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7일 화요일 

 

 

 

 

 

 

서울은 비가 주룩주룩 내려

권태의 아가리처럼 침침하고

그는 백신 맞고 강릉으로 떠나고

나는 빨간 푸에고 장미를 목 매달고

빛줄기가 빗줄기에 먹히는 오후다

 

아이야

우리는 핀란드로 가자

빨간 카네이션 얼굴로   

큼직한 갈매기를 때려주고

시나몬롤에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거야

조그만 방에 짐을 풀고

널따란 텃밭에 유칼립투스를 키우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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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도에 포도밭을

 

 

 

 

 

아무도 시들지 않는

언니의 나라

올리브 동산에서 만나요

 

갑자기 왜

그런 꿈을 꾸었을까

대부도에 포도밭을 일구는 꿈을 

초가집에 큼직한 박을 이고 사는 꿈을    

독의 꽃을 피워 백혈구가 절멸하고

감기만 걸려도 죽고 말 거야 

대부도에는 포도와 박꽃 말고

석탄가루도 날리지, 그럼에도 

몸 속에 독의 꽃씨를 뿌리며

꿈을, 대부도에 포도밭 꿈을

 

언니야

꽃잎 하나도 시들지 말고

올리브 동산에서 만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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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화면에 뜨기에 알았다. 신간도 아니고 무려 5월에 나왔네. 시집 제목도 예쁘고, 무엇보다도 시인-작가의 말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여기 있음의 아름다움을 힘껏 사랑한다."

 

여기. 있음. 아름다움. 힘껏. 사랑한다.

다 좋은 말이다. 심지어 '힘껏'도, 요즘 힘이 너무 없어, 없다고 느껴져, 새롭게 느껴진다. 뭔가를 힘껏 하기 힘들다. 깜냥껏?

 

*

 

지난번 '그' 채송화는 죽고 새로 핀 채송화

 

 

동물(저 시집 뒤쪽에서는 '개')만 말하나

식물-꽃도 말한다

 

"인간, 여기 내가 있어."

 

사진을 복사할 때 비로소 알았다, 꽃 너머 사람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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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손가락의 시

 

 

 

 

 

 

어젯밤에 뭐 했어?

잤어

특별한 건 없었고?

음, 더웠어, 엄마

 

 

*

 

 

수증기 바람 맞고 새침해진 보라색 가지에

다진마늘 국간장 고춧가루 참기름을 넣어

조물조물 무치고 그렇게 아픈 손가락으로

초록 푸성귀, 빨간 고기, 주황 당근

하얀 양파, 노란 피망, 생블루베리까지  

아픈 손가락으로 밥상을 차리지

 

아이는 간밤의 경련을 모르고

나는 아픈 손가락으로 시를 쓰고 

모든 죽어가는 것을 대신하여 

아이의 밥상에서는

(역시, 지금 이대로가 좋다)

여름 잔치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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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은

 

 

 

 

 

이름 없는 꽃이라 하지 마라

이름 없는 풀이라 하지 마라

도감 속에는 이름이 다 있다

 

그저 이름 모를 꽃,

이름 모를 풀일 뿐  

 

 

 

*

 

 

너(희)의 이름을 알고 싶다 -

 

 

가까이서 보면 로즈마리 같음, 분홍꽃은 뭔지 모름

 

 

쿠*으로 새로 산 텀블러와 강아지풀

 

 

들꽃, 야생화 / 들풀, 야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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