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뼈에 대한 단상

                                           복효근

 

복숭아를 먹다보면

필연코 단단한 씨를 만난다

그것은 말하자면

복사꽃의 끝

단맛으로 깊어가던 복숭아의 끝

끝나버린 복숭아씨, 그것은

또 꽃피울 복숭아의 머언 먼 시작이려니

귀 기울이면

그 속에 비가 내리고 새가 울리라

나에게도

복숭아뼈라 부르는 씨 하나가 있어

살아버린 나는 무엇인가의 맛 나는 과육이 되어야겠다

언젠가

내 과육을 다 먹은 시간이 그 끝에 만나고야 말 그 씨는

나의 시작인지도 모르는 일이어서

들으면 들리리라 비 내리는 소리

내 안에서 우는 새소리

꽃 피는 소리

끝이 시작으로 이어지는 지점

내게도 복숭아씨가 있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stella.K 2004-08-03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효근님이 메시지님 영혼을 사로잡고 있다는 게 눈에 보입니다.^^

메시지 2004-08-03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되새김질하며 읽습니다.

비로그인 2004-08-04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인들은 뭔가 남다른 감각촉수를 가졌나봐요. 무심코 스치는 사물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다니. 참 신기해요.
 


2004.8.1.일

처가집 식구들과 노래방에 갔다가, 시끄럽고 무섭다고 산책을 하자는 상현이를 데리고 근처의 커피숍에 갔습니다. 걸으면서 먹은 아이스크림때문에 입주위가 빨갛네요.



주문을 상현이가 했습니다. 자기는 사이다를 먹고 저는 콜라를 먹으랍니다.


가끔 창밖 풍경을 감상하며.....


댓글(6)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stella.K 2004-08-02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 너무 귀여워용!

마태우스 2004-08-02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저는요?

메시지 2004-08-02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엽죠? 저녀석한테 누굴 닮아서 귀엽냐고 물으면 아빠라고 한답니다. ㅋㅋㅋ

진/우맘 2004-08-04 0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아들의 범상치 않은 미모를 보니, 메시지님의 미모가 짐작이 된...다고 할 줄 알았죠?
원래, 아들은 엄마를 닮는 거래요~~ㅋㅋ

메시지 2004-08-04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의 예리함이 저를 울려요. 그러나 지금도 상현이는 아빠를 닮았다고 대답했습니다.

비로그인 2004-08-04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갑자기 짜장면으로 범벅이 된 귀여운 연우의 사진이 진/우맘과 오버랩되면서 ..흘흘..상현이 증말 귀엽네요. 아주 건강해 보여요. 피부도 장난이 아닌데요. 부럽고나..
 


2004.8.1.일. 고산자연휴양림 가는 길의 계곡입니다.

주변으로 LPG가스통이며 쓰레기들이 잔뜩 있는데다가, 사람들이 저 물에서 세제를 이용해서 설겆이하는 모습을 보고 그냥 돌아왔습니다. 관광지에 나와있는 경찰관들도 태연하게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역시 자연은 인간을 가장 싫어할 수 밖에 없겠구나라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4-08-04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상현이 세대를 위해서 어른들이 뭔가 지켜주어야 할 것은 지켜주고 마땅히 해 주어야 할 것은 해줘야 할 텐데..안타깝네요. 그래도 상현인 예쁘구나..
 

             어느 대나무의 고백

                                                                    복효근

 

늘 푸르다는 것 하나로

내게서 대쪽같은 선비의 풍모를 읽고 가지만

내 몸 가득 칸칸이 들어찬 어둠 속에

터질 듯한 공허와 회의를 아는가

고백컨대

나는 참새 한 마리의 무게로도 휘청댄다

흰 눈 속에서도 하늘 찌르는 기개를 운운하지만

바람이라도 거세게 불라치면

허리뼈가 뻐개지도록 휜다 흔들린다

제 때에 이냥 베어져서

난세의 죽창이 되어 피 흘리거나

태평성대 향기로운 대리피가 되는,

정수리 깨치고 서늘하게 울려퍼지는 장군죽비

하다못해 세상의 종아리를 후려치는 회초리의 꿈마저

흉흉하게 들려오는 세상의 바람소리에

어둠 속에서 먼저 떨었던 것이다

아아, 고백하건대

그 놈의 꿈들 때문에 서글픈 나는

생의 맨 끄트머리에나 있다고 하는 그 꽃을 위하여

시들지도 못하고 휘청, 흔들리며, 떨며 다만,

하늘 우러러 견디고 서 있는 것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메시지 2004-07-30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전 서점에서 복효근님의 시집을 골랐다. 주변분이 추천을 했었는데 게으름을 피우다가 이제서야 읽는다. 몇 주동안 시집을 읽지 안았던 탓도 있겠지만 다른 책들보다 먼저 손이 가고, 깊게 음미하게된다. 당분간 책읽는 풍경은 복효근 님의 시가 차지할 듯 싶다.

비로그인 2004-07-30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우, 이건 뒤집기의 명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늘 곧고 의젓한 나무로만 불리어진 그 허구의 내면 뒤엔 이러한 인간적인 면모가...꼭 우리네 모습을 보는 거 같쟎아요. 음..시 좋다..

잉크냄새 2004-07-30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효근님의 시는 참 의미있는 시들이 많은 것 같아요.

아름다운 번뇌

- 복효근 -

오늘도 그 시간
선원사 지나다 보니
갓 핀 붓꽃처럼 예쁜 여스님 한 분
큰스님한테서 혼났는지
무엇에 몹시 화가 났는지
살풋 찌뿌린 얼굴로
한 손 삐딱하게 옆구리에 올리고
건성으로 종을 울립니다
세상사에 초연한 듯 눈을 내리감고
지극정성 종을 치는 모습만큼이나
그 모습 아름다워 발걸음 멈춥니다
이 세상 아픔에서 초연하지 말기를,
가지가지 애증에 눈감지 말기를,
그런 성불일랑은 하지 말기를
들고 있는 그 번뇌로
그 번뇌의 지극함으로
저 종소리 닿는 그 어딘가에 꽃이 피기를...

지리산도 미소 하나 그리며
그 종소리에 잠기어가고 있습니다

메시지 2004-07-30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님의 말씀처럼 우리의 감추어진 이면이 잘 드러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잉크냄새님께서 적어주신 '아름다운 번뇌'도 참 좋게 읽었습니다. 복효근 시인이 남원에 살고 있어서인지 지리산과 절의 향기가 묻어나는 시들이 많아요.
 

누우떼가 강을 건너는 법

                                                         복효근

 

건기가 닥쳐오자

풀밭을 찾아 수만 마리 누우떼가

강을 건너기 위해 강둑에 모여섰다

 

강에는 굶주린 악어떼가

누우들이 물에 뛰어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나는 화면에서 보았다

발굽으로 강둑을 차던 몇 마리 누우가

저쪽 강둑이 아닌 악어를 향하여 강물에 몸을 잠그는 것을

 

악어가 강물을 피로 물들이며

누우를 찢어 포식하는 동안

누우떼는 강을 다 건넌다

 

누군가의 죽음에 빚진 목숨이여, 그래서

누우들은 초식의 수도승처럼 누워서 자지 않고

혀로는 거친 풀을 뜯는가

 

언젠가 다시 강을 건널 때

그중 몇 마리는 저쪽 강둑이 아닌

악어의 아기리쪽으로 발을 옮길지도 모른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stella.K 2004-07-29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보이는데요?

stella.K 2004-07-29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제 보이네요.^^

메시지 2004-07-29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엔터키를 잘못 눌러서 제목만 있었어요. 금방 내용 입력했습니다.
"누군가의 죽음에 빚진 목숨"

부리 2004-07-30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가슴아픈 시입니다. 사실 제가 누리는 행복도 누군가의 희생에 빚진 거겠지요...

미완성 2004-07-30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늘해집니다.
복효근님의 이름, 새겨두겠어요.

바람구두 2004-07-30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메시지 2004-07-30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집이 전체적으로 참 좋아요. 아껴서 읽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