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과 거울 아침달 시집 35
양안다 지음 / 아침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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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0 양안다.

해일이 오면 우리 온몸으로 받아낼 수 있을까. (‘악보가 육체라면, 음악이 영혼이라면’ 중)

첫번째로 좋아하는 시인이 황인찬이고 두번째가 양안다라고 했는데, 이 시집을 읽는 동안 회의를 느꼈다. 미안해 안다야 너 쫓겨날 것 같아. 전에 읽은 두 시집 ’천사를 거부하는 우울한 연인에게‘랑 ’작은 미래의 책‘은 뭔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느낌은 있네, 였는데 이번 두툼한 이 시집은 뭔말인지도 모르겠고 잘 느끼지도 못했다. 시집의 구성은 조금 독특했다. 앞부터 시가 좌르르륵 나오고 중간에 꺼꾸로해도 자낙스라는 거울이 있고 대칭으로, 앞부분과 역순으로 같은 제목의 시들이 또 이어진다. 시집 구성은 재밌지만 시는 절반 넘어가도록 건지지 못해서 또 초조했다.

그러다가 시선집 ’가장 아름다운 괴물이 저 자신을 괴롭힌다‘가 눈에 들어와서 펼쳤다. 최승자가 옮긴 머레이 시랑, 미야자와 겐지 시랑, 이거저거 아무거나 펼치고 읽어도 세상에, 다 좋잖아. 그러니까 시를 읽는 내 눈깔이 내 뇌가 삐꾸인 게 아니고 시는 좋은 걸 잘 옮긴 걸 잘 골라서 읽어야 괴롭지 않겠구나… 시선집은 너무 좋아서 그만, 아껴 읽어야지 하고 덮어버림…그러고나서 양안다 시집 남은 걸 후다닥 읽어 치워버렸다. ㅋㅋㅋㅋㅋㅋ안다야 미안해.

12월이니까 12월이라는 시 두 편만 베껴 놔야 겠다.

-옷장은 닫혀 있었다. 창문도 닫혀 있었다. 거실에서 눈이 내리지 않았다. 암막 커튼은 물결치고 밤의 진폭을 증가시켰다. 올해가 끝나가고 있구나. 창밖에는 사람들이 연말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어린아이가 부모의 손을 잡고 시간에 대해 배울 것이다. 밤은 빛을 사랑할 것이다. 어느 연인은 귓속말로 밀담을 나눌 것이다. 세상 모든 비밀이 폭로될 것이다. 세계는 유지될 것이다. 무질서를 사랑할 것이다. 떠돌이 개는 배를 불릴 것이다. 옷장은 닫혀 있었다. 거울은 닫힌 옷장을 향해 있었다. 오래 살기로 약속. 꼭. 그날은 눈이 내렸다. 12월에는 눈이 무척 느리게 내리는 것 같아. 너도 그래? 그래. 그랬던 것 같다. 필름은 온전히 손상되지 않았다. 표정이 기억나지 않았다. 목도리는 무슨 색이었더라. 장갑을 끼고 있었던가. 아니. 언 손을 맞잡고 있었다. 코트에 단추가 몇 개 있었떠라. 그런데 목소리는? 나는 눈빛을 사랑했지만 옷장은 닫혀 있구나. 귀가 멀어버렸구나. 전야제가 있을 것이다. 캐럴이 들릴 것이다. 나는 그것을 찬송가와 헷갈리곤 했다. 종교를 가져본 적 있어? 아니. 그러나 그때 눈빛에 매혹된 이후로 종교를 이해할 수 있었다. 밤새도록 허름한 기도가 계속될 것이다. 소원과 속죄가 반복될 것이다. 세계는 유지될 것이다. 그때 나는 언 손을 맞잡고 설원에 가고 싶었다. 끝도 없는 설원을 함께 기록하고 싶었다. 그런데 정말…...창문은 닫혀 있던 걸까? 나는 암막 커튼을 걷었다. 거실에서 눈이 내리지 않았다. 머릿속은 이미 눈보라. 익사할 것이다. (‘12월’ 전문)

-갑작스러운 날이었습니다. 아침이
잠들어 있는 동안 마당에는 새들이 한바탕 죽어 있었지.
창문은 입김을 잃고
머리채 흔들며 미치는 건 눈보라였습니까? 보세요. 얼어붙은 영혼이
너에게 손 내미는 것을. 내가 겨울을 시기하는 것이
당신을 절벽으로 몰아붙인다…...
-증상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습니까?
-재해는 늘 뜻밖의 일이었으니까요.
창문 바깥에
가득 차 있는 건 겨울의 매혹이었을지도.
예기치 않은 날씨 변화에 압도되는 건 너였다. 내가 작은 우산을 쥐고
죽은 새의 내장을 헤집는 동안…...이런 추위가 나를 못 견디게 해. 나의 증상이 너를 못 견디게 하는 것처럼.
들었습니까? 박제된
프리지어의 목소리를…... “추위에 매료되는 동안
약간의 현기증을 겪곤 해요.” 그러나 떠돌이 개들은
여전히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었다. 얼어붙은 영혼이 내민 손을 잡은 건
우리가 아니라 죽기 직전의 새들이었다. (‘12월’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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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폐한 집 1 비꽃 세계 고전문학 24
찰스 디킨스 지음, 김옥수 옮김 / 비꽃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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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9 찰스 디킨스.

‘나보코프 문학강의’ 덕에 찰스 디킨스를 처음 읽게 되었다. ‘황폐한 집’은 처음 듣는 소설이었는데, 무려 3권이나 되는데 전자 도서관에 있었다. 이런저런 익살이나 빈정거림이나 블랙 유머가 제법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아직 1권 밖에 못 봤어… 언제 다 봐… 재미있긴 한데 퍽 길다.

카프카가 ‘소송’이나 ‘성’을 쓰기 전에 이 책을 읽었는지 궁금했다. 이 소설 배경인 영국, 런던(맞나)에서도 길고 끝없는 소송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소모되고 소송 비용이 눈처럼 불어나고 많은 이들이 고통 받는다. ‘잔다이스 대 잔다이스’ 소송이라 하는데, 구체적으로 무얼 다투는지는 잊혀진 건지 자세히 나오진 않는다. 소송의 피후견인이라 하는 젊은이 에이다와 리처드는 사랑에 빠지고, 에이다의 말벗 겸 집안일 돌볼 ‘꼬마 아줌마’로 함께 데려온 에스더가 중심 화자처럼 주변을 관찰하고 이런저런 사건을 파악해 나간다. 나보코프는 ‘맨스필드 파크’에서 더부살이 패니를 중심인물 삼은 것처럼 하녀나 가정교사 같은 상대적으로 좀 덜 존중받는 인물을 관찰자나 화자로 삼는 것에 주목한다. 여기서도 에스더가 하는 행동이나 주변을 파악하는 걸 보면, 처음에는 조금 어리숙한 듯 하다가 점차 이것저것 관찰하고 오히려 주변 상황을 꿰뚫고 리처드가 진로 선택 제대로 못해 방황하는 걸 걱정하고 지적하거나, 잔다이스 아저씨가 고민하는 데 다가가서 위로하고, 사랑에 빠진 에이다 곁에서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게 도우려고 애쓰기도 한다. 정작 에스더 자체도 뭔가 출생의 비밀이 있는 것처럼 냄새만 팍팍 피워놓고 아직 이야기를 충분히 풀지 않은 채로 1권이 끝나지만…

법정을 둘러싸고 대법관부터 변호사들, 법률문서 대서하는 사람들, 재판 관련 문구 파는 사람, 심부름꾼, 소송 당사자들, 배심원들 우왕좌왕 많이도 나왔다. 정체 잘 모를 귀족들 이야기도 나오고 소송 걸면서 땅 가지고 분쟁하는 두 집도 나오고… 그런데 정작 법률과 소송은 많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재판 그 자체에 빠져 상황을 악화시키기만 한다. 그리고 오래 전엔 아이들을 참 가혹하게 대했구나… 부모 없이 떠돌며 여기저기 천대받고 의심받는 빗자루질 하는 조가 그랬고, 사회사업한다고 미쳐 다니며 자기 아이 안 돌보는 뭐시기 부인네 아이들이 또 그랬다. 피피란 아이가 계단 여기저기 부딪히고 굴러떨어지며 방치되는 장면도 맴찢… 부모한테 용돈 다 털려서 기부하고 다니는 불만에 찬 어린이들도 안타깝고…
이 소설 안에서 사람들을 살게 만드는 건 법이나 제도보다 누군가를 가엾게 여기는 마음, 어린 아이를 도우려는 호의, 건넨 작은 돈, 음식, 친절, 위로, 뭐 그런 것들이었다. 자꾸 반복해서 보여주는 당연한 장면들인데 그 새삼스러운 것들이 이백년 전이나 지금이나 자꾸 잊히는 구나 싶었다. 법과 정의는 필요한 것이지만 과정과 절차에 매여 지나치게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자꾸 등장해서 디킨스가 뭘 말하고 싶은지는 참 또렷하지만… 이걸 2권 3권에서 또 어떻게 어디까지 끌고 갈지는 더 봐야겠네… 언제 다 보나… 재밌긴 한데 요즘 책 읽는 것조차 힘들고 그렇다. 감기도 심하고 복직할 마음도 심란하고ㅋㅋ 아파서 나가 걷지도 못하고 누워 앓다보니 한 주가 훅 갔다. 내 마음엔 법원을 세우지 말자… 그냥 다독다독이나 해 주자… 정신 없어 아무말잔치…

+밑줄 긋기
-여기가 대법정이니, 영국 곳곳에서 건물은 무너지고 토지는 말라비틀어지고, 정신병원마다 미치광이는 녹초가 되고, 공동묘지마다 죽은 자는 가득하고, 망가질 대로 망가진 원고는 뒤축이 닳아빠진 신발에 실밥이 드러난 차림으로 사람들을 이리저리 찾아다니며 돈을 빌리거나 구걸하고, 돈 많은 부자는 판결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단이 넉넉하고, 정의로운 판결을 추구하는 자는 돈과 인내심과 용기와 희망을 완벽하게 빨리다 머리가 깨지고 심장이 무너지는 터라, 고결한 법률가치고 “아무리 억울한 일을 겪더라도 법정만큼은 안 찾는 게 좋다”는 경고를 안 하는 사람이 없구나! (대법정 무섭다... 판사님 이 독후감은 모두 뒷산 고양이가 쓴 것입니아옹)

-그는 도덕적으로 엄격하고, 인색하거나 비열한 행위를 경멸하며, 자신의 진정성을 비난받느니 차라리 죽는 편을 선택할 신사다. 한마디로 명예를 존중하며 완고하고 진실하고 기개가 높고 편견이 심한, 완벽하게 비이성적인 인물이다. (결론이 웅장. 비이성적인 새끼야)

-젊은 사내가 실수로 잉크를 몸에 쏟은 모습으로 인도에서 저를 바라보며 말했어요.
“링컨 법학원에 있는 켄지와 카보이에서 왔습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젊은 사내는 친절했어요. 짐을 삯마차로 옮기는 걸 감독한 다음에 제가 올라타도록 거들고, 저는 런던 어디서 큰불이 났느냐고 물었어요. 거리마다 짙은 갈색 연기가 가득해서 아무것도 안 보였거든요. 그러자 젊은 사내가 대답했어요.
“어이쿠, 아닙니다, 아가씨. 이건 런던 명물이랍니다.”
저는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없고, 젊은 사내는 다시 말했어요.
“안개요, 아가씨.”
“아, 그렇군요!” (아니 그거 무진의 명물 아니었어?!)

-“안개가 정말 짙네요!”
제가 말하니, 거피가 마차 발판을 내리며 대답했어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겉모습으로 판단하건대, 아가씨한테는 오히려 잘된 것 같네요.”
좋은 뜻으로 하는 말 같아, 저는 얼굴이 붉어지는 걸 가볍게 웃어넘기고, 거피는 문을 닫고 마부석에 올라탔어요. (안개 좀 알게 되서 인사치레 했다가 허튼 소리 들었는데 못 알아 듣는 에스더. 여기서 디킨스씨 개그 좀 치시네 했다.)

-노인이 살짝 고갯짓해서 세입자를 가리키며 이어나갔어요.
“톰 잔다이스는 여기에 자주 왔다오. 재판 일정이 잡히면 주변을 끊임없이 돌아다니면서 조그만 상점 주인한테 말하는 습관이, 무슨 일이 있더라도 대법정 소송은 피하라고, ‘그건 천천히 돌아가는 맷돌에 온몸을 갈아대는 것과 똑같으니까. 천천히 타오르는 불길에 온몸을 태우고, 벌침에 한 방씩 물리며 천천히 죽어가고, 하나씩 떨어지는 물방울에 익사하고, 조금씩 미쳐가는 것과 똑같으니까’라고 말하는 습관이 있었거든. 어린 아가씨가 지금 서 있는 바로 그곳에서 하마터면 그대로 자살할 뻔했지.”
우리는 공포에 휩싸이고, 노인은 손가락으로 고물상 통로를 천천히 가리키며 이어갔어요.

-스킴폴 선생은 아침 식사 때도 간밤처럼 명랑했어요. 식탁에 벌꿀이 있어서 꿀벌에 대한 담론으로 나아갔지요. 자신은 벌꿀은 반대하지 않지만(꿀벌을 좋아하는 걸 보면 정말 그런 것 같은데), 벌꿀을 가지고 교만한 억측을 펴는 건 반대한다. 바쁘게 일하는 꿀벌을 모델로 삼아야 하는 이유를 도통 모르겠다. 자신이 볼 때, 꿀벌은 꿀 만드는 걸 좋아한다. 꿀을 만드는 게 싫다면 안 만들 거다. 꿀벌은 자신의 취향을 그렇게 자랑할 필요가 없다. 모든 인간이 온 세상을 윙윙대며 날아다니다 무어든 길을 막는 물체에 부닥치고, 자신은 일하러 가니까 방해하지 말라고 소리친다면 세상은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 게다가 꿀벌은 꿀을 다 만드는 즉시 연기를 맡고서 쫓겨나는 신세가 아니더냐. 맨체스터 노동자가 면직물을 짜는 목적이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잘못 생각한 거다. 자신이 볼 때 수벌이야말로 누구보다 명랑하고 현명한 사상을 실천한다. 수벌은 있는 그대로 말한다. ‘미안합니다. 나는 아무런 일도 할 수 없습니다! 세상엔 볼거리가 널리고 구경할 시간은 짧으니, 나는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구경하다, 돌아다니길 싫어하는 분에게 먹을 걸 구걸하겠습니다.’ 나는 수벌 철학을 아주 좋은 철학으로 여긴다. 수벌은 꿀벌과 좋은 관계를 맺으려고 늘 애쓴다. 그래서, 자신이 아는 한, 늘 간편하게 산다, 상대가 꿀만 내준다면, 그리고 꿀이 얼마나 있는지만 안 속인다면! (어린이처럼 묘사되는 스킴폴 선생을 세 글자로 말하자면 식충이)

-“지상에 있는 지옥 불 가운데 대법정처럼 지독한 곳은 어디에도 없어. 그런 곳은 개정 기간 중 가장 바쁜 날에 땅속에다 지뢰를 파묻어, 위쪽과 아래쪽, 높은 놈과 낮은 놈은 물론 거기에 관여하는 놈 모두랑 기록과 법률과 선례까지 모조리 모아놓고 화약 천 톤을 터트려서 깡그리 날려버려야 해, 조금이라도 개혁하려면!”
그분이 굵직한 목소리로 강력한 개혁 방법을 열심히 내놓는 모습에 누구나 웃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웃으니, 그분 역시 머리를 꼿꼿이 들고서 널찍한 가슴을 흔들며 주변이 또 마구 흔들릴 정도로 커다랗게 “하하하!” 웃어댔어요. 그런데도 자그마한 새는 아무렇지 않았어요. 완벽하게 안전한 느낌으로 머리를 이쪽저쪽 홱홱 돌리며 식탁을 쫑쫑쫑 뛰어다니다, 반짝이는 눈을 갑자기 돌려서 주인을 쳐다보는 게, 자신과 똑같은 새라고 여기는 것 같았어요. (장비 같은 입 걸고 불 같은 보이손 선생1)

-...해군본부 위원회 놈이라면 하나도 남김없이 다리를 – 두 다리를 – 분질러 버린 다음, 48시간 안에 군의관 대우 체계를 완전히 안 고친다면, 그 다리를 고쳐주는 의사는 해외로 모조리 유형을 보내야 한다고.”
“일주일은 여유를 줘야 하지 않을까요?”
잔다이스 아저씨가 묻자, 보이손 선생이 단호하게 소리쳤어요.
“안 돼! 안 될 말이야! 48시간! 도시든 성당이든 사목회든 멍청이만 가득한 모임에서 그런 말이나 주고받는 놈들은 하나같이 수은광산으로 끌려가서 짧은 여생을 강제노동하며 살아야 마땅하다고. 밝은 대낮에 그런 말이나 해서 영어를 오염시키는 일이 없도록. 젊은이들이 그렇게 훌륭한 일에 용감하게 뛰어드는 걸 이용해서 야비하게 이익이나 챙기는 놈들은, 젊은이들이 인생 황금기를 바쳐가며 비싼 돈으로 오랫동안 공부하고 사회에 봉사하는데 쥐꼬리만 한 봉급만 주는 놈들은, 하나같이 목을 분지른 다음, 두개골을 외과의 협회 회관에 진열해서 두개골이 얼마나 두꺼울 수 있는지를 젊은 의사들이 실제로 만져보면서 일찌감치 깨닫게 해야 한다고!” (장비 같은 입 걸고 불 같은 보이손 선생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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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Tlla 2024-12-19 22: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디킨스의 작품을 재밌게 읽지만 분량이 많고 전개가 느려서 다시 읽을 엄두가 잘 안나요. 하지만 빈유행열반인 님의 리뷰를 읽으니 다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느껴지네요. 잘 읽었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4-12-19 22:20   좋아요 0 | URL
어맛 맞춤형 독서 AI인 줄 알았습니다 ㅋㅋ 먼저 이 긴 걸 다 읽으신 것도 대단하시고...친절한 해설 감사합니다. 빈유행인 것도 들켜버렸다...

반유행열반인 2024-12-19 22:22   좋아요 0 | URL
어마맛 내 맞춤형 해설서 다 날아가버림 ㅋㅋㅋ스포일러 방지 특공대 출동한 것인가!!!!

dbTlla 2024-12-19 22:39   좋아요 1 | URL
북플에서 댓글을 달다 보니 오타가 생기네요. 죄송합니다. 반유행열반인 님. ㅎㅎ (이번엔 오타가 없죠? 😅)

반유행열반인 2024-12-19 22:39   좋아요 0 | URL
괜찮습니다 ㅎㅎ저도 오타대마왕이에요ㅎㅎㅎ

유수 2024-12-19 2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지 얇은 거지만 저도 오늘 디킨스 읽었는데!!

반유행열반인 2024-12-19 23:12   좋아요 1 | URL
으하하 통했다!!! 전 본 게 거의 없네요 ㅎㅎㅎ 이거 재밌는데 넘 길어... 언제 다 보죠...

유수 2024-12-19 23:13   좋아요 1 | URL
반님은 할 수 있다. 저는 선좋아요중댓글후정독 들어갑니다.

반유행열반인 2024-12-19 23:14   좋아요 1 | URL
ㅋㅋㅋ이런 허접독후를 정독까지야... 그저 송구하고 늘 감사하옵니다...

유수 2024-12-19 23:49   좋아요 1 | URL
인용괄호가 역시 재밌어요. ㅋㅋ아쉽다. 감질난다. 수벌 갖다붙이는 거 웃기고요. 이제 밑밥수거해라 2권!

반유행열반인 2024-12-20 09:33   좋아요 0 | URL
우후후 이 콩깍지 오래도록 안 벗겨지심은 기쁜일인지 죄송할 일인지... 작은 웃음 드린다면 그저 제 행복... 대문호니까 떡밥 회수도 프로겠지?!?!

2024-12-19 2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2-20 0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2-20 1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24-12-20 10:45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 그래서 어제도 어린이들한테 치킨 튀겨줄까? 붕어빵이랑 같이? 이러고서 같은 거 먹었어요 ㅋㅋㅋ 애들이 좋아하는 거 먹어주면 고칼로리 몸보신이 아닐까!!! (이러고 아침엔 오트밀요거트랑 드립커피랑 단백질 음료 깨작깨작 처묵처묵)
 
세일러와 페카 삼부작 zebra 13
요쿰 노르드스트 지음, 이유진 옮김 / 비룡소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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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5 요쿰 노르드스트.

 작가 이름조차 생소한 이 그림책은 스웨덴어가 많았다. 예전엔 스웨덴에 한 번 가보고 싶었는데 이젠 어떤 장소에 대한 기대조차 잘 안 생긴다. 펀딩으로 사전예약 하던 책인가 본데, 난 그냥 충동구매했다. 해피버쓰데이 오르골 받는 구매액 채울라고 둘러보다 대충 추천 올라오는 거 집어 담은 듯…(야 뭔 과자 사냐)


 의외로 작은어린이가 좋아했다. 오늘은 트릴로지의 세일러와 페카의 일요일을 읽을 차례였는데, 한참 전에 읽어줬는데도 일요일! 하고 펼치기도 전에 다음 부분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마침 일요일이라 딱 맞네, 했더니 맞다고 손뼉치면서 또 좋아했다. 이런 걸 보면 아직 애기라 귀엽다.

 세일러는 오래 전 바다를 누비던 선원이었고 지금은 그냥 동네 돌아다니고 멍멍이랑 둘이 산다. 소소하게 차 고장나고, 누구 부르러 가고, 아프고, 교회에 가고, 술집에서 칼부림하는 거 보고 놀라서 도망치고, 서사는 별 거 없는데 그림이 귀여웠다. 멍멍이 페카도 귀엽고, 청바지 입은 올빼미 갑툭튀 이런거도 조금 귀여웠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세일러랑 페카가 차려입고 교회 가느라 택시 부르는데, 택시 기사 아저씨 보고 윤석열이다, 해 버림… 아저씨 죄송해요ㅋㅋㅋ그런데 좀 닮았다구…

 얘들은 일요일에 교회 갔다가 펍? 바? 어딘가에 가서 당구 치고 음식 시켜 먹고 당구치다 싸우는 사람들 보고 도망치고 그랬는데 난 뭘 했더라… 토요일은 감기가 너무 심해서 막 온몸 두들겨 맞은 듯 아파서 종일 누워 앓았다. 밤에도 자다 깨다 춥다 덥다 앓다가 새벽녘 되니 몸살은 좀 덜해졌다. 대신 오늘은 기침이랑 콧물이 캑캑 줄줄 난리야… 어린이들이랑 떡볶이를 해 먹고, 저녁은 레토르트 자장면을 끓여줬다. 장강명 소설 원작인 영화 ‘한국이 싫어서’를 봤다. 흠. 주계나, 주미나, 뭔가 나랑 내 동생이랑 이름 비슷한 자매도 나오고, 그런데 저 주인공이랑 나랑 은근 닮은 듯 하지만 나는 한국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은 잘 안 해 봤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었다… 이런 밈에 너무 수긍해 버린 건지? ㅋㅋㅋ 읽는 중인 디킨스의 ‘황폐한 집‘ 에 나오는 윌리엄인가, 리처드인가, 하여간에 남자 아이 하나는 처음엔 해군 한댔다가, 다시 육군 할래? 하니까 그럴까, 하다가, 갑자기 와 외과의사할래요! 이러는 장면이 나왔다. 해군이나 선원이 되려는 마음은 뭔가 여기저기 떠돌고 넓은 세상 보고 싶은 욕구의 상징처럼 문학 여기저기 등장한다. ’길 위에서‘에서도 샐인가 하는 놈이 배 타고 싶어하는게 나왔던 것 같기도… 요즘의 나는 제법 여기저기 근교를 떠돌아다니긴 하는데 그냥 결국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올 거리만큼 벗어났다 오는 것 같기는 하다. 게임 대항해시대의 항구를 직접 찍고 다니는 여행자의 블로그나, 해외 희귀 곤충 수집한다고 채집 여행 다니는 만화가 겸 곤충연구대학원생 블로그 같은 거만 보면서 멀리 다녀온 사람의 이야기는 전해 듣기만 하지. 그러고보면 책은 스웨덴에서 모르는 아저씨가 그린 그림도 보게 해주고 좋은 여행 대체물(?)이로군… 그림책 보고 아무말이나 했다… 사실 책 자체가 정말 아무말이나 하다가 끝나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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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놈처럼 걷고 다니느라 책이 잘 안 잡혀서 이 책 저 책 뜨적뜨적 보다 말다 합니다. 

전자책으로 두 종, 나보코프 문학 강의와 거기서 다루는 두 번째 소설 찰스 디킨스의 황폐한 집 읽고 있습니다. 디킨스 처음 읽는데 이렇게 나랑 잘 맞을 줄은!! 블랙유머 수다쟁이였어!!! ㅋㅋㅋ


양안다의 거울 같은 시집의 거울 절반 정도 봤습니다. 한참 오래 보는데 이번 건 참 안 읽히고 난해해…두껍게도 써 놨구나…

커피 공부를 할랬더니 분자식이 뒤범벅… 최낙언 선생님의 커피 공부책을 로스팅 부분 쯤 보는 중입니다… 그냥 눈으로 훑는데 의의를…화학 공부 안 하게 되서 참 다행이다… ㅋㅋㅋ

이옥 산문집은 서문만 봤구요…그치만 재밌겠다!!! 망한 자의 전집!!! 


얘 2권은 언제 보지… 1권보다 더 두껍네… 재미없던데…

얘들은 보고 싶은데, 맘만 먹고 기약없이 눈앞에 진열만 ㅋㅋ



과연 3월 전에 얼마나 더 읽고 갈 수 있을까요 ㅎㅎㅎ 더디 읽는 나놈 채근 좀 하려고 위시리스트? 독서 진행록? 남깁니다. 아, 알라딘이 이달 당선 적립금 줘서 좀 더 보태서 철학 만화책도 샀는데 아직 안 왔다요 ㅎㅎㅎ3권 세트 갖추니 뿌듯-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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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발췌 맨스필드 파크
제인 오스틴 지음, 이미애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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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9 제인 오스틴.


제인 오스틴도, 에밀리 브론테도, 영미문학에서 여기저기 언급되는 여성 작가 소설은 별로 읽은 게 없었다. 그러다가 읽게 된 건 전자책으로 사둔 ‘나보코프 문학강의’를 펼쳐 목차를 훑은 덕?탓?이었다. 책에서 다룬 소설 중 읽은 게 지킬박사와 하이드씨랑 보바리 부인 밖에 없구나…아 변신도… 그래서 나보코프의 썰을 보기 전 먼저 조금씩 따라 읽어보자 했다.


책에서 다뤄지는 첫 소설은 제인 오스틴의 ‘맨스필드 파크’였는데 제목조차 처음 들어… 집에 엠마랑 설득은 사 둔 게 있긴 한데… 전자도서관 뒤지니 맨스필드 파크가 보이긴 한데 이게 풀버전 아니고 요약 번역인 모양이었다. 민음사판 번역본도 있던데 그걸 사? 하다가 나랑 안 맞아서 아이고 하기 전에 이번엔 축약본이라도 읽고, 괜찮으면 사 둔 애들도 하나씩 까 보지, 했다.


제목은 소설 속 이런 저런 사건이 벌어지는 동네 이름이었다. 일단 이 집안 저 집안 이모, 사촌, 혼맥, 남매, 어쩌고 하면서 집안 끼리 얽히고 섥히는데, 아…연년세세 볼 때처럼 가계도를 그려야 하나 싶었다. 영국 놈들 자꾸 성 불렀다 이름 불렀다 해서 헷갈려… 중심 화자가 패니인 것 같긴 한데… 패니는 뭔 신데렐라처럼 가난한 친척에게 호의 베풀려는 부자 귀족 이모집에 와서 더부살이로 눈칫밥 먹으며 자란다. 이모네는 딸 둘 아들 둘 있는데, 에드먼드라는 목사 지망생 차남 빼고는 다 정신머리가 좀 이상하다. 책 말미에서 얘들 아버지인 토마스경이 자식교육 잘못해서 그래…이렇게 얼버무리는데 그런 거 치고 왜 아들 하나는 멀쩡한지…
젊은 남녀가 저택에 모여 같이 대화도 나누고 밥도 먹고 춤도 추고 그러다보니 사랑의 작대기도 오간다. 아예 처음부터 패니를 데려오면서 토마스경네 집 어른들끼리 아이참 사촌끼리 눈맞으면 어쩌냐…이러고 밑밥을 깔아놓고 그 밑밥을 결말에서 회수한다. 아니 그보다도!!! 이 번역서 앞에 해설이랍시고 미리 달아주는데서 결말 스포일러 했어!!! 내가 기억력 나빠서 애들 이름 헷갈려가지고 누구랑 누가 이어지는지 까먹었으니 망정이지… 이게 나름 독자에게 초미의 관심사일 수 있는데 서문을 저따위로 해 놓은 배려심 없는 출판사야…


1부까지는 애들 이름 외우고 족보랑 인물 관계 파악도 해야 하고, 나름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애들 속내랑 성격 기질 풀어주기는 하는데도 정신머리가 없고 아 재미없어…귀족 한량새끼들 노닥노다닥 이러면서 가난한 집 애 구박이나 하고 개짜증…이랬다. 그런데 2부였나 1부 말미였나 토마스경네 첫째 아들새끼가 갑자기 연극에 꽂혀가지고 연극하자! 이러고 청춘남녀 배역 누가 맡을지 가지고 갈등 벌이다가 아빠 와서 다 집어치우고 우당탕탕 하는 거부터 조금 재밌었다. 그리고 뭐…이후에는 사랑의 엇갈린 짝대기, 사랑의 도피, 청혼, 거절, 아 여기가 아닌가벼… 200년 전 영국소설에 한국 아침드라마의 씨앗 같은 게 이미 있었구나 싶었다.


에드먼드 같이 다정하고 배려심 많은 (소설 속에서는 엄청 에프엠이라는 거 말고는 단점도 잘 안 드러나는) 남자인물도 하나쯤 있지만 대부분 다양한 방식으로 빻은 아저씨들이 딸래미들이 되바라져가지고! 에잉 떼잉 쯔쯔 이러는 거랑 헨리 같은 바람둥이 새끼가 이여자 저여자 집적 대다가 결국 마음에도 없던 남의 부인이랑 사랑의 도피 하고선 아이고 후회된다 이러고 지들끼리 싸우고 난리나고 역시 패니같이 겸손하고 진지하고 확고하게 사람 보는 눈 갖추고 존버한 애가 신데렐라 되는거지 암암 이러는 게 뭐 그렇구나… 흥부는 상 받고 놀부는 벌 받았대요 하는 것처럼 영국 옛날 문학도 권선징악 느낌이다 싶기도 했다. 적당히 재미있고 적당히 짜증났는데 요약본 쳐본 놈이 나보코프의 픽인 영어 문학의 정수 중 하나를 제대로 판단 못했을 수도 있고… 나보코프 취향이 이상할 수도 있고… 자세한 건 ‘나보코프 문학강의’해당 부분을 읽고 확인해보자…ㅋㅋㅋ


+밑줄 긋기
-네게는 제멋대로 하려는 기질이나 자만심, 독자적인 정신을 가지려는 성향이 전혀 없다고 생각했어. 그것은 요즘 젊은 여자들에게도 널리 퍼져 있는 경향이고, 그런 성향이 젊은 여자들에게서 보일 때 특히나 불쾌하고 혐오스럽지. 그런데 지금 너는 제멋대로 고집을 부릴 수 있고, 너를 인도할 권리가 있는 사람들을 배려하거나 존중하지 않고 스스로 결정하려는 성향을 보여주었다. 네 부모와 형제자매들이 이 혼사로 얻게 될 이익이나 불이익에 대해서는 한순간도 생각하지 않았어. 그저 네 생각만 하면서, 네 유치한 생각으로는 행복에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것을 크로퍼드 씨에게서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당장 거절하겠다고 결심한 거야. 조금 더 차분히 생각해 보기를 바라지도 않고. 그 어리석은 변덕 때문에 품위 있게 정착할 수 있는 기회를 내던져버리는 거란다. 이런 기회가 아마 다시는 내게 오지 않을 것이다.
(와… 당신은 지금 200년 전 영국 가부장 귀족 아저씨가 조카 딸이 부자 개양아치의 청혼을 뿌리쳤다고 배은망덕 땅땅 호통치는 장면을 보고 계십니다… 저기 그 새끼가 나중에 아저씨 결혼한 딸 꼬셔서 도망간대요…)


-이 문제에 관해서 나는 일부러 시기를 명확히 밝히지 않을 것이다. 극복할 수 없는 열정을 치유하고 변할 수 없는 애정을 옮기는 것은 사람마다 시간차가 있을 터이므로 누구나 자유롭게 자기 나름대로 시기를 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내가 사람들에게 간청하는 바는, 다만 그렇게 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울 때, 그리고 일주일도 더 이르지 않은 때에, 에드먼드는 크로퍼드 양을 좋아하기를 그만두었고, 패니가 원하는 만큼이나 패니와 결혼하기를 열망했다고 믿어달라는 것이다.
(이 소설은 대체로 전지적작가시점으로 진행되다가 왠 우리나라 고전산문이나 판소리계 소설처럼 작가적 논평이 드물게 조금씩 나온다. 여기서는 우리 에드먼드가요…메리 좋아하다가 짜게 식고 패니한테 갈아탄 건데요…환승연애라고 너무 뭐라고 하지 말구요…슬픔이 파도처럼 덮치는 사람도 있고 어쩌고 아닌 사람도… 동서고금 양다리나 환승은 거의 죽일 놈 취급이라 이렇게 작가마저 쉴드를 구차하게 치고 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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