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뼈에 대한 단상

                                           복효근

 

복숭아를 먹다보면

필연코 단단한 씨를 만난다

그것은 말하자면

복사꽃의 끝

단맛으로 깊어가던 복숭아의 끝

끝나버린 복숭아씨, 그것은

또 꽃피울 복숭아의 머언 먼 시작이려니

귀 기울이면

그 속에 비가 내리고 새가 울리라

나에게도

복숭아뼈라 부르는 씨 하나가 있어

살아버린 나는 무엇인가의 맛 나는 과육이 되어야겠다

언젠가

내 과육을 다 먹은 시간이 그 끝에 만나고야 말 그 씨는

나의 시작인지도 모르는 일이어서

들으면 들리리라 비 내리는 소리

내 안에서 우는 새소리

꽃 피는 소리

끝이 시작으로 이어지는 지점

내게도 복숭아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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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08-03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효근님이 메시지님 영혼을 사로잡고 있다는 게 눈에 보입니다.^^

메시지 2004-08-03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되새김질하며 읽습니다.

비로그인 2004-08-04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인들은 뭔가 남다른 감각촉수를 가졌나봐요. 무심코 스치는 사물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다니. 참 신기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