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고령화 사회는 이제 재앙으로 여겨져 이를 저지하기 위한 정부의 안간힘은 안쓰러울 정도이다.
하지만 요즘 들어 줄줄이 내놓는 대책이라는 게 한심하다 못해 기가 찰 노릇이다.
독신세 논란도 우습거니와 이젠 조혼 장려를 위해 나서겠다는데 그런 간접책이 실효가 있으려나?
결혼하지 않으려는 여자는 죄다 된장녀이고,
결혼하고도 애를 안 낳거나 하나만 낳는 부모는 죄다 이기적이라고 몰아붙이는 돌머리들이 답답하다.
요새 사람들이 출산을 꺼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미래가 없기 때문이라는 걸 모르는 걸까?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적어도 4억원 이상이 있어야 한다고 뉴스는 물론 일밤까지 목놓아 부르짖고,
평생직장은 사라져 사오정도 옛말이요 삼팔선이 현실이라는 요즘같은 실업불안 시대에
누가 덜커덩 흥부 가족이 되겠다고 나서겠는가?
청년 실업 100만 시대에 누가 취직하자마자 결혼하겠다고 하며, 직장도 없이 결혼하겠는가?
문제는 더 있다.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둘 이상의 아이를 낳는다 하자.
더욱이 나같이 전업주부도 아니고 돈도 없는 주제에 감히 둘째를 낳았다고 하자.
과연 이 아이들을 누구에게 맡겨야 하는 걸까?
1번. 만만한 친정부모? 2번. 좀 어려워도 시부모?
3번. 빚을 내서 더 큰 아파트로 이사가고 월 120만원 월급의 상주 도우미를 고용?
안타깝게도 이러저러한 이유와 경제적 사정으로 1,2,3번이 모두 불가능하더라도
보육시설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내 가슴의 대못 위에 화살을 맞추는 신기인 셈.
내가 사는 동네는 물론 팔달구를 다 뒤져도 맡길 데가 없다고 꺼이꺼이 울어줄테다.
내가 사는 구에는 0세부터 취학전 아동까지 모두 맡아주는 보육시설이 하나도 없고,
인근 4개 동을 포함하여 해람을 맡길 수 있는 영아 전문 어린이집은 달랑 1군데뿐이다.
그런데 이 어린이집은 6시까지밖에 운영하지 않는다. 여기서 질문.
6시 퇴근인 사람이 무슨 수로 6시에 아이를 찾는단 말인가?
황당해서 선생님에게 다른 분들은 어떻게 하냐고 물었더니
현재 있는 영아의 엄마는 대개 학원 강사거나 보험 외판원이거나 자영업을 해서 일찍 퇴근을 한단다.
일반 직장을 다니는 사람도 몇 명 있다고 하는데, 할머니랑 같이 살아서 저녁엔 할머니가 돌본다나.
어떻게 수가 없겠냐고 사정을 해봤더니 6시 30분까지는 기다려주겠단다.
하아, 앞으로는 6시 땡하자마자 부리나케 퇴근해야 하고, 야근이나 회식은 일체 불가능하다는 말인데,
직장생활하면서 이게 대체 가능한 과제인가 싶다.
궁리끝에 6시 이후에 해람이를 봐줄 베이비시터를 따로 또 구하는 중인데,
현재로선 지원자도 없고 이왕 돈 쓰는 거 아예 해람이는 개인 탁아를 할까 고민하고 있다.
개인탁아를 하게 될 경우 정부지원을 하나도 못 받아 어린이집에 맡기는 것보다 비용이 6~7배가 더 든다.
다자녀 가정을 위해 둘째아부터 보육비 지원을 하고, 취업여성을 위한 지원을 확대한다고
아무리 정부가 떠들어봤자 0세아를 맡길 어린이집이 없고, 6시 이후에 운영하는 어린이집이 없다.
직접적인 출산지원책도 이렇게 쓸모가 없는데, 간접적인 장려책이 과연 실효가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