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마로를 재운 뒤 잠시 집안일을 해치우고 옆지기의 소원대로 새 컴퓨터를 조립했다.
CPU와 마더보드와 하드만 새로 샀지만 덤으로 케이스를 얻은 터라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갔다.
이제 메모리랑 DVD라이터만 더 사들이면 남부럽지 않은 최신 모델이 될 터이지만,
인터넷과 한글밖에 안 쓰는 옆지기를 생각하면 더 이상의 업그레이드는 불필요할 듯.
컴 조립을 끝내고 나니 기다리다 지친 옆지기는 잠들어 있고,
난 아침 출근준비를 덜기 위해 내 가방이랑 마로가방을 싸며,
지난 토요일에 받은 놀이방 소식지를 그제서야 확인했다.
그런데 이럴 수가! 난 오늘까지 마로 한복과 케이크를 사야했었다!!!
마로가 다니는 놀이방은 가정집을 개조한 경우라 규모가 큰 것은 아니다.
그러다보니 생일잔치도 1달에 1번이 아니라 2달에 1번 몰아서 하는 편이데,
유독 1월과 2월은 생일이 많아 1달에 1번 생일잔치를 한다.
오늘은 2월 첫번째 수요일이니 생일잔치가 있는줄 진작에 알고 있었고,
마로 역시 2월 생일잔치의 주인공임을 당연히 알고 있었으나,
소식지를 꼼꼼히 확인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다.
지난주 미리 소식지를 나눠준 의도야 주말 동안 생일잔치에 입힐 옷을 사라는 뜻일텐데,
이번 주말에나 설에 입힐 한복을 사려고 했던 터라 마땅히 입힐 게 없다.
지난해 입혔던 개량한복이 있지만 생일잔치에 입힐 만한 것이 아니고,
(다른 엄마들은 날개같은 당의나 나풀거리는 드레스를 입힐 게 틀림 없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 어디서 케이크를 살 것인가.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오늘 아침 개량한복만 달랑 들고 놀이방에 갔는데,
이를 본 선생님의 웃음이 영 어색하다.
선생님께서는 자기 딸 옷 중 마로에게 맞을만한 한복이나 드레스가 있을지 찾아보겠다고 하셨지만,
놀이방을 비우고 케이크 살 걱정을 하셨다.
결국 지난 밤에도 다리가 아파 잠을 설친 옆지기는 정신없는 마누라 덕분에
맹추위 속에 케이크를 사러 나가게 되버렸다.
집 앞엔 빵집도 없는데. 지하철 역까지 가야 하는데. 불쌍한 옆지기.
* 음력 1월 7일(올해는 2월 15일)이 마로 생일이에요. 축하해주세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