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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의 ‘금기’에 빠져봐∼

금지곡에 대한 추억은 아무래도 ‘1970∼80년대’와 연관된다. 1990년대 이후는 금지곡의 ‘파장’과 ‘논란’이 아무래도 그때만 못하기 때문. 그렇다면 7080? 이미 상업화되어버린 이 용어를 쓰기는 찜찜하지만, 어쨌거나 그 시대로 돌아가기는 해야 할 것 같다. 단, “그때 정말 황당했어요”라는 말 이상이 필요할 텐데, 이상하게도 이때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렇게 되어버린다. 각설하고.

비틀스, <A Day in the Life> in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1967)

‘록음악 최고의 명반’이라고 평가받는 비틀스 음반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의 한국 발매반은 가히 만신창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최초의 ‘컨셉 앨범’이라고 평가받는 이 음반에서 정작 그 ‘컨셉’을 이루는 두곡이 빠져 있다는 사실. <A Day in the Life>와 <Lucy in the Sky with Diamond>가 그 곡이다. 두곡은 ‘1967년의 알딸딸한 분위기’를 상기할 때 적절한 곡이고 이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이미 많으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 <A Day in the Life>는 존 레넌 파트와 폴 매카트니 파트가 병렬된 ‘2부작’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종 사운드 이펙트를 동원하여 긴박한 느낌을 던지고 있으니 차 안에서 들으면 정신 사나울 수도 있겠다. 오버더빙을 여러 번 해서 웅장한 오케스트라로 끝나는 엔딩 음이 유난히 길다는 점도 첨언. 이 불후의 명반의 표지도 기가 막힌데, 칼 마르크스의 그림이 있다는 이유로 배경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에게 시커멓게 덧칠을 해놓았다. ‘네거티브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야 할 만한 작품.

킹 크림슨, <The 21st Century Schizoid Man> in <In the Court of the Crimson King>(1969)

‘21세기 정신분열자’라는 제목의 타이틀을 가진 곡이 심의를 통과하기는 어려웠을 게다. 게다가 그로테스크한 표정의 사람 그림이 대문짝만하게 표지를 차지하고 있으니 음반 표지도 ‘반려’되었을 것이다. 그 결과 이 앨범은 의도하지 않게 ‘편집음반’으로 발표되었다. 첫 트랙을 뺀 다음 킹 크림슨의 세 번째 앨범 <Lizard>(1970)에서 두곡을 발췌해 삽입했고, 앨범 표지로는 아예 세 번째 앨범을 사용했다. 정리하면, “표지는 <In the Court of the Crimson King>이 아니지만 속 알맹이에는 이 앨범의 수록곡이 한곡 빼고 들어 있으며, 표지는 <Lizard>지만 속 알맹이는 이 앨범의 수록곡 두개만 들어 있다”는 복잡한 설명이 필요하다. 정신분열증이 걸릴 정도로 복잡하고 혼동스럽다. 그러니 교통체증이 심각할 때 <The 21st Century Schizoid Man>을 들으면서 그때의 분노를 재현해보는 것도 하나의 감상법일 수 있겠다. 금지곡은 아니었지만, 한 트랙 건너 이어지는 <Epitaph>의 “나의 묘비명은 혼동”(Confusion will be my epitaph)이라는 가사를 들으면서 고향 선친들의 묘비명을 떠올려보는 것은 조금 엽기적일까.

사이먼 앤 가펑클, <Cecilia> in <Bridge over Troubled Water>(1970) 혹은 <Simon & Garfunkel’s Greatest Hits>(1972)

피트 시거, 밥 딜런, 리드벨리처럼 ‘사회의식적’인 포크 싱어들의 ‘저항가요’들은 아예 음반으로 접하기도 힘들었다. 그런데 사이먼 앤 가펑클처럼 그닥 정치적일 것도 없고 저항적일 것도 없는 팝 포크 듀엣에 대해서도 금지곡이 있는 줄은 몰랐을 것이다. 문제의 곡은 <Celcilia>인데, 이 듀엣의 최고이자 최후의 대박이 된 앨범 <The Bridge over Troubled Water>에 마지막 트랙으로 수록된 곡이다. SG 워너비도 경하해 마지않는다는 (‘SG’가 ‘Simon & Garfunkel’의 약자란다) 이 청아한 멜로디와 하모니의 듀엣의 곡 치고는 까불거리는 분위기의 곡인데, 곡의 가사는 2층방 침실에서 자신의 연인인 세실리아가 다른 남자와 뒹굴고 있다는 ‘고려가요’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국내 발매반에서 이 곡은 ‘그레이티스트 히츠’ 앨범에서 ‘흔적’을 볼 수 있다. 앨범 표지를 유심히 보면 칼로 긁은 듯한 자국이 있다는 사실….

핑크 플로이드, <Brain Damage> in <The Dark Side of the Moon>(1971)

빌보드 앨범 차트에 741주 동안 머물렀다는 핑크 플로이드의 앨범 <The Dark Side of the Moon>의 한국 라이선스 버전에는 여러 가지 판본이 있다. 그 하나의 판본의 콘텐츠는 원판(오리지널 에디션)의 콘텐츠를 완벽하게 담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표지에는 두곡의 이름이 빠져 있다. 하나는 <Us and Them>이고 다른 하나는 <Brain Damage>. 나중에 나온 이본(異本)에는 이 곡들이 빠져 있다. 그런데 왜 표지에 곡목이 적혀 있지 않은 곡이 음반에는 수록되어 있었을까. 이유는 이 앨범이 트랙들 사이에 휴지부(pause)가 없기 때문이었다. 부연하면, 한면이 하나의 트랙처럼 수록되어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내 상상으로는 당시 검열을 맡았던 사람들이 ‘곡이 어디서 끝나는 거야?’라고 헷갈려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 혹은 이 음반의 심의를 신청한 국내 음반사에서 기지를 발휘했을지도 모르는 법이다. 그 덕에 적어도 내가 구매한 음반은 ‘희귀본’이 되었다. 어쨌든 “광인은 당신 머릿속에 있어요”로 시작하는 <Brain Damage>는 숨바꼭질하듯 숨어 있다. 금지곡이었지만 금지되지 않은 채.

퀸, <Bohemian Rhapsody> in <A Night at the Opera>(1975)

금지곡이 한두곡 들어 있는 경우를 예로 들자면 한도 끝도 없지만 “이건 좀 심하다”고 생각되는 경우에서도 가장 심한 경우가 하나 더 있다. 문제의 음반은 퀸의 <A Night at the Opera>인데, “아하 <Bohemian Rapsody>를 말하는구나?”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을 텐데, 금지곡이 하나 더 있었다는 사실은 크게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다름 아닌 첫 트랙인 <Death on Two Legs (Dedicated to…)>라는 곡인데, 수려한 멜로디와 화성을 자랑하는 당시 퀸의 음악답지 않게 거세게 휘몰아치는 곡으로, 제목에 ‘사망’이 있으니 금지곡이 되는 것은 당시로서는 자연스러운 운명이었을 테지만, 문제는 이로 인해 라이선스 LP의 재생시간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는 점. <Bohemian Rapsody>는 명절 때 팝송 프로그램에서 곧잘 나오니, 다소 지겨운 느낌이 있다면 잘 알려지지 않은 <Death on Two Legs (Dedicated to…)>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겠다.

앨리스 쿠퍼, <School’s Out> in <School’s Out>(1972)

1980년대 금지곡의 화살을 가장 많이 받은 장르는 단연 하드 록/헤비메탈 계열의 음악들일 것이다. 주다스 프리스트의 <Screaming for Vengeance>, 메탈리카의 <Welcome Home (Sanitarium)>, 모틀리 크루의 <Dr. Feelgood>, 데프 레퍼드의 <Run Riot>, 건스 앤 로지스의 <Nightrain> 등의 제목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데, 이 ‘형님들’ 음악 가운데 하나만 뽑으라면 아무래도 이렇게 와일드하고 엽기적인 형님들의 원조 격인 앨리스 쿠퍼의 <School’s Out>을 꼽아야 할 것 같다. 이유를 묻는다면, 앨리스 쿠퍼는 ‘전곡 금지’라는 불명예를 안았던 뮤지션이었다는 사실을 언급해야 할 듯. 이렇게 전곡이 금지당한 외국 아티스트들이 피트 시거, 리드밸리 같은 ‘사회파’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불명예는 영예가 될 수도 있겠다. 혹자는 전곡 금지의 사유가 “Don’t you know people are starving in Korea”(“Generation Landslide ’81”)라는 가사 때문(국가모독?)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 곡은 1981년에 발표된 곡이라서 그전부터 금지된 이유는 설명하지 못할 듯. 어떤 곡이든 지금 들으면 온건하고 얌전하게 들리기만 하는데….

프린스, <Darling Nikki> in <Purple Rain>(1984)

프린스 본인이 주연한 영화의 사운드트랙 앨범이자,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 반년 가까이 정상을 차지하고 1980년대 명반을 뽑을 때 1, 2위를 다투는 작품. 그렇지만 프린스와 한국의 인연은 악연에 가까운데 이 작품도 온전한 형태로 듣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이유인즉 <Let’ Go Crazy>와 <Darling Nikki>가 금지곡으로 지정되었기 때문. 특히 <Darling Nikki>는 흥미로운 사연을 가지고 있는데, 다름 아니라 미국의 민간음악검열단체 PMRC(Parental Music Resource Center)가 탄생하는 직접적 계기를 제공했다는 것. 사건의 발단은 앨 고어의 부인 티퍼 고어가 딸과 함께 이 노래를 듣다가 화들짝 놀라서 알음알음 모은 사람과 함께 1985년 5월 PMRC를 설립한 것. 가사는 “I knew a girl named Nikki/ I guess you could say she was a sex fiend/ I met her in a hotel lobby/ Masturbating with a magazine.” 하지만 박진영 등의 노력 덕인지 이제 이런 가사를 들어도 그러려니 할 뿐인데….

펫 숍 보이스, <West End Girls> in <Please>(1986)

험악한 사나이들의 우지끈 쿵쾅거리는 사운드만 금지의 멍에를 뒤집어썼다고 오해하는 것은 금물. 런던 출신의 멋쟁이 팝 듀오 펫 숍 보이스의 ‘댄스 음악’도 사정은 마찬가지. <West End Girls>에 대해서는 과거 나의 지인이 쓴 문구를 인용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 같다. “이 곡은 서구 문명의 몰락에 대한 전망을 한 개인의 분열증으로부터 사회주의의 황금기에서 붕괴에 이르는 거대한 역사적 드라마에서 발견하고 있다. 1절에서는 일상생활의 광기와 자살 충동에 대한 냉정한 테크놀로지에 대해, 2절에서는 현대 문명의 다양한 선택의 가능성 이면에 있는 공허함에 대해 한탄하고 있다. 3절은 과거와 미래 모두 탈역사화되고 영원한 현재만이 남았다는 ‘역사철학’적 성찰을 보여준다.” 그렇게 깊은 뜻이? 그렇지만 경박한 댄스 리듬이 이런 ‘진지한’ 메시지를 쉽게 중화해주니, 한때 횡행했던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를 추억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

U2, <Running to Stand Still> in <The Joshua Tree>(1987)

무더기 금지곡 지정 이후 누더기가 되어 발표된 음반의 역사는 1980년대 중반까지도 끝나지 않았다. 지금이니까 이렇게 말하지 그때는 반쪽이 되다시피 한 음반을 얼떨결에 구입한 뒤 분을 삭이지 못했던 기억이…. 1980년대 이후 최고의 록밴드가 된 U2의 최고 걸작 <The Joshua Tree>가 또 하나의 예다. 4, 5, 6, 7번 트랙에 해당되는 <Bullet the Blue Sky> <Running to Stand Still> <Red Hill Mining Town> <In God’s Country>가 줄줄이 금지당해 게이트 폴더(이른바 더블 재킷)씩이나 만들어낸 LP에는 A면에 세곡, B면에 네곡이 수록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전쟁의 참상을 경험하게 해주는 듯한 <Bullet the Blue Sky>의 긴장감도 좋고, 아일랜드 광산촌에 와서 광부가 부르는 민요를 듣는 듯한 <Red Hill Mining Town>의 정겨움도 좋지만, ‘무언가’에 중독된 사람이 도시의 황폐한 모습을 묘사한 <Running to Stand Still>의 잔잔하고도 강렬한 감정을 추천해본다.

김추자 <거짓말이야>, 김정미 <아니야>, 이장희 <그건 너>, 송창식 <왜 불러>

마지막 10번째 트랙으로는 국내 금지곡 네곡을 메들리로 들어보기를 추천해본다. “거짓말이야”를 네번 반복하는 김추자의 목소리나 “아니야 아니야 그 사람 아니야”라는 김정미의 목소리는 육감적이고 섹시하기까지 한데, 이걸 정권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했다는 풍문이 들려온다. 이장희가 “그건 너, 그건 너, 바로 너 때문이야”라고, 송창식이 “왜 불러 왜 불러… 이제 다시는 나를 부르지도 마”라고 외치는 것을 ‘정권에 대한 반항’으로 인식했다는 풍문도. 한편으로는 이런 풍문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고(너무 황당하니까…), 다른 한편으로는 이 곡들의 가수나 작곡자들이 마음속으로는 정말 도전적이고 반항적이었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너무 이상한가?). 어쨌거나 당대에는 워낙 유명했던 곡이지만 기억에서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으니 민족의 명절에 대중음악의 전통을 한번 되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메리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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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승부터 발랄까지, 추석음악 7선
2006.09.29 / 김영 기자 

매년 돌아오는 긴 연휴. 한편 즐겁지만 한편으론 지루하다. 책과 만화, 영화와 TV 특별 프로그램을 선별해 ‘추석나기 올가이드’라는 이름으로 반복 소개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수많은 장르의 아이템 중에서 꽉꽉 막히는 도로 위에서든 집안 방구석에 틀어 박혀서든 간편히 즐길 수 있는 것은 역시 음악. 며칠 전 발매된 따끈한 신보부터 몇 달 전 깜빡 놓치고 지나간 음반까지, 올해 발매된 숱한 음반을 뒤져봤다.

추석용 음반을 떠올릴 때엔 두 가지의 서로 다른 고민에 부딪힌다. 찬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의 특성상 말랑말랑 다정한 선율을 고를 것인가, 무료한 나날을 충전시켜줄 상큼하고 신나는 리듬을 선택할 것인가. 팻 매스니와 브래드 멜다우의 듀오 앨범 <Matheney Mehldau>는 그런 고민과 상관없이 무조건 추천할 만한 음악이다. 재즈의 깊이를 껴안는 동시에 재즈의 자유로움을 누릴 줄 아는 각기 다른 스타일의 두 연주자가 함께했다는 것만으로도 주목할 이유는 충분하다. 굳이 음색을 가르자면 가을용 서정에 가까울 터. 그러나 연륜과 패기를 자랑하는 이 두 명의 재즈 뮤지션은, 센티멘털리즘으로 치장된 달콤한 재즈와는 거리가 멀다. 팻 매스니 특유의 촉촉한 기타와 브래드 멜다우 특유의 부드러운 연주가 어우러지는 장관,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재즈에 뿌리를 두었으되 장르를 훌훌 벗어나 제 색깔을 찾아가는 또 한 명의 뮤지션이 있다. 상반기를 겨우 넘긴 지금이지만 성급함을 무릅쓰고 ‘올해의 목소리’로 손꼽을 만한 코린 베일리 래의 동명 앨범 <Corinne Bailey Rae>. 데뷔 앨범 한 장이 그녀를 스타로 만들었다. ‘소울풀한 노라 존스’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노라 존스와의 비교마저 찬사로 여겨지지 않을 만큼 역량 있는 보컬이다. 재즈와 포크, R&B와 소울, 팝의 감성을 황금비율로 섞은 음악은 기교를 줄이고 서툰 모방을 없앤 그녀만의 목소리에 썩 잘 어울린다. 대중성과 완성도를 고루 갖춘, 다들 말은 쉽게 하지만 쉽게 이르지는 못하는 경지에 이 소녀는 이미 올라 있다. 더구나 가을, 재즈 보컬이 절로 그리워지는 철이다.

그러나 가을 서정이 아무리 짙어져도, 올해 한국의 음악팬들은 여름의 흥분을 잊기 어려울 것이다. 지난 8월 열렸던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처음 만나는 3일간의 잔치를 통해 지우기 힘든 도취를 선사해줬다. 헤드라이너로 나섰던 스트록스와 프란츠 퍼디난드, 블랙 아이드 피스의 공연도 훌륭했지만 뜻밖의 발견은 세컨트 스테이지에 섰던 제임스 므라즈. 페스티벌 덕분에 4년 전 나왔던 제임스 므라즈의 데뷔 앨범 <Waiting for My Rocket to Come>까지 올해 라이선스 발매됐다. 미국식 록을 토대로 삼긴 했으나 이 청년의 머릿속에는 음악의 장르 구분이라는 게 본디 없어 보인다. 포크와 재즈, 팝과 힙합, 일렉트로니카에 보사노바까지 왕성히 끌어들이는 혼성 모험가. 그런데도 가사는 어찌나 애틋하게 가슴을 저며 오는지, 그의 방향을 가늠할 길이 없다. 므라즈의 이름이 각인됐다면, 작년에 순서를 바꿔 국내 발매됐던 2집 <Mr. A-Z>까지 챙겨 보는 것도 좋겠다.

펜타포트의 추억이라면 플라시보 또한 빠뜨릴 수 없다. 여름밤 야외무대에서 펼쳐진 그들의 공연이 훌륭했는지 아닌지, 그런 건 사실 중요치 않다. 무려 10년을 기다렸다. 플라시보는 동명 데뷔 앨범 <Placebo>(1996)로 단숨에 영국음악계의 혜성으로 떠올랐다. 그들은 10년 동안 천천히 세계를 중독 시키며 퇴폐와 상실의 늪으로 청자들을 이끌었다. 그런 카리스마를 확인하는 자리는 거기 있을 수 있다는 것으로 충분했다. 기억을 지우기 않기 위해, 또는 그 자리에 있지 못한 것을 보충하기 위해 올해 봄 발매된 플라시보의 <Meds>를 더욱 곱씹는다. 10년 동안 잘 숙성된 플라시보표 음악이 가득하다. 추석 직전에는 10주년 기념 앨범 또한 발매를 계획하고 있다 전한다.

하지만 10년쯤의 음악 인생이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 때가 있다. 반세기를 음악과 함께 살아온 드문 뮤지션들에게 음악은 곧 삶이다. 노장이라 불리는 이들은 많다. 그러나 월드뮤직의 대모와 대부인 세자리아 에보라와 베보 발데스만큼 음악의 변방에서 제 힘으로 선, 힘 있는 뮤지션은 드물다. 두 거장은 모두 올해 모두 새 앨범을 발표했다. 매번 이것이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그들의 신보를 기다리지만, 그들은 언제나 우리보다 젊고 당당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카보 베르데 출신으로, 한 많은 나라와 한 많은 생을 고스란히 음악으로 녹여내는 노년의 뮤지션 세자리아 에보라의 <Rogamar>는 애수와 희망이 교차하는 바닷가의 노래를 들려준다. 들을 때마다 눈이 젖고 다시 들을 때에는 마음이 출렁인다. 쿠바음악의 생생한 전설 베보 발데스는 이제 나이가 아흔에 가깝다. 평생을 피아니스트로 살아왔지만 피아노 솔로 앨범은 그조차도 이번이 처음. 베보 발데스의 <Bebo>는 쿠바 재즈의 고전들을 가져오면서 쿠바의 전통을 충실히 따른다. 17개의 트랙이 하나같이 빛나고 모두가 정교한 보석과 같다. 월드뮤직이 낯선 이라도, 이들을 놓치는 건 아까운 일이다.

컴필레이션 앨범 <아가미>는 올해 발매된 앨범 중, 가장 훌륭하지는 않을지라도 가장 새롭고 주목할 만한 시도다. 젊은 뮤지션 정재일이 프로듀서를 맡은 이 앨범은, 2000년대 한복판에서 난데없이 튀어 나온 민중가요 모음집이다. 70, 80년대의 한 많은 시절,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던 피 끓는 노래들이 지금, 한대수, 이적, 윈디시티, 스윗소로우, 전제덕 등 다양한 뮤지션들의 입을 통해 불려진다. 참여한 이에 따라 곡에 따라 편차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런 돌출 행동이 많아질수록 우리 음악계도 풍성해질 수 있다. 추석과 민중가요의 조합이 썩 어울리지는 않지만, 징검다리 휴일이 끼어 어느 때보다 기나긴 연휴라면 고정관념을 깨볼 여유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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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뱅잉 기술 가운데 가장 쉽고 보편적인 스타일. 말처럼 리듬에 맞춰 머리를 위 아래로 흔들기만 하면 된다. 호주 출신 하드락 밴드 에이씨디씨(AC/DC)의 리드 기타리스트 앵거스 영(Angus Young)이 하는 동작이 이 바닥에서는 정석이니 참고하면 되겠다.
머리를 원 모양으로 휘젓는 기술. 돌아가는 그 모양이 닮았다하여 풍차(Windmill) 및 헬리콥터(Helicopter) 기술이라고도 불린다. 이는 자주 하는 사람들에게야 식은 죽 먹기겠지만 초보자들에겐 주위 사물과의 예기치 못한 충돌과 심각한 현기증 등을 안겨줄 수 있으니 주의가 요구된다. 이 기술은 미국 헤비 메틀 밴드 와스프(W.A.S.P)의 프론트맨 블래키 롤리스(Blackie Lawless)가 널리 유행시켰으며 미국 데스 메틀 밴드 캐니발 콥스(Cannibal Corpse)의 조지 "콥스그라인더" 피셔(George "Corpsegrinder" Fisher)와 메틀리카의 전 베이시스트 제이슨 뉴스테드(Jason Newsted), 파워 메틀 밴드 판테라를 이끌다 하늘나라로 간 다임백 대럴(Dimebag Darrell), 그리고 포스트 메틀리카를 꿈꾸는 미국 플로리다 출신 메틀코어 밴드 트리비움(Trivium)의 기타리스트 코리 불루(Corey Beauleau)가 자주 선보였다. 써큘러 스윙이 몸에 익고 나면 원 하나를 더 만들어 머리를 팔자(8자)로 돌리는 피겨 에잇(The Figure Eight)도 권해본다.
고개를 숙인 채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까지 반원을 그리며 왔다 갔다 하는 방법이다.(시계추를 떠올려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지난 8월 8일, 새 앨범 을 발매한 미국 스래쉬 메틀 밴드 슬레이어(Slayer)의 탐 아라야(Tom Araya)가 이 기술을 잘 쓴다.
고개를 오른쪽 왼쪽으로 젓는, 일명 '도리도리' 기술이다. 미국 인더스트리얼 메틀 밴드 스태틱-엑스(Static-X)의 프론트맨 웨인 스태틱(Wayne Static), 핀란드 멜로딕 데스 메틀 밴드 칠드런 오브 보돔(Children of Bodom)의 프론트맨 알렉시 라이호(Alexi Laiho), 그리고 스웨덴 출신 프로그레시브 메틀 밴드 오페스(Opeth)의 베이시스트 마틴 멘데즈(Martin Mendez)와 메틀리카의 베이시스트 로버트 트루히오(Robert Trujillo)가 즐겨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 앤 다운 기술을 좀 더 '과격하게' 응용한 것으로 멋은 있으나 하고 나면 쉽게 목이 저려오는 단점이 있다. 이 기술의 대표 뮤지션이라면 역시 에이씨디씨의 앵거스 영을 빼놓을 수 없으며 미국 뉴메틀 밴드 슬립낫(Slipknot)의 리드 기타리스트 믹 톰슨(Mick Thomson), 그리고 이미 저 세상 사람이 된 메틀리카의 전 베이시스트 클리프 버튼 (Cliff Burton)도 그에 못지않은 실력을 뽐낸 바 있다.
두 사람 이상이 나란히 서서 헤드뱅잉을 하는 기술이다.(이 때의 헤드뱅잉은 주로 업 앤 다운이다.) 영국 헤비 메틀 거장 주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의 두 기타리스트 케이케이 다우닝(K.K. Downing)과 글렌 팁튼(Glenn Tipton)이 가장 먼저 선보였는데 해보면 알겠지만 ‘닭살’이 이만저만이 아니니 미리 각오해두는 것이 좋겠다.

물론 이 밖에도 인간의 몸이 허락하는 만큼 헤드뱅잉 기술은 얼마든지 더 있을 수 있다. 물구나무를 서서 할 수도 있는 것이고 허리를 뒤로 꺾어 흔들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좀 위험하긴 하지만 옥상에서 뛰어내리며 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관절에 무리 주는 ‘웨이브’나 뼈를 꺾는 아픔의 ‘로봇 춤’이 다는 아닌 것이다. 복잡한 기술 없이도 누구나가 직접(또 금방) 해볼 수 있는 헤드뱅잉. 이것이야말로 가장 경제적이고 대중적인 뮤지션들의 액션이 아니겠는가.
(음악 포털사이트 KTF 도시락www.dosirak.com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글 / 김성대(acdcrock@changg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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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7년 R.E.M.을 떠났던 드러머 빌 베리(Bill Berry)가 10여년의 공백을 깨고 밴드에 전격 복귀했다.

R.E.M.은 오는 9월 16일 '조지아 주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예정인데, 애틀랜타에서 벌어지는 이 행사에서 밴드는 빌과 함께 그의 환영식을 겸한 자축 무대를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97년 밴드를 공식 탈퇴했던 빌 베리는 작년 10월 밴드의 로디였던 드윗 버튼(Dewitt Burton)의 결혼식에서 딱 한번 멤버들과 호흡을 맞춰봤을 뿐 10년의 시간 동안 밴드와 음악적인 교류는 일체 없었다.

1995년 뇌동맥류(brain aneurysm) 판정으로 울며 겨자먹기로 밴드를 떠났던 그는 최근 몇 년간 꾸준한 치료로 병세가 호전되자 밴드 복귀를 조심스럽게 타전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건강상의 문제로 밴드를 떠날수밖에 없었던 옛동료를 안타깝게 여긴 R.E.M.은 이후의 음악활동을 그의 빈자리를 메꾸지 않은 채로 진행, 20년 우정의 참모습을 보여주었었다. / www.changg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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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9-09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R.E.M을 위하여 만세 삼창~! 만세 ~! 만세~ ! 만세~ !
 

지난 봄 재결성을 선언했던 스매싱 펌킨스가 현재 스튜디오에서 신작을 녹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앨범의 프로듀서는 그들의 홈페이지에 명기된 대로 로이 토마스 베이커(Roy Thomas Baker). QueenDarkness의 작품을 담당한 바 있는 베테랑이다.

프론트맨 빌리 코건은 밴드의 공식 사이트를 통해 "최근 새앨범에 필요한 곡들을 쓰고 또 녹음하고 있다"라고 밝혔는데, 기대를 모았던 '라인업'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현재 스매싱 펌킨스에서 포지션이 확정된 사람은 드러머 지미 챔벌린 단 한 명 뿐. 합류가 유력시되던 전임 베이시스트 멜리사 아우프 더 마우어는 아직까지 마음의 결정을 채 내리지 못했으며, 기타리스트 제임스 이하의 경우 합류 가능성은 오히려 멜리사 보다 더 낮은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한편 디아시의 경우 빌리 코건의 멘트에서나 현지 언론의 기사에서나 전혀 거론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 www.changg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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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08-20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이런 기쁜 소식이!!

키노 2006-08-20 0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저두 너무나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