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인간만세
오한기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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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8 오한기.


계절이 지나가는 서가에는
책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서가 속의 또래 작가를 다 헤일 듯합니다.

나는 별 하나에 젊은 작가 한 명씩 불러봅니다. 초등학교 같은 학년을 다녔을 아이들의 이름과, 최은영, 정세랑, 김사과, 이런 한국 소녀들이었던 이름과, 오한기, 김봉곤, 강화길, 박상영, 백수린, 장류진, 이런 한두 살 많거나 어린 소설가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아 재미없네. 연휴가 시작되고 빌린 책도 산 책도 읽을 책은 많고, 풀 수학문제도 많지만, 내내 딴짓을 하다가 카트린M의 성생활을 일 년 만엔가 다시 펼쳐 읽다가 단란한 가족이 모인 명절에 대놓고 읽긴 그런가… 하다가도 제법 여러 쪽 읽고 덮었다. 빌린 전자책이 순 비문학이구나, 하고 전자도서관을 뒤적이다가 충동으로 김사과의 ‘풀이 눕는다’를 빌렸다. 제목부터 왜 김수영이야…쌈마이야…했는데 스물대여섯의 김사과가 쓴 소설은 강렬하지만 오글오글오글오글했다. 그러다가 친구랑 수다를 떠는데 ‘나는 선택하지 않는 것을 선택했다’ 하고 조잘거리다가 어, 이거 누가 한 말인데, 어디서 읽은 건데, 바틀비 비슷한데 다른 건데…하다가 어빈 웰시의 ‘트레인스포팅’에 나오는 걸 알아냈다. 영화도 소설도 죽이지. 결국 나란 인간의 재료는 대부분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 후반에 접한 문물이 거의 다 였다. 이후는 그냥 뼈대에 살붙이기, 페인트 바르기, 껍질에 색입히기, 스티커 붙이기. 아무튼 김사과야 아니 방실 작가님 어려서 이런 걸 쓰셨는데 저는 그때 뭐를 했지…이말년 시리즈랑 정열맨을 보고 있었네요.

김사과도 재미있지만 자꾸 각주로 우리 어릴 때 듣던 센 노래들 달아 놓는 건 너무 오글조글하니까 조금 쉬자, 하고 더 순한 맛을 찾았다. 장바구니에 오한기의 ‘인간만세’ 전자책이 담겨 있는데 알라딘이 룰렛 돌리니까 천원을 줬다. 이건 게시 아닌가. (오타 봐라 계시야 계시바…)적립금을 탈탈 털면 내 소중한 월급을 털지 않고도 나무에게 미안하게 종이를 낭비하지 않고도 작가의 주머니에 얼마간 보탬이 될 수 있지 않나. 괜히 뭐라도 사고 싶은 핑계를 누가 묻지도 않는데 대어가며 (그렇지만 전자책은 마음에 안 들어도 팔지도 못한다? 괜찮겠어?) 결제 버튼을 눌렀다. 스물여섯 살의 김사과는 저런 걸, 서른여섯 살의 오한기는 이런 걸 썼구나. 이제 서른일곱 살인가… 서른여덟 내가 읽어 보겠습니다…

오오, 전자책 내가 설정한 글씨 크기 기준 160페이지 남짓인데, 뒤에 30쪽 가량이 평론이어서 나는 평론을 읽지 않고 버리니까 무려 130쪽 밖에 안 되니 순식간에 읽은 책 한 권을 추가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이득인가. (얇다.)

첫머리 읽는데 자꾸만 어, 이거 어디서 읽은 거 같아 내가 미리보기를 봤었나 읽었었나 아닌가 뒤에가 좀 다른 거 같은데, 하는데 알고보니 ‘멜랑콜리 해피엔딩’이라는 소설 모음집에 실었던 ‘상담’이란 소설 전문이었다. 거기서 읽은 건 백수린이 쓴 언제나 멜랑콜리, 아니고 ‘언제나 해피엔딩’만 기억에 남았다. 그래서 다시 읽어도 오한기 소설은 새로웠다. 그냥 늘 진진이 나오고 소설가가 나오고 토끼머리랑 비슷한 권력자가 나온다는 거. 진진 말고 또 있는데. 아, 그리고 정지돈이 소설에서 오한기가 결혼했다고 해서 그거 허구인 줄 알았는데 방금 인터뷰 같은 걸 훑어보니 와이프 어쩌고 하는 거 보니 진짜였네…나의 편견을 사죄합니다…

예전에 디씨인사이드인가 어떤 커뮤니티 사이트에 거의 모든 게시판에 ‘나는 경기도 안양의 이준영이다’ 하는 댓글과 ‘사람은 똥이야! 똥이라고! 히히! 오줌발사!’하는 댓글을 꾸준하게 다는 인간들이 있었다. 이 소설에서 자꾸 똥 똥 거리니까 저 댓글을 오한기가 달았거나 아니면 오한기도 저 댓글을 봤거나 저 댓글을 단 사람과 오한기가 비슷한 인간관을 가졌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저도 인간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똥은 생분해성이라도 있어 친환경적이지만 인간은 분해되려 해도 오래 걸리고 번거롭잖아…심지어 뼈는 잘 썩지도 않아서 억지로 태우고 갈아야 해…

진지하지 않은 소설이지만, 진지하지 않은 걸 쓰기 위해서 진지했을 걸 생각하니 숙연했고, 재미있었다. 이전에 읽었던 가정법이나 사랑하는 토끼머리에게 보다는 순한 맛이었는데 사실 이전 두 권도 이제는 별로 기억 나지 않는다. 그냥 휘리릭 보기에 좋았다. 빌려 읽거나 내 돈 덜 주고 사면 더 읽는 기쁨이 크겠다. 도서관에서 빌리면 소설에 나오는 온갖 이상한 작자들의 손길이 닿았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그 부분은 감안하시고… 사서나 상주작가나 고충이 크다. 은퇴한 화학 교수가 제일 속 편해 보이지만 재수없다. 쥐똥만한 권력 휘두르는 관장은 밉살스럽다. 어디서나 무슨무슨 장 붙은 새끼들이 늘 환장하게 젠장맞을 짓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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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gene 2021-09-18 20: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맨 처음 시 뭐에요 ㅎㅎㅎ 책에 나오는 건가요?설마 열반인님이 지으신 거...? 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9-18 20:31   좋아요 3 | URL
어 저거 완전 유명한 시던데요.... ㅋㅋㅋㅋㅋㅋ

미미 2021-09-18 20: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시 좋은데요?ㅋㅋㅋㅋ 트레인스포팅 소설도 괜춘한가요? 이완맥그리거~♡

반유행열반인 2021-09-18 20:32   좋아요 3 | URL
이완 맥그리거 여기서도 벨벳 골드마인에서도 아낌 없이(?)보여줘서...(뭘??) 소설이 찐이라서 영화도 찐이지 싶었어요. 그런데 벌써 읽은지 너뮤 오래되어서... 지금 읽어도 좋아할런가 늙었는가 청춘이여

얄라알라북사랑 2021-09-18 22: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풀어야 할 수학문제집^^ 저는 중 3문제집까진 시도는 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이후는 겁나네요^^ 열반인님 화이팅!!

반유행열반인 2021-09-18 23:54   좋아요 3 | URL
저는 중학교는 건너뛰고 이제 이차함수와 삼차사차방정식까지 왔어요 ㅎㅎㅎ갈 길이 머네요… 화이팅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1-09-18 23: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뭔가 블랙 유머가 담긴, 한가위에 딱 맞는 페이퍼네요 ㅎㅎ
전 트레인스포팅 하면 lust for life 랑 born slippy가 우선 떠오르네요. 간만에 들어봐야 겠어요 ^^

반유행열반인 2021-09-18 23:54   좋아요 2 | URL
넴 바로 그 대사가 러스트포라이프 깔고 나오지유 …추즈 유어 라이프 이러는 거요 ㅋㅋ

scott 2021-09-19 01:13   좋아요 3 | URL
ost 저도 .🖐 좋아합니다 ^^
 
[eBook] 서동주의 합격 공부법 - 영어 한마디 못하던 열세 살 소녀는 어떻게 미국 변호사가 되었을까
서동주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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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4 서동주.

학교 다니는 동안 공부에 관한 책을 읽은 적이 없다. 아마도 한 번도. 흙오브흙 출신의 내게 공부는 유일한 생존법이자 도피처였다. 차가운 방구석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산처럼 쌓인 교과서, 프린트물, 학습지를 읽고, 풀고, 던지고, 하던 중학생 내 모습이 떠오른다. 나는 나를 볼 수 없었을 텐데도 희한하게 지켜봐진다. 골목에 나와 놀자고 00아-놀자- 하는 아이들에게 이따가- 하고는 아이템풀 풀던 유치원생 시절도. 실컷 문제를 풀고 나가보니 집앞이 텅 비어 있어 쓸쓸했던 기억도 난다. 고3 때 친구들이 쉬는 시간 교실에서 단체 사진 찍는 뒷배경에 내가 혼자 턱을 괴고 책 보는 모습이 찍혀 있다. 반복해서 읽고, 풀고, 왜 틀렸는지 알아내고, 다시, 그리고 시험장에서 마인드콘트롤하며 최대한 실수하지 않기, 검토하기. 대부분 큰 시험을 앞두고는 재앙이 벌어지곤 했다. 아빠는 수능 나흘 전부터 삼일 내내 술을 먹고 난동을 부려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짐을 쌓다 풀었다 하며 가출할 궁리만 하다 시험장에 갔다. 취업 관련 시험을 6개월 앞두고는 또 술 먹고 난동을 부려 경찰이 오고 구급차가 오고 그틈에 엄마랑 영영 집을 나왔다. 그런 극한 상황일수록 운이 좋은 건지 덕분에 초인적인 집중력이 발휘된 것인지 그럭저럭 결과가 잘 풀려 좋은 교육을 받고 지금 이 자리에서 밥벌이를 한다.

이후로 시험이 없었던가, 돌아보면 또 안 그랬다. 대학원 가려고 텝스도 보고, 대학원 시험도 보고, 논자시도 보고. 온갖 교육 받으면서 시험 보고 성적 좋다고 장관상(그냥 이벤트처럼 퍼 주는 거) 탄 적도 있고. 괜히 가만히 있으면 심심했던지 직장 다니는 중에도 시험볼 일을 만들곤 했다. 엑셀을 잘 다루고 싶어서 정보처리기능사 2급 자격증도 따고.(엑셀은 정말 업무의 꽃) 쓸데도 없는데 공부해보고 싶어서 한국사검정능력시험 처음 응시했다가 굴욕의 점수를 맛본 뒤 몇 년 후 기어이 한 번 더 응시해서 1급 합격을 하기도 했다.(이제 유효기간 다 지나서 쓸데 없는데 더 쓸데 없어짐 ㅋㅋㅋ)

그러다가 내가 밟아보지 못한 고교 이과과정 수학 과학 공부를 해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며칠 전부터 고1 수학부터 다시 풀고 있다. 오 생각보다 옛날 공부하던 가락이 살아난다… 그런데 처음엔 교육과정을 잘못 확인해서 신설된 아주 기본적인 수준의 수학을 풀고 있는 걸 알고 잠시 주눅들다가…다시 일반적인 고1 수학 교과서를 찾아 풀어보니 별로 다른 게 없었다. 오늘은 나머지정리와 인수분해를 풀었다! 과연 수학을 마치고 수학1, 2를 거쳐 선택과목인 미적분과 기하까지 무탈하게 밟아갈 수 있을지… 그러고나서 과학으로도 제대로 응용하면서 넘어갈 수 있을지 올해가 가기 전에 집어치울지는 지켜봐야겠다. ㅋㅋㅋ

수학공부는 대학 때 과외하느라 문제집 조금 풀던 걸 마지막으로 거의 이십년을 놓아버렸고, 그러다가 도서관에서 공부법 소개하는 책이 있길래 나도 공부를 오래 안 했으니 남들은 어떻게 하나 보자, 하고 이 책을 빌렸다. 좀 되긴 했는데 유유출판사에서 나온 공부법 책 아주 오래된 걸 보고 아…뭐 이리 하나마나 한 소리로 정신교육만 하고 있어…했는데 이 책은 일단 호기심이 생겼다. 우리 엄마 아빠도 싸우고 이혼했지만 워낙에 유명한 부모가 싸우고 때리고 그게 동네방네 소문나고 매스컴 탄 자녀가 스스로 순탄하게 살기 위해 고군분투한 사연이 궁금하기도 했다. 나이대도 나랑 비스무레한데 비교적 나이 들어서 로스쿨 공부랑 변호사 시험 공부도 한 사람이니 뭐 특별한 이야기가 있을까 싶어서…

핵심 노트 정리법, 공부 시기별로 3단계 계획표 짜는 법, 7번 통독 스킬, 시간 분배 방법, 시험 일주일 전 루틴 같은 건 정리를 잘해놓아서 퍼놓았다. 그런데 사실…내가 했던 거랑 크게 다른 건 없었다. 다만 그걸 남에게 알려주기 위해 정리하고 책으로 묶은 건 좋아 보였다. 공부 어떻게 하면 잘하냐고 묻는 사람이 없어서 대답해 본 적도 없지만, 누군가 공부법을 물어보면 그냥, 존나 빡시고 진득허니 하는 거지, 하다보면 요령도 생기고, 할 거 같은데 그 요령을 전달해야 하는 거 아니냐… 솔직히 학교 다닐 때 공부만 하고 다닌 건 아니고 밴드도 하고 피씨통신 빠져가지고 맨날 채팅도 겁나 하고 독서실도 엄청 빼먹고 방황도 많이 했지만 맘잡고 열심히 고3 생활 보낸 덕에 마무리가 좋았다. 취업 준비할 때도 취업 재수하는 주제에 정신 못차리고 김성모 만화책이나 엄청 보고 심즈3인가 4인가 미친듯이 하다가 도망나와서 과외 알바 하는 짬짬이 반 년 빠짝 공부한 게 합격했고…그걸 보면 큰 시험 앞두고 짧게 반 년에서 길게 일 년만 다른 거 다 제쳐두고 미친 듯이 하면 성과가 나오긴 하는 것 같다.

이제 십대가 된 큰꼬맹이는 수영 말고는 학원 안 보내고 혼자 공부하는 습관을 초등학교 들어가자마자 빡세게 들여놔서 집에서 문제집 풀고 피아노 연습도 혼자하고 주말에만 어려운 부분 봐주는 식으로 대부분의 배움을 해결하고 있다. 아무책이나 하루에 조금씩 보는 것도 약속 삼았고… 나 편하자고 들여놓은 습관이라 아직까지는 혼자 잘하고 있는 것 같긴 한데(솔직히 내 책 본다고 잘 확인도 안 함…) 학교급이 높아질수록 어떻게 도움을 줄지 모르겠다. 그래서 일단 엄마가 먼저 고등학교 공부해볼게…하는 거 대충 보고 너도 알아서 갈 길을 가렴… 공부 아니다 싶으면 기술 배워…코딩 배우든가… 코딩 공부도 내가 먼저 해보려고 했는데 파이썬 책 사 놓고 조금 보다가 일단 쉬는 중이다 ㅋㅋㅋ 뭘 끝까지 진득하게 하는 게 잘 없어…

아, 어려서 수학 풀 때는 디딤돌수학 문제집 이런 거 사가지고 지우개로 빡빡 지워가며 풀었는데, 요즘에는 아이패드에 pdf로 교과서 파일 받아가지고 짭플펜슬로 슥슥 풀고 슥슥 지우고 일하다가 열받으면 쉬는 시간에 잠시 아이패드 꺼내서 슥슥 문제 하나 풀고 마인드콘트롤 하고, 산책하다가 벤치 앉아서 슥슥 풀고 완전 짱이다. 그러니까 공부 안 하는 핑계댈 수가 없는 편리한 세상… 문제 풀다가 지겨우면 전자책 꺼내서 책 슥슥 보다가 질리면 또 문제 슥슥 풀고…아놔 이 우등생 마인드… (겨우 경우의 수, 다항식, 방정식 풀고서 혼자 자뻑에 취한 나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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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1-09-14 23: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이패드로 공부하시다니 진짜 신세대시군요!
저는 요즘 기화펜?이 핫아이템인것 같아서 기화펜 사다놨어요ㅎㅎㅎ 반님의 수학공부 응원합니다!˃ᴗ˂ 이과 수학 다 밟으시면 물리 1,2도 꼭 도전해보세요!

반유행열반인 2021-09-15 07:07   좋아요 2 | URL
물리 1,2 겁나는 이름인데 도전정신도 불러일으키네요 ㅋㅋㅋ 기화펜이라니 날아가나요? 예전에 드라이어로 쬐면 글씨 없어지는 펜은 좋다고 썼었는데ㅋㅋㅋㅋ응원 감사합니다!

파이버 2021-09-15 07:11   좋아요 2 | URL
넹ㅎㅎ글씨쓰고 시간 지나면 날아가서 공시생들이 문제집 여러번 풀때 인기라고 하더라구요
반님 행복한 하루 되세요~

반유행열반인 2021-09-15 07:12   좋아요 2 | URL
오 신문물 정보 감사합니다!!파이버님도 편안하고 건강한 하루 보내시길!!!!!!!

Yeagene 2021-09-14 23: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대단하세요..직장도 다니고 아이도 키우고 책도 읽으시면서 이과 수학 과학 공부를 하시다니...잠은 언제 주무세요?^^;;;;

반유행열반인 2021-09-15 07:06   좋아요 2 | URL
예진님이 댓글 다실 때 쿨쿨 ㅋㅋㅋ저걸 동시에 다 하는게 아니라 나머지 모두에 소홀하며 한 개씩 돌아가며 하는게 아닐까요 ㅋㅋㅋ

새파랑 2021-09-14 23:2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다시 수능치고 대학 가시는 건가요? 😆 기왕 이과 공부 다시 하신거 끝까지 하셔서 신문에 한번 나오셨으면 좋겠습니다 🤭

반유행열반인 2021-09-15 07:05   좋아요 3 | URL
신문에 나오는 건 물의를 일으키는 편이 더 빠르겠고 수능은 한 5년 후에 쳐볼까요 ㅋㅋㅋ그사이 교육과정 막 바뀌는 거 아닌지...근데 그럼 수학 과학 말고 영어 한국사 국어도 해야 되니 문제네요!!

붕붕툐툐 2021-09-14 23: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반열님 넘 좋은 엄마. 멋있어~ 공부도 잘하고, 멋있어~😍

반유행열반인 2021-09-15 07:04   좋아요 1 | URL
잘’했’고 그런데 친구는 없던 아이요 ㅋㅋㅋ좋은은 아무데나 막 붙이면 안 되는데 말이죠... 하트뿅뿅은 감사합니다 ㅋㅋㅋ

얄라알라북사랑 2021-09-14 23:3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주 아주 간혹, 한의대에 다니고 싶다는 상상을 하지만, 넘사벽이라 바로 깨갱하는데 열반인님 정말 멋지십니다. 열반인님처럼 공부왕인 제 친구, 재작년 크리스마스 무렵 교통사고가 나서 병문안을 갔는데......입원한 상태로 시험공부를 하고 있더라고요. 역시 공부 좋아하는 분들은 다르십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9-15 07:03   좋아요 2 | URL
저 동아리 선배언니가 수학교사 하다가 수능 다시 봐서 한의대 갔더라구요 ㅎㅎ바람이 있으면 도전해보셔요! 공부왕은 어릴 때고 지금은 그냥 놀듯이 해보려고요 ㅋㅋㅋ

scott 2021-09-15 1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부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자란 아들!
혼자 문제집 풀고 혼자 척척 책을 읽고 혼자 피아노! 치는 기특함이!!ㅎㅎ
코로나 시대에 비대면식 수업으로 집중력 떨어질텐데
이렇게 스스로 학습하는 습관 좋은 교육 방법입니다!

시험이 목적이 아닌 공부는 잼나는데
열반인님 멋진 엄마!

반유행열반인 2021-09-15 12:39   좋아요 1 | URL
큰 아이는 딸이에요 ㅎㅎㅎ저 편하자고 길들인 건데 혼자 하는 힘이 있으면 좋죠 늘 붙들고 있을 수 없으니 ㅎㅎㅎ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scott님!!!

라로 2021-09-15 13: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동주..하니까 서세원 딸인가? 했어요..ㅎㅎㅎ
멋진 엄마 반열샘!! 부럽습니다.^^ 수학,,, 우리 아들 넘 못하는데,, 저는 더 못해요..ㅠㅠ

반유행열반인 2021-09-15 17:10   좋아요 1 | URL
맞아요 서정희 딸이요 ㅎㅎ라로님 하면 공부의 달인, 도전의 왕, 저의 귀감이 되십니다 ㅋㅋㅋ

scott 2021-09-15 17:25   좋아요 1 | URL
오! 정말이네용 ㅋㅋㅋ
동주양
넘 잘컸네요 ㅎㅎ
 

용케도 두 달 연속 이달의 당선작 뽑아주셔서 적립금을 또 받았다. 작년에는 나름 열심히 리뷰 잔뜩 쓰는데도 뉴스레터만 실어주고 적립금 당첨은 안 되서 섭섭했다. 왜 안 주긴 못 써서 안 주지…
알면서도 뭔가 재미있는 상상을 해서 가상의 인터넷 서점 코끼리북스를 둘러싼 유저들의 리뷰 당선 쟁탈전, 서점 엠디들의 속사정을(알지도 못하면서 뇌피셜로ㅋㅋ) 그린 습작을 문화센터 숙제로 써냈다. 유저들은 명예로운 판테온(?)이라는 우수 리뷰 페이지에 오르기 위해 열심히 리뷰를 써 올리고, 그와중에 비밀댓글로 벌어지는 사건과 이어지는 관계망을 엠디들은 관리자모드로 다 지켜보고 있다(…)는 전지적 시점… (제목이 ‘관리자모드’ 입니다.)
같은 수업 듣는 습작생들은 합평하기를, 누가 몇 푼이나 준다고 리뷰에 목숨 거냐고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해서 어, 있는데 그런 마을 저어기 있는데…
소설 전문은 나아아아아아중에 제가 글로 성공하면 출판물로 보실 수 있습니다. ㅋㅋㅋㅋㅋ

하여간에 감사하게도 받은 적립금은 당일 탕진해야 제맛! 하고 책은 천천히 내 돈으로 사고 굿즈를 사자! 하고 알라딘 문구점 세일 쿠폰이 마감일이길래 마그넷 세 종류를 질렀다!!!

1) 태양계 마그넷1. 태양 수성 금성 지구 달 (지구형 행성 분류라면 화성이 있어야 하는데…항성 행성 위성 다 섞임ㅋㅋㅋ)
2) 태양계 마그넷2.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매몰차게 명왕성 뺐다가 오백원 더 받고 다시 합류시켜줌…이로써 태양계 행성 및 카이퍼대 친구 하나 세트가 됨)
3) 스누피 만년 자석 달력. 나오자마자부터 가지고 싶었는데 비싸서 망설이다 할인하고 적립금 생긴 김에 지름. 행복한 눈물 ㅠㅠ
그리고 꼬마들 스티커북 사주느라 결국 적립금 초과해서 돈 더 씀…

기쁘게 잘 쓰겠습니다. 네 살 작은 꼬맹이가 천체 자석에 흥분해서 스티커북도 패대기치고 냉장고에 이리저리 붙이며 한참 잘 놀았다. 그래서 아직 받은지 두 시간도 안 되었는데 토성 테두리 벗겨질락말락…내구도는 약한 편입니다. ㅎㅎㅎ

+몇 시간 꼬맹이가 붙였다 뗐다 하고 나니 너덜너덜 ㅠㅠ 예쁜 것들은 왜 약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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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씨 2021-09-14 19: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아. 저런 게 있었어요? 저는 처음 봅니다. ㅎㅎ 마그넷 너무 예뻐요.

반유행열반인 2021-09-14 19:05   좋아요 3 | URL
자석들이 예뻐서 책 두 권은 살 걸 다 질러 버렸네요 ㅎㅎㅎㅎ

막시무스 2021-09-14 19:0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완전 꿀 탕진인데요!ㅎ 축하드립니다!ㅎ

반유행열반인 2021-09-14 19:06   좋아요 4 | URL
가끔은 예쁘고 무용한 소비도 좋은데 제맘대로 유용한 소비! 실용적인 소비! 라고 우겨봅니다 ㅎㅎㅎ감사합니다!

새파랑 2021-09-14 19: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태양계 마그넷 예쁘네요. 저도 예전에 스누피 마그넷 달력 샀었는데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ㅎㅎ
보람찬 적립금 사용일지네요~!!

반유행열반인 2021-09-14 19:41   좋아요 4 | URL
제 달력도 조만간 어디에 있지? 하게 될까요 ㅎㅎㅎ

scott 2021-09-14 20:2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짠돌이 알라딘 이번에 책갈피 구매 하라고 이천냥! 할인쿠폰 주던데 ㅋㅋ 마그넷 행성 마그넷! 생각 보다 크네여 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9-14 20:31   좋아요 5 | URL
스누피는 코팅된 자석이라 내구도 좋은데 천체 마그넷은 그냥 인쇄된 그림 붙여놓은 형태라 막 다 벗겨져요…하루짜리 내구도치곤 가격이 비싼 편이요…예레기여…

파이버 2021-09-14 20: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태양계 마그넷 고민했는데 역시나 내구도가 약했군요ㅠㅠ
스누피 달력도 화사하니 예쁜데 스누피 달력 옆에 조르주 심농 아저씨 소설책이 눈에 띄네용

반유행열반인 2021-09-14 20:41   좋아요 3 | URL
저 어느 소설에서 저 소설을 계속 언급해서 모아만 놓고 아직 모두 개시전이에요 ㅎㅎㅎ

지유 2021-09-14 22: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스누피 달력 저도 있어요! 근데 시간 지나면 자석이 쪼끔 누리끼리해지더라고요. ㅋㅋ 그래도 한동안 매달 자석붙여서 달력 만드는 재미가 있었어요. ^^

반유행열반인 2021-09-14 22:08   좋아요 3 | URL
그 반짝반짝한 코팅이 누래지는 군요 ㅠㅠ같은 달력 반갑습니다!!!!!

얄라알라북사랑 2021-09-14 22: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쉬~~입~~게~~이,

탕진하셨네요. ㅋㅋ상금은 탕진해야 제맛.! 열반인님 어록!

저는 받아봤어야 탕진을 해보죠!###^^ ?

그런데 태양계 시리즈는 탕진하고파지는 디쟈~~인 입니다. 저도 마우스패드 태양계로 바꾸었어요^^

소설 나중에 나오기를 응원 미리 합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9-14 23:14   좋아요 1 | URL
응원 감사합니다! 마우스패드는 튼튼하겠죠? 천체 자석은 하루짜리라 (다 합치면 만오천원 넘는데 ㅠㅠ) 조금 아쉬운 내구도네요 ㅠㅠ

Yeagene 2021-09-14 23: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다 이쁜이들로 잘 사셨네요!ㅎㅎ
이런 아이들도 나오다니..정말 끝없는 굿즈의 세계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9-15 07:08   좋아요 2 | URL
이제 그만 지르고 사둔 책을 좀 봐야겠...(이 말만 한 백 번 한 거 같아요 ㅋㅋㅋ)

붕붕툐툐 2021-09-14 23: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이쿠~ 오늘에서야 제가 왜 약한지 알게 되었네요!ㅋㅋㅋ 저는 반열님 글이 나오기를 간절히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꼬마들의 스티커북은 진리죠~ 반열님 댁 냉장고가 우주로 날아갈 거 같습니다!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9-15 07:10   좋아요 1 | URL
붕붕툐툐님은 약하지 않고 강하신데 저에게만 약하신가요?!?? ㅋㅋㅋ 그런데 수학 푼다고 깝쳐서 글 나오는 건 기하와 미적분 뒤로 밀리는 건 아닌지... 스티커북은 옳습니다. 환경엔 미안하지만 지능 소근육 발달에는 좋더라구요. 구매목록 중에 스티커북이 오백권은 될 듯...

syo 2021-09-16 2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귀여운 꼬맹이 손 ㅎㅎㅎㅎㅎㅎ 😍

반유행열반인 2021-09-16 21:07   좋아요 0 | URL
책보는 제 옆에서 자꾸만 자기 보는 책 쪽으로 제 손 꼭 쥐고 안 놔주는 집요한 손입니다 ㅎㅎ
 
[eBook] 에덴의 동산 : The Garden of Eden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선영 옮김 / 민중출판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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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2 어니스트 헤밍웨이.

원제 The Garden of Eden

헤밍웨이는 어려서 봤던 노인과 바다 말고는 읽은 작품이 없었다. 작년 여름에 이 책을 전자책으로 사서 보다 말았었는데 얼른 읽어 치우자 하고 다시 펼쳤다. 문득 어쩌다 이 책을 보게 되었는가 되짚어보다가 작가들의 복잡한 연애사를 다룬 ‘미친 사랑의 서’에서 헤밍웨이 결혼사를 다룬 부분이 있던 게 생각나서 거기서 봤나보다, 하고 다시 그 부분만 찾아 읽었다.
헤밍웨이는 네 여성과 결혼했다. 첫 부인 헤들리 리처드슨과 헤어지고 폴린과 살던 중에 스페인 내전 취재 중 친밀해진 마사 겔혼과 살기 위해 폴린을 매정하게 차버린다. 그래놓고는 종군기자로 활동하며 전쟁터를 누비는 마사를 질투하며 커리어를 방해하고, 다른 전쟁특파원인 메리 웰시를 꼬셔서 또다시 결혼한다.
다 읽고 나니 내가 읽던 소설에 대한 건 언급조차 없었다…그렇지, 이제 기억나는데 우연히 삼각관계를 다룬 The Garden of Eden을 소개하는 영문으로 된 페이지를 찾았고, 서점을 뒤져보니 이 소설이 헤밍웨이 사후 발표된 유작이라고 하면서 번역해 2002년에 내놓은 걸 찾았었다. Garden이 왜 정원이 아닌 동산으로 번역되었는지는 갸웃했지만. 어쨌거나 다시 읽다보니…
미처 다 못 읽고 내팽개친 이유를 다시금 새기게 되었다. 번역된 문장이 진짜 엉망진창이었다. 번역기 돌려도 이거 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대화체로 죽 이어지는데 남자와 여자 대화 구분하는 게 어조가 아니라 여자는 다 존대말 쓰고, 그러다가 갑자기 반말 툭 튀어나오면 읽다가 헷갈려 버리고 ㅋㅋㅋ 으악 역자 서문에도 자기 부족한 번역 언급하던 번역자여…이 정도면 진짜 책으로 내면 안 되는 거 아닐까요… 그래도 결말이 궁금해서 꾸역꾸역 읽었다.

작가인 데이비드와 그의 부인 캐더린은 스페인과 프랑스를 여행한다. 캐더린은 자유분방하고 제멋대로인데다 젠더정체성이나 성적지향도 오락가락 하는 중인 것처럼 보인다. 머리를 아주 짧게 자르고 은발로 염색하고, 데이비드도 미용실로 데려가 자신의 머리모양과 똑같이 만든다. 그리고 여행 중 우연히 마주친 마리타란 여성을 데려와 데이비드에게 선물 안기듯 자꾸만 떠민다. 처음엔 뭐하는 짓이냐고 역정내던 데이비드도 자신의 소설을 이해해주는 마리타의 아름다움에 반하고, 캐더린도 자꾸만 마리타랑 잘해보라고 부추긴다. 그러다가 캐더린이 너 나랑 같이 한 여행에 관한 에세이나 써, 하면서 데이비드가 힘들게 쓴 소설들을 다 불태워버리고 떠나자 데이비드는 기다렸다는 듯 마리타와 밤을 보내고 새로운 관계에 만족한 듯 불태워진 소설을 다시 재생한다.

처음에는 캐더린이 진짜 자기 멋대로네, 싶었지만 중간에 헤밍웨이의 연애사를 훑고 오니 이 인간, 아예 소설 속에서 자기 판타지를 다 실현해 놓았구나 싶었다. 한 결혼 생활이 소진될 무렵 부인이 알아서 다른 여자 데려다 놓고 미워할 구실(목숨 걸고 쓴 소중한 원고를 폄하하고, 아버지를 욕하고, 심지어 아버지에 관해 쓴 소설을 불태우고) 만들어 놓고 자기는 멀리 홀로 휙 떠나버리는 장면이라니, 그게 부인들한테 바랐던 바인가… 하여간에 글 잘쓰는 새끼 치고 온건한 애정관 가진 인간은 참 드물구나…슬프다 인생이여…싶었다.

거지같은 번역문 중에서도 그래도 데이비드가 써나가는 소설 속의 소설, 아프리카에 살던 어린 날 멍뭉이 키보랑 밤에 나갔다가 큰 상아를 지닌 코끼리를 발견하고 아빠랑 쥬마 아저씨에게 말했다가 그 코끼리를 사냥당하게 만들었던 슬픈 일에 관해 쓴 이야기가 인상깊었다. 바깥 이야기는 전에 읽은 뒤라스의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이나 ‘여름 밤 열시 반’이랑 꽤나 비슷한 느낌이었다. 연인 또는 부부가 자동차로 유럽 여행 다니면서 호텔에서 밥 먹고, 술 마시고, 수영하고, 반복. 그와중에 연애 사건. 그렇게 여유적적 지중해 햇볕 즐기면서 아침엔 글쓰고 나머지 시간에는 술먹고 수영하고 혼란한 감정으로 티격태격하는 게 마냥 한가로워 보여 배부른 자식들, 행복한 줄 모르고, 하며 부럽기도 했다. 그치만 나도 한가롭게 책 읽고 이거저거 먹고 독후감 쓰는 주말 보냈잖아? 실컷 사랑하는 날들 보내고 있잖아? 행복한 줄 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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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는 당신을 파멸시키고 말 거야. 그러면 아마 사람들이 방 바깥 건물 벽에다 기념패를 붙여 놓을 걸. 한밤중에 일어나서 당신이 듣지도 상상하지도 못한 일을 저지를 작정이야. 어제 밤에도 그러려고 생각은 했지만 너무 졸려서…….”

-“우리가 뭘 천천히 하기 위해서는 그 길 밖에 없어. 그걸 몰랐어? 물론 알고 있었겠지. 지금, 지금처럼. 마치 우리 심장이 함께 두근거리는 것처럼 말야. 그래도 모르겠어? 마찬가지야. 그것 밖에 다른 별 것은 없어. 하지만 결국 우리는 아무 것도 아니야. 그렇게도 귀엽고, 그렇게도 좋고, 그렇게도 좋고, 귀엽고…….”

-한참 만에 그는 만 쪽으로 다시 헤엄쳐 와 검붉은 바위 위로 기어올랐다. 그곳에 앉아 그는 햇볕을 쬐며 바다 속을 들여다보았다. 홀로 있다는 것과 그날의 일을 마쳤다는 것이 기분이 좋았다. 그러자 일을 끝낸 후면 언제나 느끼는 외로움이 꿈틀거리기 시작해서, 그는 그 여자들을 생각하며 그들을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어느 한 사람을 따로 그리워한 것이 아니라, 다만 자기가 그들을 얼마나 그리워하는가에 대해 생각했다.
그는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하여 외로움을 느끼는 동시에 두 사람 모두에 대하여 외로움을 느꼈다. 그리고 두 사람을 다 원했다.
바위 위에서 햇볕을 쬐고 바닷물을 들여다보며 그는 그 두 사람을 동시에 원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것을 깨달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두 사람 중 어느 누구하고의 일도 좋게 끝낼 수 없고 또 너 자신도 이젠 좋게 끝낼 수 없어, 하고 그는 스스로를 타일렀다. 하지만 네가 사랑하는 사람을 탓하려고 하지도 말고, 누구의 잘못인지 가리려고 하지도 마라. 때가 되면 다 가려질 것이고 그것은 네가 할 일이 아니니까.

-캐더린은 방에 있지 않았으며, 아직도 아프리카야말로 빈틈없이 현실이고 그가 지금 있는 이곳에서의 모든 것들은 사실 실재가 아니고 허구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테라스 쪽으로 다시 되돌아가서 마리타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 캐더린 봤어?
어디론가 가 버렸어요. 꼭 돌아오겠다고, 그 말을 전해 달라고 했어요.
갑자기 이것은 허구가 아니었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지?
모르겠어요. 자전거를 타고 갔어요.
큰일 났는데. 우리가 뷔가티를 산 후에는 한번도 자전거를 탄 적이 없었잖아.
그녀도 그렇게 말했어요. 다시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고요. 아침은 잘 보냈어요?
모르겠어. 내일이 되면 알 수 있겠지.

-쥬마가 피투성이가 된 채로 절룩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찢겨진 이마가 오른쪽 눈을 덮었고 코뼈는 드러나 있었고 귀 하나는 찢겨진 채로 말없이 데이비드에게 총을 낚아채 총구를 거의 코끼리 콧구멍까지 쑤셔 넣고는 성이 난 듯 방아쇠를 연거푸 당겼다.
첫발을 맞자 코끼리 눈은 번쩍 떴다가는 다시 흐려지기 시작했다. 이어 양 귀에서 흘러내리는 새빨간 피는 잿빛으로 주름진 가죽을 적셨다. 그때의 그 피는 전과 다른 것이었고 데이비드는 그 피가 그 전과 다르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이제 모든 위풍, 모든 장엄, 모든 아름다움은 그 코끼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코끼리는 이제 단지 하나의 쭈글쭈글하고 거대한 덩어리에 불과했다.

-“내 생의 전성기를 이 사람한테 줬다고는 말할 수 없어. 왜냐하면 데이비드와 함께 산 것은 겨우 3월부터니까. 그러나 내 생에서 최고의 몇 달간을 이 사람에게 준 건 틀림없어. 어쨌든 내게는 가장 재미있게 보낸 몇 달이야. 그렇지만 누구든 저 남자가 교양이 없고, 서평 기사들이 가득 찬 휴지통에서 수음을 한다는 것을 발견한다면 기겁을 하겠지. 어떤 여자라도 낙담할 거 아냐. 솔직히 난 그것을 참고 견딜 수 없어.”

-여름이 지나가 버리고 난 뒤 하루하루의 따스한 날들은 여분의 것이니 이 좋은 날을 낭비해선 안 되겠지. 보람 있게, 될 수 있는 한 아껴야 한다고 데이비드는 생각했다.

++이 소설 소개 받은 가디언 기사도 다시 찾아냈다. 이거 보고 헨리와 준 (아나이스 닌)도 샀는데 이것 역시 (더럽게) 재미없어서 읽다 말았는데 역시…조만간 읽어치워야지…

https://www.theguardian.com/books/2009/jun/23/ewan-morrison-menage-tro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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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9-12 22: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노인과 바다 부터 읽고 헤밍웨이는 바이바이 🖐였다가 단편은 빼어나다는 거! 인정 하지만 울 나라에 헤밍웨이 제대로 번역하는 분이 없는게 아닌지 ㅋㅋㅋ에덴동산은 헤밍웨이의 숨겨진 걸작인데 바람둥이 한때는 행복했던 시절을 이렇게 글로 표현 한 것 같습니다. ^ㅅ^

반유행열반인 2021-09-12 22:34   좋아요 3 | URL
제가 이 소설 알게된 기사 다시 찾아냈는데 같은 소재만 모아도 리스트 길게 뽑히더라구요…

붕붕툐툐 2021-09-12 22: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번역이 이 수준인데 이 와중에도 좋은 부분 찾아내시는 당신은 이 시대의 성인.ㅋㅋㅋㅋㅋ
헤밍웨이가 네 번이나 결혼한 거 첨 알았네요. 전 사실 헤밍웨이 책 읽은게 없는 거 같아요. 이 책도 읽고 싶은데 발번역은 정말 엄두가 안나네용~~

반유행열반인 2021-09-12 22:36   좋아요 3 | URL
읽다보면 화가 나는 와중에도 내가 산 책이니 내가 책임져야지…얘들의 끝도 봐줘야지…하고 일요일 내내 읽었어요. 그런 헤밍웨이라도 좋다고 결혼해준 그분들도 참 뭐에 끌렸을지 마성의 헤밍웨이…

파이버 2021-09-12 22: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표지 디자인 진짜 옛스럽네요… 헤밍웨이 아저씨 막연하게 좋게 생각했는데 좋은 남편은 아니었군요;;

반유행열반인 2021-09-12 22:37   좋아요 2 | URL
이름 널리 오래 남긴 이들이 곁의 사람들에게는 좋은 사람인 경우가 아예 없진 않겠지만 아주아주 드물더라구요. 그러니 유명해지지 말고 주변에 잘 하며 살아야겠다 ㅋㅋㅋㅋ(인과의 오류)

페크(pek0501) 2021-09-12 23: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노인과 바다보다 킬리만자로의 눈을 읽고 뿅 갔어요. 완전히 빠져 들게 하고 이상한 체험을 하게 했어요.
그게 소설의 기술일 듯해요. 감탄했었어요. ^^

반유행열반인 2021-09-13 06:41   좋아요 1 | URL
어느 소설에 오롯이 빠지고 독특한 체험을 하는 경험은 부럽네요 ㅎㅎㅎ잘쓴 소설은 참 좋죠 ㅎㅎㅎ

새파랑 2021-09-12 23: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나름 헤밍웨이 책 많이 읽었는데 이 책은 처음 보는거 같아요 😅 그래도 별 3개준 열반인님은 열반의 경지에 이르신듯~!!

반유행열반인 2021-09-13 06:43   좋아요 1 | URL
많이 읽으셨군요. 죽고나서 86년엔가 유족들이 발굴?해서 출판했나본데 번역은 별 하나 소설 서사랑 구성은 별 네개쯤 되서 평균 셋이요 ㅋㅋ알라딘은 별 반 개 점수가 없는게 늘 아쉬웁네요

Yeagene 2021-09-13 1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글 읽으니 헤밍웨이 개인의 환타지를 적은 거 맞는 것 같습니다..헤밍웨이가 이런 글도 썼군요...

반유행열반인 2021-09-13 11:41   좋아요 1 | URL
출판이 사후이다 보니 언제 집필한 소설인지는 파악하기가 어려워요. 저는 처음에는 번역이 하도 별로라 굉장히 초기작인가? 했어요. ㅎㅎㅎ
 
죽어가는 짐승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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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1 필립 로스.

세 번째 읽는 필립 로스. 얇은 거 먼저 꺼내 야금야금 읽고 있다. 조금만 읽어도 느낌이 뽝 왔다. 이 양반…나같네…아니 늦게 난 내가 이 양반 같은 건가… 인간관, 애정관 가만 보면 빻았지만, 으아니 내가 생각했거나 생각할 걸 벌써 이십 년 전에 써놓았네…싶었다. 문득 궁금했다. 이런 책을 읽는 일이 이런 인간을 만들어내는지, 이런 인간이라서 비슷한 책을 골라 읽고 좋다고 짝짝짝 박수를 치는지. 이제는 뭐가 앞서고 뒤따르는지 알 수가 없다.
2001년 나온 이 소설은 그대로 특정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오늘(2021.9.11.) 같은 날 심상치 않게 읽히는 빈라덴 이름도 말미에 잠시 툭 튀어나온다. 이십 년 전에 삼십 대 초반이던 콘수엘라가 암에게 지지 않았다면 이제는 오십 대 초반이겠다. 그 시간이 데이비드의 욕망의 대상이 되는 젖가슴으로만 결코 남지 않는, 새로운 자기만의 서사와 아바나를 찾는 시간과 결코 오지 않을 줄 알았던 행복으로 가득 찼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칠십 노인네인 화자 데이비드는 그 이야기를 모를 것이다. 나이 덕에 일찌감치 죽을 거니까. 필립 로스 할배도 그새 갔네. 순식간에 암으로 자신이 거친 노화의 시간을 따라잡은 콘수엘라를 보는 데이비드의 마음에는 안쓰러움도 있어 보였지만, 내가 못 되서 그런지 왠지 모르게 이새끼 입꼬리 올라간 거 같아… 너도 이제 나랑 같은 속도야, 하는 느낌이었다. 기분 탓이겠지… 내가 심술쟁이인거지…
야한 소설이라도, 너무나 솔직해서 으이그 대놓고 짐승이네 짐승이야, 하는 인물들만 잔뜩 나와도 잘 쓴다, 잘 써, 하고 압도하는 거장 할배의 소설 사 둔 게 아직 세 시리즈 남아서 신났다. 아껴 읽어야지… 소설을 좋아하는데도 펼칠 엄두가 잘 안 난다. 자꾸 회피스킬 쓰면서 엉뚱한 책만 본다. 좋아하는데 읽기 시작하기가 두려운 소설이라는 세계…너무 빠져 버릴까 봐…

모딜리아니의 누드는 표지 그림으로 써서 바로 확인할 수 있었는데, 길게 묘사된 스탠리 스펜서의 The leg of mutton nude는 검색해서 찾아 보았다. 글로 길게 묘사하고 써 먹을 만큼 강렬했고, 이 소설 속에서 혼인 제도를 강하게 부정적으로 보는 걸 그림 한 장에 다 눌러 그려놓았다 싶었다. 여기 올리면…검열 삭제 당하나… 이거 1937년도의 네오 로맨티시즘 계열의 예술 작품입니다…이 소설의 중요한 모티프로…엣헴…

쫄보니까 링크만 남겨 둡니다…궁금하신 분만 슬쩍…

Double Nude Portrait: The Artist and his Second Wife (The leg of mutton nude)
Stanley Spencer(1937)

https://uploads3.wikiart.org/images/stanley-spencer/double-nude-portrait-the-artist-and-his-second-wife-the-leg-of-mutton-nude-1937.jpg


+밑줄 긋기

-오직 섹스를 할 때만 인생에서 싫어하는 모든 것과 인생에서 패배했던 모든 것에 순간적으로나마 순수하게 복수할 수 있기 때문이야. 오직 그때에만 가장 깨끗하게 살아 있고 가장 깨끗하게 자기 자신일 수 있기 때문이야. 부패한 건 섹스가 아니야-섹스 아닌 나머지가 부패한 거야. 섹스는 단순히 마찰과 얕은 재미가 아니야. 섹스는 죽음에 대한 복수이기도 해. 죽음을 잊지 마. 절대 그걸 잊지 마. 그래, 섹스도 그 힘에 한계가 있어. 나도 한계가 있다는 걸 아주 잘 알아. 하지만 말해봐, 섹스보다 큰 힘이 어디있어?(88)

-성공적으로 관습에서 벗어나는 데에는 네 기질이나 가정교육과 어울리지 않는 과장된 행동이나 괴상한 옷이 필요하지 않아. 전혀 그렇지 않아. 네가 할 일은, 켄, 네 힘을 찾는 것뿐이야. 너한테는 그럴 힘이 있어. 그럴 힘이 있다는 걸 내가 알아-오직 새로운 형태의 곤경이 나타날 때만 그 힘의 동원이 불가능해져. 구호나 검토되지 않은 규칙의 협박을 넘어 영리하게 살고싶으면 너 자신의 것을 발견하기만 하면 돼… (103, 문장만 딱 떼어놓고 보면 겁나 맞는 조언 같지만, 대화의 맥락이 여자친구를 임신시킨 아들에게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말을 하는 아버지의 대사라는 점, 그 아버지가 어린 자기 제자들과 어울리기 위해 이혼한 인간이라는 점이 난감하다…혼란하다 혼란해…)

-내 아들은 오직 올바른 도덕적 자격을 갖춘 여자하고만 씹을 할 수 있어. 제발, 나는 아들한테 말해. 그것도 도착이구, 다른 도착보다 나을 것도 못할 것도 없어. 그저 그걸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렇게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 (110)

-하지만 60년대? 그 유치함의 폭발, 그 천하고 생각 없는 집단적 퇴향, 그게 모든 걸 설명해주고 모든 걸 변명해준다고요! 더 나은 알리바이는 내놓을 수 없나요? 무방비 상태의 학생들을 유혹하고, 다른 모든 사람을 잃어가면서 자신의 성적 이익을 추구하고- 정말 불가피한 일이었겠네요. 네? 아니죠, 불가피한 건 어려운 결혼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어린 자식을 기르고 어른의 책임을 마주하는 거예요. 나는 그 오랜 세월 동안 어머니가 과장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과장이 아니었어요. 오늘밤까지도 난 어머니가 어떤 걸 겪으며 살아왔는지 잘 몰랐어요. 아버지가 어머니한테 준 고통, 왜 그런거예요? 아버지가 어머니한테 안긴 짐-아버지가 나한테, 어린아이한테 넘긴 짐, 어머니에게 세상의 모든 것이 되어주라는 짐, 왜 그런 거예요? 아버지가 ‘자유로워지려고’? 나는 아버지를 견딜 수 없어요. 절대 못 견딜 거예요. (112, 이야 도덕적 자식한테, 미래 세대에게 혼나는 게 이런 거로구나…제일 무섭네.)

-봐, 나는 이 시대에 속하지 않아. 네 눈에도 그게 보이잖아. 네 귀에도 그게 들리잖아. 나는 무딘 도구로 내 목표를 이루었어. 나는 가정생활과 그것을 보호하려고 일어서는 사람들에게 망치를 들었어. 또 케니의 삶에도. 내가 여전히 망치를 든 사람이라는 건 놀랄 일이 아니야. 나의 고집 때문에, 지금 시대에 속해 있고 지금까지 이것들 중 어떤 것도 고집할 필요가 없었던 네게, 내가 마을의 무신론자 비슷한 희극적인 인물이 된다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야. (137)

-내가 그랬지. “여기 와서 이 모든 걸 볼 수 있어 좋네요.” “네, 대단했죠, 안 그래요?” 케이트가 말했어. 그러더니 피로한 미소를 띠며 덧붙이더군. “조지가 날 누구로 생각했을지 궁금하네요.”(148-149)

-나는 카메라, 줌렌즈가 달린 라이카를 가져왔고 아이는 일어섰어. 우리는 커튼을 쳤고, 우리는 모든 불을 켰고, 나는 적당한 슈베르트를 찾아 틀었고, 아이가 춤을 추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옷을 벗기 시작했을 때 그 움직임은 약간 이국적이고 동양적이었어. 아주 우아하고 아주 무너지기 쉬워 보였지. 나는 소파에 앉아 있었고 아이는 서서 옷을 벗고 있었어. 아이가 옷을 벗어 하나씩 내려놓는 동작은 마법을 부린 듯 매혹적이었어. 마타하리. 장교를 위해 옷을 벗는 스파이. 그러는 동안에도 내내 당장이라도 부서져버릴 것 같았어. 아이는 먼저 블라우스를 벗었어. 이어 신발. 여기에서 신발을 벗는다는 것이 특별했어. 그다음에는 브라를 벗었어. 그러자 마치 옷을 벗은 사람이 양말을 벗지 않은 것처럼, 약간 익살맞아 보이는 느낌이었어. 가슴을 드러내고 스커트는 입은 여자는 나에게 에로틱하지 않아. 어쩐 일인지 스커트가 그림에 커다란 혼란을 일으켜. 가슴을 드러내고 바지를 입었을 땐 아주 에로틱하지만 스커트만 입었을 때는 효과가 없어. 스커트를 입으려면 브라를 그대로 차고 있는 게 차라리 더 낫지. 젖가슴은 드러낸 채 스커트만 입고 있으면 누구한테 젖을 먹이려는 것 같아. (160)

-사진. 콘수엘라가 나한테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 걸 결코 잊지 못할 거야. 밖에서 훔쳐보는 사람에게는 포르노그래피의 한 장면처럼 보일 뿐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것은 포르노그래피와는 가장 거리가 멀어. “카메라 있어요?” “카메라 있지,” 나는 말했어. “저 좀 찍어주실래요? 선생님이 아시던 제 몸을 사진으로 갖고 싶어서요. 선생님이 보시던 대로. 곧 달라질 테니까요. 이런 일을 부탁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은 알지 못해요. 다른 남자한테는 이걸 부탁할 수가 없어요. 그럴 수 있었으면 선생님을 귀찮게 하지도 않았을 거에요.” “그래,” 나는 아이에게 말했어. “해보자. 뭐든지. 원하는 대로 말만 해. 뭐든지 해달라고만 해. 나한테 다 말해.” “음악 좀 틀어주실래요?” 아이가 말했어. “그러고나서 카메라를 가져오세요.” “어떤 음악을 원해?” 내가 물었어. “슈베르트요. 슈베르트의 실내악.” “알았어, 알았어.” 나는 그렇게 대답했지만 속으로, 하지만 <죽음과 소녀>는 안 되지, 하고 중얼거렸어. (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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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9-11 21: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39금 느낌이 나네요 🙄

반유행열반인 2021-09-11 21:40   좋아요 4 | URL
저 아직 그나이 안 되었는데…너무 일찍 읽었습니까…

scott 2021-09-11 21: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안돼 ㅋㅋ 열반인님 로스옹이 최애로 자리 잡으시면 ㅎㅎㅎ
정영목님의 번역이랑 찰떡인 로스옹,,
열반인님 네미시스 사알짝 추천 ^ㅅ^


반유행열반인 2021-09-11 21:43   좋아요 3 | URL
왜 안 되나요… 왜죠… (빻은) 소설 세상을 떠받치는 산 기둥 쿤데라 할배랑 죽은 로스 할배랑… 유럽 할배 미국 할배 골고루 재밌네요ㅎㅎ 네메시스도 다른 쟁인 책 다 소진하면 모셔보도록 하겠슙니다!

라로 2021-09-11 22: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도 그게 궁금해요, 어느 것이 먼저인지,,,건 그렇고, 저는 에브리맨하고 울분 좋았어요. 죽어가는 짐승은 안/못 읽어봤는데 읽어봐야겠다요.

반유행열반인 2021-09-12 08:39   좋아요 0 | URL
같은 작가 읽은 거 보니...저희 비슷한 과?!?! ㅋㅋㅋ(맘대로 엮는다...) 읽은 게 안 겹치셔서 저도 그 두 권이 궁금해지네요 ㅎㅎ여태 읽은 포트노이 전락 짐승 보면 꽤나 일관성 있는 할배 그리고 소설로 보이긴 합니다 ㅋㅋㅋ반가운 라로님!!!

Yeagene 2021-09-13 1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표지보고 깜짝 놀랐는데,링크 걸어주신 그림 보고는 더 놀랐네요 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9-13 11:40   좋아요 1 | URL
실례가 많았습니다...후방주의라도 달아놓을 것을...그런 깜짝 놀랄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