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동막골 (2disc) - 할인행사
박광현 감독, 정재영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처음에 이 영화가 나왔을 때는 별로 보고 싶지 않았다. 한국전쟁당시 순진한 마을 사람들을 사이에 두고 국군과 인민군

이 화해를 한다...뭐 이런 뻔한 스토리가 식상할 것 같았고, 영화가 분명히 양자간의 단순한 화해로 끝나지는 않을텐데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의 특성상 등장인물들이 모두 죽어버리는 비극적인 결말로 끝나지는 않을까라는 걱정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영화는 관람객 300만을 훌쩍 넘기면서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었고, 주위에서 영화를 본 사람들도 거의가 다 영화가 참 괜찮다는 말을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텔레비전 광고를 통해 주요장면을 상당히 여러번 접해본 상태였지만(이 영화는 정말 마케팅비용을 많이 쓴 것 같다.) 영화를 보기전 가졌던 마음내키지않음을 한쪽으로 던져둔 채 영화를 보러갔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나의 걱정은 기우였다.


기본 스토리라인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단순하다. 그렇지만,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한국전쟁(또는 6.25.전쟁)만큼 수많은 비극과 아이러니, 그리고 수많은 해석이 가해지는 사건이 우리 현대사에 흔치않을 만큼 한국전쟁 자체가 드라마틱한 요소를 수없이 가지고 있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한 형제가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상황에 처해진 것처럼 아이러니한 상황이 생겨날 수도 있는 만큼,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싸우던 국군과 인민군이 전쟁의 직접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는 순박한 마을에서 함께 지내며 화해를 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현실세계에서는 전쟁의 광기가 그런 일을 일어나기 어렵게 하겠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웰컴투 동막골’에서는 그런 현실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영화적 설정으로 바로 동막골이라는 동화속에 나올법한 마을과 때묻지 않은 마을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곳에서는 수류탄이 곡간에서 터지면 팝콘이 되어 하늘에서 떨어지고, 군인들이 총을 들이대도 마을 사람들은 두려워하거나 화를 내지 않고 친절하게 손님으로 받아준다. 그리고 그러한 영화적 설정들은 이 영화가 가장 비극적이고 무수하게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들어냈을 한국전쟁을 그린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웃으면서 영화를 볼 수 있게 해준다. 마을주민들의 구수한 강원도 사투리와 정말 천재적으로 느껴지는 영화적 설정이 한국전쟁의 비극성을 완벽하게 중화시켰다고나 할까.(강혜정이 정말 잘 연기한 ‘여일’ 캐릭터도 너무나 신비롭고 매력적이다.)


이 영화를 두고 미국은 주민들을 학살하는 자로 그리고 인민군은 주민들을 지키는 사람으로 그린 편향된 시각을 조장하는 영화라고 주장하는 정치인들이 몇 있는 것 같다. 물론 그 사람들의 관점에서는 그렇게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적어도, 미군이 오폭이나 작전상의 불가피성 또는 일부 군인의 광기로 많은 민간인을 살상한 것은 어느정도 밝혀진 역사적 사실이다. 그리고 이승만이 서울시민들을 기만한 채 한강다리를 끊은 것도 사실이다.


물론 미군만 민간인 학살을 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미국이 전쟁에 개입하여 통일한국이 건설되는 것을 부당하게 막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영화에서의 미국이 마을을 폭격하는 상황이 사실을 날조한 완전한 허구가 아닌 이상 그에 대한 색깔시비는 시비자의 인식수준을 드러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감독이 그러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상당히 고심한 흔적이 곳곳에서 보인다. 영화 초반부에 인민군이 부상자를 학살하려고 한 장면이나, 미군인 스미스가 마을을 지키기 위해 힘을 합치는 장면 등이 그렇다(마지막 폭격기와의 전투장면에서 임하룡이 ‘연합군’ 운운하는 것은 약간 오버였지만..)


전쟁을 그린 영화를 웃으면서 볼 수 있다는 것...그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적대적 공범자들
임지현 지음 / 소나무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내용 중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국가주의를 해체하자는 것이 아닐까 한다. 임지현 교수의 기본 논지는 국가권력이 국가의 구성원들을 자발적으로 동원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기제들을 사용하고 있으며 그 대표적인 것이 국사, 민족주의, 국민 주권주의 등등 이라는 것이다.


임교수가 서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임교수의 ‘스스로 선택한 정신적 망명자의 시선’으로 우리 사회를 바라보게 되는 첫 느낌은 무척 불편하고 당황스런 것이었다. 국사나 국민윤리 자체에 국민들의 일체감과 애국심을 고취하려는 의도가 내재되어 있다는 사실은 어렴풋이 알고 있는 것이었지만, 우리 국사가 일본 극우 민족주의의 역사관과 근본적으로 다를 것이 없는 지적이나, 고구려사를 둘러싼 한중간의 논쟁에 대해 고구려사를 우리가 전유할 수 없다는 지적, 일제에 대한 저항의 정신적 토대로 인식하고 있던 민족주의에 대한 동원 기제적인 성격에 대한 지적 등을 접하면서 내 자신이 철저히 ‘국민화’되어 있어서 그런 것이겠지만, 마음 속 한구석에서 내가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부정당하는 것 같아 불편함이 느껴졌던 것이다. 책을 다 읽은 지금도 그런 느낌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그것은 임교수가 주장하는 국사의 해체나 민족주의를 극복에 대하여는 개인적으로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지만, 그 이후의 대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임교수 스스로도 답하고 있듯이 명확한 해답이 없다는 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우리나라만 국사와 민족주의를 해체하면 다른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에서 우리만 무장해제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불안감도 작용했을 것이다. 다수가 모여 함께 사는 사회가 효율적으로 운영되려면 어느  도의 규율과 집단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위한 기제가 필요하고 사회 구성원간에 계층이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임교수의 주장을 극단적으로 추구하면 무정부상태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밖에도 임교수의 국가주의 해체 주장은 여러 나라의 학자들의 지적 공감대 속에 공동으로 보조를 맞추어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실질적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를 타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을 시작으로 민족주의,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역사청산문제, 미국의 신제국주의 등에 대한 기존 논의의 토대를 근본적으로 허물고 근대사회를 바라보는 사고와 인식의 폭을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임교수의 논의는 무척 의미 있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실제 존재하는 현상과 그것에 대한 인식 간에는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사회의 현상은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국가권력은 권력의 유지를 위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현실을 왜곡하고 변형시킨다. 그러면 대다수 국민들은 그러한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또는 그러한 사실을 자각하고 있으면서도 뼈 속 깊숙이 박혀있는 국사 또는 민족주의의 패러다임의 영향력에 압도되어 왜곡된 사고의 틀로 현실을 인식하고 국가권력의 입맛에 따라 행동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사는 현실 그 자체는 결코 하나의 시각으로 설명되어질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양한 사회현상을 주류적인 이데올로기나 이론에 의해 재단된 채로 인식하는 것이다.


우리들 개개인의 이념(?)을 자본주의나 공산주의 등으로 이분법으로 구분할 수 없듯이 진보나 보수,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분도 모두 상대적이다. 우리의 삶은 무수한 스펙트럼으로 이루어진 ‘면’적인 것이지만 이를 인식할 때는 특정 위치의 ‘점’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자는 임교수의 주장에 대해 극단적인 상대주의라고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새로운 시각으로 사회현상을 특정 이념이나 기제의 틀을 초월하여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직도 우리는 특정한 틀 안에서 사회현상을 바라보고 있는 경우가 많고, 책에서 지적하듯이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은 현실이 아닌 현실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기 때문에 임교수와 같이 인식의 틀 자체를 뒤집어 보려는 시도가 의미 있는 것이 아닐까.


그 밖에도 유럽 등 다른 나라의 역사적 경험과 비교를 통해 우리가 겪고 있는 여러 가지 상황이 우리만 겪고 있는 일이 아님을 알 수 있었고,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과거사 청산과 관련하여서도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동유럽 국가 등의 예를 통해 일회적인 사법적 처벌 - 특히 자주 사면으로 이어지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 보다는 사회 구성원 전체가 반성적 성찰의 기억으로 간직하자는 ‘기억의 정치학’ 주장은 무척 공감이 갔다. 과거사 청산과 관련하여 이런 목소리는 왜 공론화가 안되는 것인지...(아님 나만 모르는 것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1시 14분 - 아웃케이스 없음
그레그 마크스 감독, 힐러리 스웽크 외 출연 / 에스엠픽쳐스(비트윈)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이 영화는 11:14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각 당사자의 관점에서 재구성하여 보여준다. 그렇다고 사건이 각 당사자의 시각에서 달리 해석되는 것은 아니고 단순히 각 당사자의 입장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 사건이 각각의 인물들에게 어떻게 연쇄적으로 사건을 발생시키는지를 보여준다. 11시 14분에 일어났던 사건의 전말이 어떤 인과관계를 거쳐서 발생한 것인지를 다각도로 보여준다는 것이 이 영화 내용의 전부이다. 다른 군더더기가 전혀 없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깔끔하게까지 느껴진다.

영화를 보면서 등장인물들이 CSI를 보았다면 그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텐데..라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다. 또 반대로 보자면, 형사사건을 처리하면서 이 영화처럼 당시의 상황을 재연해볼 수 있다면 참 좋을 것이란 생각도 간절했다.

별로 유명하지 않은 영화인데도 패트릭 스웨이지, 힐러리 스웽크스 등 낯익은 배우들을 볼 수 있다는 점은 보너스다. 교통사고가 나는 순간 차 창문에 의한 불상사는 - ‘가아프에게 생긴 일’이라는 소설에도 비슷한 장면이 나오지만 - 정말 끔직하면서도 인상적이다...-0-;;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기부기 2005-12-18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씨시티보다 괜찮던데, 왜 별 3개고.
 
이니셜 D 박스세트 (14disc) [알라딘 특가]
미자와 신 감독 / KODI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이니셜 D가 자동차 만화인데 정말 재미있다는 친구의 말 한마디를 듣고 언젠가 한번 봐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마침 인터넷 쇼핑몰에서 반값 세일을 하는 것이었다. 잘 안 팔려서 재고가 남았다는 뜻이었지만 워낙 다운된 가격에 덜컥 충동구매를 하고야 말았다.

처음에는 80년대 분위기의 2D 캐릭터에 어설픈 듯한 3D 자동차가 합쳐져 좀 유치하게 느껴졌다. 싼게 비지떡이라고, 괜히 샀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이왕 산 것 끝까지 보자고 한편 씩 보기 시작했는데 보면 볼수록 나도 모르게 만화에 빨려들어갔다.

최고의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레이싱에 무관심한 듯한 주인공이 조금씩 레이서들의 세계에 빠져드는 과정과 승부욕을 자극하는 라이벌들의 등장, 풋풋한 청소년들의 사랑이 적절하게 뒤섞인 스토리가 진행되기 시작하면서 나는 한편 한편을 봐버렸다는 사실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처음 보는 순간에는 실망했지만 보면 볼수록 매력있는 만화다. 최근에 이편(second stage)이 나왔다고 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ps. 만화 자체는 훌륭하지만, 텔레비전 시리즈를 단순히 모아놓은 듯한 구성과 전무한 써플, 쓸데없이 전편 후반부를 반복하는 것 등 DVD 타이틀로는 꽝이다.


DVD 타이틀과 함께온 이니셜 D 번호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씬시티 확장판 일반판 (2disc)
로버트 로드리게스 외 감독, 브루스 윌리스 외 출연 / 엔터원 / 2005년 11월
평점 :
품절




영화 씬씨티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유명한 만화를 영화한 작품이고 쿠엔틴 타란티노가 감독을 맡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브루스 윌리스, 제시카 알바, 미키 루크 등 상당히 호화캐스팅이란 점도 눈길을 끌었다. 영화에 대해 깊은 심미안을 가지지 못한 나로서는 특별히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거나 영화 내용에 관심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블록버스터 위주로 순간적인 충동으로 영화를 보게 되는데, 내가 씬씨티를 보게 된 것은 위와 같은 약간의 배경지식에 쿠엔틴 타란티노가 감독을 했으니 무언가 비주얼한 면이 뛰어날 것이란 예상과 원작의 한 컷과 영화의 한 장면(하티건이 바에 들어갔다가 돌아서면서 인상을 찡그리는 모습 뒤에 낸시가 밧줄춤(?)을 추는 장면)이 함께 나온 신문 기사를 보고 만화를 정말로 잘 영화화했겠구나라는 기대가 합쳐진 결과가 아닌가 싶다.

영화는 흑백인데 첫 장면부터 여자의 드레스와 립스틱만 피같이 빨간 색으로 처리하여 무척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배트맨의 고담씨티보다 더 무거운 분위기의 흑백의 씬씨티. 영화는 씬씨티를 배경으로 4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첫 에피소드가 마지막 에피소드와 연결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에피소드들 간의 특별한 관계는 없고 다만 중간 중간에 각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오버랩된다. 영화 줄거리를 논리적으로 이해하려면 머리가 복잡해지겠지만, 애당초 만화를 영화화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다소 비사실적인 장면이 나와도 오히려 원작 만화를 충실히 구현해 냈다는 느낌을 주며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만화적 장면처리는 영화에 상당히 독특하고도 컬트적인 분위기를 제공해준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어둡고 무거운 씬씨티의 분위기, 흑백 화면 중간중간 배치되는 원색적 이미지, 굵은 목소리의 독백, 만화적 상상력을 영화로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화면 구성, 개성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 그리고 적당한 폭력성과 선정성에 영화에 호흡을 주는 유머까지 더해져 씬씨티를 보는 내내 나는 한순간도 지루함을 느낄 새 없이 영화의 화면 하나하나를 즐길 수 있었다. 잔인한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나 컬트적인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영화를 즐길 수 없을지 모르나, 나는 정말로 재미있게 즐기면서 본 영화였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기부기 2005-12-18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잔인한 거 시로..

외로운 발바닥 2006-08-06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케이블에서 다시봐도 잼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