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미치도록 빠져읽었던 디스토피아 판타지 시리즈 소설들을 정리해보고 싶어졌다. 나는 원래 책을 전혀 읽지 못하는 사람이었고, 특히나 소설은 더욱 그랬는데, 내용 파악의 어려움 이전에 각 장면과 상황들이 전혀 시각화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미지 트레이닝에 판타지소설이 딱이겠다 싶었지만 솔직히 판타지 특유의 유치함을 이겨낼 자신이 없더라고. 게다가 판타지 장르는 글맛보다 영상미 아니던가.


이런 생각을 하던 중에 국내에 디스토피아 판타지 소설이 줄줄이 출간되어 이거다! 싶어서 냅다 읽어댔고, 덕분에 시각화하여 내용에 몰입하는 기술을 터득하였다. 암튼 디스토피아와 판타지의 크로스오버 장르가 주는 메시지와 재미, 그리고 스릴감과 여운만큼 내 취향과 딱 맞아떨어지는 장르도 잘 없더랬다.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못 읽은 시리즈들도 찾아봐야겠다.




1. 다이버전트 시리즈 



























다섯 개의 분파로 나누어진 미래 사회. 일정 나이가 되면 적성검사를 하고 분파를 지정받는다. 그런데 주인공은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 특수 유형이었고, 이런 분파가 없는 아이들을 '다이버전트'라고 명명했다. 문제는 다이버전트가 사회의 질서를 무너뜨린다는 이유로 제거대상이라는 것. 하여 불합리한 사회와 시스템에 저항하며 개인의 가치를 증명해낸다는 소녀의 이야기인데, 틈만 나면 로맨스 쪽으로 빠져서 답답했던 기억이 난다. 프리퀄인 <포>는 안 읽어봐서 모르겠다.



2. 헝거게임 시리즈 ★☆


 


























아마 국내에 소개된 디스토피아 판타지물 중에서는 가장 유명하지 않을까. 영화는 영상미가 끝내주는 반면 너무 많이 생략되어서 아쉬웠다. 매년마다 '헝거게임'이라는 국가행사가 열리며, 지역별로 남녀 한쌍이 게임에 참가해 서바이벌 사냥을 벌인다. 짐승같은 연례행사의 마침표를 찍기로 한 주인공 팀은 돌발행동으로 우승하여 수도 중심부까지 들어가 혁명을 일으킨다. 저자가 TV쇼 작가 출신이라서 그런지 연출을 잘 한다. 프리퀄인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는 안 읽어봄.



3. 파인즈 시리즈 
















미드 <웨이워드 파인즈>의 원작. 교통사고에서 깨어난 연방요원은 자신이 알던 세상이 묘하게 변했음을 감지한다. 도시는 황폐하고 사람들도 안 보인다. 이곳을 떠나서 사태를 파악 좀 해보려는데 웬 괴생명체들이 몰려와 도시를 애워싼다. 알 수 없는 현실에 물음표 백만 개 던지는 주인공과 독자의 맨붕 스파이크 작렬. 생각보다 별로였던 1권만 이겨낸다면 꽤 재미있는 시리즈다.



4. 메이즈러너 시리즈 ★


 







































<헝거게임> 다음으로 유명하지 않을까 싶은데, 개인 취향으로는 이 작품이 여러 면에서 베스트이다. 영화 <트루먼 쇼>의 스릴러 버전이랄까. 숲 속 공터에 갇힌 청소년들은 벽 안에 미로를 들어가 출구를 찾아내야 한다. 미로 밖을 나가면 또다른 시련과 혹독한 현실들이 모두를 반겨준다. 새장 밖의 혹독한 현실을 선택한 러너들의 피땀눈물어린 이야기. 메인 3부작은 미친듯이 재밌으나 프리퀄 <킬 오더>와 <피버 코드>는 쏘쏘. <크랭크 팰리스>는 안 봐서 모름.



5. 페이즈 시리즈 ★☆
















총 6부작인데 국내엔 아쉽게도 두 권만 출간되어있다. 만약 전부 출간되었다면 <메이즈러너>보다 이 시리즈가 단연 압승이다. 세계관이 매우 독특한 작품인데, 15살 생일을 맞으면 갑자가 사라져 모습을 감춰버린다. 그렇게 세상은 15살 이하의 아이들만으로 구성되어있다. 저마다 크고 작은 초능력을 안고 태어난 아이들끼리 계급도 나누고 파벌싸움도 벌인다. 일반 소년만화와 다른 점은 매순간 데스타임에 쫓긴다는 것과, 성선설과 성악설의 논쟁을 적나라하게 구경할 수 있다는 정도다. 겨우 두 권뿐이니 작품 전체를 평가할 순 없지만 각 권만의 재미가 실로 대단하다. 더이상 출간할 생각은 없어보이나 끝까지 존버할 거다.




<레드라이징>시리즈도 그렇고 아직 못 읽은 시리즈물이 더 있을텐데, 후에 페이퍼 2탄을 올려봐야겠다. 그런 날이 언제 올지는 모르겠지만. 이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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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목련 2023-06-15 09: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는 분들께 유용한 글이네요. 저는 <파인즈 시리즈>가 궁금하네요^^

물감 2023-06-15 09:26   좋아요 0 | URL
<파인즈>도 읽어볼만 합니다.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손에 땀을 쥐며 읽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ㅎ

독서괭 2023-06-15 1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메이즈러너> 영화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나는데 원작이 소설이었군요! 별5 주시니 궁금합니다 ㅎㅎ

물감 2023-06-15 11:17   좋아요 1 | URL
영화도 정말 잘 만들었어요. 원작의 느낌을 꽤 잘 살려냈더라고요 ㅎㅎㅎ 메인 3부작만 별 5개입니다. 어떻게 했을 때 독자가 입맛 다시는 지를 여우같이 잘 아는 작가에요!

은오 2023-06-15 11: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물감님 제가 바로 그 시각화가 안되는 인간인데요!!!!! 저는 인물이 어떤 옷을 입었고 어디에 있고 어떤 자세고 그 집의 벽엔 뭐가 있으며 창밖 풍경 구름은 어떻다든지 이런 묘사가 나오면 그냥 아 그렇구나 하고 말거든요?! (사실 궁금하지도 않음ㅜ 그래서 배경묘사 장황하게 하는 작가들 싫음ㅜ) 근데 시각화가 훈련으로 가능한거였나요? 도무지 그려지지가 않는데 말입니다. 저는 그냥 그건 타고나는 건줄....?! 되는 사람이 있고 안 되는 사람이 있고....

물감 2023-06-15 14:03   좋아요 1 | URL
대체로 시각화가 안되는 사람들은 제품의 메뉴얼처럼 인식을 해요. 이건 기능이 어떻고 활용도가 어떻고 하는 식의. 저는 어떤 장면을 두고 다각도로 묘사하는 글을 써봤어요. 남의 글만 가지고는 훈련이 안되니까 제가 직접 작가가 되어보기로 한 거죠. 이게 참 오래전 일이기도 하고, 글로 설명하려니 되게 어렵네요 ㅋㅋㅋ

먼저는 내가 지금 추구하는 감정이 뭔지를 알아야 해요. 다음은 스마트폰으로 인생샷을 찍는다 상상해보는 겁니다. 보통 사진찍을때 구도를 잡고 각도를 재고 필요에 따라 연출도 넣잖아요? 그런 식으로 연습하다보면 장면마다 자동으로 연상되는 앵글이 생기더라고요. 감각만 터득하면 금방 늘어요!

그리고 저는 진짜 인풋을 겁나게 쑤셔넣었어요. 웹툰, 애니메이션, 영화, 짤방 등 온갖 이미지를 봐두고, 음악을 장르불문하고 들어보고, 운동선수나 댄서들의 움직임도 관찰하고~ 그게 다 아웃풋에 엄청난 도움이 되더라고요 ㅎㅎㅎ 편독하지만 않는다면 은오 님도 잘 될 겝니다. 화이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