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길 - 티베트, 차마고도를 따라가다
이용한 지음 / 넥서스BOOKS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시험이 얼마나 남지 않았다. 100일도 채 남지 않은 시간이 크나큰 부담처럼 느껴지는 요즘이다. 시험이란 걸 나쁘게 생각하진 않는데, 엄청난 부담을 주는 거라서 이런 부담감이 느껴질 때 이 곳 저 곳 아무 데로나 맘껏 돌아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물론 현실적으로 맘껏 공부해야할 때니간 막상 떠나진 못하고 여행할 생각만 하며 대리만족하는 거겠지만... 그래도 이런 때 여행기에 관한 책들이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요. 비록 직접 가보진 못하지만 그가 걸었던 그 길을 나도 덩달아 걷는 듯한 착각에 빠져 같이 헤매고 힘겨워하고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다보면 어느새 금새 기분 전환이 되곤 한다. 아~ 공부는 해야겠고 왠지 맘은 들떠서 공부도 안 되는 이 때, 무얼 하리오.

  이 책을 읽으며 여행을 대리만족하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도 티베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미 도올과 달라이라마의 만남을 다룬 책을 읽으면서 티베트를 간접 체험했던 나였기에 이 책도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달라이라마는 망명 정부의 수장이다. 그는 현생하는 부처의 화신이라 하지 않은가. 그걸 믿든 안 믿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의 부드럽지만 강인한 카리스마, 바로 그것이 중요할 뿐이다. 그는 강압적으로 민중을 통치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민중들이 자발적으로 그를 따르며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힘을 얻는다.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 온 민중이 침묵에 빠졌다던 그 대목에선 왠지 모를 짜릿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의 고향인 티벳, 하지만 지금은 중국이 통치하고 있는 나라이다. 중국이 무력을 통해 티벳을 강제 점령하고 반토막을 내버렸다. 제국주의의 발상을 뒤늦게 답습한 중국의 행태에 기분이 나쁘지만 그럼에도 아무 대처도 할 수 없음이 가슴 아플 뿐이다.

  티벳 관련 사진들을 보면서 난 불교인이 아니지만,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곳에서 가서 이국적인 풍경들에 흠뻑 빠져들고 싶기도 했고, 그들의 전통차인 수유차를 마시며 그들과 담소를 나눠보고 싶기도 하니까. 그들은 윤회를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에 있어서 치열하게 살지 않는다. 바람 불면 바람 부는 대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순응하며 살 뿐이다. 그들에겐 '경쟁'이란 단어가 없다. 남을 밟고 올라서야만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우리의 생각이 지극히 잘못된 배치의 산물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우리 사회에 있어서 '경쟁'이란 단어는 불가피한 명제가 되었다. 그래서 학교 교육에 있어서도 서열화의 경쟁을 유발하려 하고, 노력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생각으로 경쟁만을 최고의 가치로 친다. 하지만 과연 그런 경쟁 의식 속에 우린 무엇을 얻었는가? 남보다 앞 섰기 때문에 좀더 잘 살게 되었을진 모르지만, 그 덕에 타인과 결별해야 했으며 삶의 허무함에 허덕여야 했다. 이제 우리가 진정 찾아야 할 가치는 '상생'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티벳은 하늘에 가장 가까운 나라이다. 그 곳에 오르기 위해 차마고도를 지나야 하는데 그 곳은 비좁을 뿐더러 경사 또한 보통이 아니다. 목숨을 내걸고 오르지 않으면 안 되는 곳이다. 그런데 그들은 그 곳을 지나다니며 삶을 살아간다. 자연 속의 인간이 누리는 삶의 안정을 느끼며 주변 사람들과 상생한다. 이 책을 다 읽고난 지금 시험을 위한 공부, 그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도 결국 사람을 살리는 교육은 어떤 것인지, '상생'을 위한 교육은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행기를 읽었는데, 이런 생각을 하다니.... 나도 참 어쩔 수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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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9-08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여행에는 관심이 많았지만.. 여행책에는 그렇게 큰 점수를 주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냥 여러곳의 풍경들이 담긴 사진들과 작은 일화들이 들어있을 뿐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요즘 여행책에 대한 시각을 새로이하게 됩니다.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모습을 담고 있는 여행책들이 굉장히 많다는 사실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거든요. 이 제가 그전에 생각하던 단순한 여행책은 아닌 것 같습니다.^^

leeza 2007-09-08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이 바뀌었다니.. 어떠한 계기가 있었을지 궁금하네요~
여행기가 범람하고 있죠. 그래서 살짝 둘러보고서 자기의 주관적 생각만을 나열해논 여행책도 많아요. 그런 책은 괜한 편견만 심어주게 마련이죠. 좋은 여행책들은 서로 권해주자구요~
 

  전주천~ 이번주 내내 비가 오더니 정말 많이 불었다.

우린 이런 사진을 보면서 기껏 감탄한다고 하는 말이 '한폭의 수채화 같아'라는 말이다.

또 멋진 그림을 보면서는 '우와~ 사진 같아!'라고 한다.

그림을 보면서는 사진이라고 하고 사진을 보면서는 그림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언어의 한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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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9-08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첫번째 사진이 마치...정말 수채화같은 느낌이네요. 물이 말이죠~ 멋있어요.

leeza 2007-09-09 09:36   좋아요 0 | URL
노출 시간을 약간 길게 했더니 물줄기가 연이어서 찍히더군요^^ 가을 장마에 시름하던 한 주도 끝났어요~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 증보판 리라이팅 클래식 1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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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연암, 그를 보고 있으면 웃음이 절로 난다. 그는 태양인이란다. 이 초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그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풍채도 좋을 뿐더러 왠지 모르게 어떤 것에도 구애 받지 않을 것만 같은 넉넉함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초상은 처음 볼 때와 그의 글을 읽고나서 볼 때와 느낌은 전혀 다르다. 처음엔 그저 통큰 사람이어서 재미도 없고 고리타분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지만,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유머가 가득한 글들을 보고 나서 이 초상화를 보게 되면 한번 크게 웃고 싶어진다. 개그맨들은 억지 상황을 만들어 웃음을 유발하기에 한참 웃고나서도 뒷맛이 깔끔하지 않다. 하지만 연암의 유머는 그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나오는 유머이기에 처음엔 어리둥절하다가도 이내 웃음이 터지고 한참 웃고나면 기분이 상쾌해지기까지 하다.

  "그가 웃음을 만들어내는 원리는 지극히 간단하다. 보다시피 웃음이란 단조로운 리듬을 상큼하게 비트는 불협화음이요, 고정된 박자의 흐름에 끼여드는 엇박이다. 판소리로 치면, 적재적소에 끼여드는 '추임새'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그런 점에서 연암은 말의 리듬, 삶의 호흡을 기막히게 터득한, 일종의 '藝人'이다. (252p)"
 

  웃음, 그건 사람을 무장해체 시키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우린 삶이 유쾌한 사람을 만나고 싶어하는 걸테지. 바로 연암이 웃음을 구사하는 방법은 바로 적재적소의 상황 사이에서 엇박자를 구사하는 것이다. 전혀 예측치 못한 곳에서 전혀 엉뚱한 말이 나올 경우 누구나 크게 웃을 수밖에 없으니까. 바로 이런 유쾌한 유머의 향연이 펼쳐지는 책이 바로 열하일기이다. 그의 여행기가 유목의 여정이 될 수 있는 첫째 이유는 바로 그의 유머에 달려 있다. 여행을 떠난 이가 그 여행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온갖 불평을 쏟아붙는다. 화장실이 더럽다는 둥, 음식이 이상하다는 둥, 사람들이 불친절하다는 둥. 그런 이야기를 하며 떠나오기 전 환경을 그리워하는 거다. 그것이야 말로 떠났으되 정착한 것이리라. 그럴려면 차라리 자기가 있던 자리에 있지 여행을 뭐하러 하는가? 여행을 떠났으면 그 모든 것들을 아무 편견없이 받아들여야하며 그 모든 것을 긍정하며 여유를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럴 때에야 비로서 유머를 구사할 수 있으니까.

  "여행을 싫어하는 자의 편력이란? 여행이 주로 지리적 이동을 통해 낯선 세계를 체험하는 것이라면, 편력은 삶의 여정 속에서 예기치 않은 일들에 부딪히는 것을 말한다. 고대 희랍의 철학자 에피쿠로스식으로 말하면, 직선 운동 속에서 일어나는 편위, 이른바 '클리나멘'이 그것인셈. 돌연 발생하는 방향 선회, 그것이 일으키는 수많은 분자적 마주침들, 편위란 이런 식으로 정의될 수 있을터. (20p)"

  유목이 가능한 여행이 되려면 우선 유머를 구사할 수 있는 여유를 찾아야함은 지금까지 이야기 했다. 그 다음은 수많은 편위 속 회피하려 하기 보다 나를 맡기는 것이다. 우린 흔히 다른 환경, 다른 조건에 놓이면 기존의 방식을 고집하며 변하지 않으려 한다. 우리나라 사람이 타국에 가면 도리어 '애국자'로 변한다고 하니, 그것이야말로 떠났으되 정착하는 것에 다름 아니리라. 떠난 곳에서 수많은 편위들이 작용한다. 새로운 만남도 있을 것이고, 예기치 않은 상황도 닥쳐오리라. 그럴 때 맘을 열고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고 반응하자. 바로 열하일기가 대단한 이유도 그런 편위들에 능동적으로 받아들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연암은 그저 동행자 수준으로 여행에 참가했기에 일에 치이는 것 없이 수많은 청나라 사람들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밤에 몰래 빠져나가 역관에 가서 말을 나누기도 했다. 기존의 연행록들이 단지 사건의 과정들만을 담고 있다면, 연암의 연행록인 열하일기는 사건의 과정 속에 인간들의 삶을 포착해내고 자연의 흐름을 절단,채취하여 담아내고 있다. 그런 수용능력을 통해 우린 청나라의 본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유목이란 결코 몸이 떠나는 것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우리의 생각이 자유를 확보하지 않는 이상, 능동적인 반응을 하지 않는 이상 유목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여행을 하며 그 안에서 맘껏 정신의 자유를 느껴보자. 수많은 편위들이 나의 삶과 정신을 어떻게 바꿔놓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우리가 해야할 일은 마음을 편안히 하고 맘껏 유쾌하게 웃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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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미숙, 몸과 우주의 유쾌한 시공간 '동의보감'을 만나다
    from 그린비출판사 2011-10-20 16:54 
    리라이팅 클래식 15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출간!!! 병처럼 낯설고 병처럼 친숙한 존재가 있을까. 병이 없는 일상은 생각하기 어렵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나 역시 살아오면서 수많은 병들을 앓았다. 봄가을로 찾아오는 심한 몸살, 알레르기 비염, 복숭아 알러지로 인한 토사곽란, 임파선 결핵 등등. 하지만 한번도 병에 대해 궁금한 적이 없었다. 다만 얼른 떠나보내기에만 급급해했을 뿐. 마치 어느 먼 곳에서 실수로 들이닥친 불...
 
 
프레이야 2007-09-08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자님 글 잘 읽고갑니다. 이 책 아직 못 읽어봤네요.

leeza 2007-09-08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벌써 이 책만 세 번째 읽어요. 왠지 읽을 때마다 새로운 책을 읽는 듯한 착각에 빠지곤 하죠~ 시간 나거든 꼭 읽어보세요^^

비로그인 2007-09-08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직 읽지 못하고, 리스트에만 담겨져있는데 언젠가~ 도전해 봐야겄어요.

leeza 2007-09-09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라이팅 시리즈는 어떤 책이든 다 좋은 거 같아요. 어려운 책들도 재밌게 읽게 해주니깐..
 
노자: 국가의 발견과 제국의 형이상학
강신주 지음 / 태학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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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장자에 대해 쓴 책들을 읽으며 강신주씨의 생각에 동의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책도 집어들고서 읽었는데 읽는내내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관념들이 앞을 막는 것이다. '노자는 자연주의 철학자, 인위를 배격하고 자연스런 도를 체득하길 바랬다'라는 관념들이 이건 아니지 않을까 했던 것이다. 그러고보면 우리가 책을 읽을 때 기존에 가지고 있던 관념들이 하나의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책은 다 읽고나서도 왠지 기분이 좋기 보다 '이건 아닌데....'라는 강력함 의구심에 찝찝하기도 하니깐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책을 읽으면 책을 그 내용 그대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한 구절에 대한 의구심으로 전체의 내용을 왜곡하게 되곤 한다. 바로 이런 문제점을 장자에게 실컷 이야기 했었는데도, 여전히 고치지 못하고 헤매이고 있는 셈이다. 아직도 수양이 덜 된 탓인 게지.

  이 책에서 묘사된 노자는 결코 자연주의 철학자가 아니다. 그리고 언어의 명징함, 언어의 사회적 관계에 대해서 회의 했던 철학자도 아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었던 노자는 무어란 말인가? 이런 회의가 들 때 이 책은 유쾌한 빛을 발한다. '회의에 빠질 수 있는 자, 끝없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자 그대야 말로 살아있는 사람일지니~ 그 회의와 의심을 쉬지 말지라!' 라는 말처럼, 회의와 의심은 그 순간 불쾌한 것일진 몰라도, 그걸 넘어서고나면 더 유쾌해질 수 있다. 불쾌한 감정은 지금까지의 나의 생각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느끼게 됨으로 느껴지는 감정이다. 하지만 유쾌한 감정은 그런 불쾌함이 완전히 해소되고 더 큰 사고를 할 수 있게 된 데에서 느껴지는 감정인 것이다. 불쾌한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인가, 아니면 유쾌함에 이르도록 더욱 치밀하게 생각하며 의심해볼 것인가?

  '우리 시대의 철학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로 하여금 민주주의라는 이념이 실현되어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환각을 벗어나게 해서 우리의 사회를 진정한 민주주의로 이끌기 위한 이론적인 전망을 주는 것이어야만 하지 않을까? 그렇기 때문에 아직도 우리 사회에 철학이 있다면, 그것은 자본주의를 혹은 민주주의를 호도하는 허구적인 담론들과 싸우면서 인간을 주인으로 돌려놓을 수 있는 담론을 생산해내는 것일 것이다. 반복하자면 국가와 자본을 생각하지 않는 철학은 철학일 수도 없다. (122p)'

  강신주씨의 철학에 관한 담론이다. 철학은 결코 현실을 벗어난 허구적인 언어 게임이 아니다. 바로 현실을 직시하고 그 안에서 인간의 가치를 바로 잡고자 하는 노력이며 열정인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깊게 생각한 것도 '철학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살찌울 수 있는가?'하는 거였다. 바로 그런 문제제기가 있었기 때문에 노자의 사상을 바로 보고자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노자는 결코 민중의 삶을 지지하지도, 자연을 긍정하지도 않았다. 그는 지배 계급을 편들었으며 나라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적당히 베풀어야 할 것을 주장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노자의 책을 '민중의 책, 자연의 책'이라 잘못 알고 읽고 있으니, 우리의 의식 깊은 곳에 어떤 생각이 박히게 될지 안 보아도 뻔하다. 바로 '지배 계급에 대한 묵인' '그들의 이권 수호를 위해 우리가 조금 희생하는 건 당연하다는 논리' 일 것이다. 알게 모르게 읽으면서 당연시 하는 것들이 이렇듯 무섭게 우리의 삶을 옥죈다.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알고 그 안에서 노자가 풀어냈던 국가의 모습을 파헤쳐봐야 한다. 바로 이 책에선 그게 주안점이고 그 담론을 통해 누군가에 의해 살게 되어지는 '매체'로서의 삶을 벗어나 스스로 사는 '주체'로서의 삶을 살아갈 것을 말해주고 있다.

  "사랑이라는 만남의 영향 아래 내가 그 만남에 실질적으로 충실하고자 한다면, 이 상황에 '거주하는' 나 자신의 방식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바꾸어야 한다는 사실은 명백하다.(188p)"

  주체로서 산다는 것은 바로 현실의 삶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식견을 가진다는 말이며, 그 안에서 나의 능동성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낸다는 것이다. 노자라는 책에선 현실에 순응할 것과 수동적인 인간형이 될 것, 그리고 지배자는 주종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잘 배풀어서 더많이 수탈할 수 있는 현실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바로 그런 주장 자체가 지극히 잘못된 것이라면 그 안에서 비판의 논리를 날카롭게 세우고 어떻게 현실을 바꾸어 나가야 하는지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다. 사랑이 하나의 집착으로, 구속으로 변질되지 않기 위해서는 주체들간의 능동적인 변이가 필요하듯이 말이다.

  이 책을 통해 노자의 진면목을 다시 한번 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의 말을 기본 삼아 다시 한번 노자라는 텍스트를 읽어봐야 할 것이다. 이 책은 노자라는 책을 형해화하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면서도 날카롭게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을 집어주고 있다. 철학이 결코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님을 그런 식으로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노자란 책을 읽어봤던 사람일지라도 이 책을 읽으면 전혀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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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의 명산 '모악산')

  산에 올라서 평평히 펼쳐진 대자연을 바라본 적이 있는가? 옥신각신 살던 그 곳이 하나의 점으로 내 눈 앞에 펼쳐지는 행복. 행복이란 그렇게 전혀 멀리 있지 않다.

  산에 왜 오르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그 광경을 보여주고 싶다. 오르는 것 자체도 힘들고 애써 오는 다음에는 다시 내려와야 함이 허무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오르고 내리는 그 힘듬, 그건 자연을 보며 오르는 짜릿함과 상쾌함에 비하면 새발의 피인 것이다. 그런 역동성이야말로 나를 들뜨게 만들기 때문이다. 날 살아 숨쉬게 만드는 자연과 그걸 모르고 살았던 나와의 만남은 자기 신화에 빠져 나만을 최고로 여기며 살았던 나의 어리석음을 일깨워 준다.

  그런 여러 생각들을 하며 행복에 빠졌던 그 때, 우린 다시 내려와야 한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것이 인생이라면 인생일터. 하지만 우리가 흔히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내리막길이 더 편할 거라는 생각 말이다. 내리막은 여차 한 눈 파는 사이에 크나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힘도 힘대로 들지만, 이미 오르막길에서 힘을 소진하였기에 몸은 말을 듣지 않는다. 하지만 오를 때의 조급함은 없고 내려올 때는 여유가 있고 정상에서 느낀 행복 때문인지 마음은 한없이 가볍다. 등산의 묘미는 그런 감정들의 급전환과 삶에 대한 통찰이지 않을까.

  산에 오른 사진만 봐도 가슴의 응어리들이 확뚫리는 느낌이다. 산에 올라 대자연과 아무 욕심 없이 도란도란 이야기 하고 싶어지는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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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9-08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이 거기에 있으니까 오르는 거겠죠 :)

등산이 제격인 계절이 왔습니다 ^^

leeza 2007-09-08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근이죠. 가을산은 왠지 모를 행복이 묻어 있죠. 산에 막 오르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