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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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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14 최은영.

브로콜리너마저-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https://youtu.be/mSd3dbU9RWg

방금 전까지 눈앞에 펼쳐진 장면이, 내 귀로 들어온 말이, 순식간에 휘발되고 정신이 아득할 만큼 충격을 받는 일이 있다. 그 시간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좋을 때도 그랬고 안 좋을 때도 그랬다. 좋았지만 사라진 기억에 대해서는 남아 있는 느낌만을 겨우 떠올리며 왜 아무 것도 남지 않을까, 하고 짙은 안개 속을 휘저어 파편으로 남은 장면 장면을 건져내려 애를 썼다. 나쁜 장면은, 잠시 잊혀졌다 이내 튀어올라 당장은 무얼 하고 어디 있어야 할지 알 수 없게 만들었다. 나는 안절부절 나를 놓을 자리를 찾다가 울부짖다가 소리지르다가 내가 이렇게 미쳐가는구나 싶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고 눈물을 꾹꾹 찍어 가며 그 순간을 담담하게 복기해 보았다. 그러면 조금은 남의 일이 된 것 같아서 잊어버리고 사는 데 도움이 되었다.
가장 최근의 안 좋은 상황에서는, 잠시 휘발되고 다시 떠오른 고통에 어찌할 줄 모르는 시점과 복기할 수 있는 때까지 너무도 긴 간격이 남아 있었다. 나는 그 시간과 공간을 벗어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없다고 판단했고, 우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 순간 나는 나를 탓했다. 이 장면에 이르기까지 결국 네가 자처한 것이고, 그 결과 벌을 받는 중이고, 당장은 그걸 피할 수 없다. 내가 선택한 건 체념이었다. 나는 드디어 자기 기만의 기술을 획득하였다. 참는 법을 배웠다. 분노와 고통을 지연시키는(그리고 지속시키는) 법을 배웠다.
나는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눈앞에서 화를 내고 모든 말을 다 쏟아 놓고 갈가리 찢고 부숴 회복할 수 없을 만큼 망쳐버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는 길을 주로 택해왔다. 분노는 순식간에 모든 걸 다 태워버리고 아무 것도 남기지 않았다.
어느 쪽이든 극단인 건 마찬가지이지만 나는 퇴보한 듯 보인다.

그러니까, 이 책도 그렇고, 최근의 서사는 억누르고 참고 지내며 상처 주느니 상처 받길 택하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각성한 듯 이제 더는 그러지 않겠어요, 하는 전개가 많다. 그것이 치유와 위로와 공감의 계기가 되고 주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끝없이 돌아보고 생각하고 아니라고 말하고 떠나는 법을 배우는 과정, 성장과 회복, 해방.

나는 상처의 목록을 만들고 그걸 다시 뒤적이며 돌아본 뒤에 그래도, 어쩔 수 없지. 하고 덮어버렸다. 나의 망상과 오해와 과장일지 몰라. 맞다고 해도 어쩌겠어. 되게 병리적인 마음인데 그냥 일시적이길 바랄 수 밖에 없다. 나는 나를 모르겠다. 나 자신도 내가 놓인 상태도 이 세상도 도무지 모르겠다. 지금은 그냥 그런 상태이다.

내가 쓸 수 없고 내가 누릴 수 없는 고조모, 증조모, 할머니, 어머니, 자신, 주변의 좋은 여자들에게로 이어지는 세대를 넘나드는 위로와 기댐의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많이 울고 싶었다. 밝은 밤이라는 제목은 모순된 형용 같지만 도시의 빛공해를 떠올리며 밤이 밝으면 잠이 잘 안 온다구…하고 그런 의미가 아닌 걸 알면서도 괜히 투덜거리고.
제목의 밝은, 이란 말과 달리 남편의 외도로 이혼하고 그걸 탓하는 부모, 특히 어머니와 불화하는 지연의 정서는 소설 내내 밝지 않다. 어둡다. 그 시간을 견뎌내는 사람을 내내 지켜보는 일은 참 슬펐다. 결국 그녀를 치유하는 건 경청의 힘, 오래 전 이후로 만나지 못했던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 따뜻한 관계를 맺어 가며 할머니와 할머니의 어머니를 지켜주던 소중한 인연에 대해 아는 일인데, 그런 벼락 같은 위로란 참 동화 같았다. 직접 겪을 수 없으면 뭐 글로라도 읽으면서 간접 위로 받아야지. 착하게 살지는 못하더라도 착하게 사는 사람들을 아프게 하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지 싶었다. 위로를 받은 건지, 위로가 되지 않는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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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 사람이 사람을 기억하는 일, 이 세상에 머물다 사라진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기억되고 싶을까. 나 자신에게 물어보면 언제나 답은 기억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내가 기원하든 그러지 않든 그것이 인간의 최종 결말이기도 했다. 지구가 수명을 다하고, 그보다 더 긴 시간이 지나 엔트로피가 최대가 되는 순간이 오면 시간마저도 사라지게 된다. 그때 인간은 그들이 잠시 우주에 머물렀다는 사실조차도 기억되지 못하는 종족이 된다. 우주는 그들을 기억할 수 있는 마음이 없는 곳이 된다. 그것이 우리의 최종 결말이다. (82)

-삼천아, 새비에는 지금 진달래가 한창이야. 개성도 그렇니. 너랑 같이 꽃을 뽑아다가 꿀을 먹던 게 생각나. 그걸 따다가 전을 부쳐 먹던 것두, 같이 쑥을 캐다가 떡을 만들어 먹던 것도. 인제 나는 꽃을 봐도 풀을 봐도 네 생각을 하는 사람이 됐어. 별을 봐도 달을 봐도 그걸 올려다보던 삼천이 네 얼굴만 떠올라. 새비야, 참 희한하지 않아? 밤하늘을 보면서 그리 말하던 네가 떠올라. 이것도 희한하구 저것도 희한한 우리 삼천이가 생각나누나. (120-121)

-하지만 할머니는 그날 그 자리에서 불안을 느꼈다. 경계하지 않을 때, 긴장하지 않을 때, 아무 일도 없으이라고 생각할 때, 비관적인 생각에서 자유로울 때, 어떤 순간을 즐길 때 다시 어려운 일이 닥치리라는 불안이었다. 당장이라도 무슨 일이 터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전전긍긍할 때는 별다른 일이 없다가도 조금이라도 안심하면 뒤통수를 치는 것이 삶이라고 할머니는 생각했다. 불행은 그런 환경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겨우 한숨 돌렸을 때, 이제는 좀 살아볼 만한가보다 생각할 때. (199)

-남선은 평판이 좋은 사람이었다. 시장에서도, 동네에서도 마음씨 좋고 예의바른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새댁은 좋겠어, 저런 신랑 얻어서.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까. 그래요, 저희 신랑이 사람 좋지요, 대답하고서 할머니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술자리에서 앞장서 술값을 내는 사람. 그리고 그는 그런 사람이기도 했다. 그 모든 지출을 아내의 돈으로 하는 사람. 나중에는 아예 액수를 정해서 그만큼을 미리 마련해달라고 했다. 그는 할머니에게 무엇 하나 주는 법이 없었다. 감정적인 부분에서도 단 한 순간도 할머니를 채워주지 않았다. 그 목마른 느낌은 할머니가 증조부와의 관계에서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것이었다. 증조모의 말이 맞았다. 그는 여러모로 증조부를 닮은 사람이었다. (219)

-그날 아침에도 나는 쌀을 씻어 밥을 안치고 쌀뜨물로 찌개를 끓이고 돌문어를 손질해서 삶은 뒤 남편과 나눠먹었다. 그가 그걸 먹고 나가서 애인과 밤을 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나는 요리하는 일에 정이 떨어졌다. 식재료를 다듬고 씻고 양념하고 굽고 찌고 끓이고……애써서 그 모든 과정에 몰두했던 일이 우습게 느껴졌다. 그따위 짓이나 하고 다닐 그를 위해 왜 정성을 들여 음식을 만들었지. 마음을 다해 한 일을 경멸하게 되는 게 어떤 것인지 그전에는 몰랐었다. (244-245)

-아바이, 죽어버려요. 우리 눈에 띄지 말고 죽어버리란 말입니다.
그말에 증조부가 들고 있던 책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증조모도 할머니를 가만히 바라봤다. 할머니는 물집이 잡힌 것처럼 부은 눈으로 증조부를 쳐다봤다.
당신 돌아가셔도 내레 흘릴 눈물은 없습니다. 아바이 산소에도 걸음하지 않을 거고, 내는 아바이를 잊을 겁니다. 기러니 돌아가세요. 돌아가서 우리 없는 곳에서 죽으란 말입니다.
그 말은 그 순간의 진심이었다. 그런 말은 속으로라도 해본 적이 없었지만, 어버이를 귀하게 대해야 한다는 건 할머니에게 살인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같은 절대적인 법이었지만, 할머니는 그 순간 그 법을 깨뜨렸다. 증조부에게 화가 나서도 아니었고, 증조부를 공격하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할머니는 절망 때문에 증조부에게 그렇게 말했다.
증조부는 그로부터 몇 달 뒤에 속초의 한 대로변에서 버스에 치여 죽었다.

나는 아바이에게 죽어버리라고 했고 그는 그 말대로 죽었다.

“할머니가 한 말 때문이 아니에요……”
내 말에 할머니가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 엄마도 너처럼 말했었어. 행여나 그런 생각하지 말라고. 그래도……그냥 그러고 싶을 때가 있잖아. 내가 나한테 벌주고 싶을 때. 괜히 못되게 대하고 싶을 때. 그럴 때 그런 생각 자주 했지. 내가 무슨 짓을 한 건가 싶어서. 그게 아버지에게 한 마지막 말이었다는 게, 사람이 아무리 미워도 마지막 말이 그거였다는 게……그게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여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
“이미 다른 여자와 결혼한 남자를 자기 딸이랑 맺어준 사람이에요. 그것도 모자라 남편이 떠난 게 할머니 탓이라고 했고요. 다른 누구도 아니고 할머니 친아버지가.”
“그래.”
“너무 상처받아서, 아파서 소리를 지른게 죄가 될 수는 없어요.”
“알아. 잘 알고 있어. 그냥, 그럴 때가 있었다는 거야. 마음이 나에게 박하게 기울 때가 있었어. 그래도 지연이 너한테 고마워.”
“제가 뭘요……”
“내 얘기 들어줘서, 들어줘서 정말로 고마워.”
할머니는 그렇게 말하고 입가에 힘을 줘서 애써 웃어 보였다. (250)

-새비야.
응.
내레 아까워.
뭐가.
새비 너랑 있는 이 시간이 아깝다.
새비 아주머니는 한동안 아무 대답이 없었다.
아깝다고 생각하면 마음 아프게 되지 않갔어. 기냥 충분하다구, 충분하다구 생각하구 살면 안 되갔어? 기냥 너랑 내가 서로 동무가 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주면 안 되갔어?
……
난 삼천이 너레 아깝다 아쉽다 생각하며 마음 아프기를 바라디 않아.
그 말에 증조모는 가타부타 대답하지 않았다. (258)

-나는 정말 견딜 수 없을 지경이 되었을 때만 114를 눌렀다. 혹시나 엄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잠시라도, 아주 잠시만이라도 엄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소원이 없을 것 같았다. 나는 나와 같은 마음으로 114를 누를 아이들을 상상했다. 실패할 것이 분명한 전화를 거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런 상상을 할 때만큼은 나는 온전한 혼자가 아니었다.
114입니다. 어느 번호를 찾아드릴까요?
엄마, 나 지연이야!
어린 내 몸안에는 외로움이 전기처럼 흐르고 있어서 누구라도 나를 건드린다면 덩달아 외로워질 것이었다. 어쩌면 그래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나를 더는 안아주지 않고 만져주지 않고 내 손길을 그저 피하는 것은. 그런 상상을 하면 슬픈 마음이 조금은 줄어드는 것 같았다. (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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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08-14 19:2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전 최은영 신작 아끼는 중이에요.

반유행열반인 2021-08-15 16:48   좋아요 2 | URL
차분한 위로가 필요한 슬픈 날 꺼내드셔요 ㅎㅎㅎ

새파랑 2021-08-14 19: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브로콜리는 사랑입니다^^
어떠한 말로도 위로가 안되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내 탓이라고 참기만 하면 결국 자신만 더 불쌍해지고.. 차라리 안참는게 정신건강에 좋을거 같아요 🙄 열반님 리뷰 읽으니 최은영 작가님 신작 완전 좋을거 같아요 ~!!

반유행열반인 2021-08-15 16:49   좋아요 2 | URL
그렇지만 저는 김금희파…(이면서 최은영님도 그에 못 미치지만 좋아합니다 ㅋㅋㅋㅋ) 저는 너무 안 참아서 이젠 좀 참아도 될 거 같아요 ㅋㅋㅋ

2021-08-14 1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15 16: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미 2021-08-14 19: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음..저도 다음에 노래 제목으루 제목 쓸래요!ㅋㅋㅋㅋ 어떨땐 자고 일어나 다 없던 일이었음 싶을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어쩜 이렇게 저렇게 살아가는 일들이 다 착각이고 다 꿈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반유행열반인 2021-08-15 16:50   좋아요 3 | URL
노래 제목으로 제목 썼나 찾아보러 가야겠습니다 ㅋㅋㅋ자고 일어나니까 진짜 다 없던 일 같기도 한데…그게 다 착각이고 꿈이었네 없던 게 어딨어 싶어요 ㅋㅋㅋㅋㅋ

scott 2021-08-14 21: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브로콜리! 라이브 ,진정 코로나가 사라져야 가능 하겠죠 열반인 상처 목록이 이젠 기쁨의 목록으로 플러스 투자 종목 주식, 알짜 효자들로 서서히 채워질 겁니다. ^ㅅ^

반유행열반인 2021-08-15 16:51   좋아요 3 | URL
브로콜리 올 여름에도 장기공연 오늘까지 했더라구요 이와중에도 초소규모로 라이브 진행하는게 대단하지만 미처 못 찾아가는 미안함…늘 축복의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scott님!!!!(그런데 주식은 전부다 개떡락이라 그냥 다 묻어두고 잊어버리고 있대요 ㅋㅋㅋㅋㅋㅋㅋㅋ)

scott 2021-09-10 15: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이달의 당선 추카~
대불 호텔 가지 말고
밝은밤, 밝은 밤, 망원경을 들고 강원도 로~~

반유행열반인 2021-09-10 17:46   좋아요 2 | URL
항상 좋은 소식 먼저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scott님!!!!

새파랑 2021-09-10 16: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브로콜리 친구분이신 열반인님 오늘은 그런 밤이 되시길 ~! 축하드려요~!!

반유행열반인 2021-09-10 17:46   좋아요 2 | URL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파랑님!!!!!!

초딩 2021-09-11 14: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이달의 리뷰 당선 축하드립니다~
좋은 날 되세요~

반유행열반인 2021-09-11 14:1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초딩님. 초딩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빕니다!

모나리자 2021-09-11 16: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고요.^^

반유행열반인 2021-09-11 16:46   좋아요 1 | URL
모나리자님, 축하 감사드립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얄라알라북사랑 2021-09-11 18: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호! 늦게 인사드립니다. 열반인님, 9월도 당선 소식과 함께 순항 하시길~~축하드립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9-11 20:27   좋아요 1 | URL
얄님, 늘 찾아주시고 축하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얄님도 즐거운 독서 잔뜩 하시는 구월 되시길 기원합니다.
 
명왕성 연대기 - 우리가 사랑한 작은 행성의 파란만장한 역사
닐 디그래스 타이슨 지음, 김유제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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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0 닐 디그레스 타이슨.

6년 전 이맘쯤 뉴호라이즌호는 9년 반 동안 우주를 달려 명왕성에 근접했다. 인터넷 뉴스에서 명왕성 사진을 보고 신기해서 한동안 아이패드 잠금화면에 띄워놨다. 나를 행성에서 쫓아냈지만 그래도 사랑해요, 하는 것 같아서.
그래서인가, 이 년 전 이 책이 나왔다는 광고를 보고 많이 궁금했는데 이제야 읽었다. 원서는 번역서보다 10년 더 먼저 나와서 뉴호라이즌호가 알려준 사실들을 수정, 보완한 옮긴이 주가 조금 달려 있다. 크게 달라진 내용이 없는 걸 보면 50억킬로미터 밖 먼 천체에 관해 과학자들은 지구에 앉아서도 제법 많은 걸 알아냈던가 보다. 대단해.

과학은 절대적 진리와 진실을 알려준다는 믿음을 갖기 쉽다. 그런데 2006년까지 행성에 관한 명확한 합의가 없었다는 걸 책에서 알고 놀랐다. 생각보다 과학이 다루지 못한, 정리하지 못한 세계의 부분이 많다는 걸 새삼 느꼈다.
태양 주위를 도는 적당히 큰 천체들을 사람들은 큰 고민 없이 행성이라 불렀고, 1930년에 발견된 명왕성 또한 큰 의심을 받지 않고 행성 대열에 합류했다. 그래서 2006년 이전에 공교육과정에서 과학 교과를 배운 사람들은 수금지화목토천해명, 하고 천체의 순서를 외운 기억이 있을 것이다.
2000년 무렵에야 닐 디그레스 타이슨을 비롯한 과학자 몇 명이 학술 연구 과정은 아니었지만, 교육 목적으로 천체 관련 전시관을 구상하면서 명왕성을 지구형 행성도 목성형 행성도 아닌, 카이퍼대의 천체들과 함께 묶어 전시하기로 결정한다. 전시관 설립 몇 년 후 이러한 전시 방식이 알려지면서, 행성의 정의가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은 상황을 과학자들 사이에 이슈화하는데 기여한다. 언론이나 관람자, 대중은 이런 전시 형태를 명왕성을 행성 범주로부터 배제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닐에게 온갖 항의 편지를 보냈다. 이 책은 대중의 반응, 항의 편지 원문, 언론과 대중문화에서 다루어진 명왕성, 학계에서 명왕성을 어떻게 분류할 것인지 고심하고 논쟁한 흔적까지, 학계의 이론적 논의의 주제로만 명왕성을 가두지 않고 저자가 할 수 있는 한 다양한 분야에 걸쳐 수집하고 겪고 지켜본 이야기들을 유머를 버무려서 정리해 놓았다. 명왕성이 그저 태양계 끄트머리 어드메 있다는 것만 알았지 그동안 별 관심이 없었는데 오히려 이 천체를 분류하는 방식이 변화하면서, 그것을 왠지 모르게 강등, 배제, 제외로 받아들이면서 명왕성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된 것 같다.

명명과 범주에 관해 우리는 굉장히 많은 의미를 둔다. 사실 그게 전부일 때가 있다. 너와 나 사이의 교류와 감정에 관해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일 때 비로소 사랑이 되고. 집착 미련 불륜 패륜 스토킹 가스라이팅 구속 속박 폭력 그런 이름을 붙이는 순간 또 그런 것들이 된다. 사람 사이의 일은 말이 전부는 아니지만 중요하다. 그런데 사람과 세계 사이의 일로 가면, 사람과 말이 사라진 자리에서 이름은, 범주화는 생각보다 별 거 아닐 수도 있겠다. 명왕성 논쟁을 지켜보는 동안 그런 생각이 자꾸 들었다. 이 책의 말미에서처럼 “이제 명왕성은 행성이 아니다.” 하는 말에 명왕성은 “그렇다고 내가 뭐 콧방귀라도 뀔 줄 알았냐?”하거나…사실 명왕성은 콧방귀도 못 뀌고, 우리가 자기를 어디에 넣었다 뺏다 하는지 관심이 없다. 그냥 제자리에서 뻉 돌고 또 이백 몇 년에 걸쳐 태양 주변을 다른 행성이 어찌 돌든 거기 따르지 않고 타원형으로 제멋대로 돈다. 나는 그게 명왕성에 관한 사실 중 제일 마음에 든다. 기우뚱 비뚤 하면서 다른 행성 궤도 침범하는 거 ㅋㅋㅋ. 명왕성은 질량이든 중력이든 깜냥이 안 되서 주변 우주 물질도 안(못) 치우고 안(못) 끌어당기고 그냥 그러고 있다.

많은 것들이 사람이 만든 일이고 사람의 일이다. 물론 뭔가가 어딘가에 어떤 형태로 있는 건 사실이겠지만. 우리는 그 뭔가에 관해 열심히 알아내려 노력하는 과학자들 덕에 겉핥기라도 조금씩 머나먼 세계에 대해 알아갈 수 있지만. 지금 아는 게 나중에는 틀릴 수도 있고 변할 수도 있다. 아주 먼 곳의 어떤 것들은 이미 변했을 수도 있다.

갓 스물 대학 처음 들어가서 반해버린 선배는 윤리를 연구하면서 천문학이랑 컴퓨터공학도 복수전공과 부전공하는 수재였다. 그 선배를 안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좋아한다고 고백했다. 설익은 마음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나는 그게 슬퍼서 술을 아주 많이 먹었고 울었고 그래서 많은 일들이 기억이 잘 안 난다. 과반 사람들과 놀러갔던 시골 어드메 어두운 구석에서 나는 왜 안 돼요?하고 묻는 내게 선배는 하늘을 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건넨 말들은 그래도 어렴풋하게 기억이 난다.
반아, 저기 하늘을 봐. 아주 오래 전에 멀리 있던 빛이 지금 우리한테 보이지만 지금도 그 별이 거기서 빛나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어. 넓고 무수한 별 사이에 있는 우리는 정말 작고 작은 존재잖아. 지금 이 순간도 아주 짧게 지나가는 중이고. 그러니까, 나아질 거야. 너무 아파하지 말자.
양념을 많이 쳤음ㅋㅋㅋ. 기억이 안 나니까 내 맘이다. (많은 것들이 사람이, 말이 만든 일이니까 ㅋㅋㅋ) 아마도 저런 비슷한 말들을 했고, 저 말을 하던 그 선배는 조기입학한 터라 나보다 한 살 어렸는데 십 대의 그 깜찍한 것이, 하여간에 범우주적인 거절을 했다. 그러나 위로가 되지 않아서 술을 더 많이 먹고 더 울다가 다른 과사람들 노는 중에 혼자 구석방에서 잠들었다…
밤하늘을 오래 보는 사람들은 그렇게 인간의 유한함과 왜소함을 새기며 사는가 보다. 그걸 알고 나면 지금 여기의 아픔도 슬픔도 조금 더 작아지는 지도. 그러니까 가끔은 흐릿한 도시의 밤하늘이라도 쳐다봐야겠다.


+밑줄 긋기

-개인적으로 저는 어느쪽 주장이든 관심 없습니다. 명왕성은 우리가 어떻게 분류하든 상관 없이 그저 자기 갈 길을 갈 뿐입니다…만약 명왕성이 계속해서 아홉 번째 행성으로 불린다면 이는 오로지 관습과 감상적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행성에 대해 생각할 때 가정, 삶, 행복한 추억과 같은 상념이 떠오르므로 사람들은 행성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천문학자들 또한 행여 누락되는 행성이 없도록 항상 더 많은 행성을 찾아 헤맵니다. 결국, 문제의 요지는 다음 질문으로 귀착됩니다. 과학은 민주적 절차에 따라야 하는가? 아니면 논리에 근거해야 하는가?
(112-113, 제인 루, 카이퍼대 천자와 유사 천체 공동 발견자의 발언)

-오스트라이커는 언론 반응을 루가 토론회에서 그러했듯이 철저히 무시했다. 그런 요란법석은 진정한 과학적 질문들, 즉 태양계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현재의 모습으로 진화해 왔는지 등과 전혀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사물을 어떤 이름으로 부를 건가의 문제는 우주의 근원적인 이슈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낸 허상에 대한 논쟁일 뿐이다. 지구에서 우리끼리 아무리 핏대를 올린들, 명왕성이나 우주는 우리가 그들을 어떻게 분류하건 상관없이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뿐이다. (136)

-2007년3월 8일, 48대 뉴멕시코 주 의회는 요니 마리 구티에레 주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근거해서 주 경계 안에서는 명왕성이 행성이라고 선언하고 2007년 3월 13일을 주 전체에 ‘명왕성 행성의 날’로 선포하는 상하원 공동 발의안을 통과시켰다…그런데 궁금한 점이 있다. 만약 뉴멕시코 주의 어느 공공 장소에서 “명왕성은 행성이 아니다!”라고 소리친다면 혹시 체포되는 걸까? (208-209)

-결국, 직장에서 흔히 목격하게 되는 구태의연한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이봐, 플루트, 기분 상한 건 아는데, 하지만 이건 사실상 그냥 수평 인사 이동일 뿐이지 결코 좌천이 아니야. 자네는 아직 우리 태양계의 중요한 일원이고 자네와 팀원이 될 만한 비슷한 크기의 다른 천체들도 찾아보는 중이라네.” (216)

-여기서부터는 닉스를 명왕성으로, 농구팀을 행성으로 바꿔 넣으면 실제 과학적 논쟁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엿볼 수 있다.
“비록 뉴욕 닉스가 농구팀에 걸맞은 자질을 일부 보유하고 있으나 닉스는 본질적으로 농구팀과는 전혀 다르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라고 도쿄 대학교의 히로시 교스케 박사는 말했다. “이제 닉스는 난쟁이 팀이라고 부르는 것이 좀 더 정확할 것입니다.” 교스케 박사에 따르면,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닉스를 농구팀으로 가정했던 것은 “이해할 만하다.”라고 했다. 왜냐하면, 닉스가 얼핏 보기에 일사분란하게 농구 경기장을 움직여 다니거나 주황색 둥근 물체를 집어 던지는 등, 농구팀과 유사한 행동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 다음 보로위츠는 정곡을 찌른다.
“그러나 닉스는 모든 농구팀에 공통되는 두 가지 특성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라고 교스케 박사는 덧붙였다. ‘득점과 승리.’ 뉴욕에서 닉스의 코치 아이재이어 토머스는 난쟁이 팀으로의 지정이 닉스와 같은 리그 팀에게는 의외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하며 닉스의 달라진 위상을 환영했다. “이로 말미암아, 이제부터 실제 난쟁이들을 상대로 경기를 할 수 있게 된다면 어쩌면 우리도 드디어 승리하게 될지, 누가 압니까.” (219-220)

-to pluto/ to be plutoed 국제 천문 연맹 총회에서 명왕성이 더 이상 행성의 정의를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결정했을 때, 왕년의 행성 명왕성에게 일어난 상황처럼 어떤 것 혹은 어떤 사람을 강등하거나 평가 절하하는 것을 의미한다. (224, 미국 방언 협회는 영어 단어 pluto의 지위를 동사로 격상시킴…ㅋㅋㅋ)

-밀도 개념으로 시작하는 어느 태양계 교육 과정을 상상해 보자. 초등학교 3학년생에게는 좀 벅찬 개념이지만 그렇다고 이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암석과 금속은 높은 밀도를 갖는다. 풍선과 비치볼은 낮은 밀도를 갖는다. 이런 방식으로, 높은 밀도와 낮은 밀도의 천체 표본으로서 내행성과 외행성을 분류해 보자. 토성은 코르크와 비슷하게 물보다 밀도가 낮기 때문에 재미있는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다. 즉 태양계의 다른 천체들과는 달리 토성은 욕조 물에서 둥둥 뜰 것이다.
절대로 천처들을 순서대로 열거하지 마라. 절대로 분류학적 범주의 정의에 대해 걱정하지 마라. 태양계를 이해하려면 천체의 정식 명칭을 암기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기억법을 찾으려고 절대 애쓰지 마라.
그러다 보면 구형과 고립이라는 공통 기준에 호기심이 생길지 모른다. 이 기준은 어찌나 공평무사한지 조그맣고 암석으로 이뤄지고 철이 풍부한 수성과 거대한 데다가 엄청난 질량에 기체로 이뤄진 목성을 동일한 범주에 함께 넣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쯤 되면, 한참 전인 2006년 8월 IAU가 이런 부류의 천체들을 위한 명칭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그들의 문서 기록을 뒤져서 행성이라는 단어를 찾은 다음에, 관심을 끄는 태양계의 다른 항목들도 재빠르게 훑어보라. (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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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21 00: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명왕성이 이제는 행성이 아니라는 말을 언뜻 들은 기억이 나는데, 정말 아닌가 보네요.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이 아니라니...
선배의 거절 멘트는 시의 한구절 같네요. 천문학 전공자의 포스가 느껴짐 👍

반유행열반인 2021-07-21 07:59   좋아요 3 | URL
그래서 저도 반대의 입장으로 비슷한 날이 오면 써 먹으려고 멘트 준비했는데... “이제 명왕성은 행성이 아니잖아.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거지.” ㅋㅋㅋ쓸데가 없어서 다행입니다.

얄라알라북사랑 2021-07-21 15:43   좋아요 2 | URL
낭만적인데 ‘거절 멘트‘로 요약되니, 가슴이 싸아 합니다~~ 아름다운 추억이네요. 글로 보니 아름다운데 당시 열반인님 맘은 얼마나 아프셨을까요^^;;;;

파이버 2021-07-21 09: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지구 생명체들이 명왕성을 행성으로 부르든 부르지 않든 명왕성은 그냥 그러고 있다는게 너무 귀엽네요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7-21 09:12   좋아요 2 | URL
그쵸 명왕성도 귀엽고 천문학자들 명왕성가지고 행성이다 아니다 투닥거리는 거도 귀여웠어요. 여기 관심 가지고 항의 편지 쓴 어린이들은 더 귀여움 ㅋㅋㅋㅋ

Yeagene 2021-07-21 14: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열반인님 이젠 명왕성에 대한 책까지 읽으시는군요.명왕성이 이젠 행성이 아니라는 사실도,항의 편지를 보낸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도, 선배의 거절멘트도 놀랍지만 열반인님의 넓은 관심분야가 가장 놀랍습니다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7-21 14:38   좋아요 3 | URL
가끔 우주책 보면 좋더라구요 ㅋㅋ내가 작아지는게 나랑 큰 관련 없는 책 읽는게 생각보다 편해요 ㅋㅋㅋ

얄라알라북사랑 2021-07-21 15: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윤리와 천문학을 연구하시던 선배님꼐서 ˝반아...˝이렇게 부르며 하신 말씀, 와~~ 낭만이 쩔어요. 양념 정말 엄청 치신건가요?^^

˝나를 행성에서 쫓아냈지만 그래도 사랑해요˝ 이 대목에서 열반인님 스톼일 세상보기를 엿보게 됩니다. 팬입니다! 저

반유행열반인 2021-07-21 15:46   좋아요 2 | URL
팬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얄님 ㅋㅋ 제 사랑은 손절이 빨라서 금세 다른 대상을 찾아 나섰습니다 ㅋㅋㅋ그 선배랑은 허물 없이 잘 지내다 제가 그 선배 결혼식날 축가를 하니 몇 년 전 저 흉한 꼴(?)만 보던 주변 사람들은 둘이 막역해진 걸 모르고 니가 여기서 왜 나와...하고 뜨악해 했네요 ㅋㅋㅋㅋㅋㅋ 대체로 해피엔딩입니다 ㅋㅋㅋㅋ

공쟝쟝 2021-07-22 2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명왕성이다 우주 좋아 헷 이러다 막판에 윤리-천문-컴공 선배가 오글토글해서 내 감동 다 깎아먹음. 나는 왜 안돼요? 그런 대사를 날렸다고요? 반님이? 🤣🤣🤣🤣 아이고, 나는 왜 안돼요? 안되나요~|~

반유행열반인 2021-07-22 21:22   좋아요 1 | URL
나는 그러면 안 되냐? ㅋㅋㅋㅋㅋㅋ안 되나요??? ㅋㅋㅋㅋ나는 왜 안 돼요…왜…이러고 징징 울었다…그후로도 비슷한 일은 생애 내내 반복되었다고 한다…자니…안 되니…

공쟝쟝 2021-07-22 22:05   좋아요 1 | URL
놀리면 안되는 거규나….ㅋㅋㅋ 미안요 ㅋㅋㅋ ㅠㅠ

반유행열반인 2021-07-22 22:35   좋아요 2 | URL
아니에여 이제 유효기간 지나서 맘껏 놀려도 됨 ㅋㅋㅋ이제는 다 됩니다 ㅋㅋㅋㅋㅋ

scott 2021-08-06 15: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이달의 당선작 추카!

그런데 분명 제가 명왕성 연대기 열반인님 리뷰에 댓글 쓴거는 어데로 ㅠ.ㅠ

반유행열반인 2021-08-06 15:40   좋아요 2 | URL
으아니 댓글을 다셨었나요? 댓글 실종?! 명왕성 마냥 행성 외로 간 것인지 ㅠㅠ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찾아주시는 scott님 덕분입니다 ㅎㅎ scott님도 당선 축하드려요! 인상 깊게 읽은 도리스 레싱 페이퍼로 되셨네요 ㅎㅎㅎㅎ

새파랑 2021-08-06 16:06   좋아요 2 | URL
열반인님과 명왕성과 완전 어울려요. 색깔도 검정 ⚫
축하드려요 ^^

반유행열반인 2021-08-06 16:21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 정말 감사합니다!!! 새파랑님의 당선도 축하드려요!!! 저 그런데 정작 많은 아이디에는 달(luna 알 빼고 ㅋㅋ) 목성(jupiter)을 넣고 있습니다 ㅋㅋ 말씀 듣고 보니 천상 아싸라 플루토 했어야 하는데 ㅋㅋㅋ

초딩 2021-08-06 17: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앙 이달의 당선작 축하요~~~~~ ^^ 멋집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8-06 18:50   좋아요 0 | URL
초딩님 당선 축하드립니다.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나의책장 2021-08-14 0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8-14 05:51   좋아요 0 | URL
축하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Book] 뭐든 다 배달합니다 - 쿠팡·배민·카카오 플랫폼노동 200일의 기록
김하영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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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5 김하영.

인터넷 쇼핑몰과 택배 서비스가 없었다면 진작 굶어 죽었을 거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십여년 전부터 직접 마트에 들르기 보다 인터넷 슈퍼에서 장을 봐서 배달을 시켰다. 이십년 전 인터넷에서 음반과 도서를 시키면서 이건 정말, 나를 위한 거다, 했었다. 상점에서 물건을 고르는 동안 곁을 맴도는 점원이나 가게 사장님이 늘 불편했다. 지어낸 게 뻔한 과도한 친절도 싫고, 사긴 할 거니? 혹시 훔쳐가는 건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로 주시하는 걸 온몸으로 느끼는 일도 너무너무 싫었다. 주문을 기다리는 계산원 앞에서는 초조해져서 메뉴를 제대로 훑어보지 못하고 아무거나 곧바로 보이는 걸 부르던 때가 있었지만, 키오스크 앞에서는 이리저리 페이지를 옮겨 가며 신메뉴와 할인 메뉴를 따져보는 여유를 부린다.
기술 발달로 비대면 서비스를 누리게 될수록 없어지는 직업이 있다는 걸 모르지 않았다. 그래서 편리함을 누리면서도 동네 음반 가게나 서점이 없어지는 걸 지켜보며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패스트푸드점에 머리 하얀 어르신들이 일하시는 걸 보고 나도 은퇴하면 저렇게 파트타임 할 지도 모르겠네, 하던 것도 잠시, 이젠 최저시급 받던 일들마저 전부 사라져 버리겠구나, 예전에 읽었던 ‘사라진 직업의 역사’에 등장하는 물장수, 전기수, 인력거꾼 같은 직업이 생각났다.

이 책은 반대로 기술 발달과 모바일 기기가 보편화되면서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 노동’에 대해 보여 주었다. 기자였던 저자는 하던 일을 그만두고 2020년 2월부터 약 200일 간 쿠팡 물류센터, 배달의 민족 배달원, 카카오 대리운전기사로 일한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들이라 궁금했던 노동의 시간과 공간을 정말 생생하게 그려 주었다. 가끔 풀타임으로 매여 사느니 딱 일하고 싶은 만큼만 일하고 덜 벌고 적게 쓰는 삶을 꿈꿔 보는데, 책을 읽고 나니 그냥 하던 일이나 잘하자 싶었다. 근력 부족, 면허 없음, 자전거도 못탐, 대인 기피 매우 심함-이런 나는 대부분 서비스 직종에 해당하는 비정규 노동 시장에서 버텨내지 못할 것이다.

쿠팡 오비 업무 체험담은 거대한 물류센터 안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주문된 물건들을 포장하고 출고하는지 알려주어서 흥미로웠다. 그야 말로 단순 업무, 생각할 필요도 없이 기계가 가리키는 대로 움직이는 부품처럼 사람이 이용되는 장면은 섬뜩하기도 했다. 배민 커넥터 체험도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홍보하는 노동이 그들이 광고하는 것처럼 그렇게 산뜻하지도, 여유 시간에 쉬엄쉬엄 용돈 벌이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풀타임 배달원이 사라지고, 사람을 점점 대체 가능한 존재로, 소위 노동시장 유연화에 기여해서 사람을 소모하고 또 바꾸고 하는 걸 보면 이제 배달료나 택배비 아까워하면 안 되겠네 싶었다. 카카오 대리운전 체험은 정말 짠했다. 길에서 헤매고 대기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낮아지는 시간당 임금, 한밤을 헤매며 불확실함과 운에 기대어 손님을 찾아다니는 장면에서는 자꾸 운수 좋은 날의 김첨지가 떠올랐다. 그 인력거꾼을 택시가 밀어내고, 다시 택시 노동자를 우버가 밀어낼 뻔한 걸 겨우겨우 법안으로 정책으로 틀어 막고 있다고, 우버와 대리기사 시장의 유사점을 든 점도 앞으로 우버가 도입되더라도 그 산업이 흘러갈 방향을 대략 보여주는 듯싶었다. 하여간에 쉬운 게 없다. 대체 뭐해 먹고 살아야 하는가!!

최저임금이나마 챙겨받을 수 있는 시간제 노동자에 비해 배달 노동자 등 특수고용노동자는 훨씬 열악한 상황에 놓인다는 것을 알았다. 인도 위를 달리고, 신호를 무시하고 횡단보도 건너는 내 앞을 쌩 지나치는 오토바이 배달맨들을 보면 열받기는 하지만, 무엇이 그들에게 법을 어기고 다치거나 죽을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그렇게 폭주를 멈출 수 없게 떠미는지는 깊게 생각해 보지 못했다. 그러니까 내가 집앞에 놓인 택배박스에서 손쉽게 생활용품을 꺼내들고, 맛있는 뿌링클을 따뜻하게 받아 먹을 수 있게 해주는 누군가의 노고에 계속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과연 나는 제대로 된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지, 산업 구조나 국가의 노동 정책은 그런 노동자를 제대로 보호하고 있는지 끝없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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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gene 2021-06-06 15: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택배 노동하시는 분들의 열악한 환경에 대해선 늘 조금만 더 알아보자 느긋해지자..하지만 다른 일들에 치여 늘 뒷전으로 밀어놓내요ㅠㅠㅠ

반유행열반인 2021-06-06 16:23   좋아요 1 | URL
택배 노동은 까대기 만화 보시면 자세하고 여기서는 쿠팡 물류센터 이야기 중심으로 나와요. 그나마 쿠팡맨(현 쿠팡친구)은 업계에서 대우가 좋은 편이라 하네요.

공쟝쟝 2021-06-13 2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관련한 책 최근에 봤어요. (리뷰 써야지!!!!했다가 영영 잊음…) 이책도 좀 읽어봐야겠어요 ^_^ ~~~~

반유행열반인 2021-06-14 07:01   좋아요 1 | URL
직접 세 군데 다 뛴 르포는 처음이라 괜찮았습니다

scott 2021-07-07 16: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이달의 당선작 추카!
7월 건강하게 ^.^

반유행열반인 2021-07-07 16:18   좋아요 2 | URL
scott님, 축하 감사드리고 scott님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ㅎㅎㅎ
친구랑 아이씨 알라딘 맨날 나 안 뽑아줘 왜 미워해 했는데 그냥 제가 못 써서 그랬던 걸로 ㅋㅋㅋ
scott님도 내내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새파랑 2021-07-07 16: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 잘쓰시는 열반인님 축하드려요~! 😄👍

반유행열반인 2021-07-07 16:55   좋아요 1 | URL
아코코 수식어는 과분하지만 축하는 정말 감사합니다!!!! 새파랑님도 당선 축하드립니다!!!!!!!!

2021-07-07 1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07 1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07 2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07 2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초딩 2021-07-08 0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반유행열반인 2021-07-08 06:08   좋아요 0 | URL
초딩님 축하 감사합니다! 초딩님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모나리자 2021-07-08 1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7-08 11:02   좋아요 1 | URL
모나리자님, 축하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Book] 안나 카레니나 1 펭귄클래식 128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윤새라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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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4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이아립-누구도 일러주지 않았네
https://youtu.be/N2anJRDSen8

안나 카레니나를 처음 알게 된 건 밀란 쿤데라 할아버지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을 때였다. 가련한 테레자는 조그만 마을에 찾아든 토마시가 평범한 사람들 틈에서 혼자서만 책을 읽고 있다는 이유로 호감을 가지고 다가선다. 그를 만나기 위해 짐가방을 들고 프라하로 찾아가서는 손에 쥔 ‘안나 카레니나’가 그의 세계로 가는 유일한, 보잘것 없고 비참한 입장권이라 생각하며 조바심 내기도 한다. 귀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한 그녀는 토마시의 사랑을 얻지만 동시에 그의 방만한 육체 관계 때문에 오래도록 고통 받는다.
사랑은 그렇게 한 사람에게 행복과 기쁨과 번민과 고통을 동시에 혹은 번갈아가며 줄 수 있고, 인생의 방향을 이리저리 틀어버릴 만큼 강력한 감정이고 경험인데. 그 중요한 사랑을 시작하는 방법은 커녕 유지하는 법, 끝맺는 법을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다. 다만 책과 영화와 드라마 같은 서사가 사랑의 일대기, 흥망성쇄,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을 반복해서 보여주었다. 사랑을, 연애를 글로 배웠습니다. 농담처럼 말하지만 종이장의 사랑 두 글자를 핥거나 모니터 위 빛나는 입술을 핥듯 그저 남의 사랑 놀음을 구경하는 수준일 뿐 실제로 거기서 뭔가를 배우지는 못했다. 직접 부닥치고 선택하고 망하고를 다시 반복하는 수 밖에 없었다. 어려서부터 누구보다 사랑 받길 열망했지만 그 방법을 몰랐고 내가 나라는 이유 만으로 사랑 받을 수 있다고는 꿈에서도 믿지 않았다. 열망하는 상대방이 배부르고 안락하고 기쁨을 누리도록 맛있는 걸 잔뜩 먹이고 이것저것 사다주고 안아주고 그리워하며 혼자서 우는 것 말고는 할 줄 몰랐다. 그런 방식은 대개 망해서 배만 부른 채 떠나게 만들 뿐 마음을 얻지 못할 때가 더 많았다.
막상 약하고 부족한 나라도 내내 다정하게 대하는 이를 드디어 만났을 때, 그런 마음과 관계가 어떻게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또한 몰랐다. 그냥 아이를 낳고 싶어서 낳고 길렀다. 같이 있을 수 있도록 돈을 벌고 생활을 유지했다. 같이 있다고 해서 외롭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 사이사이를 음악이든 게임이든 책이든 글쓰기든 소일거리들로 채웠다. 안온하고 여유있고 자리잡힌 채로 늙을 일만 남았구나, 하고 생각하면 약간 서글프면서도 이것이 내가, 우리가 바라는 삶이 아니었나, 다 이루었다 하면서 스스로를 달랬다.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열망과 바람과 다른 삶의 가능성과 잔잔함을 휘젓는 새로운 경험이 어느 구석에나 도사리고 있는 것을 굳이 말하지 않았다. 그저 수많은 이야기들이 보여주었다. 결국 망할 걸 알면서도, 파국 속에 허우적거릴 걸(계란 풀고 파 송송한 속에 둥둥 떠다니는 건 왜냐...그 파국 아니다…) 알면서도 뭔가를 저지르고 잠시 행복하다가 깊은 어둠에 잠기거나 간단하게 죽어버리는 인물들은 픽션에도 논픽션에도 너무도 많았다. 솔직히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보다는 남이 망하고 괴로워하는 이야기가 더 재미있었다. 본디 인간이 그런 존재인지 내가 사악해서인지는 모르겠다. 고대 그리스 비극부터 셰익스피어의 비극, 근현대의 소설들, 이대로 시간이 잠시 멈췄으면 좋겠어요 하는 하이킥의 카페베네 결말까지, 새드 엔딩이 득세하는 걸 보면 나만 사악한 건 아닌 거 같아서 위안이 된다. 그래도 내 이야기는 배드엔딩이 아니면 좋겠다.

몇 년 전에 안나카레니나 영화를 본 것 같은데, 기억에 남은 게 거의 없다. 무도회에서 끝나지 않을 듯한 춤을 추는 두 사람과, 마지막 기차역에서 서늘한 분위기로 죽음에 몸을 맡길 준비를 하는 안나의 모습 정도만 어렴풋이 떠오른다. 망할 결말을 알면서도 만남을 이어가는 두 사람을 지켜보는 게 독서에 한해서는 재미있었다. 톨스토이가 자기 분신인 양 그려놓은 레빈도 멋있는 척 소박한 척 하는 게 오히려 웃기고, 뭐만 하면 툭 튀어나오는 오블론스키도 재미있는 캐릭터였다. 다만 비슷한 상황에 놓이고도 여동생 안나는 번민에 근심에 환멸에 시달리는데 오빠 오블론스키는 전혀 흔들림 없고 내내 유쾌한 게 대조적이었다. 달린 자식이 줄줄인데도 오블론스키는 죄책감 자괴감은 커녕 마냥 해맑아서 오히려 얄밉더라. ‘귀부인’이라는, 그나마 고상한 자격이나 지위가 본인에게 속하지 않고, 남편의 ‘백작’이니 ‘공작’이니 하는 신분과 사회적 명망에 따라 ‘백작 부인’, ‘공작 부인’하고 주어지던, 그런 정체성에만 기댈 수 있던 시대라 그랬을까. 그렇다면 백사십 년 쯤 지난 지금의 이야기였다면 끝이 달랐을까? 안나는 죽지 않고 다른 가능성을 찾아 나설 수 있었을까? 시대가 변해도 결혼제도가 존재하고 남 이야기 좋아하는 인간의 특성은 그대로라서 어떤 식으로든 평탄하게 흘러가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리고 잔잔하면 그건 이야기 거리가 되지도 않는다…)
아직 두 권이나 남았으니 다 타버릴 때까지 두 사람이 열심히 불 지피는 모습이나 한참 구경해야겠다. 밀란 쿤데라 소설 읽은 지가 20년이나 되었는데 안나 카레니나를 이제야 읽다니...이제라도 읽다니 다행이고 생각보다 더 재미있다. 아 심지어 멍멍이 카레닌 이름이 카레니나의 남편에게서 따온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미안해 카레닌 예전에 밀란쿠 할아버지가 그린 네 모습 ㄱㅊ같다고 심통부려서 미안해...

영화 ’안나카레니나’ 무도회 장면
https://youtu.be/RqyuLxJDZ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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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4-04 11: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안나카레니나는 결말을 알고 읽는것도 좋을것 같네요. 저는 결론을 모르고 읽어서 놀랐던 기억이. (그 누구도 내게 일러주지 않았습니다 ㅎㅎ)
버스정류장 OST 노래 보니까 반갑네요. 완독을 응원합니다 ^^

반유행열반인 2021-04-04 11:35   좋아요 2 | URL
새로 이웃되신 새파랑님 반갑습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늦더라도 완독할게요 ㅎㅎ 버스정류장 영화는 안 봤는데 루시드폴이랑 이아립은 어려서 좋아했네요.

새파랑 2021-04-04 11:42   좋아요 2 | URL
저도 영화는 안봤으나 루시드폴 때문에 CD 만 있는ㅎㅎ 감사합니다~!

미미 2021-04-04 11: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파국ㅋㅋㅋㅋ그리고 ㄱㅊ가 뭐예요??!🙄 카레닌이 이 카레닌이라는거 열반인님덕에 알게됨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4-04 11:34   좋아요 3 | URL
곤충이요!!!!!ㅋㅋㅋㅋㅋ

하나 2021-05-09 21:05   좋아요 1 | URL
그게 왜 곤충이지?? 내가 이상한 사람이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5-09 21:25   좋아요 1 | URL
저 곤충 가지고 알라딘엠디한테 블럭 먹었었어요 ㅋㅋㅋㅋㅋ

하나 2021-05-09 21:26   좋아요 1 | URL
아 젤 먼저 달아준 댓글이 이거라는 게.... 헤어나올 수 없는 지점 ㅋㅋㅋㅋㅋ 사랑해요

반유행열반인 2021-04-04 11:3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할아버지 책 참을 수 없는 존재감 이라고 오타냄 ㅋㅋㅋㅋㅋ아 웃기다...

link123q34 2021-04-10 11:01   좋아요 2 | URL
전혀 몰랐어서 신나서 다시 확인하러 올라갔는데 늦게와서 수정된 뒤잖아요 ㅋㅋㅋㅋㅋ 아 억울해라...

반유행열반인 2021-04-10 13:41   좋아요 2 | URL
ㅋㅋㅋ부끄러워서 얼른 고쳤어요 ㅋㅋㅋ그래놓고 댓글에 셀프 박제ㅋㅋㅋ

라로 2021-04-04 11: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열샘 좀 친절하게 링크 그냥 클릭 하면 새창 열리게 해주심 안 되나여?? 유튭 그냥 클릭해서 보게 해주는 건 안 바라도??^^;;; 두번이나 링크 복사하고 찾아보기 시간 걸리고 불편하고 (불평불평;;; 오늘 아마도 제 심기가 안 좋죠??ㅋㅋ 그러면서 나도 앞으로 글 올릴때 반열샘처럼 안 떠먹여 줄까?라는 생각 해봄;;;)
어쨌든 언제나 반열샘 글 좋아하지만, 오늘은 무척 시크합니다요. 멋져!!
아무튼 저는 구세대라 그런지 키이라 나이틀리가 출연한 것보다는 소피 마르소의 안나카레리나가 좋아요. 키이라는 오히려 책과는 좀 먼 인물 설정이라고 느낌. 아무튼 1, 저처럼 소설 진짜 안 읽는 인간이 알라딘 친구들 덕분에 푹푹 찌는 한국의 여름날 땀 뻘뻘 흘리며 안나 카레리나를 완독 했다는 것이 여전히 뿌듯합니다요. (그정도로 소설을 안 읽는 일인;;;) 아무튼 2, 소설은 잘 쓰고 계십니꽈??? 아무튼 3, ˝그래도 내 이야기는 배드엔딩이 아니면 좋겠다.˝에서 bad ending을 bed ending으로도 해석하면서 반열샘 언제 쓰신 글 생각하며 혼자 낄낄댔다는(하나마나 한 소리)요. 뭐 그랬다구요. 암튼 이 글 너무 좋아요. 문장 하나하나 넘 마음에 듦.(맞춤법 맞죵?? 듦..ㅎㅎㅎㅎㅎㅎㅎㅎ)

라로 2021-04-04 11:56   좋아요 1 | URL
아참참참, 이아립 노래 첨 들어보는 일인,,, 아주 맘에 드네요!!^^

반유행열반인 2021-04-04 12:02   좋아요 2 | URL
이게 북플에선 터치 한 번에 유튜브 열어주는데 피시버전 블로그에선 안 되더라구요 ㅋㅋ제가 컴퓨터 대신 모바일 기기로 글을 올리다보니 블로그에서 쓸 수 있는 동영상 첨부 기능은 다 막혀 있어요. 그러니까 동영상은 볼램 보고 말램 마요 내 글이나 봐줘요 하는 성의 없음.... ㅋㅋㅋㅋ
새로 쓴 건 하나도 없고 예전에 쓴 거 고치다 망했네 하고 공모전 대충 내고 새 달부터 새로 쓰려니 보름 후 쯤에 이사를 하네요 ㅋㅋㅋ열흘 정도 집수리도 하고 바쁜 열반이네요. 먼저 완독하신 라로님 리스펙트! 소피마르소 나오는 영화는 아직 안 봤고 키이라는 뭔가 쩌들다가 삶의 막판에 불사르는 느낌으로 생겨서(?) 그런데 사실 영화는 진짜 하나도 기억 안 나네요 ㅋㅋㅋㅋ 이아립 노래 별로 못하는데 묘하게 매력 있어요. ㅎㅎㅎ 스웨터라는 그룹 하면서 부른 멍든 새라는 노래도 좋아요 ㅎㅎ(https://youtu.be/wxglSSDL2Cc 또 불친절한 링크 투척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4-04 12:03   좋아요 1 | URL
불친절한 링크도 일일이 열어보고 들어주신 라로님께 늘 감사드립니다 ㅋㅋㅋㅋ

라로 2021-04-04 12:29   좋아요 1 | URL
불친절한 투척도 넘죽 받아서 듣는 저는,,,멈미꽈??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나쁘진 않지만, 먼저 것이 제 취향과 좀 더 가깝(아마도 제 취향은 대중적??;;; 이 음악은 좀 아마추어 느낌이 나서 그런 듯? 암튼 아니면 노래 별로 못하는 티가 더 많이 나서 그런가??^^;;)

반유행열반인 2021-04-04 12:32   좋아요 1 | URL
이 노래가 나름 데뷔 이후이고 그 전 더 언더 시절의 더 못 부르는(이거보다 더 못하다니!!!) 못들어줄 버전도 들어봐서 저는 이 정도면 용 됐네 ㅋㅋ했는데 루시드폴이랑 솔로로 부른 건 진짜 용용용 됐네 싶더라구요. 천재들도 많지만 뭐든 꾸준하고 끈질기게 존버 하면 뭐라도 되는구나...하는 가르침을 주는 창작자들이 더 위안이 되네요 ㅋㅋㅋㅋ

라로 2021-04-04 12:45   좋아요 2 | URL
그건 그래요!! 저는 그녀(맞죠? 이아립??)의 더 언더 시절은 아예 모르고 오늘 첨 두 가지 버전으로 들어보니 그렇다는 건데,,말씀처럼 존버하는 일반인 창작자들이 더 위로가 되는 건 사실이에요. 나도 너처럼 될 수 있을지도 몰라,,라는 희망이 더 가깝게 느껴지니까요. 저에게도 그런 것이 필요한 요즘입니다요.^^;; 덕분에 위로를 받았어요. (뜬금포;;;)

바람돌이 2021-04-04 1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당연히 읽었을거라고 남들이 생각할 듯하지만 안읽은 1인입니다. 아 전 도대체 읽은 책이 뭘까요? 주섬 주섬 보관함에 넣으면서 그래 이것도 읽어야지 뒷통수를 긁적긁적하고 있습니다. 오늘 좋은 글 읽게 해주셔서 감사하고요. 무도회장면 유튜브도 즐겁게 봤습니다. 근데 저도 소피 마르소에 1표요. 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4-04 12:06   좋아요 1 | URL
굳이 남들이 필독! 해서 읽는 것보다 아 이젠 진짜 봐야지, 하는 때가 (이십 년 만에라도 ㅎㅎ) 오더라구요. 그때 읽으면 슝- 달리는 거지요. 소피마르소라니, 저는 젊은이라서 옛 버전 영화 옛 배우는 모르겠네요!!젊은 척ㅋㅋㅋㅋㅋ농담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Yeagene 2021-04-04 23: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저도 쿤테라 할아버지 책 읽으면서 꼭 안나 까레니나 읽어야지 했는데 ㅎㅎ책은 도끼다 에서도 하도 재미있게 강조하길래 꼭꼭 읽어야지 했는데!ㅠㅠㅠ
세 권이나 되어서인지 엄두가 안나네요..ㅠㅠㅠ

반유행열반인 2021-04-05 07:04   좋아요 1 | URL
읽고 싶은 마음이 드실 때 슬슬 읽으셔도 괜찮아요 ㅋㅋㅋ 저는 책은 도끼다 를 안 봤네요 ㅋㅋㅋㅋ

syo 2021-04-05 11: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빨라!

반유행열반인 2021-04-05 13:23   좋아요 0 | URL
어여 따라오세요 ㅎㅎㅎ

초딩 2021-05-08 18: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앙 안나 카레니나로 당선 !!! 진심 축하드려요 ^^
안나 카레니나 겨울에 넘넘 인상 깊게 읽었었습니다 ^^ ㅎㅎㅎ
좋은 주말 되세요~

반유행열반인 2021-05-08 20:57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초딩님 ㅎㅎㅎ
 
[eBook] 사람, 장소, 환대 현대의 지성 159
김현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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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3 김현경.

아홉 살 때, 반에서 나 혼자만 한 아이의 생일파티에 초대받지 못했다. 엉엉 울었다. 얼마 후 있을 내 생일에 복수하는 대신 그 아이를 초대했다. 서로 끌어안고 미안하다고 엉엉 울면서 훈훈하게 마무리 되었다. 그렇지만 그게 시작이었던 것 같다. 인생 전반적으로 다른 아이들과 잘 지내지 못했다. 열두살, 열세살 때 같은 반 여자아이들과 몸싸움을 벌인 적이 몇 번 있다.(남자아이들과는 거의 매일 몸싸움을 했다. 주먹질 퍽퍽 쌍욕 팍팍) 나보다 키가 한참 큰 한 아이는 살벌하게 침을 튀기며 난 너 진짜 싫어, 애들 다 너 싫어해, 너는 너가 잘나서 회장된 줄 알지, 랩퍼처럼 분노에 찬 디스를 쉴새 없이 늘어놓았다. 멘탈 와장창이었다. 또다른 아이와도 어쩌다가 서로 멱살을 잡고 싸우는 걸 다른 아이들이 떼어놓았다. 그 아이는 내가 붙잡아서 목걸이가 끊어졌다며 고소할 거야! 하고 비명을 질렀고 나는 정리되어 있던 책상과 의자를 다 집어던지며 울었다. 중학교 때도 같이 밥 먹던 아이와 소원해져 한동안 급식을 혼자 먹었다. 고등학교 때는 힘들게 들어간 밴드부 아이들과 사이가 나빠져 탈퇴하면서 익명 게시판에 욕을 한바가지(실력도 없는 것들이 연습도 지겹게도 안 해!) 적어 놓기도 했다.

적어놓고 보니 나한테 문제가 많았나 보다ㅋㅋ 내가 잘못한 것이 분명 있다. 내 생각과 느낌을 거르지 않고 말하는 편이었다. 거기에는 상대의 부족함이나 실수에 대한 지적도 포함되어 있었다. 온건한 대화가 어떤 형태인지 자라면서 경험해보지 못했다. 비난하고, 불만을 표하고, 욕설을 내뱉는 아빠. 당장 도망가거나 죽어버릴 것 같은 어두운 얼굴로 입을 꾹 다문 엄마. 그런 부모를 보며 나와 동생은 매일 서로를 죽일 듯이 싸웠다. 나는 늘 불안하고, 긴장하고, 웃는 법을 몰랐다.
칭찬하거나 호감 표현하는 말을 믿지 않았다. 친절과 도움은 의심했다. 이런 나를 왜? 무슨 목적이 있겠지. 이런 마음은 최근까지도 많이 남아 있었다. 마음을 열지 않고 숨었다.
그런데도 사람에 대한 집착은 심해서, 너무 쉽게 누군가를 좋아했다. 사랑이 나를 구원할 줄 알았다. 막상 친밀한 관계가 되면 상대방이 잠시라도 부재할 때마다 공황 상태가 되어 내곁에 있어주지 않는 그 사람에게 원망의 말을 쏟아 붓고 울기만 했다.

그나마 지금은 평온해진 편이다. 그 사이 내가 무엇을 잘하거나 어떤 부분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그냥 나라는 이유만으로 내 존재를 긍정해주고 나를 좋아해준 사람들을 만난 덕분일 것이다. 나의 잘못과 괴로움과 못난 부분을 드러내도 그 사람들은 그저 고개를 끄덕여주고 그럴 수도 있겠다, 라고 해 주었다. 기댈 곳이 되어 주고, 내게 기대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많지 않은 친구들, 대학 동아리 선후배들, 새로 만든 가족이 그랬다.

내가 잘 하지 못하는 부분이라 그런지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 소통의 원리에 관해 많이 궁금했다. 커뮤니케이션, 대중매체와 온라인 매체, 사회심리학, 미시사회학이라 불리는 상징적 상호작용론에도 그래서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구조나 거시적 담론보다는 사람들 간에 관계가 맺어지는 과정과 사회가 유지되는 작은 연결고리들에 더 호기심을 가졌다. 뭐 아주 잠시였고 ㅋㅋㅋ몇 가지 책을 찾아보다 말았고ㅋㅋㅋ 그래서 제대로 알게 된 건 하나도 없다.

이 책은 사람이 어떻게 사회 안에서 사람일 수 있는가, 사람 대접 받지 못하던 존재나 상황에 관해 다양한 사례를 들면서 사람이 사람 아닌 존재로 취급받지 않기 위해 사회란 어떤 곳이어야 할지 풀어나갔다. 책의 구성방식이나 표현방법이 독특하게 느껴졌다. 수많은 개념과 사상가들의 주장과 역사적, 시사적 사례를 다루는데 그것들이 이야기하려는 주제와 주장에 착착 맞게 이어졌다. 책이 두껍지 않은데 설명이 명료하고 잘 읽혔다. 뭐 그래서 책 내용을 확실히 잘 이해했냐 하면 나새끼의 산만함과 집중력 저하로 헬렐레 하고 읽은 부분이 더 많다. ㅋㅋㅋ

누구나 인정 받고 싶어하고 어딘가에 소속되어야 안정감을 느낀다. 때로는 내가 가진 호감을 상대방에게 투사해 친밀도와 적정 거리를 유지하지 못했다가 개까이고 엉엉 울거나 너는 나한테 왜 이리 모지냐!하고 삐지기도 한다. 반대로 내 안의 편견과 혐오 때문에 누군가를 오해하고 배척하는 일도 자주 생긴다. 혼자 아닌 여럿이 사는 안에서 사람 시늉하면서 사는 게 이렇게나 힘들다. 일일이 이론적인 틀이나 담론을 떠올리고 적용하면서 살 수는 없겠지만, 사회 현상을 이해하고, 소외와 억압이 발생하는 이유를 알고,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을까, 더 잘못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고민하는 데 도움이 될 책이었다. 원래 그런 거라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것들에 설명을 시도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시도는 언제나 고마운 일이다. 그걸 내가 읽을 수 있는 언어의 책으로 묶어 내주는 학자, 저자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밑줄 긋기
-하지만 우리를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추상적인 관념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매일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는 대접이다. 사람행세를 하고 사람대접을 받는 데 물질적인 조건들은 여전히 중요하게 작용한다.

-“전쟁은 인간 대 인간의 관계가 아니라 국가 대 국가의 관계이다. 전쟁 관계에서 개인이 서로 적이 되는 것은 우발적이며, 이때 개인은 인간도 아니고 심지어 시민도 아니며 단순한 병사일 뿐이다. 조국의 구성원이 아니라 그 방위자일 뿐이다. 결국 국가는 적으로서 다른 국가만을 가질 수 있을 뿐 사람들을 적으로 삼을 수는 없다.” 루소는 여기서 병사를 시민이나 인간과 대립하는 개념으로 보고 있다. 실로 병사가 되는 순간 개인은 시민권의 정지를 경험한다. 그는 헌법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 예외 지대로 들어가며-물론 이 예외 지대의 존재 자체는 헌법에 규정되어 있지만-잘못을 저질렀을 때 형법이 아닌 군법에 따라 처벌받는다. 동시에 그의 인간으로서의 권리 역시 정지된다. 무엇보다 그는 우호의 권리-친교의 권리-를 갖지 못한다. 적을 인간으로 대하는 것은 병사가 결코 저질러서는 안 되는 중대한 죄이다.

-...하지만 제1차 세계대전에서 돌아온 군인들은 아무런 이야깃거리도 갖고 있지 않았다. 진흙 구덩이 속에서 죽음과 싸우며 시간이 지나가기만 기다렸던 그들의 전쟁 경험 속에는 주체성을 증명할 아무것도, 서사를 구성할 어떤 단편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 말이 끄는 전차를 타고 학교에 다녔던 세대가 벌판에, 구름 외에는 변치 않는 게 하나도 없는 풍경 속에 던져져 있었다. 독가스가 폭발하고 죽음이 흐르는 그곳에서 그들은 왜소하고 부서지기 쉬운 인간의 몸뚱이일 뿐이었다.”

-왜 어떤 범주의 사람들-흑인, 재일조선인, 불가촉천민 등등-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럽다고 여겨지는가?
“순수와 위험”에서 더글러스는 더러움을 자리에 대한 관념과 연결시켰다. 더럽다는 것은 제자리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신발은 그 자체로는 더럽지 않지만 식탁 위에 두기에는 더럽다. 음식이 그 자체로 더러운 건 아니지만, 밥그릇을 침실에 두거나 음식을 옷에 흘리면 더럽다. 마찬가지로 목욕 도구를 옷장에 두거나 옷을 의자에 걸어두는 것, 집 밖에서 쓰는 물건을 실내에 두는 것, 위층의 물건을 아래층에 두는 것, 겉옷이 있어야 할 자리에 속옷이 나와 있는 것 등은 더럽다.”

-한편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오염의 메타포는 그것이 겨냥하는 대상이 지배계급의 통제에서 벗어나 있음을 함의한다. ‘더럽다’는 말은 죽일 수도 길들일 수도 없는 타자에 대한 미움과 두려움을 담고 있다. 그 말은 상대방의 존재를 부정하는 동시에, 그러한 부정이 굳이 필요했음을 인정함으로써 그의 주체성을 역설적으로 인정한다. 그래서 어떤 페미니스트들은 ‘더러운 년’이라는 욕을 들어도 전혀 위축되지 않으며, 오히려 이런 말을 듣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것이다.

-말하자면 고프먼은 의례의 교환에 참여할 자격이라는 측면에서 다음 세 가지 경우를 제시하는 셈이다. 의례의 교환에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하면서 상대방에게 존중의 의례를 기대하고 요구할 수 있는 경우, 특정한 행동 노선을 따를 때만 조건부로 의례 교환에 참여할 수 있는 경우, 의례 교환의 장에서 배제되어 ‘탈인격화’의 과정을 겪는 경우. 여기서 뒤의 두 경우에 속하는 사람들은 성원권이 불완전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시대의 새로움을 드러내는 것은 이런저런(흙과 같은) 소설이 아니라, 근대소설이라는 장르 자체이기 때문이다. 소설은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 들어가 그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가장 비천한 사람도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다른 사람과 똑같다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그전까지 얼굴이 보이지 않고 목소리가 들리지 않던 사람들이 사회 안에 현상하게 되는 것은, 소설이 배양하고 확산시킨 이 새로운 상상력에 힘입어서이다.

-하지만 한 사람이 자존감을 유지하려면, 그에게 실제로 자신의 존엄을 지킬 수단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의 자존감은 아큐의 ‘정신승리법’과 비슷해져 버린다. 신자유주의의 모순은 상호작용 질서의 차원에서(즉 상징적으로)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주장하면서, 구조의 차원에서 사람들에게서 자신의 존엄을 지킬 수단을 빼앗는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신분주의와 학교 폭력의 연관성에 대해 언급하고 싶다. 우리 사회의 신분주의가 위험 수위에 이르렀음을 알리는 가장 날카로운 경고음은 교실에서 나온다. ‘일진’이 더 이상 가난하고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 아니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교실 내의 위계는 사회의 위계를 닮았다. 가진 게 많은 아이들, 지배 문화의 요구에 가장 잘 부응하는 아이들이 꼭대기에 있고, ‘자본’이 가장 부족한 아이들이 밑바닥에 있다. 위에 있는 아이들은 아래 있는 아이들을 괴롭힌다. 별다른 이유 없이, ‘장난삼아’ 그래도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 관계를 지배하는 감정은 경멸이다. 학교는 겉으로는 존중을 이야기하면서 실제로는 경멸을 가르친다. 공부 못하는 아이들을 모욕하고, 가난한 아이들을 투명인간 취급하며, 힘센 어른은 힘없는 아이들을 막 대해도 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면서 말이다. 그래서 겉치레로 하는 말과 진짜 메시지를 구별할 만큼 영리해진 아이들은 자기보다 못한 아이를 경멸함으로써 학교의 가르침을 실천한다. 마치 어른들이 입 밖에 내고 싶어 하지 않는 사회의 진실을 아이들이 연극의 형식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교실이라는 무대 위에서 날마다 상연되는 잔혹극. 그러니 이 연극에서 몇 명쯤 죽어나가더라도 너무 호들갑 떨지 말기로 하자. 지금 아이들은 사회에 나갔을 때 꼭 필요한 두 가지 기술-경멸하는 법과 경멸에 대처하는 법-을 익히는 중이다.

-사람을 연기하려면 적절한 무대장치와 함께, 연기를 중단하고 들어가 쉴 수 있는 무대 뒤의 공간이 필요하다. 언제나 타인의 시선에 노출되어 있는 사람, 예를 들어 노숙인이나 재소자는 이러한 공간의 구분이 무너져 있기 때문에 사람을 연기하기 어렵다. 예고 없이 빈민가를 방문하여 ‘봉사 활동’을 하는 유명 인사들-나는 카메라를 향해 미소 지으며 쪽방으로 기어들어가는 박근혜의 모습을 생각하고 있다-은 시혜의 대상이 된 빈민에게 원치 않는 노출을 강요함으로써, 그들이 상대방을 동등한 사람으로 여기고 있지 않음을 무의식적으로 드러낸다. 독거노인을 ‘어르신’으로 부르는 따위의 정치적 수사학이 이 사실을 감추지는 못한다.
한국 사회가 경제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을 다루는 또 하나의 방법은 효도나 돌봄 같은 전통적인 가치를 강조하면서 가족에게 짐을 떠넘기는 것이다. 조금 전에 생활보호 대상자를 애완동물에 비유했지만, 한국에서는 애완동물이 될 자격조차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 폐지를 주워 팔면서 혼자 사는 노인이 장성한 자녀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초생활수급권을 얻지 못하는 일이 허다하다. 이런 사례를 조명할 때 언론은 이 장성한 자녀에게 실제로 부양 능력이 있느냐에 초점을 맞춘다. 만일 부양 능력이 있는데도 노인을 모시지 않는 거라면, 그 자녀는 ‘인륜을 저버렸다’는 비난을 받는다. 요컨대 문제는 시스템이 아니라 도덕과 풍습이라는 것이다. ‘시스템의 한계’가 논의되는 것은 자녀 역시 막노동을 하거나 몸져 누워 있는 등 극단적인 빈곤 상태에 처해 있을 때 뿐이다.
간단히 말해, 한국 사회는 B와같은 사람들을 일차적으로 A의 위치로 옮겨놓으려 하며, 그것이 여의치 않을 때만 공적부조 시스템을 가동한다.

-고래들은 아무 매개 없이 동시성 속에서, 모두가 모두에게 직접 연결되어 있다. 동일한 소리의 장 안에 갇혀 있기에, 그들은 교신 대상을 선택할 수 없으며 침묵 속으로 물러날 수도 없다. 다른 말로 하면 그들은 서로에게 청각적으로 완전히 노출되어 있는데, 이는 언제나 상대방을 침범할 수 있고, 또 상대방에 의해 침범될 수 있음을 뜻한다. 반면 도서관의 도시 알렉산드리아에서 영혼들은 책을 매개로 서로에게 접근한다. 그들을 연결하는 것은 소통이 아니라 소통 가능성이다. 커뮤니케이션의 지평 전체를 감싸는 소리의 궁륭이 아니라, 도처에서 조용히,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교류들이다. 이 교류는 거리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혼자 책 쏙으로 침잠하는 것을 모두 포괄한다. 독서와 대화 사이에는 아무런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 독서는 또 다른 대화-비동시적으로 이루어지는 대화-이기 때문이다.

-가격을 갖는다는 것은 비교할 수 있으며 대체 가능하다는 뜻이다. 인간은 그 자체가 목적인 존재이기에 가격을 갖지 않는다. “존엄성의 가격을 계산하고 비교하는 것은 곧 그것의 신성함을 모독하는 것이다.” 타자를 사람으로 인정한다는 것은 그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에 대한 질문을 괄호 안에 넣은 채 그를 환대하는 것을 말한다. 타자가 도덕적 공동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이러한 환대를 통해서이다. 타자는 사회 안에 그의 자리를 마련해주는 우리의 몸짓과 말을 통해 비로소 사람이 되고, 도덕적 주체가 된다.

-...오늘날에는 누구든 자기가 원하는 정보를 선택적으로 게시할 수 있으며, 실제와 다른 정보를 게시하는 것도 허용된다...하지만 여기에는 중대한 예외가 있는데, 젠더에 관한 정보가 그것이다. 젠더 정보를 게시하지 않거나 실제와 다르게 게시하는 것은 사회규범의 심각한 위반으로 간주된다. 물론 이 규범은 현대 사회의 작동 원리에 어긋난다. 사람의 수행이 젠더화되어야 할 논리적 이유가 하나도 없기 때문에, 길게 본다면 법적 주체의 탈젠더화 추세와 더불어 이 규범도 무너질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정체성에 대한 인정은 특정한 서사 내용(“나는 레즈비언이다”)에 대한 인정이 아니라, 서사의 편집권에 대한 인정이다. 우리는 정체성운동에 대해 많은 지식을 갖지 못했더라도(펨이나 부치 같은 단어를 모른다 해도) 그저 귀를 기울이고 고개를 끄덕이는 행위를 통해 그러한 인정을 표현할 수 있다.(“네가 레즈비언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네가 오늘은 레즈비언이라고 고백하고 내일은 그것을 부인해도 상관없다. 나는 너에 대해서 가장 잘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너 자신임을 인정한다”)

-부모는 아이가 자기들로부터 나왔고, 한때 자기들의 일부였다는 사실을 잊어야 한다. 부모는 무엇보다 아이에게 생명을 준 사람이 자기들이고, 그들이 아이를 죽일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야 한다. 이 망각으로부터 사회의 가능성이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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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0-12-13 22: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런저런 고난과 역경의 학창시절을 뚫고 여기까지 잘 자라주셨네요. 멋있다!

반유행열반인 2020-12-13 22:43   좋아요 2 | URL
역경이 아니라 못난 시절이요 ㅋㅋㅋ 좋은 이웃님들의 오구오구도 제가 사람 구실하는데 기여하고 계십니다 ㅋㅋ

하나 2020-12-13 22: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좋아해요. 가끔 ˝사람이 된다는 것은 자리/장소를 갖는다는 것이다. 환대는 자리를 주는 행위이다.˝라는 문장이 떠오를 때가 있었어요. 사람이 된다는 건 내가 되고 싶다고 될 수 있는게 아니라, 누군가가 자리를 내줘야만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게 너무 잔인한 거 같아요. 아무리 운이 좀 좋지 않았다, 나도 걔들 별로였다, 혼자인 게 오히려 편했다, 이렇게 넘어가보려고 해도 끝내 아프게 남는 지점들이 있죠. ㅠㅠ 저는 요즘 레비나스 아저씨의 ˝판단정지˝가 왜 환대의 중요한 개념일까 혼자 생각해보고 있는데요. 박찬욱 감독이 대단한 지점이 그걸 벌써 오래전부터 하고 있는 거 같아요. 너 쥐니? 너 싸이보그니? 너 박쥐니? 그렇구나... 밥 먹어...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려고 노력하는 게 환대의 시작이 맞는 거 같아서요...

반유행열반인 2020-12-14 06:42   좋아요 1 | URL
다른 곳에서도 판단정지 이야기 들었었는데 ㅋㅋㅋ 이미 우리 존재가 도수랑 색 들어가고 이리저리 휘어지게 갈린 렌즈 같아서 있는 그대로 보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이상해 보이는 것들을 더러운 것 제 자리가 아닌 것 치부하는 티를 안 내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아요ㅎㅎ나부터 잘 하자...

하나 2020-12-13 22: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이 밑줄긋기하신 첫 줄도 완전 최애 문장 🧡

반유행열반인 2020-12-14 06:42   좋아요 1 | URL
뒤늦게 읽은 내가 따라쳤네요 ㅎㅎㅎ

scott 2020-12-13 23:3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우리 사회의 신분주의가 위험 수위에 이르렀음을 알리는 가장 날카로운 경고음은 교실에서 나온다. ‘일진’이 더 이상 가난하고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 아니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교실 내의 위계는 사회의 위계를 닮았다. 가진 게 많은 아이들, 지배 문화의 요구에 가장 잘 부응하는 아이들이 꼭대기에 있고, ‘자본’이 가장 부족한 아이들이 밑바닥에 있다. 위에 있는 아이들은 아래 있는 아이들을 괴롭힌다. 별다른 이유 없이, ‘장난삼아’ 그래도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 관계를 지배하는 감정은 경멸이다. 학교는 겉으로는 존중을 이야기하면서 실제로는 경멸을 가르친다]

a밑줄 쫘악

열반이님 멱살 잡은 뇬 ㅋㅋ ,뻔치ω-
열반이님한테 침튀긴 뇬 ㅋㅋ, 마스크 씌우기╭┈┈┈┈╯
열반이님한테 욕을 한바가지 한 뇬ㅋㅋ 한개 바가지 ╰┈┈╯
열반인님한테 익명에 욕을 바가지로 한뇬 ㅋㅋ ╰┳┳╯대야를
상처받고 이해받지 못한 어린시절이지만 열반인님 정말 잘큰 어른,소요님 말씀처럼 여기 까지 오셨네요

한국 사회가 언어에서 부터 모든 계급과 멸시 차별 상처가 시작되는것 같아요.
존경어 존칭 모두 없애버리고 미쿡 처럼 모두 ‘YOU‘라고 했으면 좋겠어 요 ㅋㅋ
(๑•̀ڡ•́๑)


하나 2020-12-13 23:37   좋아요 2 | URL
진짜 scott님 짱 ㅋㅋㅋㅋ 같이 가요 진짜 뇬뇬뇬 다 가만두지 않겠어!!! 🔥(근데 익명으로 욕한 건 문맥상 어린 열반인님인 것 같다... 역시 훌륭 우리 열반인님은 참지않긔!!! 🔥)

반유행열반인 2020-12-14 06:43   좋아요 2 | URL
저도 멱살 잡고 욕하고 익게에 욕 달아서 같이 처맞았네요 ㅋㅋㅋㅋ 저도 존경어 존칭 빼고 이름 부르는 문화 좋을 거 같아요. 이름 부르는 게 하대가 안 되는 사회이면 좋겠네요.

페넬로페 2020-12-13 23: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세상 살면서 정말 이런 선택이 가장 어려워요~~
그냥 멱살잡고 싸우느냐!
아님 똑같은 사람 되지 않게 참느냐!
어떡하면 좋을까요?

반유행열반인 2020-12-14 06:45   좋아요 5 | URL
멱살 잡고 싸우면서도 같은 사람은 되지 않게 멱살 잡을 상대를 봐 가면서 ㅋㅋㅋㅋ나보다 센 놈이면 잡고(그러다 처맞고) 나보다 힘든 이면 먼지 털어주고 상냥한 걸 원칙 삼아 살고 있는데 그런 태도조차 뭔가 고저 따지는 거라 어렵습니다 ㅠㅠ

han22598 2020-12-15 02: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릴때 거의 쭈그러져 있었기 때문에, 반님처럼 믓지게 자기를 표현하며 싸워나가는 (^^) 친구들이 부러웠어요. 반님같은 친구가 나도 있었으면 했었어요 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0-12-15 06:53   좋아요 2 | URL
별로 믓지진
않고 저도 쭈그리에 울보였는데 질질 짜면서 할 말은 하는 정도였어요 ㅋㅋㅋ잘 찾아보면 저 같은 친구 있으실 걸요?(어디? ㅋㅋㅋ여기ㅋㅋㅋ)

하나 2021-01-08 20: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얘드라~~~ (존경하는 알라딘 이웃님들..ㅋㅋ) 책은 사람 장소 환대, 리뷰는 반유행열반인님이다... 이거시 이달의 당선작! ㅋㅋㅋ 축하드려요! 우리 누나 좋으면 좋다고 말하라는 나의 충고 새겨들었군 ㅋㅋㅋㅋ 알라딘놈들..

반유행열반인 2021-01-08 20:14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왠지 떼써서 받아 먹은 느낌 난다...하나님도 페이퍼 당선 축하드려요. 나는 꼭, 하나님 글을 간직할게!!!!

scott 2021-01-08 22: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나님 ㅎㅎ알라딘놈들 ㅋㅋ(북플 기능 넘 후짐) 열반인님 이달의 당선 추카~추카~

반유행열반인 2021-01-08 22:14   좋아요 1 | URL
scott님도 2관왕 축하드립니다!!! 알라딘놈 아니 알라딘님들 비천한 제 리뷰도 뽑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굽신굽신 ㅋㅋㅋㅋㅋ

2021-01-11 1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11 2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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