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우떼가 강을 건너는 법

                                                         복효근

 

건기가 닥쳐오자

풀밭을 찾아 수만 마리 누우떼가

강을 건너기 위해 강둑에 모여섰다

 

강에는 굶주린 악어떼가

누우들이 물에 뛰어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나는 화면에서 보았다

발굽으로 강둑을 차던 몇 마리 누우가

저쪽 강둑이 아닌 악어를 향하여 강물에 몸을 잠그는 것을

 

악어가 강물을 피로 물들이며

누우를 찢어 포식하는 동안

누우떼는 강을 다 건넌다

 

누군가의 죽음에 빚진 목숨이여, 그래서

누우들은 초식의 수도승처럼 누워서 자지 않고

혀로는 거친 풀을 뜯는가

 

언젠가 다시 강을 건널 때

그중 몇 마리는 저쪽 강둑이 아닌

악어의 아기리쪽으로 발을 옮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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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07-29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보이는데요?

stella.K 2004-07-29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제 보이네요.^^

메시지 2004-07-29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엔터키를 잘못 눌러서 제목만 있었어요. 금방 내용 입력했습니다.
"누군가의 죽음에 빚진 목숨"

부리 2004-07-30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가슴아픈 시입니다. 사실 제가 누리는 행복도 누군가의 희생에 빚진 거겠지요...

미완성 2004-07-30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늘해집니다.
복효근님의 이름, 새겨두겠어요.

바람구두 2004-07-30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메시지 2004-07-30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집이 전체적으로 참 좋아요. 아껴서 읽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