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고란사의 풍경 - 냉정과 열정 사이님께서

월정사 풍경 - 물장구치는 금붕어님께서


 

홍련암 풍경 - 복돌이님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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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이 무척이나 탐이 난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풍경을 보면 살까말까 말설입니다. 

풍경이 절집 처마밑에 있으면 어울리지만

제 방 한 구석에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요

아무리 좋은 물건도 어울리는 장소에 놓여있을 때

그 가치가 빛나잖아요.

풍경에  어울리는 풍경을 갖추었을 때

풍경을 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혹시 제 마음의 욕심이 자제력을 흩어뜨릴 수도 있겠지만....

맑은 사진을 보내주신 냉열사님, 물장구치는금붕어님, 복돌이님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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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2004-07-10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올리면서 애먹었습니다. ----->갑자기 엽기적인 분위기가.....
갑자기 화면이 정지되어서 나갔다가 들어왔더니 똑같은 글이 여러개가 올라가있는 것입니다. 황급히 삭제하고 글을 다시 정리했는데, 지웠던 글들이 계속 남아있는 것입니다. 분명히 삭제했는데 계속 버티는 글들을 정말 여러번 삭제했습니다. 그와중에 마태우스님께서 남겨주신 코멘트도 날아가버렸습니다. 오호 통재라~~ 마태우스님께 너무나 죄송합니다.

마태우스 2004-07-10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찮습니다. 제 코멘트라는 게 주로 헛소리니까요. 저두 그런 적 있어요^^

메시지 2004-07-10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넓은 맘으로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 제 아내가 재미있게 읽고 있는 책이 있어요. "대통령과 기생충"이라는... 장성가신다더니 벌써 오신건가요? 아님 장성에서? 제가 님 서재로 가겠습니다. 휘리릭~

superfrog 2004-07-11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글쵸.. 풍경은 파란 이파리들과 하늘을 뒷배경으로 하고 저 살짝 들어올려진 각도의 처마끝에 달려야 제격인 듯..

미완성 2004-07-11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호승님의 동화였던가요.
풍경이 사랑을 하고..그리고 마침내 날아갔던..기억상실덕에 내용도 생각이 나지 않는 데, 희미한 느낌만 짚히네요. 아아..저의 1급수보다 맑고 깨끗한 마음이 메시지님 덕분에 약수가 되었어요. 전 님 덕분에 청결미녀로 거듭난 거여요.

종일, 풍경 아래에 앉아 바람소릴 함께 듣고 있으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거기다 가만히 앉아 있는 내게 누군가 밥을 가져다 준다면..아아...

메시지 2004-07-12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장구치는금붕어님/ 풍경의 물고기가 혹시 님^^*.
멍든사과님/ 약수가 되셨군요. 어디에 효능이 좋은 물인가요? ㅋㅋㅋ

2004-07-13 0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까만 크레파스 - 아들 녀석을 위해 주문했습니다. 요즘 크레파스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낮에 책이 도착하자마자 아들 녀석이 고맙습니다라고 전화를 했습니다. 흐뭇합니다.

달의 제단 - '나의 아름다운 정원'이 마음에 들어서 주문했습니다. 기대가 되는 군요.

대통령과 기생충 - 이 책을 쓰신 분이 워낙 위트와 기지가 넘치시는 분이라서 재미있을 거라는 기대로 주문했습니다. 즐거움과 지식이 함께하는 시간이 되겠지요.

세계의 교양을 읽는다 - 잡지를 통해서 바칼로레아 문제를 접했는데, 인상적이었습니다. 저의 교양을 쌓고, 더불어 논리적인 글쓰기에도 도움이 될듯하여 주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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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08 2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우맘 2004-07-08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마태님께 부탁하셨으면 멋진 말그림이 그려진 저자 사인본으로 받을 수 있으셨을텐데!!!
(리뷰 이벤트에 열을 올리셨다면, 달의 제단도 역시 저자 사인본으로...^^;)

진/우맘 2004-07-08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아드님 참 기특하네요. 울 진이는 엄마가 책 사주는 건 선물로도 안 쳐주는데...TT

메시지 2004-07-08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저 마태우스님의 팬이에요. 다음에 혹시라도 오프모임에 제가 갈 수 있다면 들고가서 그림그려달라고 할거에요.
진/우맘님/ 제가 이벤트에 약해서요..... 아들 녀석은 제가 워낙 잘 안 사주다보니까...ㅋㅋㅋ

stella.K 2004-07-08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알았어요. <대통령과 기생충> 그렇지 않아도 저도 보고 싶었는데, 진우맘님 말씀 믿고 마태님께 한번 부탁해 봐야겠군요.^^

아영엄마 2004-07-09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시지님.. 가끔 님이 아이 아빠라는 걸 까먹네요. 저도 얼마 전에 까만 크레파스 사주었어요. 좀 더 어렸을 때 사주었어야 하는 건데.. 그리고 진짜 마태우스님께 저자 사인본 부탁하시지~~ 그 분이 마음이 좋아서(재벌 2세라는 면도 있고..^^;;) 말 사진 휘리릭~ 해서 보내 주셨을텐데... 스텔라님은 밀어 붙이셔요!!

비로그인 2004-07-09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상적인 바칼로레아 문제 있음 예시로 보여 주세요. 가끔 생각하는 건데 프랑스에서 아무 생각없이 몇 년만 살아봤으면 좋겠어요. 그러니까 그쪽 사람들과 인간 대 인간으로 부딪혀 보고 싶어요. 그러기 전에 인종차별주의자들이나 아랍무장세력에게 테러당할 가능성이 많지만..

ceylontea 2004-07-09 0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다음 오프 모임에서 메시지님도 오신다구요? (기대~~!! ^^)
진우맘님.. 우리 빨리 모임하자구요... 전 지난번 모임에도 못가서 너무너무 보고싶어욧~~!!

메시지 2004-07-09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eylontea님/ 장담은 못해요. 제가 지방에 있는데다가 주말에도 하는 일이 있어서 시간 조정이 필요하거든요. 마음은 꼭 가고 싶은데...
복돌이님/ 전에 자유와 정의에 대한 관계를 묻는 문제와 그 답이 인상적이었거든요. 나중에 제 나름대로 괜찮은 것들은 올려볼께요.
아영멈마님/ 저 상형이 아빠에요. 아들이 가끔 아저씨라고 불러서 황당하기도 하지만요....
stella09님/ 화이팅!!!

비로그인 2004-07-09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시지님, 오프 모임 가세요? 뭐여...나럴 빼놓고. 아, 익산시민에서 면단위 촌부 되었다고 날 잊은 거여, 뭐여요? 엥?

메시지 2004-07-09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이님/ 제 이야기가 와전되는군요. '혹시라도 제가 오프모임에 갈 수 있다면...", 그리고 " 장담은 못해요. ~~ 마음은 꼭 가고 싶은데"라고 했어요. 복돌님과 함께 가면 더 좋겠죠.

stella.K 2004-07-09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프 모임 때 꼭 나오셔요, 메시지님, 복돌님. 저 뵙고 싶어요. 언제가 될런지 모르지만...

비로그인 2004-07-14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솨요, 스텔라님! 저도 궁금해요. 그나저나 거 알라딘 주최로 서재쥔장덜 대대적으로 한 번 만나게 해줘야지 않겠어요? 흐흐..

메시지 2004-07-14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광고효과도 톡톡할테데요.
 

'절집나무'의 지은이 고규홍님께서 '이 땅의 큰 나무'라는 또다른 저서를 보내주셨다.

리뷰를 읽으시고 감사의 뜻으로 보내주신다는 것을 염치불구하고 덥썩 받았다.

우편으로 도착된 이책은 받는 순간에도 색다른 경험을 하게했다. 우편 배달하시는 분께서 붉은 광선이 나오는 기계로 포장의 바코드를 찍더니 전자계산기처럼 생긴 기계를 내미시면서 이름을 적으라고 하시는 것이다. 신기함에 놀라서 글씨는 엉망이었지만 최첨단의 우편물 확인 방법이 무척 신기했다.

검은 대지와 희뿌연하늘을 배경으로 멋지게 서있는 표지의 나무 사진은 무척이나 품위있어 보이고, 경외감까지 불러일으킨다. 또 뿌듯함으로 책장을 넘길 계획을 세웠다.

따뜻한 편지를 보내주신 것도 고마운데, 서명을 담은 책까지 보내주신 고규홍 선생님의 따뜻함에 다시한번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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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7-07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시지님은 행복한 분 ^^

연우주 2004-07-07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럽네요.

비로그인 2004-07-07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긍게 말여...

메시지 2004-07-07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요즘 며칠동안 무척 즐거워요. 여러분의 방문도 저를 즐겁게하는 중요한 일이에요. 여러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2004-07-07 2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superfrog 2004-07-07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표지.. 참 멋지군요.. 아.. 리뷰를 잘 쓰시니 이런 행복이 생기는군요.. ^^

진/우맘 2004-07-07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독자가 쓴 리뷰를 보고 감동하여 책을 보내게 된다.....
휴~~~ 절절하게 부럽습니다!!

stella.K 2004-07-07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부럽다 못해 배가 아픈데요. 제가 원래 셈이 많걸랑요. 하하.
어쨌든 좋으시겠습니다. 축하해요.^^

메시지 2004-07-08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분들의 방문과 축하와 따뜻한 시샘에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모처럼 좋은 기분 팍팍 즐기고 있습니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동구, 내 앞에 나타나면 ‘주리 삼촌’처럼 말없이 웃으며 뒤통수라도 몇 대 때려주고 싶은 녀석. 난독증때문에 읽기도, 쓰기도 엉망이고, 게다가 자신의 속엣말도 제대로 끄집어내지 못하는 그 녀석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은 맑고 깨끗한 물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청량한데다가 서둘러 흘러내리는 시냇물처럼 빠르고 경쾌하기까지 하다.

  동구의 마음 속에는 아름다운 정원이 놓여있다. 그곳에는 능소화가 곱게 피어있으며 황금빛 곤줄박이가 노래를 하고 있다. 동구의 아름다운 정원을 들여다보고 난 후, 나는 맑고 경쾌한 시냇물을 떠올렸다. 동구 녀석이 시냇물이 되어서 콧노래를 부르며 아름다운 숲에 생기를 불어넣고, 그 숲의 생기가 새들을 노래하게 하며, 신나게 즐겁게 넓은 바다로 흘러가길 바라면서......

  아름다운 정원의 아름다운 ‘황금빛 곤줄박이’는 날개를 다쳐서 날 수가 없다. 동구의 난독을 풀어주시던 박영은 선생님과, 동구의 가족에게 행복을 일깨워주던 영주는 더 이상 동구의 곁에 있을 수 없다. 어디선가 날아온 돌맹이에 날개를 다친 ‘황금빛 곤줄박이’처럼 박영은 선생님과 영주도 어이없이 삶을 놓아버린다. 박영은 선생님이 없다는 것은 동구에게 난독을 풀어줄 사람이 사라진 것이고, 영주가 없다는 것은 행복의 사라짐이다. 결국 동구는 박영은 선생님과 영주를 잃어버림으로써 날개 잃은 ‘황금빛 곤줄박이’가 되는 것이다.

  동구는 스스로 자신의 상처를 감싸안고, 다른 사람의 상처까지 감싸안기로 결정한다. 스스로 난독을 해결하고, 스스로 행복을 만들어가는 삶을 선택하는 것이다. 비로소 홀로서는 것이다. 날개를 다친 ‘황금빛 곤줄박이’가 상처를 딛고 날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그 ‘황금빛 곤줄박이’를 구름 위로 날려주고 싶다.

P.S.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의 애틋함이 나의 감성을 더욱 자극했을지도 모른다. 동년배 작가인 심윤경 님께 남다른 정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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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집나무
고규홍 지음, 김성철 사진 / 들녘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나무에 얽힌 이야기 하나

 

  도심지에서 생활하던 어린 시절, 내가 실제로 볼 수 있던 나무는 ‘앞으로 나란히’를 한 것처럼 줄을 맞추고 서있던 은행나무와 이름을 모르는 가로수가 전부였다. 그런데 손수건을 가슴에 달고 학교에 입학을 했더니 교문 옆에 은행나무와는 비교도 안 되게 훨씬 큰 나무 한 그루가 하늘높이 솟아 있었다. 대뜸 조각구름이 걸린다는 커다란 나무가 바로 저 나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나무에 대한 나의 생각은 금세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어느 학교에서나 전해오는 이야기, 학교괴담의 주인공이 바로 그 나무였던 것이다. 머리를 풀어헤친 것처럼 푸른 가지들을 아래로 뻗어내린 그 나무는 밤 12시가 되면, 무서운 도깨비로 변해서 날이 샐 때까지 돌아다닌다. 만약에 그 도깨비를 만나면 절대로 다시는 학교로 돌아올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 당시 학교에서는 반별로 아침 일찍 학교 주변을 청소하고는 했었다. 우리 반이 아침 청소를 할 차례가 되었다. 제일 먼저 학교에 가보겠다는 생각으로 유난히 일찍 출근을 하셔야했던 아버지를 따라서 새벽에 벌떡 일어나 버렸다. 해가 뜨기 전, 나는 일등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학교로 향했다. 그런데 나의 발걸음은 학교의 정문이 보이기 시작하는 골목 입구에서 굳어버렸다. 어둠 사이로 희뿌연한 물체가 우뚝 서서, 휭휭거리는 바람소리에 맞추어 사납게 도리질을 치고 있는 것이었다. 순간 떠오르는 학교괴담. ‘걸음아 날 살려라’를 되뇌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일등의 꿈은 사라졌다. 해가 뜨고 날이 환하게 밝아져서야 학교에 갈 수가 있었다. 왜 늦었냐는 질문에 늦잠을 잤다는 거짓말을 하면서 살아있다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 뿐이다.
  어른이 되어 학교에 가보았다. 굵고 허연 줄기가 뼈대처럼 남아있는 나무를 보았다. 가지치기를 했는가보다. 오랜 세월을 어떻게 지내왔을까. 한아름이 넘게 굵었던 나무가 이제는 커버린 나의 한품에 꼭 안긴다. 나무 한 그루가 나의 지나감을 생각하게 한다.

 

이럴진대, 하물며 산사에 이르면......

 

  오랜 세월을 절간의 한 켠을 차지한 나무들이 있다. 깊은 산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켜오다가 절집에게 말없이 자신의 자리를 공양한 나무들이 있고, 새로 태어난 절집을 아름답게 수놓기 위해 멀리 이국의 땅에서 찾아온 나무들도 있다. 산사의 고요함과 넉넉함을 온몸으로 수행하듯 조용히 싹을 틔우는 나무들이 있고, 불법의 고매함을 보여주기 위해 자신의 정체성을 바꾼 나무들도 있다. 스님을 쫓아 수행과 고행의 길을 걷다가 산사로 돌아와 나무로 윤회한 지팡이도 있다. 절집나무들은 그렇게 자연의 일부가 되고, 산사의 일부가 되어 오랜 세월을 사람살이를 지켜보며 살아온 것이다.
  “절집나무”는 산사의 일부가 되어 오랜 세월 동안 사람살이를 지켜보던 절집나무들의 나무살이를 사람의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지은이 고규흥의 글과 김성철의 사진을 따라 33개의 절집에 살고있는 나무들에게 눈길을 건네다보면 어느새 나무들이 말을 건네오기 시작한다. 눈으로만 보던 나무들을 귀로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산꼭대기 절인 화암사를 찾아 오르던 오솔길에서 들려오던 풀벌레의 지저귐과 청량한 바람 소리가 사실은 세속의 번거로움을 일깨워주려는 굴참나무와 상수리나무의 목소리였음을 뒤늦게서야 깨닫고, 내소사로 가는 전나무숲의 어둠 속에서 간간히 들려오던 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스스로를 경계하지 못한 삶에 대해 회초리를 들려는 나무의 가르침이었다는 것을 이제서야 깨닫게 된다.
  사람살이가 유한하고 고통과 시련을 동반하듯 “절집나무”의 나무살이에서도 고통과 시련의 옹이를 만나게 된다. 전쟁과 화재의 고통을 간신히 견뎌낸 나무들, 오랜 세월 열매를 맺기위해 혼신의 힘을 쏟다가 이제는 쓸쓸하게 삶의 뒤안길에 선 나무들, 단단한 바위덩어리의 한 줌 흙먼지 속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안간힘을 쓰는 나무들. 삶의 고통과 질곡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지를 몸으로 느끼게 하는 나무살이이다.
  “절집나무”에는 절집나무뿐만아니라 일상의 삶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우리 주변의 나무들과 그것에 얽힌 이야기들도 재미있게 보여주고 있다. 암수가 바뀐 성균관 명륜당의 은행나무, 정원수로 자라나는 탱자나무의 특별한 모습, 나무들의 다양한 이름과 유래, 재산을 상속받아 꼬박꼬박 세금을 내고있는 나무에 대한 이야기들은 신기함과 즐거운 웃음을 가져다준다.

 

일상에서 만나는 나무들의 새로운 의미

 

  새로운 습관이 하나 생겼다. 길을 걷다가 소나무를 만나면 꼭 다가가 솔잎의 숫자를 세어보고 소나무의 종류를 확인하기 위해 책에서 본 기억을 끄집어낸다. ‘솔잎이 두 가닥이면 육송, 여러 개의 가지가 낮게 퍼지고 있으면 반송, 잎이 세 가닥이면 수입종인 리기다소나무, 세 가닥이면서 줄기가 하얀색이면 백송으로 거의 대부분 천연기념물, 다섯 가닥이면 잣나무로 오엽송이라고도 한다.’ 이렇게해서 나무의 자세한 종류를 알게되면 친구와 비밀을 공유할 때 특별한 유대감이 느껴지는 것처럼 왠지 나무에게 더 많은 친근감이 느껴진다.
  주변을 둘러보면 많은 나무들이 있다. 그들은 아무런 말없이 그렇게 자신의 자리를 지켜가며 나무살이를 할 것이고, 나는 나대로 그들 사이를 건너다니며 사람살이를 할 것이다. 그러다가 문득, 푸르게 빛나던 잎새가 빨갛게 또는 노랗게 변하는 나무의 모습에서 내 삶의 색깔은 어떻게 물드는지 살펴보게 될 것이고, 세상사의 번잡함을 견뎌내기 힘들 때, “절집나무”의 이야기를 들으러 산사에 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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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07-01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까지 사투를 벌이신 보람이 있네요. 너무너무 잘쓰셨습니다. 제가 심사위원이라면 이주의 마이리뷰에 이 글을 선정할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 책 얘기-->현재의 모습에 이르는 리뷰의 구성이 아름답기까지 하네요.

메시지 2004-07-02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과찬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마냐 2004-07-05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마태우스님의 '안목'이 장난이 아니었군요..ㅋㅋㅋ

책읽는나무 2004-07-06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정말 뽑히셨네요!!
저도 참 멋진 리뷰라고 생각했더랬는데.......^^
마태님의 안목도 대단한데요!!
지난번 제서재에서 하셨던 말씀도 예리한 분석력이라고 생각했더랬습니다...ㅎㅎ
마태님......심사위원단에 참가하세요!!
이젠 알라딘도 심사위원중 알라디너대표자도 한명정도는 같이 포함시켜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ㅎㅎ
이거 뭔말입니까??
메시지님 축하라러 와가지구선!!!.....^^

메시지 2004-07-07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