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eBook] 두 번 사는 소녀 ㅣ 밀레니엄 (문학동네) 6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9월
평점 :
-20210906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2013년인가, 데이빗 핀처의 영화를 놓친 걸 알고 놀랐다. 내가 아기 낳고 키우는 사이 슬며시 개봉했다 사라져 버렸어… ‘밀레니엄-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을 다운로드 받아 보았다. 충격적인데 너무 좋았다. 루니 마라가 맡은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매력에 푹 빠져가지고 나도 막 시꺼멓게 입고 반항아처럼 돌아다녔다. 나이 서른에 ㅋㅋㅋ 나는 그때까지 007도 한 번 본 적 없어서 다니엘 크레이그를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로 처음 만났는데 그 캐릭터 또한 멋졌다. 그래서 연달아 영화를 두 번 보고 그러다가 2014년에는 원작 소설 여섯 권(문동에서 판권 사서 세 권으로 합본 내기 전엔 웅진계열 뿔 이라는 곳에서 같은 번역판으로 한 시리즈를 둘씩 쪼갰는데 그걸 봄)을 두 달 동안 신나게 읽었다. 작가 스티그 라르손이 후속작을 준비 중 돌아가신 걸 알고 진심으로 안타까웠다…아 리스베트 더 보고 싶다고…다 읽고 나서 스웨덴에서는 밀레니엄 첫 시리즈 말고도 책으로 나온 전체 시리즈가 영화로 나온 걸 알고 또 구해서 열심히 봤다. 헐리우드판에 비해 스웨덴 영화 배우들은…연세가 지긋했다. 연세가 지긋해 보이는 미카엘이 연세가 지긋해 보이는 에리카랑 사랑하는 모습을 보며 이것이 진정 복지 고령 국가의 클래스인가 싶었다. 누미 라파스의 건장한 이미지도 내가 생각하는 마르고 작은 리스베트의 이미지랑은 조금 거리가 멀었지만 그럭저럭 익숙해져서 재미있게 보았다. 그렇게 소설이 미완된 아쉬움을 달래고 있었는데…
일년 후에 와, 누군가 후속작을 써 줬다!!!! 2015년에 영문판으로 ‘거미줄에 걸린 소녀’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검색해보니 근데 허접해…하길래 큰 기대 안 하다가 2017년 번역판이 나와서 덥썩 사서 봤다. 분량도 전개도 아쉬움은 있었지만 누군가 밀레니엄이라는 큰 산을 짊어지고 마무리 지어주려고 애쓰는 게 고맙기도 해서 다음 해 나온 ’받은 만큼 복수하는 소녀’도 그해 마지막 책으로 잘 봤다. 그런데 내가 사면 두 책 자꾸만 전자도서관에 올라와서 빡쳐서…2020년에 완결편 ‘두 번 사는 소녀’ 나왔다는 소식에 이거도 올라오겠지? 하고 기다렸는데 1년이 지나도록 결국 안 올라왔다. ㅋㅋㅋㅋㅋ결국 올해 사버렸다. 스티그 라르손 책은 전부 종이로,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책은 전부 전자책으로 소장해버렸네…
마지막 시리즈 책을 펼친 날이 8월15일인데, 공교롭게도 이야기의 시작이 8월 15일이어서 오오, 그럼 책의 날짜 순서대로 읽어나가면 재미있겠다, 하고 계획을 세웠지만…초반 조금 읽다 말고 멈춰버려서 9월이 되도록 8월 20며칠을 못 넘어갔다 ㅋㅋㅋㅋ그러다가 다시 읽기 시작하니 역시 책장이 후다다다닥 넘어가서 소설의 마지막 일자는 9월9일이지만 9월6일에 다 읽었다.
리스베트 살란데르는 초능력 수준의 기억력과 분석력, 해킹 기술을 가진 퀴어 여성이다. 그의 부친 살라첸코는 러시아에서 스웨덴으로 망명한 스파이 출신인데, 리스베트의 어머니를 폭행하고 강간하며 온갖 못된 짓을 하고다니는데도 그가 가진 정보, 영향력으로 인해 당국은 그의 잘못을 묵인한다. 리스베트는 애비의 폭력을 멈추기 위해 휘발유가 든 불붙은 우유곽을 그에게 던져 화상을 입히고, 덕분에 오랜동안 정신병원에 갇혀 치료를 빙자한 학대를 당한다. 정신과 입원 전력으로 인해 그는 성년이 되어서도 후견인을 지정받고, 첫 후견인은 훌륭한 사람으로 그를 제대로 보호했지만 그가 건강이 나빠져 두번째로 후견인 지정된 개같은 새끼는 리스베트를 강간하고 학대한다. 데이빗 핀처판 영화에서는 그 장면이 너무 강렬하고 더러워서 오랫동안 슬펐다. 퉤퉤.
어쨌거나 사회도 가족도 법망도 보호는 커녕 그를 괴롭히는데도 리스베트는 와습이라는 유명 해커로 무럭무럭 자라나 알아서 잘 살아간다. 그와중에 재벌 방예르 가문의 의뢰로 사설 탐정일을 하게 된 잡지 ‘밀레니엄’의 언론인 미카엘 블롬크비스트와 리스베트가 우연히 만나게 된다. 그들은 여섯 시리즈 동안(?) 스웨덴과 다른 나라를 넘나드는 온갖 범죄 사건에 엮이고 각자 또는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마지막 시리즈는 의문의 이주자의 죽음으로 시작해 에베레스트 산까지 오르다가 리스베트와 그의 쌍둥이 자매 카밀라의 마지막 대결로 마무리를 짓는다. 책 덕분에 알게된 레인보우 랠리에 남겨진 산악인들 사진도 괜히 찾아보고 슬퍼졌고, 마지막 배경인 용광로는 나름 극적인 장치로 동원된 것 같긴 하지만 역시나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결말이었다. 주인공들 죽어라 고생시키고 고통 받게 하다가 그냥 휘리릭 끝나는 느낌이라 너무 액션영화 클리셰 같았지만 뭐 내가 작가라도 이거 빨리 끝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했을 것 같기도 하다.
마음 속에 영웅 같은 건 잘 품지 못하는 성격이지만 픽션 인물 중에 리스베트와 미카엘 만큼은 가장 아끼고 좋아하는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독후감 쓰고 보니 스티그 라르손 이후 작품은 순 아쉬움 아쉬움 아쉬움…일관이지만 그래도 빠이빠이 하고 보내줄 시간을 7년 이나 더 늘려준 다비드 라게르크란츠에게 감사를 ㅋㅋㅋ 그리고 스티그 라르손(작가님) 홀게르 팔름그렌(이분은 실존 인물은 아니지만 리스베트 첫 후견인) 다들 편히 쉬소서… 리스베트는 진짜로 마침표 찍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사진은 루니마라의 리스베트…나 이런 취향이었던 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