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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트 - 들고 뛰고 헤엄치며 흘리는 모든 땀에 관하여
빌 헤이스 지음, 김희정.정승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9월
평점 :
-20261001 저자: 빌 헤이스.
올리버 색스의 책을 6권 읽었는데, 그의 마지막을 함께한 연인 빌 헤이스의 책도 4권째 읽었다. 이번에는 땀나게 하는 운동의 역사였다.
’해부학자‘에서 빌 헤이스는 헨리 그레이와 해부학책을 함께 만든 헨리 카터의 생애를 추적했다. 비슷한 형식으로 이 책에서 저자는 ’체조술‘이란 책의 삽화에 매료되어 그 저자 메리쿠리아레의 책을 찾아, 그리고 고대 운동에 관해 말해줄 또다른 책들과 유적지를 찾아 온갖 곳을 떠돈다. 엄격하게 고서를 관리하는 도서관에 찾아가 수백 년 전의 책을 직접 넘겨보기도 하고, 운동과 관련된 인물에 관한 설명을 들으러 해외의 연구자를 만나러 떠나기도 한다. 종종 ’오디세이‘를 언급하는데, 빌 헤이스는 운동의 역사를 따라가는 자신을 오디세우스처럼 느꼈던 모양이다. 이탈리아, 프랑스, 스웨덴, 그리스까지 참 많은 곳을 떠돌긴 한다. 운동의 역사가 줄기이긴 하지만 여기에는 빌의 어릴 적 가족과 운동에 관한 기억, 연인과 함께하던 수영 강습, 본인이 경험한 운동 장소들과 운동하는 사람들, 에이즈가 한창이던 시절 게이 전용 체육관에서 스쳐갔던 사람들이 자꾸만 죽는 상황에 대해 느낀 감정 같은 게 뒤섞여 있었다. 그래서 조금 정신 없기도 했지만, 운동에 대해 뭘 좀 아는 친구가 썰 풀어주는 것 듣는 것처럼 흥미롭게 읽히기도 했다.
’해부학자‘가 나온 이후 빌 헤이스는 올리버의 죽음과 함께 이 책을 쓰던 일, 열심히 하던 운동 모두 놓아버렸다. 그러다 다시 운동을 시작하려고 마음 먹으니 펜데믹이 시작되어 얼마간은 홈트를 해야 했다. 그 사이 올리버와 뉴욕 생활을 회고한 ’인섬니악 시티’, 펜데믹 시절 찍은 사진과 단상을 담은 ’별빛이 떠난 거리‘를 먼저 냈다. 그리고 이 책이 완성되어 2022년에 나왔다. 빌은 책쓰기도 운동도 너무 긴 휴식기를 거치기도 한다고 그 과정을 돌아보며 말했다.
책의 말미에서 그리스의 경기장 유적지 네 곳을 빌린 차로 여행하는 부분이 특히 좋았다. 자세한 기록이 거의 없거나 부족하고, 그렇지만 누군가 열심히 땀내며 뛰고 구르고 싸우고 한 오래 전의 장소를 찾아 먼길을 나선 저자 덕분에 나도 그리스 어느 작은 마을의 풍경을 몇 장면이나마 간접 체험할 수 있었다.
그럭저럭 잘 읽었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번역 문장 중 호응이 맞지 않는 게 자주 눈에 띄었다. 그리고 표지, 파랑 바탕에 하얀 글씨 ‘스웨트’는 포카리스웨트를 연상시키고 싶었나 본데, 앞표지에 겨루기 하는 맞잡은 두 손까지는 좋은데 거기에 기합을 지르는 남자의 얼굴은 비호감이다. 독자가 선뜻 집어들만한 매력이 부족한 디자인이었다. 저자의 이전 책들 표지가 그럭저럭 예쁘게 뽑혀서 더 비교가 되는 부분도 있겠다.
다 읽고 책을 들어올렸는데 스타벅스 강남구청역점에서 2023년 9월 28일 오후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를 시킨 영수증이 책장 사이에서 떨어졌다. 딱 3년 전 이맘쯤 이 책(난 중고 샀다)을 읽다 커피를 마시다 한 누군가가 있었는가 보다. 저 동네는 내가 다니는 의원이 있고 마침 내일이 진료일이라 가 볼 참이었다. 시간은 엇갈렸지만 먼저 읽은 독자여, 책 한 권과 장소가 어쩌다보니 겹쳤네요. 빌 헤이스는 우연히 접하게 된 책과 인물에 대해 집요하게 몇 년 간 파헤치며 이 책을 완성했다. 나는 그런 우연한 조각들로 무슨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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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쿠리아레는 “적당하고 적절하게 운동한 사람은 약에 의존하지 않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지만, 적절한 조치 없이 운동한다면 끊임없이 병에 걸리고, 꾸준히 약을 먹는 삶을 살게 될 뿐”이라고 말했다. (70, 운동 뿐 아니라 식단, 행동 교정까지 강조)
-플라톤은 운동선수, 특히 매우 뛰어난 실력의 레슬링 선수였다. 원래 플라톤의 이름은 그의 할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아리스토클레스’였다. 하지만 훈련 코치가 그의 태평양 같은 어깨를 보고 ‘넓다’는 의미의 그리스어 platon을 따와 그를 ‘플라톤’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72, 오, 쓸데 없지만 알면 재밌는 남의 이름의 유래)
-기억 안에 머무르지 말고 순간 속에 존재할 것. 슬로 모션으로 싸울 수 없듯이 삶 역시 슬로 모션으로 살아낼 수 없다. 우리를 완전히 무너뜨릴 만큼 강한 주먹은, 예기치 못한 장소에서 날아들기 때문이다. (104, 매일 그 주먹이 언제 떨어질까 벌벌 떠느라 삶을 더 즐기지 못한다.)
-가장자리까지 손을 뻗는 것, 우리 삶처럼 말이다. 꼭 필요하다면 마음껏 엉망진창으로 만들면 된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내버려 두지만 않으면 된다.(126, 프레임 위까지 채색한 화가처럼(126), 뭐든 채워넣는 게 낫다고 작가는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