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바트 마테르 돌로로사

- 상실을 겪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냉장고 앞에서 

내 아이의 아내가 울고 있다 



"엄마, 여기는 너무 추워요. 바닥이 싸늘해요. 캄캄해서 아무것도 보이질 않아요."




내 아이의 아들은 

구급차에 하얀 캔버스화를 실어주며 

그 신발 신고 집으로 돌아올 아빠를  

밤새도록 기다리다 아침 등굣길에 묻는다


- 할머니, 아빠 괜찮아요?


내 아이의 어린 아들과 딸이 

내 소박한 가을 정원을 지나 

방으로 들어가며 조잘댄다 


오빠, 아빠가 잘 때 사자 울음 소리를 냈다?


'화장중'과 영정 사진 밑에서 

내 아이의 아내가 울고 있다

내 아이의 아들은 말이 없다

내 아이의 딸은 동그랗게 종알댄다


엄마, 아빠 지금 화장하고 있어?



"엄마, 여기는 너무 뜨거워요. 눈도 부시고요. 아, 아플 틈도 없이 녹아내려요."



단풍이 세상 예쁘게 물들어가는 늦가을

내 아이의 늙은 아빠가 고흐의 푸른 바지 노인처럼

다리를 벌리고 주먹으로 두 눈을 가린 채 흐느낀다 흐느낀다

조만간, 먼저 간 아이 옆으로 가겠노라고 말한다 



"엄마, 어느덧 겨울이 오면 곧 봄이겠네요. 나의 시간은 41년으로 끝, 이제부터 있는 시간은 공기조차 빼낸 유골함 속 뼛가루가 썩는 시간이겠지요. 아니면, 그저 우리 기억 속의 시간일 뿐일까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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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 <스타바트 마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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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2-04-13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가 너무 슬프네요...

푸른괭이 2022-04-13 16:14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