고, 또 아무것도 쪼아낼 것 없는 바닥을 헤쳐, 뭐든 입에 넣어서 해롭지 않을 것, 예를 들면, 죽은 무슨 벌레의 껍질이거나, 검불 부스러기 같은 것을 찾아내, 시동이의 입에 넣어주기도 하고 그랬다. 그러며 지는 해를 안타까워해 하는 듯이 해보이기도 했는데, 그 빛이 좀 남았을 때, 새는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였을 것이다. 새도 눈물을 흘리는지는 몰라도, 떠나려 날개깃을 여밀 땐,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는 듯이 시동은 들여다보곤 했는데, 새는, 그날치의 이별이 슬퍼 그러는 모양이었다. 시동이도, 그날치의 이별이 슬프고 했다. (463, 내가 그 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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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5-08-07 04: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서도 ˝바르도˝가 나오는군요. 배운지 얼마 되지 않는 단어라 반갑네요.

반유행열반인 2025-08-07 09:46   좋아요 1 | URL
칠조어론에도 아마 나올 거예요 ㅋㅋㅋ연옥보다는 좀 희망적인 동네 같네요ㅋㅋㅋ

yamoo 2025-08-07 1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흠....박상륭 소설이네요!! 여름에, 이 더위에 이 책을 읽으시다뉘....대단하십니다요!!ㅎㅎ

반유행열반인 2025-08-07 12:23   좋아요 0 | URL
읽었다기엔 부끄럽고 그냥 끼고 눈 뜬 채 졸았다는 게 옳겠습니다요...감사합니다 야무님!
 
구관조 씻기기 - 제31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 민음의 시 189
황인찬 지음 / 민음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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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13 황인찬.

새 시집이 나오지 않았다면, 아마도 황인찬 시인이 지은 책은 다 봤다, 말할 수 있다. 산문집도 그림책도 다 읽었으니까. 엮은 책이랑 단체로 낸 책은 뺄게…

10년도 더 전에 20대 시인이 낸 첫 시집은 가장 나중으로 내버려 두었다. 내가 좀 더 너그러워진 뒤에 읽어야지 했다. 종이시집과 전자시집 둘다 사고 (겨우)두 번 읽은 ‘사랑을 위한 되풀이’가 내겐 가장 농익은 시절로 여겨지고, ‘이건 내 마음이라고 하자’는 이제 익다 못해 약간 파과(벌써. 그런데 알코올 발효도 식초 발효도 숙성도 아니고 하여간에 조금 슬픈 정도의 맛과 신선도)를 먹는 느낌으로 읽었다. 지금 읽으면 또 다를 지도 모르겠다.

느리게 썼을 시들을 인스타 릴스 보듯 빠르게 빠르게 읽어 버리는 건 제대로 시를 읽는 법을 모르는 놈의 읽기 아닌 그냥 보기 아닌가. 제대로 시를 읽는 법이란 무엇인지 사실 잘 모르겠다. 한 두 명만 잡고 난 얘들만 패, 하고 전작 파는 것도 그래도 좀 니가 평론 쓸 것도 아닌데 그렇게까지 읽으면 팬덤 아니냐 싶기도 하지만(그래서 내 일타는 황인찬 이타는 양안다 그런데 사 놓은 오세영 할아버지 시 선집도 읽고 싶긴 한데 너무 두껍다). 추구미는 지드래곤(아이참 권지용과 황인찬은 동갑이야)과 장원영(장원영은 나보다 무려 20살이 어려 세상에, 나보다 어린 사람도 세상에는 있다 많다 저출산이라 점점 적게 생겨나고 있다)을 섞은 무언가 입니다(저랑 초성이 두세개 겹치는 아이돌이니까), 하는 것만큼 저는 이 시인의 지은 책들을 다 봤어요, 하는 것도 듣는 상대방을 당황하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1.그게 누군데 2. 시집이라니 3. 그전에 그 둘을 왜 섞는데)

시인의 시에는 유독 새들이 많이 나오고 나는 새 구경과 새 소리 듣는 걸 좋아하니까 관심있게 들여다보게 되지만(시를 새를), 수능 국어에서 자주 인용되는 피에 젖은 새처럼 글자로 옮겨진 새는 그냥 피상적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시집의 제목이 구관조 씻기기인데, 구관조가 나왔던가? 하고 다시 펼쳐 보는 것이다. 한참 전에 읽은 하이브리드(일기+산문+시 다 섞은 느낌) 시집의 등장조물 오리랑, 이 시집의 소리지르는 검은 거위는 기억이 나는데. 아니, 구관조 나왔잖아. 새 브리딩을 했다던 이웃의 말처럼 랩으로 새장 밑을 휘감으래잖아. 백수린의 소설에서 할머니는 자식놈 아니 자식년 아닌가 사위놈이 맡긴 앵무새를 돌보다 정드니까 앵무새를 도로 빼앗아가는 이야기가 나온다. 새는 바깥을 날거나 나무에 전깃줄에 매달리거나 바닥을 종종 깡총 걷거나 뛰어 다녀야 나한테는 새라서 죽는 날까지 새를 키울 생각이 없다. 나보고 새 같다, 하는 말을 (제법 자주)들은 때를 생각한다. 나는 물까치이고 어치이고 박새이고 참새이고 병아리이고 까마귀이고, 올빼미나 부엉이는 아니다(밤에 일찍 잠). 바깥에는 아침이라고 새들이 우는데 대부분 이름을 몰라서 안타깝다. 까치나 까마귀의 언어만 대강 알아듣는 나라서, 그 정도면 바이링궐 조어(기초적인 듣기 가능 레벨) 습득자일테지만, 새의 언어를 몰라서 말을 걸지 못해 늘 아쉽다. 아, 청담동의 비싼 땅에도 나무 빽뺵한 공원이 있는데, 지난 봄에 병원에 가는 길에 들른 공원에서 꾀꼬리였나 뻐꾸기였나 벌써 잊어버렸지만 노래 잘 하는 애가 현란하게 울길래 흉내내어 울었더니 갑자기 내 구역에서 꺼져, 하듯 아름다운 곡조에서 퉁명스러운 지저귐으로 아주 오랫동안 소리를 질러대서 그게 아마 새랑 가장 길게 소통한 때였던 것 같다.

새 시집 하다가 헌 시집 읽고 시는 빼먹고 새 얘기만 하다 끝. 모르겠는게 정말 많은 독후감이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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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은 얼굴이 없고
돌은 심장이며 돌은 허파로 흰 쌀밥 먹다 돌을 씹어 이가 깨졌다 시는 썼다가 지우는 것으로 얼굴은 하얗고 검은 것은 활자로 그렇게 하기로 하고 그것을 잊기로

한 번은 물을 마시고, 다른 한 번은 아무것도 마시지 않는다 돌을 혀로 핥으면 돌의 맛은 알 수가 없고 돌을 핏줄로 생각하는 것은 돌이며 입속의 비린 맛을 돌로 알기로

함께 올랐던 산의 정상은 온통 돌이었고, 그때의 숨 가쁜 화이트아웃 속으로 돌아가기로

내려오는 길에는
하얀 조약돌을 쥐고 숲으로 들어갔다

부드러운 돌을 만들기 위해 평생을 바친 노인의 이야기를 안다 어두운 숲에서 노인의 얼굴이 돌의 형상으로 생각되고, 나는 서서히 노인의 얼굴을 갖추고

돌을 뚫고 내려가는 나무의 뿌리가 있고, 거기서 어떤 돌은 돌의 꿈을 꾸고, 나는 이제 움직이지 않기로
형태를 잃고, 단단함을 잃기로

다람쥐가 죽을 것이다 물이 흐를 것이다 새가 울지 않을 것이다
어두운 숲에서 부드러운 돌이 생동한다

나는 백시 속에서 그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다
(‘돌이 되어’ 전문. 은비까비가 나오는 옛날 이야기 만화에서 가마솥에 돌을 삶는 두 노인 이야기가 생각나고, 큰바위 얼굴이 되고, ’바위처럼‘ 이라는 민가를 나는 공부하는 동안 마음 속으로 엄청 불러댔고 지금도 가끔 어디서든 그 노래 가사가 자주 떠오르고, 마침내 올 해방 세상이 있긴 한 걸까)


-아카시아 가득한 저녁의 교정에서 너는 물었지 대체 이게 무슨 냄새냐고

그건 네 무덤 냄새다 누군가 말하자 모두가 웃었고 나는 아무 냄새도 맡을 수 없었어

다른 애들을 따라 웃으며 냄새가 뭐지? 무덤 냄새란 대체 어떤 냄새일까? 생각을 해 봐도 알 수가 없었고

흰 꽃잎은 조명을 받아 어지러웠지 어두움과 어지러움 속에서 우리는 계속 웃었어

너는 정말 예쁘구나 내가 본 것 중에 가장 예쁘다 함께 웃는 너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였는데

웃음은 좀처럼 멈추질 않았어 냄새라는 건 대체 무엇일까? 그게 무엇이기에 우린 이렇게 웃기만 할까?

꽃잎과 저녁이 뒤섞인, 냄새가 가득한 이곳에서 너는 가장 먼저 냄새를 맡는 사람, 그게 아마

예쁘다는 뜻인가 보다 모두가 웃고 있었으니까, 나도 계속 웃었고 그것을 멈추지 않았다

안 그러면 슬픈 일이 일어날 거야, 모두 알고 있었지
(‘유독’ 전문. 시인이 시니어도서관에서 하는 강연인지 북콘서트인지를 갔을 때 (군대였댔나 아닐 수도) 친구가 네 무덤 냄새, 하는 게 재미있어 옮겨 적어 놨다 시가 되었다 했는데 그 시를 이제서야 읽었다. 아카시아 냄새가 가득찬 어슴푸레한 저녁 나절에 어린애들이 깔깔 낄낄 거리는 장면, 온갖 감각으로 가득한 시였다. 학교에서 남자아이가 아, 예쁘다, 하고 말했고(창밖의 벚꽃을 보고 있었다), 짝인 여자 아이는 내가 좀, 했고, 다른 아이들이 남자아이를 놀리자 남자아이는 울면서 아이들에게 욕을 했고, 여자아이는 남자아이가 욕을 했다고 학교폭력 신고를 했다. ‘내가 예쁘다고?’라는 시인의 시를 그림책으로 만든 걸 읽었는데 뭔가 비슷한데 현실이란 저런 것이군, 하고 혼자 쓰게 웃었던 기억이 ‘내가 본 것 중에 가장 예쁘다’ 하는 구절에서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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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영혼, 발효의 모든 것 - 지구촌 발효음식의 역사, 개념, 제조법에 관한 기나긴 여행
샌더 엘릭스 카츠 지음, 한유선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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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28 샌더 엘릭스 카츠.

부록과 주석 빼고도 848쪽이 되는, 발효의 백과 사전 같은 이 책을 조금씩 오래 읽었다. 엄마는 직접 장을 담고 김치를 만들고 채소를 썰어 병에 담아 실온에 방치(?)하곤 했는데, 난 채소에서 오는 식중독이 더 무섭다는 소리를 어디서 주워듣고는, 채소 뿐 아니라 자주 식재료나 조리된 음식물을 내놓고는 깜빡하는 엄마를 보며 아이고, 아이고, 하면서 냉장고에 이거저것 치워버리길 반복했다.

발효책 읽기는 엄마가 정성을 다해 절이고 말리고 다듬고 하는 걸 이해하고 견뎌보기 위한 시도였던 것 같다. 개호로잡놈의 불효새끼라 엄마가 사 먹고 남은 고수 뿌리를 발코니 화분에 키워, 꽃이 피고 씨 맺힌 걸 다시 심어 또 키운 고수를 따다가 고춧가루에 무치거나 간장에 절인 걸 꺼내 놓고 먹어 보렴, 해도 싫어, 하던 나놈이다. 자잘한 매실을 만 얼마에 5킬로라고 사왔는데 그거 넘는 것 같다고, 사흘 밤낮 반으로 쪼개 씨앗 빼는 걸 지나치면서도 난 몰라, 뭐 그렇게 까지, 당덩어리 음료랑 청산 들어서 한참 분해될 때까지 놔둬야 하는 걸 왜 저 고생하면서 만들어, 마음 속으로 또 불효새끼 하면서 씨빼기도 안 도와주는 나놈이었다.

식품공학, 가공식품 분야의 발달, 해썹 인증 같은 과학과 위생으로 무장한, 얼핏 깔끔해 보이는 자본주의 플러스 과학 음식 세계에서 역시나 가공 단백질 음료를 간식으로 달고 다니는 나놈, 이 책 읽고 발효 분야에 공들이는 전통적 움직임을 이어가는 사람들에게 공경심을 갖게 되었다. 시행착오를 거쳐가며 스스로에게 먹일, 먹을 만한 뭔가를 만드는 행위는 얼마나 주체적인지. 주체성 빼앗기면 뒤질 것 같이 굴던 나새끼 사실은 얼마나 거대 기업에게 노동의 대가를 바치며 편리함은 얻고 복잡한 미생물 만날 기회는 잃었던 건가. 약간 반성은 했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내가 양배추를 썰어 소금물에 담가 자우어크라프트를 만들거나 김장 때 김치 만드는 방법을 배워 거들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나마 어린이들 아기 시절 발효기에 우유랑 종균으로 마시는 요구르트 조금씩 섞어 직접 요거트 만들어 먹인 적도 있는데, 역시나 시간과 비용 따지면 그냥 당무첨가 플레인 요거트 대용량 한 병을 사다 먹는 게 속 편하겠다, 어린이들은 요거트에 과일 시럽이랑 과당이라도 섞여야 맛있다고 먹으니 그냥 좋다는 거 먹이자...뭐 그렇다.

뭘 배우고 얻어내겠다고 읽는 게 아니라 순전히 읽는 게 신기해서, 저렇게나 다양한 발효음식이 세계 곳곳에 있고, 우리나라 삭힌 홍어나 청국장이나 무슨무슨 식해나 게장 같은 건 나오지도 않으니까, 그렇다면 이 책이 제법 방대하게 두루두루 식품은 물론 발효식품의 사업화와 비식품 발효에 대해서 까지 다루지만, 이 세상엔 또 우리가 모르는 미생물 활용 음식이 얼마나 많을지 짐작도 못하겠다.

그래서, 그냥 채소 좀 시들시들하게 뒀다 먹는다고 죽는 거 아니라고, 다시 적당히 씻어 먹든가 익혀 먹든가 하지, 미생물 너무 미워하지 말자(그렇지만 이엠 다루는 부분에선 예전에 누가 아토피에 좋다고 이엠 써 보라는 걸 따라했다가 포도상구균 감염되어 뒤질 뻔한 생각에 앞으로 그런 거 권하는 사람들은 다 쌩깔 거야) 하면서 아침에는 전날 요거트 부어놓은 압착귀리에 보리시리얼과 사백일향과 블루베리와 피칸을 섞어 늘 먹던 걸로 먹었다. 사실 대부분은 다른 과일 대신 포도를 먹는데 포도를 안 씻어둬서 귀찮음. 포도의 겉면에 이스트가 풍부한 걸 책 덕분에 알게 됨. 거의 일년 넘게 미리 씻어 통에 담아둔 포도를 매일 먹었는데 미생물 좀 먹는다고 안 죽는 구나, 했다. 발효책을 실용서 아닌 엔터테인먼트로 읽는 놈이 여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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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음식을 먹으면 어떤 병이 나을 것이라는 식의 기대는 버려야 한다. (348, 콤부차는 맛으로 먹는 거야.)

-(…)가루에 존재하는 미생물만으로도 얼마든지 발효를 시작하고도 남는다. (…) 젖산균과 이스트는 도처에 존재하므로, 꾸준히 주의를 기울이면서 조심스럽게 키우기만 하면 된다. (…) 사워도의 복합적인 미생물 집단 내에서 이스트의 활동을 촉진하는 방법은 신선한 곡물 가루를 높은 비율로 물에 섞어서 영양분으로 꾸준히 제공하는 것이다. (467, 미생물이 도처에 있어서, 굳이 시판 이스트 나 종균 같은 거 안 사고도 일상에서 적절한 방법만 취해주면 빵반죽 발효시킬 수 있다는 걸 강조한다. 다른 발효 미생물들도 종균을 호의로 기꺼이 얻을 수 있고 구매할 수도 있다는데, 우리 나라는 첨단 자본주의라 그런가 캐피어 구해보려고 하다가 진짜 소량에 몇 만원에 팔고 있길래 마음 접었다… 그냥 슈퍼에서 요거트 사먹을게…)

-어디서든 식품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시작하면, 부의 집중화, 문화적 차별성 소멸, 긴요한 문화적 지식과 기술의 폐기, 의존성 심화가 필연적이다. 대중이 사회문화적 맥락을 상실한 음식을 먹게 된다는 뜻이다. (543, 나는 오히려 과거와 단절되는 맥락 상실의 음식이 좋다. 어릴 적 명절날의 친가집 제삿상이나, 아빠에게 이런저런 구박 받으며 먹던 밥상 떠올리게 하는 한식은 냄새만으로도 거부감이 느껴진다. 그래서 점점 괴식 내지 이그조틱 아티피셜한 음식들로 빠져...보그냐 ㅋㅋㅋ)

-아아, 나는 템페와 사랑에 빠진 나머지 두부를 향한 마음이 애매해지고 말았다. 이제는 모두 지난 일로 묻어두고 싶은, 학창 시절 가슴 아픈 첫사랑의 추억처럼. 나는 템페가 너무 좋아서 템페 없이는 못 산다. 그래서 템페를 어마어마하게 많이 만든다. 아침에도, 점심에도, 그리고 저녁에도 템페를 먹고 싶기 때문이다. 신선한 템페로 가득한 부엌이란 실로 축복받은 장소가 아닐 수 없다. (607, 스파이키 씨의 템페 예찬. 무언가 저만큼 사랑하는 음식이 있다는 건 부럽기도 하다. 나도 템페를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종균 구하기도 힘들고 그냥 바싹 튀겨 파는 템페칩이나 사다 먹었다. 양념 센 맛 덜 센 맛 다 먹어봤는데 오 나 이 맛 좋아한다. 된장 청국장은 안 좋아하면서 인도네시아 곰팡이콩은 좋아하냐…)

-미소-땅콩버터와 미소-요구르트 조합도 이에 못지 않게 맛있다. (668, 된장국-모짜렐라치즈 조합 유행시키고 싶었는데 진작 실패했다. 이거 보면 나만 괴식 아니라니까!!)

-상업적 생산은(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기쁨의 종말을 의미할 수 있고, 손익분기점은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상과 충돌할 수 있다. (…) “이 사회 안에서 지속 가능한 사업이려면 어느 정도 자본주의적 고려가 필요한데, 때로는 어떤 결정이 최선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한다. (755, 온갖 발효 경험담, 레시피, 관여 미생물 소개, 발효 과정과 메커니즘, 문제 해결을 넘어 발효를 사업 삼아 할 때 고려 사항까지 세심하게 담은 책이었다. 저자는 정작 사업화 해 본 적이 없고, 소규모 발효음식 사업 하는 사람들로부터 전해 들은 교훈과 이야기를 모아 놓았다.)

-쓰레기 발생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자연 생태계에는 쓰레기가 전혀 없다. 모든 생명체의 부산물이 다른 생명체의 먹이가 되기 때문이다. 지구가 배설물과 사체로 가득하지 않은 까닭이 여기에 있다. 열광적인 숭배자들을 거느린 고전 ‘인간 배설물 핸드북’의 저자 조지프 젱킨스는 “대변과 소변은 동물이 소화과정을 완료한 뒤에 배설한, 자연적이고도 이로운 유기물질”이라면서 “우리가 내버리면 ‘쓰레기’가 되지만, 재활용하면 자원이 되는 법”이라고 말한다. (811, ‘젱킨스’로 검색했으나, 안타깝게도(?) 번역서가 없었고, 제시카 커윈 젱킨스의 ‘세상의 모든 우아함에 대하여‘만 찾았다. 똥 대신 우아함을 안겨준 인용 서적이여…)

-시신의 매장이 가능한 곳이라면, 여러분의 시신을 되도록 간소한 상태로 땅에 묻도록 하자. 아무리 그래도 관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그러면 관 대신에 생분해가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천연섬유나 종의 수의로 시신을 감싸는 것이 어떨까? (…) 우리가 남긴 육신이 방부처리액에 잠겼다가 부패가 힘든 물질로 번들거리는 관 속에 담기는 것보다 나무의 거름으로 쓰이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 (816, 이 부분에 동의. 어려서는 매장이 계속되면 대한민국엔 무덤밖에 없겠다 싶었는데, 땅값 비싸지니 꺼려지던 화장이 알아서 보편화 되었다. 아파트형 납골묘 단지 안에 내내 갇혀 누굴 기다리기 보다는 잘 갈아서 나무 둥치 아래 구덩이 파고 적당히 묻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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