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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포트폴리오 - 당신이 꿈꾸는 인생을 완성시키는
JIST Works, Inc. 지음, 김양수 옮김, 나혜목 감수 / 링거스그룹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대학에서 강의하다보니 졸업 때가 다가오면 학생들이 이력서,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쓰면 되는지 자주 질문한다. 20여년 직장을 했기 때문에 직원채용에 대해 많이 알 것으로 생각한 것 같다. 근데 요즘 학생들이 질문하는 것을 보면 예전과는 다른 단어가 하나 더 늘었다. 바로 “교수님. 회사에서 포트폴리오‘를 제출하라는데 그게 뭐예요?” 라는 질문이다. 그때마다 나는 당연히 “포트 폴리어? 그런 걸 내라는 회사도 있어?”라고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기껏해야 이력서를 포함해 2~3장정도 되는 서류를 인사과 직원 한두 명이 앉아 순식간에 면접 볼 사람과 퇴짜 놓을 사람을 구분하는 현 상황에서, 면접이라고 해 봐야 서너 명을 한꺼번에 불러놓고 질문 네다섯 가지를 통해 골라내는 상황에서 왠 포트 폴리오? 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건 취업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남아돈다고 아예 얘들을 학대하려고 작정했군’ 하는 생각도 든다.
포트 폴리오. 인사담당자들은 밥 먹듯이 사용하는 단어이지만, 취업자들에게는 조금 생소한 단어일 수도 있다. 포트 폴리오를 어떻게 쓰는 지 알려주는 학교도 별로 없고, 그런 것을 제출하라고 요청하는 기업도 많지 않으니까 말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자신들의 양식을 미리 만들어 취업희망자가 빈칸 채우기를 하라고 한다. 그것도 지정된 페이지를 넘기지 말라는 말과 함께.
이 책도 위에서 말한 비슷한 느낌을 갖고 보기 시작했다. ‘포트 폴리오’라는 게 좋기는 하지만, 실제 사용될 확률도 없는 것을 구지 책으로 만들 이유가 있을까 하는 그런 생각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뭔가 있을지도 모르니 한번 봐 두자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포트 폴리어 라는 게 중요한 뭔가를 들고 다니기 쉽게 정리해 놓는 것을 말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의 핵심은 단순히 이력서 한두 장을 써서 제출하는 수준의 취업전략 책은 아니었다. 저자가 말하는 포트 폴리오란 자신의 목표를 정하고 이에 따라 지속적으로 경력을 쌓아가는 과정을 개인 역사책처럼 정리하여 관리하는 과정 자체를 말하는 것이었고, 그 방법으로 포트 폴리오를 선택한 것뿐이다. 멋진 표현이다.
일반 취업관련 책과 다른 점은 책의 앞장에서부터 확연히 느껴진다. 취업 관련 책을 보면, 그것도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쓰는 책의 내용은 이력서, 자기소개서 작성 목차, 목차별로 써 넣어야 할 내용, 작성 시 유의사항, 그리고 좋은 실례 정도를 담고고 있다. 독자가 그 책을 보며 자신에게 알맞게 보완하도록 유도한다.
하지만 평상시 이런 책을 보며 느낀 점은 자기소개서와 이력서 작성법이 이렇게 일반화되면 모든 사람들이 엇비슷한 내용의 서류를 회사에 제출할 텐데 그게 당사자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이었다. 쉽게 말하면 모든 사람들이 상향평준화됨으로써 이제는 도리어 ‘이력서는 이렇게 쓰면 된다’는 책 내용이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인사담당자가 볼 때는 거의 모든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내용이 비슷비슷할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의 특징은, 물론 뒤에서 포트 폴리오의 목차와 작성방법이 나오기는 하지만, 취업을 원하는 사람이 자신의 자질과 관심, 그리고 목표을 먼저 설정한 다음, 이에 맞춰 자신이 원하는 직업과 기업에 맞는 포트 폴리오를 작성하라는 그 작성방식에 있다. 즉 포트 폴리오는 취업을 위해 순간적으로 제작하는 양식이 아니라 자신의 성격과 재능, 강점을 먼저 알고 이에 따라 목표를 정한 후, 그 목표를 향해 걸어가는 전 과정에 대한 저장소 같은 것이라는 의미다. 따라서 이 책에서 소개하는 포트폴리오는 ‘마스터 포트 폴리오’(자신의 능력과 역량에 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저장소)와 ‘취업 포트 폴리오(마스터 포트 폴리오에서 취업하고자 원하는 기업에 적합한 것을 선별해 새롭게 만든 취업용 포트 폴리오)로 나눠진다.
그 동안 취업시기가 오면 급하게 만든 자기소개서나 이력서만을 알고 있던 취업희망자들이라면 저자가 말한 진정한 포트 폴리오의 개념과 마스터 포트 폴리어의 용도를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기업이 원하는 자신의 역량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책에 나온 것처럼 일정 시간을 두고 하나씩 만들어 갈 필요가 있으며 이를 하나의 파일에 저장하면서 스스로의 스팩을 다듬어갈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