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에 골든 리트리버 한 마리가 있습니다.
내가 본게 한 마리지 아마 더 있을수도 있겠지요.
이 녀석 이름은 아롱이랍니다. 처음 아롱이를 본게 1년이 안 된거 같아요.
저녁 9시가 지나고 10시가 안 된 시간에 동네를 어슬렁 거리면 간혹 만나는 녀석인데 젊은 언니와 엄마랑 같이 다니는 모습이 대부분입니다.
어쩔땐 언니랑만 같이 다니기도 하고 오빠인지 형부인지 잘 모르겠는 젊은 남자랑도 같이 다니고요.
며칠 계속 볼때도 있고 며칠만에 볼때도 있습니다.
처음 이 녀석을 인식한 상황을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옵니다.
그때 난 빵가게 안에 있었는데 가게 밖에서 작은 개가 요란하게 짖는 소리가 들려 무심코 내다보니
푸들같아 보이는 작은 녀석이 이 큰 리트리버를 보고는 공격적으로 짖어대는겁니다.
흔히 말하는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줄 모른다'는 속담이 생각나는 장면이었죠.
범은 아니었지만 자기보다 훨씬 큰 덩치를 가진 녀석한테 그렇게 짖어대다니 겁이 없었던건지 겁이 나서 그랬던건지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이 녀석을 알게 되고 그 이후로 거리에서 만나면 가던 길을 멈추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데
주인도 그렇게 이 녀석도 그렇게 크게 거부감이 없습니다.
몇 번 만나고는 용기를 내서 주인에게 물었습니다. 이름이 뭐에요? 아롱이에요.
그래서 이 녀석의 이름이 아롱이인걸 알았고, 그 이후 아롱이를 만나면 주인과 인사도 나눕니다.
여름엔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더운데 잘 지냈니, 아롱아? 물으니 아롱이 엄마가 말씀하시길,
사람은 괜찮은데 아롱이가 더울까봐 에어컨을 틀어줬다 하십니다.
아롱이 엄마도 나도 같이 웃었습니다.
또 며칠 지나서 만났을때 우리의 대화는 아파트 단지내 엘리베이터에 붙여놓은 '잃어버린 개를 찾습니다' 라고 붙은 전단지의 또 다른 골든 리트리버였습니다.
그 아이는 이름이 다른 이름이었기에 속으로 '아롱이가 아니었구나' 안심을 했었죠.
아롱이 주인이랑 그 아이가 얼른 주인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며칠전 아롱이를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아롱이 엄마께 인사를 하고 아롱이에게 '추석 잘 지냈니?' 물으니 답이 없네요. ㅎㅎㅎ
옆에 조그만 개가 계속 짖어대자 아롱이가 움찔 거립니다.
아롱이 엄마가 말씀하시길 아롱이는 짖는걸 싫어한답니다. 얼른 가던 길을 가야 겠답니다.
아롱이 잘 가라, 인사를 해 주고 왔습니다.
길에서 아롱이를 만날때마다 보는 광경이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아롱이다' 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나만 아롱이를 알고 이뻐하는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동네의 많은 사람들이 아롱이를 알아보고 아롱이에게 인사를 하고 아롱이 주인에게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랬던 것입니다.
아롱이 한 마리로 인해 모르는 사람들끼리 인사를 하기 시작하고 대화를 나누기 시작 한거죠.
이번에 아롱이를 봤을때도 옆에서 사람들이 '아롱이 여자에요, 남자에요? 아롱이 몇 살이에요?' 물어서 아롱이 엄마가 '여자에요. 다섯 살이에요' 해주는 대답에 나도 많은 정보를 얻었습니다.
그저 동네에 개 한마리로 끝난게 아니었습니다.
개 한마리가 사람들을 즐겁게 해 줬고 사람들을 이어 줬습니다.
보면 절로 마음이 풀리고 미소가 지어지는 역활을 해주는 아롱이라는 이름을 가진 친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