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의 즐거움 - 삶에 지친 현대인들을 위한
왕샹둥 지음, 강은영 옮김 / 베이직북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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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변화속도가 빨라지면 그만큼 많은 것이 달라진다. 어제만 해도 불가능하다고 느껴졌던 것이 오늘은 일상이 되어버리고, 내일은 고물로 폐기처분된다. 그러다보니 오늘은 그렇다 치더라도 내일은 무엇이 어떻게 변할 지 예측하기 어렵고,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더욱 열심히 뛰어야 한다. 남이 두발자국 걸어가면 나도 최소한 그만큼은 가야 한다.

오래전 기계가 처음 인간 앞에 나타나 인간 수십 명이 며칠을 고생해야 가능했던  은 한 두시간만에 끝내버렸을 때, 또 힘들게 땀 흘리며 해야 했던 것을 대신해 줄 때 우리는 얼마나 기뻐했겠는가. 과거보다 더 많은 수확물을 얻어낼 수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안락함과 여유로움을 주기보다 각박함과 스트레스만 우리에게 안겨 줬다. 이와 같은 변화가 우리를 이토록 힘들게 만들지 누가 생각했겠는가. 개발과 변화, 발전이란 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변화를 쫒아가지 못하는 사람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일 것 같은데 이들이 찾아낸 곳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다. 외부세상은 바뀌어도 쉽게 변하지 않는 내 모습. 무엇을 하든지 간에 결국엔 자신의 행복을 쫒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사람들이 도달한 곳은 한 뺨도 안 되는, 아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내 마음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며, 잘할 수 있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아내기 위해서다. 그리고 심리학이 현대사회에서 각광을 받는 이유가 바로 이와 같은 상황일 것이다.

책의 서문에도 나와 있지만 심리학은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학문이다. 누구나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지 간에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당연히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야 하기 않겠는가. 그렇다면 심리학(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학문이란 정의 속에서)이란 인간이 집단을 이뤄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부터 나타난 학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것을 과학이란 이름하에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정리한 것은 백년 정도밖에 안되었지만.

이 책은 이와 같은 심리학, 무척 다양한 분야로 세분화된 학문 분야,를 이론적인 면보다는 실제 생활에서 만날 수 있는 사례를 통해 독자들에게 재미있게 전달한다. 평소 우리가 저 사람은 왜 그럴까? 로미오는 왜 죽음을 선택한 것이지? 강박관념이란 게 어떤 상황이야? 와 같은 질문에 대해 심리학에서 사용하는 기본적인 용어를 통해 간단하게 대답해준다. 즉 왜 특정의 사람이 그런 행동을 하는 지에 대해서 말이다. 책을 읽다보면 평소 궁금했던 것들이 대부분 인간 심리의 기본이며, 따라서 자신도 동일한 행동을 하게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내가 이 책에서 관심 있게 본 것은 중간 부분에 나온 ‘성격’내용이다. 평소 성격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의 성격을 심리학에서는 어떻게 설명하는지, 그리고 그 성격이해를 위해 심리학은 어떤 연구를 진행했고, 현재 성격에 대해 어떻게 정의를 내리는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책 내용 중에 아이젱크의 성격론과 매슬로우의 욕구단계는 무척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볼 때마다 새로운 게 느끼지는 논리다. 특히 매슬로우의 5단계 욕구는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서 무척 중요한 논리처럼 보였다. 88세대, 미취업자, 정년퇴직, 실업 등 경제는 발전하지만 개인의 소득은 감소하는 상황이라 매슬로우 단계의 하부 단위인 생리적 욕구와 안전욕구가 점차 강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상황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 예견한다)

매슬로우는 단계를 올라가게 된다고 해서 아래 단계에 대한 욕구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언젠가 가슴 한 구석에 내재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처럼 내일을 걱정하는 사람이 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특히 본격적인 정년퇴직이 일어나는 금년부터 더욱 내일불안에 대한 의식은 커져갈 것으로 본다) 과연 ‘자아실현욕구’라는 인간의 최고수준 욕구가 제대로 발휘될 수 있는지, 또 자기계발서에서 주장하는 나를 찾아 행복한 삶을 영위하라는 말이 얼마나 사람들에게 설득력을 가질 수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논리였다. 다음 단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하위단계에 어느 정도 만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런 의식이 ‘시크릿’과 같은 논리, 믿으면 된다거나 당신이 생각하는 대로 이뤄진다는 논리,를 히트용어로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매슬로우의 논리는 ‘성격’과 ‘자기계발’에 관심 있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앞으로 어떤 식의 삶을 그려봐야 하는지, 아직도 안전욕구에서 벗어나지 못한 많은 사람들에게(나를 포함해서) 어떻게 ‘자아실현욕구’로 옮겨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할 것인지, 그리고 그 삶의 모습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에 대해 많은 것을 고민하게 만든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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