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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시티 확장판 일반판 (2disc)
로버트 로드리게스 외 감독, 브루스 윌리스 외 출연 / 엔터원 / 2005년 11월
평점 :
품절
영화 씬씨티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유명한 만화를 영화한 작품이고 쿠엔틴 타란티노가 감독을 맡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브루스 윌리스, 제시카 알바, 미키 루크 등 상당히 호화캐스팅이란 점도 눈길을 끌었다. 영화에 대해 깊은 심미안을 가지지 못한 나로서는 특별히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거나 영화 내용에 관심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블록버스터 위주로 순간적인 충동으로 영화를 보게 되는데, 내가 씬씨티를 보게 된 것은 위와 같은 약간의 배경지식에 쿠엔틴 타란티노가 감독을 했으니 무언가 비주얼한 면이 뛰어날 것이란 예상과 원작의 한 컷과 영화의 한 장면(하티건이 바에 들어갔다가 돌아서면서 인상을 찡그리는 모습 뒤에 낸시가 밧줄춤(?)을 추는 장면)이 함께 나온 신문 기사를 보고 만화를 정말로 잘 영화화했겠구나라는 기대가 합쳐진 결과가 아닌가 싶다.
영화는 흑백인데 첫 장면부터 여자의 드레스와 립스틱만 피같이 빨간 색으로 처리하여 무척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배트맨의 고담씨티보다 더 무거운 분위기의 흑백의 씬씨티. 영화는 씬씨티를 배경으로 4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첫 에피소드가 마지막 에피소드와 연결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에피소드들 간의 특별한 관계는 없고 다만 중간 중간에 각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오버랩된다. 영화 줄거리를 논리적으로 이해하려면 머리가 복잡해지겠지만, 애당초 만화를 영화화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다소 비사실적인 장면이 나와도 오히려 원작 만화를 충실히 구현해 냈다는 느낌을 주며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만화적 장면처리는 영화에 상당히 독특하고도 컬트적인 분위기를 제공해준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어둡고 무거운 씬씨티의 분위기, 흑백 화면 중간중간 배치되는 원색적 이미지, 굵은 목소리의 독백, 만화적 상상력을 영화로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화면 구성, 개성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 그리고 적당한 폭력성과 선정성에 영화에 호흡을 주는 유머까지 더해져 씬씨티를 보는 내내 나는 한순간도 지루함을 느낄 새 없이 영화의 화면 하나하나를 즐길 수 있었다. 잔인한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나 컬트적인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영화를 즐길 수 없을지 모르나, 나는 정말로 재미있게 즐기면서 본 영화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