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의 회전 - 헨리 제임스 장편소설 열린책들 세계문학 192
헨리 제임스 지음, 이승은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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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소설의 원조 격인 <나사의 회전>을 읽었다.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았다길래 궁금했었는데, 요즘 열대야에 딱이겠다 싶어서 골랐드만 따분해갖고 혼났다. 재밌다는 평도 많으므로 이 글은 적당히 무시해도 되겠다. 내용은 생각보다 별거 없다. 두 어린이의 가정교사를 맡은 주인공의 눈에만 유령이 보이기 시작한다. 유령의 인상착의를 보모한테 말했더니, 과거에 죽은 이 저택의 관계자라고 한다. 그것만으로도 두려운데 아이들이 유령과 소통하는 기분도 들고, 자신에게는 꼭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행동하고 있다. 이렇듯 단순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이야기지만, TMI에 가까운 주인공의 방대한 내레이션이 오히려 역효과로 느껴졌다. 서양권 작가들의 장황한 묘사와 지나친 미사여구를 남발하는 습관을 모르는 건 아니다. 다만 어디까지나 몰입의 선을 넘지 않았을 때라야 이야기다워지고 전개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은 주인공의 생각이 너무나도 많은 탓에 한 장면을 길게 붙잡는 패턴이 반복된다. 그나마 단순한 내용이라 망정이지, 복잡했다면 엄청 늘어졌을 게 눈에 훤하다. 이 작품의 최대 단점이다.


디테일에 대해 할 말이 무궁무진한 작품이긴 했다. 작중 유령은 둘이다. 남자 하나와 여자 하나. 이들은 사실 주인공이나 아이들에게 직접적으로 뭔가를 하지는 않는다. 그저 멀리서 가만히 지켜보는 게 다일뿐. 아무런 활약도 없어 맥거핀에 가깝다고나 할까. 아이들 얘기로 넘어가자. 이제 갓 입학한 학교에서 쫓겨난 소년은 집으로 되돌아온다. 그런데 소년은 절대 학교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 게다가 슬픈 기색 하나 없이 주인공의 교육을 잘만 받고 지낸다. 아직 학교는 못 갔지만 여동생도 마찬가지다. 두 아이는 지난 일들에 대해, 즉 자신들이 겪었던 것들에 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질 않는다. 무엇보다 어린 나이에 전혀 맞지 않는 조숙함과 차분함이, 그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게끔 하면서도 경계하게 만들었다. 딱히 뭐가 없는데도 설정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이게 다가 아니다. 아이들이 자꾸 어딘가를 홀린 듯이 보게 하여 화자의 불안함을 연출한다. 또한 멀쩡한 척하는 아이들의 보호와, 유령을 알아내려는 주인공의 괜한 심리에 젖게 한다. 이처럼 빠져들 수밖에 없는 미스터리 요소는 충분히 활용한 셈이다. 사실 칭찬보다는 태클을 걸어야 할 게 산더미인데, 문제는 저자가 의도적으로 곳곳에 함정을 파 놨다는 거. 아무 생각 없이 읽어나가서 잘 몰랐지만 이렇게 독자와 밀당하는 작품을 꽤나 좋아한다. 역시 소설은 분석하는 맛이제.


일단 주인공이 어째서 아이들과 유령에 관한 얘기를 금기시하는지가 의문이다. 살아생전 유령들이 아이들과 어떤 사이였는지, 이 집에 어떤 가정사가 있었는지 작중에서 전혀 언급된 게 없다. 두 아이를 오래 지켜본 바, 감정 기복이 심하지도 않고 대화 수준도 높은 편이었다. 그러니 자리를 만들어 차분하게 대화를 좀 했으면 싶은데, 주인공 혼자만 짊어지려는 태도로 내내 회피하며 빙빙 돌고 있다. 결국 말만 하고 지켜보기만 했을 뿐, 어떤 행동이랄 것도 없으면서 이상한 사명감에 빠져가지고 그냥. 아니, 사명감보다도 아이들한테 휘어잡혔다는 쪽이 더 맞겠다. 점점 묘한 낌새를 느끼고도 계속 눈 가리고 아웅하며 과잉보호하는 주인공. 교사가 아이큐만 케어해야 하는 것도 아닌데 뭘 자꾸 주제넘는 것처럼 생각하는 건지. 지금 말한 것들은 저자의 의도적인 설정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유령한테 쫄지 않는 걸 보면 딱히 새가슴도 아니던데, 유독 아이들 앞에만 서면 깨갱하는 성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태클은 이쯤 하고.


<나사의 회전>은 일부러 설명을 빼놓아 모호한 해석을 낳으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소년의 퇴학 사유, 부재중인 집주인, 유령들의 과거, 유령과 아이들의 교감, 보모의 과잉 불안, 그 외 필요한 여러 가지가 누락되어 있다. 그런고로 다양한 해석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많은 해석 중 나는 주인공이 공포로 인해 살짝 맛이 간 거라는 쪽이 그럴싸했다. 다른 이들이 거짓말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유령이 보이는 건 주인공뿐이다. 그녀 눈에는 아이들이 유령과 교감하는 듯 보였다지만, 두 아이는 유령과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고 아는 척하는 장면조차 없었다. 이게 주인공 시점에서 보면 모두가 의심스럽게 보이나, 제 삼자의 시점으로 보면 주인공의 과대망상 히스테릭처럼 비춰진다. 근데 또 유령의 생김새까지 맞췄으니 헛것을 봤다고도 할 순 없다. 이처럼 어느 관점에서 해석을 하더라도 꼭 찝찝한 데가 있는 묘한 작품이다. 해석이 더 재밌는 작품이라니, 에라이.


아무래도 읽으면서 카프카가 계속 생각났다. 카프카 역시 이야기 속에 구멍을 파두기로 유명하다. 다만 카프카는 작품이 해석 받기를 거부해서였고, 제임스는 그 반대라는 점이 다르다. 닭이냐 알이냐 식의 끝없는 해석을 낳았으니 형태는 달라도 뿌리는 같은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공통점이라면 이야기를 맛깔나게 쓸 줄 모른다는 건데, 주제나 화두가 괜찮대도 베이스가 밋밋하면 의도한 게 눈에 안 들어온단 말씀. 허나 고전이 투머치한 맛으로 보는 거라면 참아야지 뭐 어쩌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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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6-20 08: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헨리 제임스의 소설 몇 권을
수배해 두긴 했는데...

읽은 기억이 나질 않네요.

<나사의 회전>은 왠지 시공사
버전으록 구하고 싶은데 잘 안
보이네요.

해석을 환영하는 헨리 제임스
의 소설, 만나 보고 싶습니다.

물감 2023-06-20 10:08   좋아요 1 | URL
저도 사실 다른 번역본을 원했는데 포기하고 도서관에 보이는 거 집었습니다. 그냥 무난했어요 ㅋㅋ

출간 시대를 고려하면 꽤나 참신하더라고요. 그리고 해석을 거부하질 않아서인지 다각도로 접근하는 재미가 있긴 합니다. 그렇지만 뭔가 글 자체가 낡았다는 기분은 지워지지 않네요😓

coolcat329 2023-06-20 1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그렇군요. 이 책은 너무 기대하면 재미없을 거 같아요. 시공사로 저도 읽어봐야 겠습니다.

물감 2023-06-20 10:15   좋아요 2 | URL
영화나 뮤지컬로도 만들어졌다는데 원작의 신비함을 표현할 수 없어 망했다나봐요. 확실히 초자연적 신비함은 느껴졌어요. 비록 점수는 짜게 주었지만 필독 고전문학은 틀림없어보입니다^^

잠자냥 2023-06-20 11: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 껍데기 벗기고 책등 살펴보시면 재미난 거 발견할 수 있는데... ㅋㅋㅋㅋㅋㅋ

물감 2023-06-20 11:28   좋아요 0 | URL
제가 빌린 건 이름 잘 써져있네요ㅋㅋ

잠자냥 2023-06-20 22:44   좋아요 0 | URL
2쇄를 찍었다니 놀라워요. ㅋㅋㅋㅋ 아님 2판인가…

물감 2023-06-20 22:57   좋아요 0 | URL
‘세계문학판 1쇄‘라고 적힌 걸로 봐선... 잠자냥 님의 뽑기가 실패였는지도...ㅋㅋㅋ

새파랑 2023-06-21 1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사의 회전> 이라는 제목부터가 그냥 어려워 보입니다 ㅋ
내용도 그렇군요. 헨리 제임스 왠지 어려워보여서 시도도 못하고 있습니다 ㅜㅜ

물감 2023-06-21 12:12   좋아요 1 | URL
새파랑 님이 평소 읽는 책들에 비하면 이 책은 매우 쉬울 걸요 ㅋㅋㅋ
적어도 이 책은 난해하거나 복잡하다는 인상은 없었어요.
제임스도 작품이 많던데, 새파랑 님도 도전해보셔요 ㅋㅋㅋㅋ

잠자냥 2023-06-21 15:34   좋아요 1 | URL
읽다 보면 나사 빠짐

새파랑 2023-06-21 15:56   좋아요 1 | URL
앗 ㅋ 저 요새 나사 빠져있는데 보면 안되겠군요 ㅋ
 
9시에서 9시 사이
레오 페루츠 지음, 신동화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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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괜찮은 이야기꾼을 발견했다. 레오 페루츠라고, 1882년 프라하 출신의 작가다. 지금껏 나는 체코랑 안 맞는구나 싶었는데 이 작품은 내가 알던 체코인의 냄새가 전혀 안 났지 뭔가. 근데 또 보니까 오스트리아 문학으로 분류가 되어있다. 그런즉 뼛속까지 체코 감성은 아니란 말이렸다. OK. 합격. <9시에서 9시 사이>는 읽는 게 느린 나조차 하루 만에 다 읽었을 만큼 훌륭한 가독성을 보여준다. 중편 같은 장편이라 할 말이 많지 않으므로 짧게 리뷰하겠다.


대학생 뎀바는 다른 남자와 장기 여행을 가려는 애인 때문에 반쯤 미쳐있다. 떼를 써봐도 끄떡없는 그녀에게 막무가내로 조건을 건다. 내가 정한 시간까지 여행경비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예정대로 떠나도 된다는. 이제 돈 받으러 돌아다니는 뎀바의 수난시대가 펼쳐진다. 발품 팔아서 돈을 모으는 일은 생각보다 수월했다. 다만 끝에 가서 꼭 상황이 꼬여버렸다. 매번 계획이 틀어져도 불평 한마디를 못하는 뎀바. 그게 다 양손을 결박한 수갑 때문이었다.


뎀바는 수갑 찬 손을 감추고자 실내에서도 외투를 입고 다닌다. 것도 그건데 절대 손을 쓰지 않았으니 남들이 이상하게 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돈도 구해야 하고, 남들한테 들켜서도 안되는 긴박한 상황이라 잔뜩 쫄아있는 주인공. 매사에 예민하게 굴어대니 오히려 원치 않는 관심사병이 되고 말았다. 이게 다 그놈의 수갑 때문인데, 음... 스포일 수도 있겠지만 수갑을 빼놓고는 도저히 리뷰할 수가 없어 양해 바람. 뎀바는 지금 본인의 처지보다 애인이 떠난다는 게 훨씬 심각한 문제다. 하여 내내 맛이 간 태도로 만인의 비호감이 되었지만, 이유가 분명했기에 아무리 찌질하게 굴어도 마냥 밉게는 안 보인다. 그래도 진상은 진상임.


뎀바가 그렇게 쏘다녔는데 그 많은 일들이 고작 12시간 동안에 일어났다는 사실이 가장 난센스다. 여튼 애인을 붙잡고 싶었던 뎀바는, 어느새 목적을 잊어버리고 오직 돈 만을 쫓는 기계가 되어갔다. 또한 누구에게든지 큰소리 뻥뻥 허세 부리다가도 수갑이 들통나겠다 싶으면 곧바로 태세 전환에 들어간다. 이렇게 저자는 인간의 미련하고 어리석은 면모를 여러 번 꼬집는다. 전개가 워낙 빨라서 그냥 웃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명백히 주객전도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수갑 때문에 불안하고, 약속 시간 때문에 초조했던 뎀바는 끝내 일을 크게 만들어 어처구니없게 범죄자가 된다. 오, 하늘이시여.


이야기는 그렇게 끝이 난다. 그리고 진짜 벙찌게 만드는 엔딩이 기다리고 있다. 정말 현대 소설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세련된 작품이었다. 이렇게 감각 있는 분이 통속 작가라며 낮은 대우를 받았다는 게 참 씁쓸하다. 조만간 다른 작품도 찾아봐야겠어. 그나저나 짧게 쓸랬는데 벌써 이만큼이나 길어졌네. 여기서 급 마무리.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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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6-17 1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책이네요.

통속소설이라도 제 마음에 와 닿는
다면 좋은 작가/책이 아닐까요.

중고서점에 있다면 당장 달려가서
사오고 싶네요.

물감 2023-06-17 10:19   좋아요 1 | URL
보니까 호불호 갈리긴 하네요. 나만 좋음 됐죠 뭐ㅎㅎㅎ 매냐 님의 책 사냥을 응원합니다😀

얄라알라 2023-06-17 13: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넥플릭스로 나오면 딱 좋을 것 같은 내용?^^

12시간 동안 일어난 일! 요런 컨셉이 재밌더라고요

물감 2023-06-17 14:21   좋아요 0 | URL
진짜 영상화 하면 딱이겠다 싶어요ㅎㅎ 단순한 내용에 수갑 한방울 넣었을 뿐인데 엄청난 입체감이! 😀

은하수 2023-06-17 13: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그럼 도서관 기웃거려 볼까요?~~~
리뷰만 봐도 웃음이 나는데요
전 우리와 다른 감성이어서 오히려 동유럽 작가들 끌리더라구요^^

물감 2023-06-17 14:27   좋아요 1 | URL
통속 소설도 좋아하신다면 이 책 나쁘지 않습니다^^ 헌데 찌질한 감성은 아시아나 동유럽이나 비슷비슷하네요ㅎㅎ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 1 - 직선은 원을 살해하였는가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장용민 지음 / 시공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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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장르소설의 전설이 되어버린 장용민 작가의 데뷔작을 읽었다. <궁극의 아이>와 <불로의 인형>에서도 느꼈던 바, 이 분의 광활한 상상력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하겠다. 장르소설에 예술이 웬 말이냐 싶지만 그의 작품들을 읽어보면 반박하기도 뭐할 것이다. 확실히 시나리오 작가라 이야기에 군더더기가 없고 장면 장면마다 시각화가 잘 된다는 게 장점이다.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은 96년도 시나리오 공모전 대상을 받아 영화화되었는데 영화는 안 봐서 모르지만 소설과 설정이 많이 다른듯하다. 90년대의 기술로 이 정도의 스케일은 소화 불가라 그러려니 한다. 원작이라도 좋으면 장땡이지 뭐.


팩션 문학의 선두주자인 장용민의 색깔은 매우 뚜렷하다. 역사, 신화, 전설, 문화를 현대로 가져와 시대 음모론으로 재구성하는 방식이다. 다루기 쉬운 소재들도 아니고, 잘못 건드렸다간 논란이 날 수도 있는데 굳이 그쪽 길로 나간다는 건 그만한 깡이 있어서겠지. 이런 복잡한 이야기가 개연성에 재미까지 있으려면, 작품을 위해 연구에 뛰어드는 정도 가지곤 절대 무리다. 지역 토박이처럼 아예 그 바닥에서 말뚝 박고 살았어야 이만한 퀄리티가 나올 수가 있다. 차기작들도 다 그렇지만 이 작품은 정말 칼을 미친 듯이 갈았는데, 저자의 상상력뿐 아니라 머리도 뛰어나고 조예도 깊다는 게 곳곳에서 느껴진다. 사실 난해한 제목으로 계속 읽기를 미뤘던 건데 왜 이제야 읽었는지 후회된다.



위 작품은 조선의 천재 시인인 김해경(이상)이 쓴 ‘건축무한육면각체‘라는 아주 난해한 시다. 여기에는 한반도를 뒤집어놓을 거대한 비밀이 숨겨져있다고 한다. 은표와 지우는 시의 분석과 김해경의 삶을 짜 맞춰 만든 가설로 웹 소설을 써낸다. 폭발적인 조회 수와 함께 쏟아지는 이메일 중, 글을 내리지 않으면 위험해질 거란 내용을 발견한 두 사람. 이들이 쓴 가설은 누군가의 심기를 건드렸고, 이메일의 경고대로 위협과 습격을 받게 된다. 한편 ‘오다니 컬렉션‘이라는 일본의 엄청난 보물이 조선의 땅 어딘가에 묻혀있다는 것과, 보물지도의 역할이 건축무한육면각체였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시인이기 전에 건축가였던 김해경은 조선의 일급비밀을 자신의 건축물 안에 감춰두었고, 그것이 언젠가 일본의 눈을 피해서 세상에 알려지길 바라고 있었다.


워낙 방대한 내용이라 요약이 쉽지가 않다. 무엇보다 역사 속 인물과 사건을 인용하는 플롯이라서 걱정했는데, 나 같은 역사맥주병도 가뿐히 읽어낼 만큼 이해가 잘 되는 작품이다. 근데 조선을 와해시킬 일본의 음모론이라니, 썩 솔깃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먹고살기 바쁜 대중은 음모론 따위에 그리 흥미를 갖지도 않는다. 현시대에 발생한 일이 아니라면 더욱더. 이런 대중의 미적지근한 반응을 통과하려면 모두의 이목을 끌만한 특종이어야 한다. 그래서 저자는 1932년도에 발표한 김해경의 시 하나를 재해석하여 국가의 위기를 막아낼 열쇠로 탈바꿈했다. 지금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시대라 신선함이 덜하지만 출간 당시에는 꽤나 쇼킹했었겠다. 난 기발한 발상보다 소스의 활용에 더 점수를 주고 싶다. 음모론이란 게 카더라통신 같은 거라서 일반인들도 그럴싸한 루머를 생성해낼 수가 있다. 그런 낭설에 생기를 불어넣어 실존하는 진실처럼 꾸며낸다는 건 실로 엄청난 재능이자 능력이다. 정녕 이 책은 독자의 입장에서도, 문학가의 입장에서도 깔 데가 없는 장르문학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라 생각한다.


작품 구석구석을 좀 더 자세히 분석하고 싶지만 그랬다간 한도 끝도 없을 듯하다. 쓰고 보니 서평보다 감상문에 더 가깝네. 요즘 장용민은 창작의 샘물이 말라버렸다는 썰이 돌던데, 이것도 카더라 통신이겠지? 제발 그렇다고 해줘. 잔잔바리 갬성뿐인 지금의 출판계에는 용가리의 포효가 절실합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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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목련 2023-06-15 09: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 제목이 기억나요. 원작도 있었군요. 영화도 소설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ㅎ

물감 2023-06-15 09:15   좋아요 0 | URL
제가 국사/역사 쪽이랑 담을 쌓은 사람인데요, 그럼에도 이해하는 데에 딱히 문제는 없었습니다 ㅎㅎ 장르소설이란 타이틀이 주는 부담도 있을텐데, 한국사가 소재라서 오히려 친근하게 느껴지는 효과(?)도 있는 듯 하고요! 매우 만족한 독서였습니다^^

coolcat329 2023-06-15 09: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궁극의 아이>작가네요! 저도 이 작가의 책 읽어보고 싶었는데 물감님이 좋다하시니 더 읽어보고 싶네요.
근데 이 책은 저도 어려워보입니다. ㅎ 이상의 날개를 읽다 포기했거든요. 그래서 거부감이 강한 작가라 ㅎㅎ

물감 2023-06-15 09:38   좋아요 1 | URL
가독성 좋고 시각화가 절로 되어서 영화 한 편 보는 기분이었어요. <궁극의 아이>보다도 훨씬 낫네요. 이런 문화충격을 볼 때마다 90년대가 문화의 르네상스라는 말이 자꾸 생각납니다. 영화, 문학, 가요, 패션 등등. 한국의 90년대는 정말 대단했다 싶어요^^

coolcat329 2023-06-15 09:38   좋아요 1 | URL
오 이 책이 궁극의 아이보다 훨씬 낫군요!

물감 2023-06-15 09:41   좋아요 1 | URL
많은 독자들이 지금까지도 이 책을 작가의 베스트라 하더라고요. 정말인지 확인해봤더니 과연 납득이 갑니다 ㅎㅎㅎ
 

한 때 미치도록 빠져읽었던 디스토피아 판타지 시리즈 소설들을 정리해보고 싶어졌다. 나는 원래 책을 전혀 읽지 못하는 사람이었고, 특히나 소설은 더욱 그랬는데, 내용 파악의 어려움 이전에 각 장면과 상황들이 전혀 시각화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미지 트레이닝에 판타지소설이 딱이겠다 싶었지만 솔직히 판타지 특유의 유치함을 이겨낼 자신이 없더라고. 게다가 판타지 장르는 글맛보다 영상미 아니던가.


이런 생각을 하던 중에 국내에 디스토피아 판타지 소설이 줄줄이 출간되어 이거다! 싶어서 냅다 읽어댔고, 덕분에 시각화하여 내용에 몰입하는 기술을 터득하였다. 암튼 디스토피아와 판타지의 크로스오버 장르가 주는 메시지와 재미, 그리고 스릴감과 여운만큼 내 취향과 딱 맞아떨어지는 장르도 잘 없더랬다.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못 읽은 시리즈들도 찾아봐야겠다.




1. 다이버전트 시리즈 



























다섯 개의 분파로 나누어진 미래 사회. 일정 나이가 되면 적성검사를 하고 분파를 지정받는다. 그런데 주인공은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 특수 유형이었고, 이런 분파가 없는 아이들을 '다이버전트'라고 명명했다. 문제는 다이버전트가 사회의 질서를 무너뜨린다는 이유로 제거대상이라는 것. 하여 불합리한 사회와 시스템에 저항하며 개인의 가치를 증명해낸다는 소녀의 이야기인데, 틈만 나면 로맨스 쪽으로 빠져서 답답했던 기억이 난다. 프리퀄인 <포>는 안 읽어봐서 모르겠다.



2. 헝거게임 시리즈 ★☆


 


























아마 국내에 소개된 디스토피아 판타지물 중에서는 가장 유명하지 않을까. 영화는 영상미가 끝내주는 반면 너무 많이 생략되어서 아쉬웠다. 매년마다 '헝거게임'이라는 국가행사가 열리며, 지역별로 남녀 한쌍이 게임에 참가해 서바이벌 사냥을 벌인다. 짐승같은 연례행사의 마침표를 찍기로 한 주인공 팀은 돌발행동으로 우승하여 수도 중심부까지 들어가 혁명을 일으킨다. 저자가 TV쇼 작가 출신이라서 그런지 연출을 잘 한다. 프리퀄인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는 안 읽어봄.



3. 파인즈 시리즈 
















미드 <웨이워드 파인즈>의 원작. 교통사고에서 깨어난 연방요원은 자신이 알던 세상이 묘하게 변했음을 감지한다. 도시는 황폐하고 사람들도 안 보인다. 이곳을 떠나서 사태를 파악 좀 해보려는데 웬 괴생명체들이 몰려와 도시를 애워싼다. 알 수 없는 현실에 물음표 백만 개 던지는 주인공과 독자의 맨붕 스파이크 작렬. 생각보다 별로였던 1권만 이겨낸다면 꽤 재미있는 시리즈다.



4. 메이즈러너 시리즈 ★


 







































<헝거게임> 다음으로 유명하지 않을까 싶은데, 개인 취향으로는 이 작품이 여러 면에서 베스트이다. 영화 <트루먼 쇼>의 스릴러 버전이랄까. 숲 속 공터에 갇힌 청소년들은 벽 안에 미로를 들어가 출구를 찾아내야 한다. 미로 밖을 나가면 또다른 시련과 혹독한 현실들이 모두를 반겨준다. 새장 밖의 혹독한 현실을 선택한 러너들의 피땀눈물어린 이야기. 메인 3부작은 미친듯이 재밌으나 프리퀄 <킬 오더>와 <피버 코드>는 쏘쏘. <크랭크 팰리스>는 안 봐서 모름.



5. 페이즈 시리즈 ★☆
















총 6부작인데 국내엔 아쉽게도 두 권만 출간되어있다. 만약 전부 출간되었다면 <메이즈러너>보다 이 시리즈가 단연 압승이다. 세계관이 매우 독특한 작품인데, 15살 생일을 맞으면 갑자가 사라져 모습을 감춰버린다. 그렇게 세상은 15살 이하의 아이들만으로 구성되어있다. 저마다 크고 작은 초능력을 안고 태어난 아이들끼리 계급도 나누고 파벌싸움도 벌인다. 일반 소년만화와 다른 점은 매순간 데스타임에 쫓긴다는 것과, 성선설과 성악설의 논쟁을 적나라하게 구경할 수 있다는 정도다. 겨우 두 권뿐이니 작품 전체를 평가할 순 없지만 각 권만의 재미가 실로 대단하다. 더이상 출간할 생각은 없어보이나 끝까지 존버할 거다.




<레드라이징>시리즈도 그렇고 아직 못 읽은 시리즈물이 더 있을텐데, 후에 페이퍼 2탄을 올려봐야겠다. 그런 날이 언제 올지는 모르겠지만. 이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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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목련 2023-06-15 09: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는 분들께 유용한 글이네요. 저는 <파인즈 시리즈>가 궁금하네요^^

물감 2023-06-15 09:26   좋아요 0 | URL
<파인즈>도 읽어볼만 합니다.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손에 땀을 쥐며 읽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ㅎ

독서괭 2023-06-15 1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메이즈러너> 영화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나는데 원작이 소설이었군요! 별5 주시니 궁금합니다 ㅎㅎ

물감 2023-06-15 11:17   좋아요 1 | URL
영화도 정말 잘 만들었어요. 원작의 느낌을 꽤 잘 살려냈더라고요 ㅎㅎㅎ 메인 3부작만 별 5개입니다. 어떻게 했을 때 독자가 입맛 다시는 지를 여우같이 잘 아는 작가에요!

은오 2023-06-15 11: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물감님 제가 바로 그 시각화가 안되는 인간인데요!!!!! 저는 인물이 어떤 옷을 입었고 어디에 있고 어떤 자세고 그 집의 벽엔 뭐가 있으며 창밖 풍경 구름은 어떻다든지 이런 묘사가 나오면 그냥 아 그렇구나 하고 말거든요?! (사실 궁금하지도 않음ㅜ 그래서 배경묘사 장황하게 하는 작가들 싫음ㅜ) 근데 시각화가 훈련으로 가능한거였나요? 도무지 그려지지가 않는데 말입니다. 저는 그냥 그건 타고나는 건줄....?! 되는 사람이 있고 안 되는 사람이 있고....

물감 2023-06-15 14:03   좋아요 1 | URL
대체로 시각화가 안되는 사람들은 제품의 메뉴얼처럼 인식을 해요. 이건 기능이 어떻고 활용도가 어떻고 하는 식의. 저는 어떤 장면을 두고 다각도로 묘사하는 글을 써봤어요. 남의 글만 가지고는 훈련이 안되니까 제가 직접 작가가 되어보기로 한 거죠. 이게 참 오래전 일이기도 하고, 글로 설명하려니 되게 어렵네요 ㅋㅋㅋ

먼저는 내가 지금 추구하는 감정이 뭔지를 알아야 해요. 다음은 스마트폰으로 인생샷을 찍는다 상상해보는 겁니다. 보통 사진찍을때 구도를 잡고 각도를 재고 필요에 따라 연출도 넣잖아요? 그런 식으로 연습하다보면 장면마다 자동으로 연상되는 앵글이 생기더라고요. 감각만 터득하면 금방 늘어요!

그리고 저는 진짜 인풋을 겁나게 쑤셔넣었어요. 웹툰, 애니메이션, 영화, 짤방 등 온갖 이미지를 봐두고, 음악을 장르불문하고 들어보고, 운동선수나 댄서들의 움직임도 관찰하고~ 그게 다 아웃풋에 엄청난 도움이 되더라고요 ㅎㅎㅎ 편독하지만 않는다면 은오 님도 잘 될 겝니다. 화이링.
 

얼마 전에 다 읽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스페셜 컬렉션 시리즈>를 총 정리하고 싶어서 페이퍼를 쓴다. 영국의 추리소설 여왕인 크리스티 여사는 '메리 웨스트매콧'의 필명으로 여섯 권의 작품을 출간하였다. 추리소설 외에 다른 글도 써보고 싶었다던 저자는 필명을 써서 일반소설(대중문학)을 시도했고, 독자들의 반응도 좋았었나 보더라. 여성심리와 자기성찰을 중심으로 한 이 작품들은, 당시 영국의 사회 분위기가 어떻게 변화해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지금은 전부 품절이던데, 보실 분들은 도서관 대여나 중고 책을 찾아보셔야 할 듯.















1. 봄에 나는 없었다 (1944) 


개인적으로 이 책은 별로였다. 주인공이 사막의 한 모텔에 장시간 발목을 잡히는 데, 딱히 할 게 없어 이런저런 회상 속에 시간을 보낸다는 내용이다. 자신이 한 집안의 아내이자 엄마로써 썩 훌륭하다 믿었는데 돌아봤더니 엉망진창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본인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만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울그락붉그락 안절부절 요동치는 게 당최 말이 안될 정도였달까. 아 모르겠네. 이렇다 할만한 서사도 없는 데다 주인공의 독백들도 영 와닿지 않았었던.















2. 딸은 딸이다 (1952) 


감히 심리소설의 정석이라 불러본다. 남편과 사별한 엄마가 재혼상대를 데려오자 딸이 극구 반대한다는 내용이다. 이후 엄마와 딸의 대립이 여러 차례 반복된다. 딸을 위해 지금껏 희생해 주었듯 이번에는 딸이 희생해줄 차례가 아니냔 거지. 두 모녀는 서로를 잘 안다는 착각에 빠져서 본인 주장을 절대 꺾지 않는다. 사랑이냐 핏줄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3. 장미와 주목 (1947) 


다시 봐도 킹 받는 표지다. 선거운동에 나가는 남자의 이중인격 내용인데, 리뷰를 간단히 적어놔서 자세히는 기억이 안난다. 출세하기 위해 기꺼이 속물이 되려는 남자의 속사정은 사실 그게 아니었다. 더러운 계급주의 사회를 뒤집으려고 기회주의자를 자청했던 것. 그러나 대중들은 남자의 겉면 만을 보고 이러쿵 저러쿵 하고 있다. 하여간 재미는 보장하는데 왜 별점이 낮냐면, 빙빙 도는 전개라서 내용 파악이 막 쉽지가 않음.















4. 두번째 봄 (1934) 


저자의 자전 소설. 내성적인 딸은 엄마를 너무나 좋아했다. 남자가 생겨도 엄마랑 더 붙어지낼 정도. 문제는 엄마였다. 딸을 사랑한답시고 한 행동들이, 엄마 없이는 아무 것도 못하는 자식으로 만들어놨다. 결혼하고도 여전히 분리불안증에 시달리는 딸. 이혼이 눈 앞에 닥치자 겨우 자신의 감정에 진심이 된다. 물렁했던 과거의 자신을 책망하는 주인공과 저자를 보노라면 눈물이 다 난다.















5. 인생의 양식 (1930) 


시리즈 중 제일 두껍고 제일 재미있었다. 음악 자체를 혐오하던 소년이 어찌어찌하다 작곡가가 된다. 제 관심사가 전부인 소년은 이기적으로 굴 때가 꽤 있는데, 나쁜 뜻은 없고 순수함에서 비롯된 거라 딱히 태클 걸기도 애매했다. 훗날 군에 입대한 주인공이 기억상실에 걸린 채로 돌아온다. 음악성은 사라졌고, 아내는 재혼했다. 이제 그는 무슨 낙으로 살아갈까. 무엇으로 삶의 톱니바퀴가 굴러가는 지를 생각하게 해준 그레이트한 작품.















6. 사랑을 배운다 (1956) 


이 작품도 꽤나 신선했다. 언니는 나이차 많은 동생을 딸처럼 키운다. 잘자란 동생이 나사 빠진 남자를 사랑하여 말려보지만, 나를 그만 좀 아껴달라는 동생의 팩트폭력만 돌아온다. 과연 그 말대로, 동생의 삶에 올인했던 언니는 자기인생이랄 게 없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이렇게 태어나 이렇게 살아온 거, 무슨 상관이랴. 언니의 예상대로 동생부부는 파국을 맞았고, 그럼에도 동생은 언니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개인의 삶은 개인의 몫이며,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걸 이해한 두 사람. 사람 간에 일방통행이 얼마나 위험한 지를 보여준 작품.




이런 페이퍼를 쓰는 것도 괜찮네.

앞으로는 총정리 페이퍼를 종종 써야겠다.

그럼 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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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6-12 16: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럼 20000. : 너무 재밌습니다.

물감 2023-06-12 17:33   좋아요 2 | URL
페크 님의 관심을 사서 다행입니다😄

독서괭 2023-06-12 17: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시리즈 완독하셨군요!👏👏👏
5별은 일단 담아놔야지 하고 눌러보니 딸은 딸이다는 개정판 출간되었네요!^^

물감 2023-06-12 18:20   좋아요 2 | URL
상냥하신 독서괭 님 ㅎㅎㅎ
개정판을 전 권 다 내주려나요?^^
댓글 감사해요!

새파랑 2023-06-12 19: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시리즈하면 물감님이군요~!
전 추리소설은 잘 안맞아서 거의 안읽었습니다. 하지만 물감님은 장르불문이시군요~!! 부럽습니다~!!

물감 2023-06-12 19:56   좋아요 1 | URL
ㅋㅋㅋ정확히는 추리보다 스릴러파 입니다. 제가 추리를 정말 못해서 막 재밌진 않더라고요. 저는 새파랑 님의 전작주의가 더 부럽습니다🙂

자목련 2023-06-13 0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시리즈 가운데 몇 권만 읽었어요. 표지가 예뻐서 추리 소설이 아니라서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물감 2023-06-13 13:03   좋아요 0 | URL
저도 추리소설이 아니어서 읽기 시작했던 기억이 납니다. 개정판보다 구판 표지가 더 이쁘더라구요. 점점 날씨 더워지는데 건강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