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장욱에 새롭게 눈떠서, 혹시 놓친 게 있나 싶어^^ 옛날 시집을 (다 들여다볼 수는 없고) 뒤적여본다. 옛날이라기에는 너무 최근 것.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아, 이렇게 어려웠나. '난해'라는 말이 딱 맞는다. 그 중 그나마 '해'되는 것을 옮겨 본다. 키워드는 '영원' 같고^^ 제일 마음에 드는 시-글은 <시인의 말>, 특히 마지막 문장이다. "나는 의욕을 가질 것이다."
<비밀>
이봐, 비밀을 말해줄까? 나는 사실 남색이야 외계인이고 그리스도고 내장이 없지 솔직히 말해서
태어난 적도 없다.
(...)
신이 우리를 다 사랑해버리 건 아닌가?
무언가 우리를 지불해버리지 않았는가?
비밀이 스르르 사라지는 밤, 달빛이
나는 발견하였다. 나는 사실 남자가 아니고 한국인이 아니고 종암동 성모병원에서 태어났지.
나는 침묵을 했는데 그것은 침묵이 아니고 비밀이 아니고 사실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이제 바닥에 긴 몸을 붙이고 잠을 자려는 욕망 외에 다른 어떤 것으로도 존재하지 않는 개에 대하여>
그런 개에 대하여 (....)
<영원에 가까운 삶>
영원을 떠나보내기 위해 기차역에 갔다. 목적지가 없는 기차를 영원은 타고 갔다.
영원에게는 언제나 먼 곳이 있는 것 같았다. 그곳이 영원에게 이미 지나온 곳 같았다.
오늘도 열심히 일을 하고 열심히 텔레비전을 보고 열심히 잠을 자는 것은 나
영원이 아니라 나
영원은 여기저기에서 나를 잊었다.
마치 나를 다 살아낸 듯이
(....)
<시인의 말>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하다
고 중얼거렸다.
그것이 차라리 영원의 말이었다.
물끄러미
자정의 문장을 썼다.
나는 의욕을 가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