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복 선생팀과 우리 가족 4식구가 현지에서 먹히니-웨딩플래너편을 맡았다. 해외 한국동포의 자손이 전통혼례를 하고 싶어할 경우 그 기획부터 피로연까지 우리가 책임지는 프로그램. 우리 부부는 전통혼레를 해본 경험-양가반대로 결혼이 지연되고 있을 때 남편 대학에서 대동제 전통혼례 재연식 커플이 됨. 이걸 우린 결혼식으로 삼아 마로를... 흠흠..-이 있다고 하여 팀으로 함께 뽑혔다.
대상은 카자흐스탄의 고려인 3세 손주 부부. 할아버지 부부는 모두 고려인라 한국어가 통한다. 하지만 그 자손들은 모두 현지인과 결혼했고 영어도 한국어도 못 하고 러시아어만 할 줄 알거나 카자흐어만 할 줄 알거나 하여 제작진과의 커뮤니케이션은 물론 가족간의 커뮤니케이션도 원활하지 않다. 게다가 한류 여파로 한국에서 연예인이 왔다는 기대에 사돈의 팔촌까지 모두 할아버지집에 모여든 아수라장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건
1. 남자 연예인들에게 끈덕지게 대시하느라 일을 거든다며 계속 알짱대는 손녀. 부적절한 말과 행동으로 이 여자가 나오는 장면을 모두 들어내면 방송분량이 안 나온다.
2. 영어 러시아어 카자흐어를 모두 잘 한다는 이유로 결합한 그 손녀의 알콜중독자 친구. 실제로는 실력이 엉망이라 계속 미스커뮤니케이션이 발생하고 결혼식 준비는 엉망이 된다.
3. 천사같이 예쁘지만 호시탐탐 음식을 훔쳐먹다 망치거나, 배탈이 나서 구급차를 부르게 하는 증손자들. 제일 문제는 결혼식의 하이라이트로 작가들이 상정한 할아버지 부부가 손자 결혼선물로 물려줄 청자 그릇세트를 호기심으로 자꾸 꺼내서 쓰다가 끊임없이 깨먹는다.
어쨌든 우여곡절끝에 대망의 결혼식 전날 리허설. 대례복을 입혀주고 예행연습을 하는데 신부가 울음을 터뜨린다. 사실 한국식 전통혼례하기 싫다고. 웨딩드레스를 입는 게 모든 여자의 꿈이라며 대성통곡한다.
제작진의 비상회의 끝에 전통혼례에 목매지 말고 해외 한국동포의 웨딩플래너 컨셉도 버리고 현지에서 먹히니 피로연 음식편으로 방향을 급선회하자고 피디가 제안하는데 작가진과 편집팀이 일제히 반발하고 본사에서도 제작비용 초과라며 반대한다. 결국 진통끝에 제작진 모두 철수.
덩그러니 남겨진 이연복 선생과 출연자들, 그리고 우리 가족.
이연복 선생이 프로그램은 박살났지만 그래도 결혼식은 도와주자고 우리 모두를 설득한다. 자기도 한국에 정착하는 게 힘들었다며 고려인 할아버지 부부를 돕고 싶어한다. 남은 사람끼리 의기투합하여 이연복 선생팀은 피로연 음식을 준비하고 우리 부부는 중고시장을 샅샅이 뒤져 신부가 원하는 웨딩드레스를 찾아냈고 우리 아이들은 증손주들과 피크닉을 나가 아이들 진을 쏙 빼어 일찍 잠자리에 들게 한다.
비록 밤새 알콜중독녀가 도토리묵을 쑤던 대형 통에 욕조마냥 들어가 진상을 부렸지만 다른 음식은 모두 무사히 사수. 드디어 결혼식이다. 신혼부부의 음식은 특별히 할아버지 부부의 청자기 셋트에 담으려고 딱 2셋트-원래는 10셋트-만 남은 그릇을 꺼내달라고 했는데 할머니가 꺼내다 떨어뜨려 박살이 난다. 일동 정지 상태로 망연자실. 다시 새신부가 고해성사를 시작한다. 사실 둘은 이미 결혼한지 몇 년 되었고-시청에서 혼인신고만 함- 증손주 중의 둘은 이 부부의 아이들. 방송출연 욕심에 사연을 만드느라 청자기셋트를 인터넷쇼핑으로 산 것이며 할아버지가 조선 도공의 후예라는 것도 싹 거짓말. 너무 어이없고 허탈했지만 최소한 남의 결혼식을 망친 게 아닌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다같이 음식을 나눠먹고 해피엔딩.
그렇게 꿈에서 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