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작은어린이가 ‘평생 기억하는 지구 이야기’(누나가 읽던 것. 중고로 3천원에 샀는데, 견출지로 아름다운 가게, 1000원, 붙어 있어서 빡치는 부분)를 재미있게 읽고선 후속작 ‘평생 기억하는 공룡 이야기’가 궁금하다고 해서 였다. 무려 1400원에 파는 개인 판매자를 찾아서 판매 리스트를 둘러보다보니 이렇게 저렇게 담게 되었다. 

이렇게 저렇게. 한 권씩 둘러 볼까?

‘마인크래프트’ 관련 두 권. 아직 게임을 사 줄 생각은 없는데, 나아아아아중에 사줄테니 책으로 세계관이라도 익혀라... 작년 상반기 내내 용암치킨 노래를 신나게 부르던 어린이용으로 마련해 보았다. 닌텐도 버전을 살지 피시 버전을 살지 난 그것도 잘 모르겠구나...


‘베니스에 간 가스파르’ 예전에 알라딘에서 사은품으로 받은 가스파르와 리사 수건만 있고 책은 본 적이 없어서 궁금해서 골랐다. 베니스에도 가 본 적이 없구만!!!










‘인버스’ 예전에 우끼님이 단요의 책을 읽고 리뷰 써 달랬는데 그러고나서 몇 년이 흘렀다... 지금은 인버스 탔다가 망할 버블 시기이지만 그냥 궁금하니까 구매 도서 중 제일 비싼 오천원-

‘자살 가게’ 성귀수 번역본인 것만 전에 눈으로 익혀서 대충 프랑스 소설이겠네, 정보 없이 담아 봤다. 한국이고 프랑스고 일본이고 뭔 가게 나오는 책이 다 인기인가 보다. 과자 가게, 빨래방, 편의점, 시간도 팔고, 자살도 팔고, 자본주의 답다. 















‘new’ 근육운동가이드 이지만 내가 산 건 2011년판이다...아니 그런데 지금 검색하다보니 올해 여성운동판이 나온 걸 알게 되었다. ㅋㅋㅋㅋ 혼자 집구석에서 덤벨 케틀벨 하다가 알통도 생겼다 없앴다 다쳤다 나았다 다시 아프다 이러고 있어서 책이라도 한 번 참고해 보려고... 화려한 도판인데 2800원. 거의 90퍼센트 할인이다. 

이 모든 게 배송비 포함 21150원. 책 한 권 값이라 가끔 중고 잘 털면 폐지 줍줍 하면서 기쁜 기분...그런데 책 사고 나니 알라딘이 오랜만에 적립금 상을 줬다. 오예. 와. 앗싸! 받은 날 터는게 국룰이고 내 돈 주고 살 만하지 않은 걸 장바구니에서 고르는데 그래서 오늘 제가 고른 책은...일단 쿠폰 천원 쓴다고 코코아 현미칩을 담았고... 이전의 오리지날 현미칩 먹을 만 했다. 그런데 순식간에 사라진다. 

나는 사드 전집을 적립금으로 모으기로 다짐했기 때문에 기어이 이미 동서문화사판으로 소장 중인 ‘소돔120일‘ 성귀수 번역본을 질렀다. ㅋㅋㅋㅋㅋㅋㅋ와 그걸 또 사냐 하고 나 뽑아준 알라딘 현타오겠다. 아니 재고 떨어줘서 고마워할지도...(페이퍼에 상품 첨부해도 19금이라 표지가 잘 안 뜨는 부분)

나 이제 소돔 120일 두 개다. 사드가 지옥에서 펄쩍펄쩍 춤을 추겠다. 너 보라고 쓴 거 아니라고. 악성 독후감 쓰면 이ㅏ묄머ㅏ내겨ㅐㅑ머 해버린다고 날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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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사람과 눈사람
임솔아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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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8 임솔아.

맨 마지막 소설 ‘눈과 사람과 눈사람’을 제일 먼저 읽었다. 신년이라서 어울릴까 했는데 배경이 신년이긴 했다. 눈이 쌓인 호숫가에 모인 여성들, 여섯이었다가 넷만 모였지만 멀리 하나까지 다섯이 계속 이어지려 애쓰고 있었다. 연대하다 싸우다 다시 자신 없이 희망을 끌어올리려 분투하는 사람들 이야기였다. 오래 전 읽은 윤이형의 ‘작은마음동호회’와 ‘붕대감기’와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바로 윤이형의 발문이 이어졌다. 고통으로 가득찬 소설집이면 아마 나중으로 미뤄뒀을 것 같다. 고통 서사 중독자이긴 했는데, 오 지금은 아닌 것 같아… 진화에서 고통이 기여한 바가 있어서 고통 받고 고통에 민감한 존재들이 여태 남아 있고, 또다른 고통 받는 자손들을 이어갔겠지만… 꺼져 진화… 꺼져라 고통… 이렇게 남의-그것도 매우 잘 쓰던 소설가의- 서평을 먼저 읽고 소설들 하나씩 꺼내 읽는 건데 이게 나은 선택이었는지 아닌지는 더 읽어봐야 알겠다. 다 읽고 나니 서평을 읽는 것은 생각보다 독서에 큰 영향을 안 준다. 어차피 직접 읽기 전엔 아무 것도 모른다. 다행이다. 휴.

‘줄 게 있어’ 달라고 한 적 없는데. 왜.
‘병원’은 카프카 생각난다고 하면 작가가 좋아할지 화낼지 모르겠다. 윤동주의 병원도 나왔다. 이전에 변신의 잠자의 방 건너편 병원에 대해 상상해 쓴 소설을 읽었던 것 같다. 내가 겪은 병원은 저것보다는 나은데 저런 병원도 어느 세상에는 있겠지. 저런 삶도 가능하겠지. 곧 불가능하겠지. 아, 상해진단서를 끊을지 말지 그걸 끊으면 건강보험이 안 된다고 해서 결국 안 끊었던 것 같은, 입원한 나와 엄마를 한심하게 다루던 의료진들이 여럿 있던 병원이 그나마 저기랑 가깝겠다. 거기에는 피를 흘리는 외국인 노동자 같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래전에는 책을 다 읽도록 뭔가를 쓰거나 밑줄을 긋거나 하지 않았었다. 다 읽고 나서 다시 뒤적이며 건질 만했던 문장이 생각나면 옮기고, 아니면 말고, 했다. 지금은 뭔가 집중력이 무너졌는가, 책한테 딴지를 걸고 싶은가, 대화를 하고 싶은가, 인터랙티브는 아니고 오도방정을 떨며 아무말잔치를 하려고 책읽기는 뒷전인 것 같았다. 이제 한동안은 책 다 읽을 때까지 뭘 찌그리지 말아야지. 옮겨적지 말아야지. 이 책도 거의 절반을 봤지만 남은 동안만이라도 그래야지. 하는 주절이를 마지막으로 적는다. 에효. 후지다.

‘다시 하자고’ 피아 구분 못하다가 분리되는 홀가분함
‘추앙’ 사람 같지도 않은 새끼들 다 죽었으면. 이라고 쓰는데 갑자기 눈 뒤쪽으로 뭐가 위아래 훝고 지나갔다. 비문증은 반대쪽 눈인데. 너무 성질 내지 말아야지.
‘뻔한 세상의 아주 평범한 말투’ 나는 빌러비드랑 빌리버드가 늘 헷갈린다. 병든 사람이 곁의 사람을 병든 사람처럼 만드는 되먹임을 나는 많이 겪어 봤다고 하기에는 또 다른 모습이라 뭔가 징글징글한데도 애증인지 애정인지 수프 먹고 싶었다.
‘신체 적출물’ 손톱이나 머리카락 말고 잃어본 적 없어서 다행이다.
‘선샤인 살레’ 열대섬 가 본 기억이 나고 다시 가고 싶지만 비행기를 오래 못 타서 이젠 해외 못 갈 것 같다. 이름 잃고 낙원 같은 곳에 이름 없는 사람들과 아주 잠시만 교감하다 일회용 감정 관계 묻고 사라지는 삶 그거 아주 워너비 아닌가 그래서 소설 속에만 있다.

오, 앞에서부터 읽은 소설들은 다 인상적이고 좋았다. 순서대로 읽을 것을 괜히 표제작부터 읽었다. 이거는 매운맛 먹고 샤벳 같은 걸로 도닥거리는 순서였는데 나는 눈부터 실컷 퍼먹고 야 싱겁냐 했다. 그리고 앞으로는 역시 아까 다짐한 것처럼 책읽기에 집중하고 괜히 옆에서 추임새 넣는 메모 같은 거 좀 자제해야 겠다. 그편이 더 나은 독서인 걸 오랜만에 알았다. 한국 소설 읽기도 오랜만이다. 아주 오랜만인데 생각보다 좋았다.

+밑줄 긋기
-연대에도 자격이 있겠지요. 우리에겐 그 자격이 없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봤어요. 나래씨는 성폭력 피해자였고 앞장서서 싸워왔어요. 나래씨는 피해자들의 싸움에 우리가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고 받아들인 것 같아요. 고통받아본 적도 없으면서 남의 고통마저 약탈해서 정의로운 척하는 족속을 보듯이 우리를 본 것 같아요. 우리가 정말 그런 사람들일까요?(183, ’눈과 사람과 눈사람‘ 중. 당사자성. 고통이 짙으면 비뚤어지기도 한다.)

-단단해지고 싶어서 자기의 말랑말랑한 부분을 떼어내 냉동실에 넣어 얼리는 사람은 단단한 사람일까 말랑말랑한 사람일까. (203, 윤이형의 발문 중)

-그들은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사회는 그들이 아무것도 아니며 따라서 아무런 가치도 없다고 생각한다. (210, 흑흑)

-“그렇게 슬픔을 이겨나가는 거야.”
이겨나가야 할 정도의 슬픔이 나에게는 없었다. (17, ‘줄 게 있어’ 중. 슬플 거라고 단정하지 마. 슬픔을 강요하지 마. 너의 죄책감을 내 죄책감 스위치 켜는데 쓰지 마.)

-“있고 싶어요.”
“그래, 잊어야지.” (33, 말 되게 못 알아 처먹는 인간들. 사람을 말려죽이는 방법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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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 자연선택의 신비를 밝히다 주니어 클래식 1
윤소영 풀어씀 / 사계절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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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6 윤소영 풀어씀.



원전을 읽는 게 꼭 필요한가 싶으면서도, 다윈의 비글호 항해기, 종의 기원, 인간과 동물의 감정표현을 갖춰놨다. 동시대에 같은 결론을 향해 달려가던 월리스의 말레이제도도 함께 꽂혀있다. 생각보다 겁이 많기 때문에 풀어쓰기 해 둔 이 책, 종의 기원, 자연선택의 신비를 밝히다를 읽고 나머지에 도전하는게 낫지 싶었다. 그런데 잘 집중해서 읽지는 못했다. 일부 중요 내용 발췌와 해설, 쉽게 설명하려는 시도가 좋긴 한데 막 엄청 새롭고 이런 건 못 느끼겠는게 그간 다윈의 후예 내지 후학 연구자들이 이런저런 진화론 영향 받은 생물학, 동물학, 뇌과학, 지구과학, 사회학 관련 써둔 책에서 주워먹은게 적지는 않았나 보다. 다윈의 연구와 주장의 가치, 한계를 간단하게 정리한 건 처음 진화론에 관해 읽는 청소년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 같다. 이해가 한 번에 쉬울 것 같지는 않다.

다윈의 연구를 요약 정리해 둔 책을 읽고 나니 오히려 말레이제도를 먼저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윈보다 덜 유명했지만 같은 방향으로 다른 어디에서부터 나아가던 사람의 탐색 과정이 더 궁금했다. 제대로 안 읽은 건가, 인용도 할 말도 많지 않아 오늘은 간단한 독후감 끝. 나중에 기회되면 진짜 종의 기원에 도전하자. 나아아아중에...

+밑줄 긋기
-지금까지 인류는 두 차례에 걸쳐 과학의 손이 그들의 천진한 자기애에 가한 거대한 모욕을 참아내야 했다. 첫 번째는 우리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 거의 상상하기조차 힘든 규모의 대우주 안에 있는 작은 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였다.(...) 두 번째는 생물학 연구로 인해 신의 특별한 피조물이라는 특권을 강탈 당한 채 동물계의 일원으로 추방당했을 때였다. (158, 프로이트의 말을 굴드가 ‘다윈 이후’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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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에서 생명으로 - 인간과 자연, 생명 존재의 순환을 관찰한 생물학자의 기록
베른트 하인리히 글.그림, 김명남 옮김 / 궁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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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250104 베른트 하인리히.

길을 걷다 외진 보도 위 내려앉은 까마귀를 보았다. 까마귀는 무언가를 먹고 있었다. 죽은 쥐나 죽은 비둘기의 살점이었던 것 같다. 조금 무서운 생각이 들어 한참 들여다보지 않고 지나쳤지만, 그때 알았다. 도시에 까마귀나 길고양이가 없다면, 이곳저곳 죽은 생물체가 발에 치일 것이다. 사람이 일부러 치워서 종량제 봉투에 넣지 않는 이상 썩는 내가 동네에 가득할 것이다. 청소도 하고, 먹이도 되고, 동물들이 하는 일이야 말로 낭비 없이 더 나아지는 쪽이었다.

원제 Life Everlasting은 ‘영원한 생명’ 쯤 되니 너무 거창해서 그런지 번역서 이름은 ‘생명에서 생명으로’가 되었다. 책의 내용을 조금 더 잘 표현하자면 죽음(주검)에서 생명으로가 더 적당하겠지만, 왠지 무겁고 음울해져서 이 책의 밝고 호기심 넘치는 분위기, 죽은 생명체들을 삶의 원동력으로 삼는 생명력 가득한 존재들을 다 표현하지 못하겠다. 죽음의 재활용꾼보다는 생명의 재활용꾼 정도가 더 알맞은 느낌이 온다. 그냥 생명에서 생명으로로 둬도 좋겠다.

송장벌레, 수염하늘소, 비단벌레, 까마귀, 곰, 코요테, 하이에나, 독수리, 금파리, 균류(버섯 등), 인간 등의 공통점은 생명이 떠나간 유기체를 자기 영양분으로 삼고, 그렇게 죽은 것들로 생명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청소동물/생물이라는 말도 쓰이지만 이들은 재활용, 재순환 도우미쯤 되겠다. 숲이나 인간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는 이런 과정이 자연스럽게 일어나지만, 인간이 있는 곳에서는 방부처리, 천천히 썩는 관짝, 화석연료 사용하는 소각, 쓰레기종량제봉투(그나마 매립이긴 하지만 비닐봉지가 문제), 이런 것들이 유기체 분해 및 원소들의 물질계 회귀를 더디게 만든다. 나는 화학물질로(Ai는 범죄 악용에 책임을 지기 싫어 그런지 강산보다는 알칼리 가수분해를 추천했지만 자세한 프로세스는 끝내 설명하지 않았다) 뼈까지 다 녹여 액상화하고 처리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사실 장례는 죽은 사람을 위한 게 아니라 산 자를 보호하기 위한 의례이다. 그러니까 나도 하인리히 아저씨의 친구처럼 숲 같은데 냅둬주라고 하고 싶지만, 남은 사람들이 그걸 못 견딜 일이니까 그냥 알아서 하라고 간섭 말아야지 뭐… 언젠가 죽으면 더 이상 잔소리도 못할 테니 모두에게 다행이다.

소똥구리 부분은 작은어린이가 잠들기 전에 소리내어 읽어주었다. 쇠똥구리인 줄 알았는데, 국어 사전에선 둘다 표준어라고 했다. 코끼리 똥을 먹는 거대 소똥구리 헬리오코프리스 딜로니 이름을 듣자, 어린이는 이름이 헬리코프리온하고 비슷하다고 좋아했다. 그래서 나는 그럼 헬리코박터도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음 날 아침 AI에게 학명 어원을 물어보니 소똥구리는 heli-(태양), coplis(소똥구리)이고(고대 이집트 신화에서는 태양과 이걸 굴려 움직이는 소똥구리가 꽤나 신성한 동물이다. 땅 속 똥구슬 안 번데기에서 부활하듯 나오는 건 미라에도 영감을 준듯하다. 책 뒤에서 나오더라.), 뒤의 나선이빨상어나 나선균 쯤 되는 녀석들은 helico-(나선)이 접두사라고 알려줬다. 오...발음이 비슷하다고 다같은 종류는 아니지만 그 중 두 가지는 비슷한 모양과 어원을 딴 것이었다...
작은어린이 만할 때 파브르 곤충기에서 소똥구리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여기에서도 저자가 직접 관찰하고 연구하던 생물이라 그런지 흥미롭게 읽혔다. 똥으로 생명을 유지하고 번식까지 하는 쪽으로 진화한 게 신기하고, 참 알뜰하고 부지런한 이 생물 덕분에 초원이 질척한 똥으로 뒤덮이지 않고 (똥을 영양분 위주로 땅에 묻어버림, 질긴 섬유소 찌꺼기들은 나중에 다른 딱정벌레들이 먹어치워 줌) 청소가 되는 구나. 어디서나 가장 힘든 뒤치닥거리를 하는 존재가 있다. 그래서 남이 저지른 뒷수습을 할 때 똥 치운다 소리를 하는가 보다.

곤충이 탈바꿈하는 것을 저자는 ‘정말로 죽음 후의 환생이라고 불러도 좋을지 모른다’고 한다. 이 부분을 보고 영화 미키17을 생각했다. 먼저 본 친구가 새로 생기는 미키가 정체성부터 외형까지 싹 바뀌는 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는데, 그걸 곤충의 우화로 비유하면 그렇게까지 이상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우리는 너무 포유류 중심적 사고에 갇혀 있구나..아직 그 영화를 보지 않았지만 이 책에서 곤충 이야기를 읽고 나니 갖다 붙이면서 보면 그래도 즐길만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 막연한 기대를 품게 되었다. (기대하면 실망하는 걸 알지만 오랜만에 기대라는 걸 해 봄…)

저자는 책 말미에 자신이 원하는 죽음 후의 향연에 대해 적어 놓았다. ‘우리가 아는 한 우주에서 가장 장엄하고, 크고, 현실적이고, 아름다운 것, 곧 우리 자연의 생명과 내가 이어져 있기를 바란다. 지상 최대의 쇼가 벌이는 파티에 나도 끼기를 바란다. 영원히 지속되는 생명에.’(262) 벌레와 새의 미시적인 세상을 오래 들여다보던 사람은 훨씬 더 거시적인 세상까지 확장될 힘도 가진 것 같다. 내 렌즈의 배율이 되게 폭이 좁고, 나는 심한 근시이기도 해서 그냥 죽으면 끝, 했는데 죽어도 계속, 하는 외침이 더 힘있고 설득력있게 느껴져서 감동이 있었다.

+밑줄 긋기
-큰까마귀는 포가 묘사했듯이 섬뜩하고 음침하기는커녕 세상에서 제일 명랑한 새다. 특히 잔치를 벌일 가능성을 앞두었을 때는 더욱 그렇다. 큰까마귀는 풍장도 더없이 쾌활하게 수행한다. 나는, 선택할 수만 있다면, 큰까마귀로 환생하고 싶다. (109)

-지상을 걷는 생물체가 하나 있으면 죽는 생물체도 하나 있는 법이고, 생물체 하나가 죽을 때마다 고도로 농축된 영양분이 다른 생물체들에게 공급되는 셈이다. 사체가 클수록 그것을 먹고사는 생물들에게 먹이가 많이 돌아간다. 한 장소에 짧은 기간 동안 다량의 먹이가 존재한다면, 그 덕분에 청소동물도 몸집이 더 커질 수 있다. 여러 끼니를 때울 수 있으니까. (120)

-지저깨비(151):나무를 깎거나 다듬을 때에 생기는 잔조각.

-놀랍게도 덩치가 큰 녀석이 늘 이기는 건 아니었다. 근육 온도가 더 높은 쪽이 이겼다. 인간의 체온보다 몇 도 높은 정도였다. 그런 녀석은 다리가 제일 빨랐다. 소똥구리의 달리기 속도는 근육 온도와 직결된다. (195, 덩치보다는 열정, 속도!)

-(알래스카갈색)곰들은 사람에게 익숙한 데다가 사람이 있다고 해서 성내지 않는다. 어차피 사람보다 연어가 더 맛있지 않을까. 적어도 갈색곰에게는. (208, 우리도 연어가 더 맛있어. 오래 전 북극 탐험대는 겁없이-사실은 살려고 어쩔 수 없이- 북극곰 잡아 간을 먹다가 급성 비타민 에이 중독으로 많이 죽었다. 연어는 끽해야 기생충이나 신선도에 따른 장염, 식중독 정도니 죽을 확률은 더 낮겠다.)

-연어가 유달리 많은 시기에는 곰도 물려서, 근육질 살점은 놔두고 껍질을 벗겨서 곤이나 이리로 충혈된 생식소만 먹는다. 뇌도 곧잘 먹는다. 뇌는 지방 함량이 높은 별미이다. 곰들은 가을에 동면할 때가 되면 지방이 90킬로그램쯤 더 붙은 상태이다. (208, 이런, 초밥 뷔페 같은 곳에서 생선만 빼먹고 밥은 버리는 사람새끼들만큼이나 얄미운 곰새끼들이다. 다행히도 곰이 낭비한 것 같은 부분은 다른 동물의 먹이로 쩔해 준 셈이다. 이 경우에는 갈매기들.)

-그들(갈매기, 흰머리수리, 큰까마귀, 수달, 까마귀, 까치, 어치, 너구리) 덕분에 연어는 질소, 인, 기타 영양분을 바다에서 강과 주변 삼림으로 배달하는 ‘꾸러미’로 기능한다. 질소 부족은 숲의 성장을 제약하는 요소이므로, 연어는 큰 곰은 물론이거니와 큰 나무를 키우는 데도 기여하는 셈이다. 그 나무들은 장대비가 쏟아질 때 뿌리로 물을 붙잡아 둠으로써 유역을 형성하고, 나아가 연어의 산란에 필요한 환경을 형성한다. (212, 생태계의 아름다운 작용, 반작용, 질소순환에 번개나 박테리아만 기여하는 줄 알았는데 동물계도 먹고 싸고 하면서 보태고 있다. 고등 생명과학에서 이건 얘길 안 한다… 아 그리고 인간도 질소로 비료 합성하는 법-공기로 빵 만드는 법-발견/발명해서 식물과 식물 먹는 동물과 그거 둘다 먹는 인간을 먹여살리고 있다. 안 그랬으면 80억 어림 없었겠지...언제 그렇게 늘었어 또…)

-빛의 의미는 다양하다. 짝을 부르는 것부터 먹이를 유인하는 것, 포식자를 속이는 것까지. 어떤 요각류는 스스로 생산한 발광 물질(아마도 세균?)을 분출하여 자기 위치를 숨긴다. 문어가 먹물을 뿜어서 몸을 감추는 것과 비슷하다. (216, 빛이 하나도 없는 암흑의 생물들은 스스로 빛을 내거나 뿜는다. 지드래곤처럼 ‘자체 발광이 직업병이래’)

-낙하한 고래 주검에서 확인된 대형 동물상(세균을 제외한 범주를 말한다)은 400종이 넘는다. 어느 한 주검에 모이는 종류만 헤아려도 100종이 넘는다. 어느 시점이든 수많은 종류의 청소동물 수만 마리가 고래 뼈대에서 열심히 분해 작업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 단계는 10년까지 걸린다. 고래가 완전히 분해되기까지는 100년에 가까운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221, 이 부분을 보니까 고기들만 싫다고 하지 않으면, 죽은 뒤의 나를 해저 생물들에게 밥으로 주고 싶다. 고래보다 먹잘 건 없다만...)

-춥고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는 죽은 식물이 재순환되지 못한다. 그런 식물은 먼저 토탄으로 변했다가, 그다음에 갈탄이 되고(형성된 지 1만 년 미만으로 섬유질이 아직 남아 있다), 그다음에 역청탄 혹은 연탄이라고 불리는 물질로 변한다. 그보다 더 지나면 무연탄 혹은 경탄이라고 불리는 물질이 된다. (원유의 기원은 아직 논쟁 중이다. 한 가설은, 석유는 주로 조류나 동물성 플랑크톤 같은 고대 생명이 불완전하게 분해되어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보다 더 지배적인 가설은, 그렇게 만들어진 게 맞다는 주장이다.) (227, 가설이나마 화석연료의 기원을 간단하게 설명해준다.)

-석탄은 충돌하는 지각판에 끼어서 지하 140-190킬로미터까지 묻혔고, 그곳에서 극단적으로 높은 압력과 온도를 겪음으로써 결국 지구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물질 중 가장 단단한 다이아몬드로 바뀌었다.
우리에게 다이아몬드는 영원과 순수의 상징이다. 그런데 다이아몬드가 생명에서 비롯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그것은 비단 사랑을 통한 재생뿐 아니라 생명의 영속성을 뜻하는 상징으로도 느껴진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이어지는 생명의 화석이다. 생명이 지구의 진화 역사에서 벼려짐으로써 탄생한 화석이다. 그러나 다이아몬드가 정말 생명의 소중함을 선언하는 상징이라면, 그 생명이란 오늘날 살아 있는 특정 동물종의 생명만을 뜻하는 광고 문구 같은 의미는 아닐 것이다. 모든 시대의 모든 생명을 뜻할 것이다.(228-229, 오 그런데 이것도 일부의 주장이라고 한다. 생명체가 된 적 없는 탄소가 물질계에서 곧바로 다이아몬드가 됐을 수도...챗지피티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생명체가 다이아몬드로 변하는 가설에 대해 그림으로 그려줬다.)

-녀석이 그물 너머에서 퍼덕이는 것을 본 승리의 순간, 흥분이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더듬이가 한 쌍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그제야 그것이 나방이란 걸 알았다.
확인해보니 녀석은 벌새나방이라고도 불리는 황나꼬리박각시속(헤마리스) 나방이었다. (234, 나도 어릴 적에 집안에 벌새 같은 게 들어와서 날아다니길래 벌새다! 하고 잡아 놓고 보니 박각시나방이라고 했다…)

-벌새는 다리가 여섯이고 발가락은 없다. 벌새는 긴 부리와 긴 혀가 있지만, 박각시는 돌돌 말거나 펼 수 있는 빨대처럼 긴 주둥이가 있다(어떤 종은 주둥이 길이가 몸통의 두 배다). 벌새는 몸집에 비해 큰 뇌가 있지만, 박각시는 가슴에 뉴런이 약간 뭉쳐 있고 머리에는 그보다 더 작은 덩어리가 있을 뿐이다. 벌새는 근육으로 뼈를 곧장 잡아당겨서 두 날개를 움직이지만, 박각시는 뼈가 없고 날개는 네 장이다. 벌새는 혈액을 통해서 근육으로 산소를 펌프질하는 폐가 있지만, 박각시는 폐가 없고 혈액이 산소를 운반하지 않는다. 똑같은 게 거의 하나도 없다. 겉모습이 닮았다는 점 외에는. (236, 이제 둘을 절대 헷갈릴 일은 없겠다. 엄청 친절하게 비교, 대조해줌)

-문어는 알에서 나올 때부터 문어처럼 생겼다. (239, 변태하지 않는다는 뜻)

-그러나 또 다른 새로운 이론도 있다. 구더기에서 파리로, 애벌레에서 나방으로의 변태는 연속성이 없고 너무나 극단적이므로, 그런 곤충의 성체는 정말로 새로운 생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가설에 따르면, 이런 동물들은 바다에서 살면서 체외수정을 하던 고대 어느 시점엔가 다른 종과 결합하여 잡종이 되었다. 그래서 두 번째 유전자 지침을 품게 되었고, 그 지침은 환경 조건이 알맞을 때 활성화할 수 있다. 한마디로 이런 동물은 두 동물이 혼합된 키메라이고, 첫 번째 동물이 살다 죽은 뒤 두 번째 동물이 나타난다. (241, 와우, 흥미로운 가설이다. 그치만 우리는 죽으면 다시 태어나지 말자. 다음에 나오는 유글레나는 애기 때 막 자르고 재생되고 그런 거 배울 때 나온 줄 알았는데 걔는 플라나리아라고 한다...아무튼 유글레나, 광합성하는 동물이라니, 아니 산 채로 식물이 될 수 있는 동물이라니 동충하초도 아니고 멋지다.)

-우리 인간의 변형 과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새로운 특징이 추가된다. 첫째, 우리의 변화는 점진적이로 평생에 걸친다. 둘째, 유전자만이 아니라 뇌도 지시를 내린다. 우리의 뇌는 사상을 통해서 거의 말 그대로 환생을 초래할 수 있다.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사람들의 환생도. (244, 그런데 그 뇌를 통한 환생이 생각보다 많이 어렵다. 코뚫고 귀뚫고 문신 새기는 것보다 더 많이 어렵다.)

-우리는 유전자의 산물만이 아니다. 우리는 또한 사상의 산물이다. 내 몸, 내 적혈구의 산소 운반 능력, 내 뇌의 물리적 회로, 나를 움직이는 화학물질은 남들의 사상에 의해서 결정된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어도 부분적으로나마 그로부터 형성되는 게 분명하다. 사상이 미치는 장기적 영향은 지진, 가뭄, 비, 햇빛 같은 자연의 장난들이 미치는 영향보다 더하다고는 할 수 없어도 뒤지진 않는다. (257)

-그러나 현대의 화장은 의식이 아니다. 모두의 서식지인 지구 생물권을 존중하는 방식도 아니다. 그보다는 소각에 가깝다. 시신을 불에 태워 날리면,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유독 화학물질이 발생한다. 현대의 산업으로서 화장업은 전 세계 다이옥신과 푸란 배출량의 0.2퍼센트를 차지하고, 유럽에서는 대기 중 수은 공급원으로서 둘째가는 양을 배출한다. 매년 북아메리카에서 발생하는 시신을 화장하는 데 필요한 화석 연료는 자동차로 달을 80번 왕복할 수 있는 양에 맞먹는다. 화장은 엄청나게 값비싼 처분 방법이다. 요즘은 갈수록 많은 사람이 좀 더 사적이고, 자연적이고, 비싸지 않은 ‘수목장’을 인식하고 시행하는 추세이다. (260, 화장의 배신...그럴 줄은 몰랐네. 불이 완전연소를 하기 힘든 건 물론이고 우리 몸엔 온갖 금속성 원소들도 있는 것이다…)

지드래곤-OUTRO. 신곡 (神曲) (Divina Commedia)
https://youtu.be/x7jyiyEBZI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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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예항 / 짐승들의 유희 대산세계문학총서 182
미시마 유키오 지음, 박영미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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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01 미시마 유키오.



연말연초에 무작위로 골라 읽은 책으로 한 해의 길흉을 점친다면, 올해 나의 점괘는 ‘대흉’아니냐. 애초에 아직 한 번 읽지 않았던 미시마 유키오를 겁없이 (사실 조금 겁나지만 까짓것 하고) 골랐던 내 탓이다. 아닌가, 이렇게 억지 해석할 수도 있다. 오래되고 낡은 관습은 죽고, 새로운 시대가 뱃속처럼 활짝-열리기는 개뿔. 여전히 나는 납작 엎드려 숨어지낼 생각이다.

그렇게 안정과 정체에 굴복했다고 죽어야 한다면, 무엇에 항의하고 저항해야 할지 모르겠다. ‘누구나 알겠지만, 영광의 맛은 쓰다’(187)며 단숨에 마시는 결말은, 폼은 나지만 크게 납득되지는 않았다. 가라앉은 염의 맛도 쓰다. 고여서 썩는 물도 쓰다고. 영광, 죽음, 여자 삼위일체에 여자를 엮은 것은 잘못이다. 이 여자 때문에 죽겠구나, 하면서 자꾸 밑밥 뿌릴 때도 죽긴 죽겠지만 헛소리네, 남자는 남자 때문에 죽는 경우가 더 많다. 구시대를 신시대가 죽인다는 비유처럼 해석하기에도 멋적다. 무겁고 일찍 죽을 생각 없는 한 덩어리의 구세대가 신세대의 미래를 알밤 파 먹듯 먹어치우고 있다. 나는 파먹히면서 파먹는 쪽…
끝까지 치장하면서 구렁텅이로 슬슬 밀어넣는게 되게 쫄리는 읽기였지만, ’오후의 예항‘의 툭 끊어버리는 결말은 오, 이상하게 상쾌했다. 예상만 하고 보여주지는 않을게, 그게 더 무섭지만 아 좀 치네, 메스로 난도질도 세공도 좀 하네, 그치만 그건 내 취향은 아닌 것 같고, 돼지 도살장에 금가루 솔솔 뿌리고 앉았는 변태의 책은 읽다 자꾸 딴전을 피우게 했다. 예항의 뜻을 다 읽고 찾아보니, ‘다른 선박이나 물건을 끌고 하는 항해‘라고 한다. 이야. 사공이 어린데다 미쳤고 많으니 배는 산으로 갔다.

두 번째 소설 ‘짐승들의 유희’도 시작부터 바닷가 마을이 배경이었다. 앞의 소설보다 시작을 읽는 게 덜 불편한 기분이었는데, 아무래도 미성년의 초점 화자가 등장하는 글들을 언제부턴가 불편하게 읽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게 내 늙음의 시작이었다. 늙은이가 어린이를 흉내내는 말은 듣기 싫어졌다. 그치만 나는 점점 늙은 어린이가 되고 있으니 어쩌지. 이제 많은 소설 속 인물들이 다들 나보다 젊다.
앞서 읽은 소설보다 먼저 쓴 것이라 그런가, 내게는 좀 더 설익게 느껴졌다. 영화화 되기도 했다는데 내가 정서가 메마른 건지, 뭔가 구성하려고 시간 왔다갔다 장면 왔다갔다 하는데 정신 없고 지루하게 만들어놨네 싶었다. 원래 소설 읽을 때 인물에 잘 이입하지 않는 편이긴 하지만, 이 소설이야말로 어느 사람에게도 공감하거나 이입하고 싶은 마음이 안 들었다. 초점 화자는 고지인데, 이 인물상이 너무 알쏭달쏭했다. 배경음악은 지드래곤의 보나마나 같은 걸 틀어 놓으면 될까. 그 노래보다도 재미없었다. 앞 소설이 만족스러워 그런지, 이 소설은 절반 쯤 읽어도 별일이 없어 제목이 낚시 같이 느껴져서 그런지, 다음에 올 사건이 기대되는 게 없어서 앞 소설과는 반대의 느낌으로 더디게 읽었다. 결말의 후일담처럼 기자를 등장시켜서 뻔한 묘사로 대신 이야기 전하는 형식은 진부했다. 제목만 엄청 유혹적이지 서사는 통속적이고 재미가 없었다. 재미없다고 몇 번을 말하냐.
아이가 안 나오는 소설이라고 안도했는데 다 읽고 보니 고지는 둘의 아이 같은 역할이었다. 끝까지 읽어도 고지란 인물, 고아 설정에다 가짜 엄마 아빠 싸움에 휘둘리는 것처럼 그린 게 작가 이자식...인간이란 존재를 우습게 보네...우스운 건 맞지만 하여간에…이 소설에서도 새끼 고양이가 나오지만 죽지 않고, 아무도 죽지 않을까 과연, 했는데 과연, 사람은 언젠가 누구나 죽는다. 트라이어드의 나란한 세 묘.

이렇게 처음 만나는 미시마 유키오는 괴이하고 찌질하면서도 섬세한 글쟁이는 맞는 것 같고, 내 취향을 건드리지는 못한 거 같고, 금각사가 하도 유명하니까 가장 근처에 꽂혀 있긴 한데 읽기가 한참 미뤄질 것 같다. 새해 첫날부터 피곤한 독서였다. 모든 피곤한 인생은 자초한 것이다.

+밑줄 긋기
-작은 분선 철도 위를 날아다니는 참새 몇 마리가, 동그랗게 둘러앉은 그들 바로 옆까지 찾아왔다. 누구 못지않은 무자비함을 자랑스러워했기 때문에 참새에게 밥풀 한 톨 나누어주는 소년이 없었다. (61, 이놈들이 나중에 무슨 무서운 짓을 할지 두려워지는 무자비함. 그러고는 열페이지도 지나지 않아 정말로 이놈들은 고양이 살육 및 해체를 한다. 이놈들이 아니지, 미시마 유키오가 한 짓이지. 자기가 고양이가 된 놈)

-“편지, 많이 보내줘서 고마웠어. 백 번씩 읽었다고.”(106, 진짜로 백 번 읽었을 것 같다.)

-두 사람이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철책에 도착했을 때는 6시를 한참 지난 시간이었다. 금성은 남쪽으로 기울었고, 빌딩이나 창고 앞에 켜진 불빛이나 앞바다의 빨간 장등의 깜박임은 여전히 명확했으며, 마린 타워 선회등의 빨강과 초록 불빛의 띠가 공원의 어둠을 더욱 확실히 쓸어내고 있었으나, 주택가의 윤곽은 차츰 선명해지면서 동쪽 하늘에는 붉은 보랏빛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관목의 작은 나뭇가지를 흔드는 차가운 아침 바람결에 멀리서 작게, 비장하고 단속적으로 울려오는 올해의 첫 닭 울음소리를 들었다.
“올해는 복된 한 해가 되기를.”
후사코는 소리 내어 기도했다. 추워서 서로 뺨을 바싹 대고 있다가 류지는 바로 옆에 있는 여자의 입술에 입을 맞추며 이렇게 말했다.
“복된 한 해가 되고 말고. 이미 기정사실이야.”
(…)
저목장에서 훨씬 오른쪽, 옅은 먹색 하늘의 중간쯤에 어정쩡하게 붉은 윤곽이 나타난 것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순식간에 태양은 불쑥 주홍빛 원이 되었지만, 아직 그 빛은 맨눈으로 직시할 수 있을 만큼 약해서 붉은 보름달처럼 보였다.
“복된 한 해가 될 것 같아요. 둘이서 이렇게 첫 일출을 볼 수 있으니. 게다가 내가 태어나서 처음 보는 일출이에요.”
그렇게 말하는 후사코의 목소리는 추위로 찌그러져 있었다.
(118-119, 121, 새해 아침에 첫 일출을 글로 맞이하는 나는 저렇게 간절하게 바라고 단언하며 평온한 아침을 누리는 사람들을 미친 작가가 어떻게 찢어발길지 불안과 긴장감으로 바라보는 중...병이야)

-올해 5월이 되면 그도 서른네 살이다. 너무 오래 품은 몽상은 이제 버려야 한다. 이 세상에 그를 위해 따로 준비해놓은 영광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창고의 희미한 불빛은 청회색으로 어렴풋이 떠오르는 아침의 첫 햇살을 거부하고 깨어나지 않으려 버티고 있지만, 류지는 이제 눈을 떠야 한다. (119, 마도로스는 평범한 삶을 이제 막 결심하는데, 그게 그토록 어려운 것인 걸 난 왜 알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류지는 사관인데 이쪽이 계급은 더 높고 마도로스는 사병에 가깝다고 한다.)

-그는 쓴맛 단맛을 다 보아서 더는 모르는 맛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고 확신했다. 내 그럴 줄 알았지! 영광은 어디에도 없었다.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북반구에도 남반구에도. 저 뱃사람들의 동경의 별, 남십자성 하늘 아래에도! (120, 그렇구나…다른 어디에도 없구나...)

-아버지라는 것은 진실을 은폐하는 기관이고, 아이에게 거짓말을 꾸며대는 기관이며, 게다가 가장 나쁜 것은 자신이 진실을 대표한다고 남몰래 믿고 있는 거야.
아버지는 이 세상의 파리 같은 놈이야. 그놈들은 가만히 노리고 있다가 우리의 부패한 데 들러붙어. 그놈들은 우리들의 어머니와 섹스한 것을 온 세상에 퍼뜨리고 다니는 더러운 파리야. 우리의 절대 자유와 절대 능력을 부패시키는 일이라면, 그놈들은 무슨 일이든 하지. 그놈들이 세운 불결한 마을을 지키려고. (145, 대장네 아버지는 저 놈을 뒤지게 패면서 키웠어야 했다… 다정하게 키워도 소용 없네. 20년 전 쯤이면 나도 물개 박수 쳤을 수 있겠어서 섬뜩… )

-“때리는 게 제일 나쁜 건 아니야.” 대장은 붉고 얇은 입술을 있는 힘껏 올리며 말했다. “더 나쁜 것은 얼마든지 있어. 너는 이해 못 해. 너는 행복한 놈이야. 아버지가 죽어 없어졌으니 너는 선택받은 인간이 된 거야. 그러나 너도 이 세상의 악에 대해서는 알아야 해. 그러지 않으면 언제까지고 힘이 붙질 않아.” (146, 바로 위의 내 말에 응답하듯 대장이 말했다. 그러고나서 이런저런 아버지, 아버지 없음이 이어진다.)

-이것은 어른들이 품은 꿈을 표현한 것이고, 동시에 그들이 이룰 수 없는 꿈을 표현한 것이기도 해. 어른들이 자신들을 꼼짝달싹 못 하게 구속하고, 또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리라 방심해준 덕에 이곳에서만 살짝 푸른 하늘 한 조각, 절대적인 자유 한 조각을 볼 수 있게 해줬지. 말하자면 그건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동화지만 상당히 위험한 동화를 만든 거지. 어쨌든 좋잖아. 어쩄든 우리는 아직 귀엽고 여리고 죄를 모르는 어린애니까.
우리 중 다음 달에 14세가 되는 건 나와 1호와 3호지. 남은 셋도 3월이면 14세가 돼. 생각 좀 해 봐. 우리 모두 지금이 마지막 기회야. (172, 41세의 나는 14세 미만의 어린이들이 이 구절을 몰랐으면 좋겠지만, 비슷한 나이의 어린이들 몇몇이 폭행 및 갈취 사주를 받아 야간특수강도짓을 저지르고 지금 깜빵에 가 있다. 그리고 난 이 장면을 미리 예상한 나새끼가 조금 싫다. 앙팡 떼리블...아, 그리고 대장이란 놈은 사드 작품에 심심하면 나오는 무신론적 학대자의 근현대 아류 소인판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너 임마 미시마 유키오 너 임마 지옥에서 사드랑 쎄쎄쎄나 해라)

-세상은 비뚤어질 처지의 인간이 비뚤어지지 않은 것을 과하게 칭찬했다. 세상 사람들은 부자연스러운 인간의 자연스러운 태도에 매혹된다. (222, 사람들은 고통받은 사람이 보이는 의외의 담담함에 대견해한다.)

-몸에 들러붙는 타인의 어둡고 혼탁한 세계를 공공연히 깨뜨려 없애는 것이 젊음의 특권이라는데, 누가 감히 그것을 방해할 수 있을까? (238)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다. ‘나는 그저 육체일 뿐이구나. 개와 다를 바 없는 고깃덩어리구나.’ 조금은 ‘운명’에서 치유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297, 섹스한 번 하고 너무 거창하고 하찮아진다. 그래서 더 마음에 안드는 고지라는 놈)

-고지는 시골의 이런 진액처럼 찐득거리는 밤이 두려웠다. 낮에는 모든 것이 잠이 든 것 같다가 밤이 되면 한꺼번에 생생하게 깨어난다. 도회지의 밤보다 훨씬 욕망을 자극하고, 밤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하고 혹독하고 뜨거운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고깃덩어리 같았다. (313, 고기 좋아하는 구나…찐득거리는 밤. 내가 잘 모르거나 잊어버린 것)

장기하와 얼굴들-새해복
https://youtu.be/QoLGyujSc2k
지드래곤-보나마나
https://youtu.be/y7wlmJ0olq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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