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보다 낯설고 먼
그해 겨울은 추웠네
추워도 추워도 너무 추웠다
뒤뜰에 개나리, 뒷산에 진달래, 마당에 목련꽃 피는데
허브가 왔다 로즈마리, 라벤더, 페퍼민트 틈에, 아!
웬일로 우주보다 낯설고 먼 책 한 권이 딸려 왔네
멋쩍어진 나는 의뭉스럽게 시선을 내리깔며 중얼거렸다
"이런 걸 내다니 참 어이가 없군."
허브보다 먼저 와 있던 유칼립투스가 다정하게 맞받아치는 말
"미안하지만, 자기가 이제 와서 어쩌겠어?"
*

엊그제 제본소에 넘긴다고 했는데 출간 자체는 다음주로 늦추어질 수도 있겠다. 연이은 '가족참사'에 대한 위안을 책 표지 시안을 보면서 찾아본다. 위안이 되는가? 아니면...
- "이런 걸 내다니 참 어이가 없군." 저 추천사 써준 분과 주고받은 메일에서 보고서 웃었던 문구. 정말이지, 이런 걸 내다니 참 어이가 없군^^;
비슷한 웃음을 준 어구. "미안하지만 난 할 일이 있어."(?) 결국 시집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