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은 어린이집이 2시까지 아이를 봐준다.
지난 토요일, 미처 일을 끝내지 못한 나는 결국 아이를 회사로 데리고 왔다.
다행히 아이는 회사에 오는 게 인이 박혔다.
그러나... 정신없이 일을 해치우는 동안, 낮잠시간을 놓친 아이는 결국 잠들어버렸다.
소파 위에 고슴도치처럼 웅크리고 잠든 아이를 보자 그만 울고 싶어졌다.
아,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지, 몹쓸 엄마는 그제서야 후회했다.

그리고 오늘.
회의는 예정대로 4시에 시작했다.
후딱 회의를 끝내고 아이를 찾으러 가겠다는 일념에 쉬는 시간도 없이 계속 회의를 진행했다.
그러다가 도저히 배고파서 더 이상 회의를 못 하겠다는 사람들의 원성에 시계를 보니 이미 9시다.
부랴부랴 아이를 찾으러 갔다.
그리고... 회사 근처에서 저녁을 먹으며 회의를 계속 했다.
다행히 딸은 냉면 사달라, 고기를 더 달라는 약간의 보챔만 할 뿐 얌전히 있었고,
나는 막판 교섭을 하느라 열을 냈다.
드디어 오늘 회의는 여기서 일단락 짓자는 상대사의 휴정(?) 요청에 한숨을 돌리자니,
그제서야 딸이 졸립다며 조금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이미 10시 40분이었다.
아, 몹쓸 엄마.
딸아이는 택시를 타자마자 잠 들었다.
세번째 길모퉁이를 선택한 나 때문에... 딸이 너무 고생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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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11-11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하면서 애보는 거, 정말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님은 슈퍼우먼이십니다..

로렌초의시종 2005-11-11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론 다른 아이도 아니고 마로가 그렇게 힘들다면 그냥 몹쓸짓이라고 손쉽게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럴 수는 없어요. 조선인님은 이미 모든 걸 마음에 담아두고 계시잖아요.

코코죠 2005-11-12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호하게)로렌초님, 당신 말이 맞아요!

(다시 부드럽게) 나의 조선인님, 있죠, 엄마 마음은 아파두요, 있죠, 그게요, 제가 자라보니깐요, 딸은 엄마 마음을 다 알아요. 엄마가 많이 힘들다는 거, 그와중에 나땜에 마음 아파하기도 했다는 거, 엄마가 엄마만을 위해서 그런건 아니었단 걸요. 딸은 엄마 마음을 다 알아요.

울보 2005-11-12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조선인님도 마로도 고생이네요,,,
가까운곳에 있으면 마로랑 친구하고 싶어지네요,,,
너무 아파하지 마세요,
새벽별님 말씀처럼 마로도 이해할거예요,,

Joule 2005-11-12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토요일에 쉬어요. 혹시 괜찮으시면 마로랑 제가 같이 놀아줄 수 있어요. 참고로 저는 개도 있어요!

산사춘 2005-11-12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심이 아파요. 그치만 마로가 엄마가 힘들게 일하시는 걸 직접 보면서 더 많은 걸 이해하고 깨달을 수 있을 거예요.

hnine 2005-11-12 0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전 이런 아픔에 진력을 내고서 올해 초 큰 결심을 했더랬습니다.
그리고 어언 1년의 시간이 흘렀는데,
여러 가지를 체험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이제 내년 1월부터 심기일전 할 일만 남았답니다.
힘내시라, 마로가 엄마 맘을 알아줄 것이다...전 이런 말도 못하겠네요. 아시지요? 겪어본 사람의 마음을...
좋은 주말 되시길. 마로와 함께.

perky 2005-11-12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임신하고나니 이런 글들이 남의 일이 아니에요..미래의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맘이 참 아프네요..

서연사랑 2005-11-12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견한 마로...착한 엄마 조선인님...
저도 '일'하는 엄마이기때문에 애 낳고 5살 될 때까지 제대로 저녁시간을 같이 보낸 적이 많지 않았어요. 고3 담임 할때는 야간자율학습 감독하고 12시에 들어가기도 일쑤...그래도 아이는 늦게 오는 엄마 원망않고 어쩌다 일찍 오는 날 너무 좋아하죠.
그래도 힘내요, 우리.

조선인 2005-11-12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모두들... 그런데 전 정말 몹쓸 엄마 맞아요.
오늘 아침 딸은 잠에 취해 일어나질 못하더군요.
마구 마구 혼내가며 간신히 옷은 입혔지만 밥먹일 시간이 없어
결국 도시락 쥐어보냈답니다.
속상해요. ㅠ.ㅠ

아영엄마 2005-11-12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칼퇴근은 꿈도 못 꾸어보는 직장에 다니시니 이렇게 마음 아픈 일이 생기곤 하는군요. 얼마나 속상하실지.... 뭐라고 위로를 해 드리고 싶은데 그저 조선인님이힘내시길 바라며 그냥 갑니다.

nemuko 2005-11-12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구. 다들 엄마도 애들도 힘드네요. 맨날 출근할 때마다 울며 매달리는 아들 녀석 뿌리치기도 힘들지만. 그래도 엄마가 일 그만두면 그땜에 더 서로 스트레스 받을 거 같아요. 적어도 전 그래서 일 그만 못 두겠거든요. 힘내세요 조선인님. 그리고 이쁜 마로도....

paviana 2005-11-12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래도 칼퇴근해서 1시간이라도 같이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일찍 잠들어서 자고 있는 아이보면 혼자 눈물날때가 있는데 , 님은 오죽 하시겠어요..
그래도 우리 힘네자고요. 아자아자 !!!

sooninara 2005-11-12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집에서 놀고 있는 엄마지만..그래도 아이들에겐 잘 못해요..ㅠ.ㅠ
엄마들의 영원한 숙제..
마로가 칭얼대지도 않았다니 정말 착하네..마로도 분위기상 엄마의 마음을 알고 있을거야.

깍두기 2005-11-12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고, 둘 다 고생이구나. 참 살기 힘들다.
그래도 조선인님은 씩씩하게, 올바르게 잘 하고 있으니 염려 마시길....
나같은 엄마도 있는데.

진주 2005-11-12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쪽에서는 당연히 마음 아프시겠죠...
그러나 잊지 마세요.
아이는 그 틈바구니에서 아주 아주 중요한, 돈으로도 결코 살 수 없는 중요한 걸 체득한답니다. 그게 뭐냐구요? 세월이 많이 지나보면 아실 수 있을 거예요. 저도 많은 세월을 산 사람은 못 되지만 요즘들어 고생에 대한 의미가 다르게 느껴져요.초년의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는데 지금 훌륭한 수업을 하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어떨까요. 공부를 어디 공짜로 배울 수 있나요...마로나 엄마가 몸 고달프고 맘 아픈 것의 몇 곱절로 어마어마한 공부를 지금 마로는 하고 있는 거라구요..
조선인님, 좀 더 당당해 지세요.
(그리고 일루 와요..토닥토닥...)

비로그인 2005-11-12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 시절에는 잘 모르지만, 지금 저는 제 어머니가 전업주부가 아니었으면 이라는 생각을 하곤 한답니다. 딸에게 어머니는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다 못해, 어찌 보면 유일한 역할 모델이라고 할까나요. 물론 사회에 성공한 여성들이 많이 존재하긴 합니다만, 그들이 왠지 모르게 내가 닮기에는 동떨어진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반면 어머니는 나와 가장 가까운, 나도 저렇게 살게 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그런 위치에 계시니까요. 계속해서 공무원 시험에 떨어지고, 그럴 때마다 드는 생각은 이까지 시험 붙어봤자 결혼하고 나면 결국 나도 엄마처럼 전업주부가 되어야 할텐데... 라는... 물론 전업주부로서, 가정을 지키기 위해 어머니께서 하신 역할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은 씁쓸한 것도 사실이랍니다. 참... 저란 존재가 사악하기 말로 표현하기 힘드네요. 어린 시절 단물 쪽쪽 빨아먹다가 이제 와서는 내가 원하는 이상적인 모습이 아니라며 어머니를 내차버리려들다니..-_-;;

조선인 2005-11-12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모두들 고맙고 또 고마워요. 오늘 정말 따뜻한 알라딘을 마음껏 누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