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이 대단히 좋다.
- 단어는 못 외워도 문장은 잘 외운다. 암기과목의 경우 주관식 ( )안에 들어갈 말은 거의 틀리지만, 서술식 문제는 꽤 점수를 받았던 편이다. 또한 회의시간에 주고받은 이야기를 거의 기억하기 때문에 회사에선 '살아있는 회의록'이라고 인정받는다.
- 얼굴과 목소리를 잘 기억한다. 한 번이라도 대화를 나눈 상대라면 얼굴이나 목소리를 무척 잘 기억하는 편이다. 덕분에 상대방이 누구인지 안 밝혀도 "여보세요" 한 마디에 누군지 알아채곤 한다.
기억력이 정말 형편없다
- 단기기억력 꽝이다. 114에 전화한 뒤 안내멘트를 듣고 전화를 끊자마자 안내받은 번호를 까먹은 날 보며 괴로워한다.
-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100명이 안 되는 작은 회사를 3년째 다니고 있지만 그룹웨어를 안 봐도 이름을 아는 사람은 우리 팀원 정도 밖에 없다.
- 숫자를 기억하지 못한다. 외우는 전화번호나 기념일이 거의 없다. 지난해의 경우 옆지기 생일, 결혼기념일, 내 생일까지 몽땅 까먹고 지나갔다. 시부모님 생신은 형님이 전화주셔서, 아버지나 오빠 생일은 새언니가 전화줘야 안다.
- 얼굴과 목소리를 잘 기억한다는 장점은 사실 대화를 나눈 상대, 특히 여자에게 국한된다. 생전 가야 대화를 나눈 적 없는 연예인들은 다 똑같아 보이고, 대화를 나눈 상대라고 해도 남자들 얼굴은 어째 식별이 잘 안 된다. 더욱 결정적인 문제. 얼굴과 목소리는 기억 하는데, 그 사람의 이름은 모른다. ㅠ.ㅠ
반쪽 기억력 때문에 생기는 황당 상황
- 아는 사람에게 반갑게 인사했는데 상대방이 무시하고 지나가 맘상했더랬다. 나중에 알고 보니 버스정류장에서 몇 번 같이 줄 선 사이에 불과했다. 자기에게 인사하는 줄 몰랐단다.
- 좌석버스에서 우연히 초등학교 동창을 만났다. 차가 막혀 1시간 가까이 즐겁게 수다를 떨었다. 친구는 내가 그의 필통 모양과 색깔까지 기억하자 경이로와 했는데, 사실 난 헤어질 때까지 그의 이름을 기억해내지 못했다. 잔머리를 굴려 버스에서 내릴 때 명함을 교환하자 했는데, 친구가 명함이 없다고 회사 대표전화번호만 달랑 써주는 바람에 도로 소식이 끊겼다. -.-;;
* 산사춘님 페이퍼 보고 배꼽잡고 웃다가 나도 끄적끄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