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승, 비즈니스를 탐하다 - 900년간의 삶을 통해 얻은 나눔의 메시지
새러 캐닐리아.신디 그리피스 지음, 이민아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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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톨릭 교회의 엄격한 규율 속에서 살아가는 수사들이 사업을 벌렸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후 수백만 달러의 가치를 가진, 프린터의 잉크와 토너를 핵심 상품으로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로 성장했다. 언뜻 들으면 사이비 수사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들은 자신의 소명과 가치를 적극 활용하여 수많은 고객들에게는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상품을 공급하고, 그것을 통해 얻은 수익으로 세상에 기여한다. 그들이 번 돈 중에서 사업 운영에 필요한 비용(경영자 및 직원들이 받는 월급과 기타 관리비 정도)을 제외한 전액을 사회봉사활동에 사용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사업의 시작은 무척 단순했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자립적으로 살아가는 수도원은 오랜 세월동안 스스로 먹고 입고 쓰는 것들을 마련해야만 왔다. 그리고 이를 위해 오래 전부터 여러 가지 일(사업을 포함해서)을 해 왔다. 그 중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업, 장사라는 것도 포함된다. 그런 과정에서 당연히 컴퓨터와 프린터는 필요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사업을 하지 않더라도 요즘 세상에 컴퓨터와 프린터 하나 없는 데가 어디 있겠느냐마는.

어느 날 프린터 잉크가 떨어져 주문하려는 찰나, 수도원 원장 머릿속에 번개처럼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이렇게 프린터 잉크가 비싸다면 우리가 좀 더 싸게 만들어 팔면 사람들이 사지 않을까? 전 세계에 널려 있는 많은 교회, 기도회, 수도원들도 프린터를 사용할 것이고 말이다. 그래서 일단 프린터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사업이란 게 마음만 갖고 되는 것은 아니다. 또 가격이 싸다고 해서 무조건 상품이 팔리는 것도 아니며, 자신이 가장 싼 가격이란 것을 어떻게 전달할까도 문제다. 물론 가격경쟁에 휩싸이면 항상 상대방의 가격을 확인하고 그것보다 더 싸게 만들어 팔아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항상 사업체를 누르고 있다.

수도원 원장은 자신의 힘이 부친다는 것을 깨닫고, 외부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물론 그들은 신자이면서 동시에 전문경영컨설턴트다. 그들은 신도로써, 또 수사들이 운영하는 회사에 대한 호기심으로 일을 시작했고, 곧 이들이 갖고 있는 기본가치관을 잘 활용하면 승산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바로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했고 그때부터 사업은 일반기업과 마찬가지로 마케팅전략과 전술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생각한 본 사업의 핵심적인 차별화는 ‘이윤의 모든 것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것이다. 단지 남은 얼마를 생색내듯이 주는 것이 아니라 전부를 말이다. 그러다보니 본 사이트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다른 곳에서 구입하는 것과 거의 동일한, 어쩌면 좀 더 나은 상품을 같은 가격에 구매하면서도 세상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어떤 사람은 이런 감정이 상품구매로 이뤄질까 의구심을 갖기도 하지만 실제 구매자들은 과거처럼 단순히 가격이나 브랜드 하나만을 보고 구입하지 않는다. 이제는 같은 가격의 상품이면 명분 있는, 사회에 기여하는 업체의 상품을 구매하고자 한다. 사회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기업이 상품을 이상하게 만들지는 않으리라는 믿음과 함께 물건 구입하는 데에서 끝나지 않고 한 차원 더 높은 감정적인 요소를 건드려 주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수익적인 면에 목숨을 걸고 있지 않기 때문에 고객봉사 역시 남다르다. 이들에게는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이 세상에 기여하는 하나의 방법이며, 그들에게 기쁨을 주는 것이 바로 수도원이 갖고 있는 핵심가치이기 때문이다.

한 예로 어떤 고객이 어디선가 프린터잉크를 사 프린터에 넣는 순간, 카드리치가 망가져 프린터에서 뺄 수가 없다고 항의할 때, 이들은 그 상품이 자신이 판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카드리치 가격을 환불해 주는 수준을 넘어 프린터 하나를 통째고 사주기도 했다.

손해 보지 않느냐고? 그들은 도리어 프린터 하나라고 해봐야 120달러정도인데 우리가 고객을 감동시키는 순간, 그는 자신은 물론이고 앞으로 수백 명의 고객을 데리고 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고. 결국 따지고 보면 남들은 기업 이미지 하나를 높이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써 가며 광고할 때 단돈 120달러로 더 높은 이미지 향상효과를 얻었다고 주장한다.

수익. 이것의 정의를 우리는 돈 버는 것으로 생각한다. 오랜 시간동안 경영, 마케팅이 자리 잡은 서구의 기업문화가 이렇게 주장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업의 성장평가는 곧 주가라고 주장하던 많은 이들이 한풀 간 것처럼 수익이란 개념도 단순히 경영자 호주머니에 들어가는 액수로 평가하는 시대는 서서히 저물어가는 것 같다.

만약 내가 운영하는 기업에서 버는 모든 돈을 사회에 환원하는 대신 내 자신과 가족이 평생 먹고 살만한 수입을 보장해 주겠다면 당신은 이런 제안을 선택히겠는가? ‘예’라고 대답할 수 있다면 이 책에서 주장하는 사회적 기업(요즘 정부 돈이나 받겠다고 얼굴만 사회적기업인 척 하는 그런 기업 말고)의 모습을 한번 심각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내가 세상에 기여하면 세상이 나를 먹여 살릴 것이라는 단순한 사실을 이 책에서 확신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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