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나무의 색깔

 

 

 

 

 

개나리 노란, 따라가며 같이 놀고 싶은 색깔

진달래 분홍, 살금 다가가 따먹고 싶은 색깔

백목련 하얀, 멀찍이 올려다 보고 싶은 색깔

조팝나무 흰, 몰래 들어가 숨고 싶은 색깔

 

봄 나무 가지마다 돋아나는 초록 순

살짝 데쳐서 조물조물 무쳐야지, 맛있겠다

신록이 녹음이 되기 전에 부지런히 봄옷을 입자

이러다 곧 여름 오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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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의 사정

 

 

 

 

 

나하나님을만났어

 

겨우내 한 장미의 동태를 살폈어

3월에는 그 녀석의 임종의 지키다가 

목련의 사정을 알게 되었지 

 

하나님 만나러 수원까지, 사당에서 버스 타고

 

목련 나무가 솜털 덮인 겨울눈을 찢고

꽃망울을 터뜨리자 세상이 하얘졌지 뭐야

목련꽃 그늘 아래서, 얼른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자

목련꽃은 빨리 지잖아

 

하나님 만나러 너도 같이 가자,

라고 하면 더 놀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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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나왔다.

책이 나오면 항상 마음이 설레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막 신이 나는데 이번에는 정말이지 좀 심했던, 심한 것 같다.

잘 나왔다, 요 녀석, 나오느라 고생했다.

(추천사 써 주신 분의 말마따나)

"우주보다 낯익고 가까운 책"이 되거라!^_^

 

*

 

얼마나 기다렸으면 '태명'까지 지어놓은 셈이다. 밑에 시 아닌 시.

 

*

 

 

 

우주보다 낯설고 먼

 

 

 

 

 

그해 겨울은 추웠네

추워도 추워도 너무 추웠다

 

뒤뜰에 개나리, 뒷산에 진달래, 마당에 목련꽃 피는데

허브가 왔다 로즈마리, 라벤더, 페퍼민트 틈에, 아!

웬일로 우주보다 낯설고 먼 책 한 권이 딸려 왔네

 

멋쩍어진 나는 의뭉스럽게 시선을 내리깔며 중얼거렸다

"이런 걸 내다니 참 어이가 없군."

허브보다 먼저 와 있던 유칼립투스가 다정하게 맞받아치는 말

"미안하지만, 자기가 이제 와서 어쩌겠어?"

 

 

 

*

 

그렇다, 읽지 않으면, 쓰지 않으면 내가 무엇이란 말인가.

손가락 관절이 좋지 않아 요즘 눈치를 많이 봐야 하지만 그래도 쓴다.

 

 

*

 

http://www.sn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0170 

책에 들어간 내 사진은 2년쯤 전 인터뷰에서도 썼던 것이다. 대학신문 지면에서 봤을 때는 얼굴도 좀 부어있고(오전에 도착하자마자 찍은 것이라) 표정도 어리바리한 것 같아 마음에 썩 들지 않았으나, 이번 책에서는 입혀 보니 아주 좋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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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31 1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4-01 1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이 2021-03-31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괭이님 축하드립니다!!!! 사진도 넘 멋지게 잘 나왔는걸요.

푸른괭이 2021-04-01 11:08   좋아요 0 | URL
사진작가분이 찍어주신 것이라, 무엇보다도 표지랑 잘 어울리죠!

- 2021-04-05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수님 아이디 특별하세요 소설 잘 읽겠습니다

푸른괭이 2021-04-06 08:23   좋아요 0 | URL
석사과정 때 우연히 만든 걸 계속 쓰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제발 소설도 중쇄하면 좋겠어요 ㅎㅎㅎ

ㅎㅂ엄마 2021-04-07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김 선생님 알라딘으로 주문해서 어저께 단숨에 읽었어요! 넘 재밌고, 넘 김 선생님 같았어요.
좋은 소설 읽고 나면 며칠 살아갈 힘이 생기는데 어제 힘이 좀 났습니다. 감사드려요.

푸른괭이 2021-04-07 15:36   좋아요 0 | URL
헉, 감사합니다 ㅠㅠ
다른 분들도 좀 읽어주면 좋으련만, 소설로 먹고살려고 했으면 굶어죽었겠어요 -_-;;

kandalama01 2021-04-15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학교를 떠나 오랫동안 뵙지 못했는데 알라딘에서 오랫만에 뵈니까 몹시 반갑네요 ㅎㅎ
잘 지내시온지!
신간 소설 축하드립니다!! ㅎㅎ
어찌된 연유인지 19세기 러시아 문학 산책이 추천도서로 떠서 (그렇게 문학이라면 안 맞아서 치를 떨던 저한테!! ㅋㅋㅋ ) 갸우뚱하고있던 차에 낯익은 이름이 보여 몹시도 반가워서 저도 모르게 바로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검색이라면 또 항상 가까이 해야 하는 것이 연관 검색아니겠습니까
올해 3월자로 따끈따끈한 신간도 자매품으로 있기에 반가웠습니다 ㅎㅎ
요즘 히가시노 게이고 라든가 미야베 미유키 같은 누군가 죽고 죽여야 스토리 전개가 되는 추리소설 계열만 읽고 있는데, 누님 덕에 다른 장르도 읽어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ㅎㅎ
건강하세요!!!

푸른괭이 2021-04-15 09:24   좋아요 0 | URL
잘 못 지내고 있어요ㅠㅠ 그러니까 장바구니에만 담지 말고 한 권 사주세요.
그런데... 넌 누구니?^^; 오랜만에 ‘누님‘(누나)라는 말 들으니 짜릿하네요^^;
 

 

 

우주보다 낯설고 먼

 

 

 

 

 

그해 겨울은 추웠네

추워도 추워도 너무 추웠다

 

뒤뜰에 개나리, 뒷산에 진달래, 마당에 목련꽃 피는데

허브가 왔다 로즈마리, 라벤더, 페퍼민트 틈에, 아!

웬일로 우주보다 낯설고 먼 책 한 권이 딸려 왔네

 

멋쩍어진 나는 의뭉스럽게 시선을 내리깔며 중얼거렸다

"이런 걸 내다니 참 어이가 없군."

허브보다 먼저 와 있던 유칼립투스가 다정하게 맞받아치는 말

"미안하지만, 자기가 이제 와서 어쩌겠어?"

 

 

 

*

 

 

엊그제 제본소에 넘긴다고 했는데 출간 자체는 다음주로 늦추어질 수도 있겠다. 연이은 '가족참사'에 대한 위안을 책 표지 시안을 보면서 찾아본다. 위안이 되는가? 아니면...

- "이런 걸 내다니 참 어이가 없군." 저 추천사 써준 분과 주고받은 메일에서 보고서 웃었던 문구. 정말이지, 이런 걸 내다니 참 어이가 없군^^;  

비슷한 웃음을 준 어구. "미안하지만 난 할 일이 있어."(?) 결국 시집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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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장욱에 새롭게 눈떠서, 혹시 놓친 게 있나 싶어^^ 옛날 시집을 (다 들여다볼 수는 없고) 뒤적여본다. 옛날이라기에는 너무 최근 것.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아, 이렇게 어려웠나. '난해'라는 말이 딱 맞는다. 그 중 그나마 '해'되는 것을 옮겨 본다. 키워드는 '영원' 같고^^ 제일 마음에 드는 시-글은 <시인의 말>, 특히 마지막 문장이다. "나는 의욕을 가질 것이다."

 

 

<비밀>

 

이봐, 비밀을 말해줄까? 나는 사실 남색이야 외계인이고 그리스도고 내장이 없지 솔직히 말해서

태어난 적도 없다.

(...)

 

신이 우리를 다 사랑해버리 건 아닌가?

무언가 우리를 지불해버리지 않았는가?

비밀이 스르르 사라지는 밤, 달빛이

 

나는 발견하였다. 나는 사실 남자가 아니고 한국인이 아니고 종암동 성모병원에서 태어났지.

나는 침묵을 했는데 그것은 침묵이 아니고 비밀이 아니고 사실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이제 바닥에 긴 몸을 붙이고 잠을 자려는 욕망 외에 다른 어떤 것으로도 존재하지 않는 개에 대하여>

 

그런 개에 대하여 (....)

 

 

<영원에 가까운 삶>

 

영원을 떠나보내기 위해 기차역에 갔다. 목적지가 없는 기차를 영원은 타고 갔다.

 

영원에게는 언제나 먼 곳이 있는 것 같았다. 그곳이 영원에게 이미 지나온 곳 같았다.

 

오늘도 열심히 일을 하고 열심히 텔레비전을 보고 열심히 잠을 자는 것은 나

영원이 아니라 나

영원은 여기저기에서 나를 잊었다.

마치 나를 다 살아낸 듯이

(....)

 

 

<시인의 말>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하다

고 중얼거렸다.

그것이 차라리 영원의 말이었다.

 

물끄러미

자정의 문장을 썼다.

 

나는 의욕을 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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