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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평론가, 그것도 대중음악 평론가의 작업을 공개하는 것은 거의 아무런 흥분도 불러일으킬 수 없을 것이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평론가’와 ‘일반 대중’의 차이가 별로 크지 않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평론가 중에는 음악 이론에 대해 잘 아는 사람도 있고 음향 장비나 스튜디오 시스템에 대해 잘 아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음악 경력이 있는 사람도 있고, 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사람도 있다. 혹은 뮤지션들과 친분이 있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음악을 들을 때 ‘음. 이 곡의 녹음에는 매킨토시 컴퓨터를 썼군’ 같은 생각을 제일 먼저 하지는 않는다. 그럼 무슨 생각을? 당연히 ‘참으로 구리구나’ 아니면 ‘우와, 죽인다’이다.
평론이라 부를 수 있는 작업은 그 다음에 이루어진다. 참으로 구린 이유 혹은 정말로 죽이는 이유를 설명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납득시키는 작업. 하지만 사실, 그럴 필요가 있는가? 구리거나 좋거나, 그것이면 그만이 아닐까? 그에 대해서는 다른 글이 따로 필요할 것이다. 여기서 다루는 것은 ‘참으로 구리구나’라고 탄성을 내지른 뒤 신문이나 잡지, 혹은 인터넷 사이트에 평론가라는 이름으로 글을 올리는 사람들이 실제로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것이다(아쉽게도 ‘직업적 비밀’을 모두 공개하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조금씩은 숨기는 게 있는 법이다). 물론 지금 여기서 말할 내용이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런 사람들 중 하나의 경험담을 정리한 것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아마 어느 정도는 일치할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누가 알겠는가, 그렇게 하는 것 자체가 조금 전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 될지.
음악에 대한 단순한 의견 표명(구리다 혹은 죽인다) 이상의 글, 즉 평론을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준비할 것이 몇 가지 있다.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과 같은 정신적 준비물은 일단 빼자.

오디오 동호회 같은 곳에서 말하는 ‘황금 귀’일 필요는 없다. 인간의 귀면 된다.

음원은 아래 03 항목과 연관되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평론가에게는 특수 제작된 CD가 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특수 제작된 CD인 건 맞다. 여러분이 사는 CD보다 후지게 제작되긴 했지만. 비매품 딱지가 붙은, 정품과 똑같은 프로모션용 CD가 오기도 하지만 흔히 ‘알판’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CD가 보도 자료나 음반 정보와 함께 오는 경우도 많다. 알판은 제목과 아티스트 이름 말고는 아무것도 인쇄되지 않은, 반투명 비닐 케이스에 담긴 CD다. 처음에야 신기하지만 나중엔 예쁘게 포장된 정품 CD가 그리워진다. 공CD에 구워 네임펜으로 제목만 적은 알판도 있고, 사정이 여의치 않은 경우는 높은 비율로 압축된 MP3 음원을 먼저 보낸 뒤 나중에 CD를 주기도 한다. 지금까지 언급한 상황은 모두 의뢰를 받은 경우다. 홍보의 손길이 잘 미치지 않는 작은 웹진 같은 곳에서는 음원을 자비로 직접 구하는 일이 빈번하다.

역시 꿈에서나 볼 수 있을 홈 씨어터 시스템일 필요는 없다. 물론 좋은 오디오를 사용한다면 음의 정보량을 더 많이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그렇게까지 들어야 음악을 이해할 바에는 안 듣는 게 낫다. 버스의 싸구려 스피커에서 나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것이 좋은 대중음악이다. 즉 대중음악은 ‘사운드’의 음악이기도 하지만 ‘효과’의 음악이기도 한 것이다. 따라서 MP3 플레이어도 상관없다(음원을 MP3의 형태로 얻은 경우라면 반드시 필요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MP3으로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음악을 들을 줄 모르는 짓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요즘도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MP3을 구할 줄 모르거나 MP3 플레이어 사용법을 모르거나, 아니면 둘 다일 것이다.

‘신해철은 넥스트의 멤버다’는 사실이지만 ‘넥스트는 신해철이 독재자 역할을 하는 밴드다’는 판단이다. 판단을 위해서는 정보가 필요하다. 정보는 뜬소문(‘신해철이 독재를 한다더라’)에서부터 확실한 사실(이 글의 필자가 넥스트의 연습실에 갔다가 신해철이 자기 뜻대로 하기 위해 멤버들을 협박하는 장면을 봤을 경우)까지 모두 포함한다. 그리고 실제 사용되어야 하는 것은 정확한 정보다. 판단을 위해 자기가 아는 정보를 모두 나열할 필요는 없지만 읽는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을 만큼은 공개되어야 한다. 잘못된 정보는 설사 음악에 대한 판단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하더라도 평론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 신해철이 아니라 신대철이 넥스트의 멤버라고 쓴다 해서 음악이 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넥스트는 신대철이 독재자 역할을 하는 밴드다’라고 서슴없이 쓰는 사람이 넥스트의 음악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그 말을 믿을 사람은 없다.

덧붙여, 사실에 근거한 판단과 음악에 대한 판단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넥스트는 신해철이 독재자 역할을 하는 밴드’라는 판단과 ‘넥스트의 음악은 별로다’라는 판단은 별개의 것이다. 아무리 당신이 민주주의를 사랑하고 독재자를 미워해도 소용없다. 다만 인간이 하는 일인지라 이 둘을 완전히 별개로 놓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는 사실이 위안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둘을 이어 붙이려는 유혹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은 해야 한다. 그렇게 했는지 하지 않았는지는, 조사하면 다 나온다.

이 경우 지식이란 음악적 지식이다. 음악적 지식은 밴드나 뮤지션의 이름에서부터 장르나 스타일에 대한 명칭, 악기 연주법, 음향과 녹음 장비 조작법, 혹은 화성학과 대위법까지 이를 수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달리 생각할지 몰라도, 음악적 지식이 평론에서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다. 빌보드 차트를 모두 외우고 있는 음악 매니아, 놀라운 감각을 가진 음향 엔지니어, 위대한 기타 연주자가 훌륭한 평론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음악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고 어떻게 진행되는지 더 잘 설명할 수는 있지만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보다 인기가 많은 이유에 대해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대중음악 평론은 그런 종류의 질문(인기나 영향력에 대한 질문과 평가들)을 상당 부분 포함한다.

그러나 최소한의 지식은 필요하다. 그건 과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읽는 이와의 소통을 위한 것이다. 레드 제플린의 음악을 ‘모타운’소울이라고 설명하거나 SG 워너비의 음악을 헤비 메틀이라고 써놓으면 독자와의 소통에 문제가 생긴다. 그러나 그 정도의 지식은, 만약 당신이 음악을 평하는 일에 재미를 느낀다면 어느 정도 갖고 있을 것이다. 그 정도면 시작으로서는 충분하다.
이 글의 필자도 해당되기 때문에 사실 넣을까 말까 망설인 항목이다. 그러나 의외로 많은 평론가가 자신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데 실패한다. 문장을 너무 길고 난삽하게 쓰거나, 비문을 쓰거나, 맞춤법을 틀리거나, 소위 ‘먹물’들 사이에서 잘 쓰는 말(예를 들면 ‘억압의 기제’ 같은)을 쓰면서 지적 수준을 과시하거나, 평생 한 번 들어볼까 말까 한 단어를 애완동물 이름 부르듯이 자주 사용하게 되면 읽는 쪽에서는 난처해진다. 필요하면 써야겠지만 음악평론을 하면서 ‘억압의 기제’ 같은 말이 필요할 일과 로또에 당첨되는 일 중 어느 쪽이 더 자주 생길까?
이제 준비물을 대충 갖춘 이 글의 필자가 감동적이고 화려한 문장과 객관적이고 날카로운 시각, 음악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줄줄 흐르는 완벽한 평론을 쓸 준비가 되었을 리는 없다. 평론이란 건 시행착오를 전제한다. 잘못된 정보를 전하거나 평하는 음악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보지 못할 가능성은 늘 있다. 또한 ‘산업적 상황에 대한 고려’라는 완곡한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순간도 찾아온다.
이제부터는 평론 작업이라는 일을 할 때 실제적으로 부딪히는 문제들 몇 가지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평론가는 항상 이런 문제들과 부딪히면서 실수를 하고, 혹은 아주 잘 해내고, 때로는 다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을 갖는다. 여러분이 학교나 직장에서 그렇듯 말이다. 그리고 여러분이 학교나 직장에서 그렇듯, 평론가 역시 다시 한 번 마음을 추스르고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쓴다. 적어도 그 일이 좋고, 작으나마 그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적으나마 약간의 수입도 얻을 수 있다면 말이다. 그것이 인생 아니겠는가.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정확한 사실 혹은 정보는 중요하다. 이때 정보는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음악에 관한 정보이고 다른 하나는 아티스트에 대한 정보이다. 음악에 대한 가장 정확한 정보는 음반 내지의 크레딧에서 찾을 수 있다. 만약 크레딧이 부실해서 올바른 정보를 얻을 수 없다면 그건 아티스트의 책임이다. 그럼에도 평론가는 주의할 필요가 있는데, 설사 크레딧에 표기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기타 소리와 베이스 소리를 혼동했다면 그건 평론가의 잘못이기 때문이다.

해외 음악의 경우 약간의 영어 실력만 있다면 아티스트와 관련된 정보를 찾는 것은 국내보다 쉽다. 예를 들면 <올 뮤직 가이드(All Music Guide)>와 같은 웹사이트에서는 아티스트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수시로 업데이트하고 있고 정확성에 있어서 높은 신뢰도를 보인다. 한국에는 아직 그런 정도의 체계적이고 방대한 데이터 베이스 작업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뮤지션 본인도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신문과 잡지 같은 매체에도 틀린 정보가 나가는 일이 종종 있다.

외국 음악을 평할 때 혹시 정보를 얻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외국 매체의 평을 번역해서 표절하는 일은 없을까? 없다고 장담하지는 않겠다. 평론가가 모두 백조 깃털처럼 우아한 존재도 아니고. 하지만 많은 평론가가 사전을 찾아가면서 외국 매체의 평론을 해석할 시간에 차라리 자신의 의견을 담고 싶어할 것이다. 그리고 종종, 노련한 평론가의 경우는 그렇게 소신껏 피력한 자신의 의견과 외국 매체의 평론이 큰 차이가 없다는 데서 기쁨(이나 슬픔)을 느끼기도 한다.
기본적인 사실 관계를 파악한 뒤 평론가는 본격적으로 평을 쓰기 시작한다. 혹은 ‘참으로 구리다’를 길게 늘려 쓰기 시작한다. 이 때 평론가의 주관이 개입한다. ‘이 곡에서는 채찍 소리를 효과음으로 쓴다’까지가 사실이라면 ‘그렇기 때문에 혐오스럽다’는 평론가의 의견이다. 문제는 이것이 종종 강압적으로 비쳐진다는 사실이다. 어떤 이는 채찍 소리가 없다면 그 곡은 마이크 없는 노래방 기계와 같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이 멍청한 평론가는 마치 내 귀가 썩기라도 한 것처럼 이야기한다. 소설이나 영화와 달리 물리적인 실체가 없는 음악에서 이런 대립은 종종 극단적으로 치닫기도 한다.

이때 평론가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자신이 독자와 이종격투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즉 이 대립에서는 승부를 낼 필요가 없다. 따라서 평론가는 자신이 어째서 그것을 혐오스럽다고 생각하는지를, 그리고 그런 판단은 평론가 자신의 관점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정확히 표현해야 한다. 자신은 오늘날 과격한 음악만이 판치는 세상에서 부드럽고 선명한 음악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그 채찍 소리는 대중음악의 폭력성이 갈 데까지 갔다는 것을 드러낸다는 식으로. 그렇게 될 경우 평론가는 자신이 설득력 있는 의견을 제시했음을 내세울 수 있다. 그러면 평론가의 역할은 끝난다. 물론 원고지 매수가 정해져 있고 마감이 급박한 상황에서 이런 일을 해내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경우가 많다.
산업적 고려란 말이 멋지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결국 이건 ‘눈치보기’를 달리 표현한 것이다. 평론가가 만약 조금이라도 이름을 얻어서 이리저리 글을 쓰기 시작한다면, 그는 싫건 좋건 자신이 쓰는 글이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다 담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YG 기획사가 운영하는 웹진에서 의뢰 받은 평론을 쓰면서 ‘세븐의 음악은 빅마마보다도 더 형편없다’고 쓰기 위해서는 굉장한 용기가 필요하다.

이는 단지 돈 때문만은 아니다(많은 대중음악 평론가들이 평론 외의 다른 직업을 갖고 있다). 그는 글을 씀으로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는 기쁨을 포기하고 싶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음악을 매체를 통해 다른 이들에게 알리고 싶어한다. 그러기 위해 그는 어느 정도의 타협을 감수하게 되며, 하고 싶은 말을 돌려서 하는 기술을 쌓게 된다. ‘세븐의 음악이 빅마마만큼 형편없는 건 아니다’와 같은 식으로.

그러한 산업적 고려가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부분은 음반 해설지이다. 해외 음악의 라이선스 음반에 실리는 해설지는 몇몇 경우를 제외한다면 비평이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해설이다. 비평처럼 보이는 부분이라도(이를테면 ‘이 놀라운 음반은 대단하다’와 같은)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써야 하는 음반의 음악이 신통치 않을 경우는 무척 난감해지고, 일이 끝나면 양심의 가책을 느낄 수도 있다(그 점에서 이 글의 필자는 지금까지 무척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이런 상황을 근거로 ‘평론가는 음악 산업의 하이에나와 같다’고 말할 지도 모른다. 그 말은 진실일지 모르지만 진정한 진실은 아니다. 평론이라는 것이 하나의 직업이 되던 그 순간부터, 평론가는 좋건 싫건 자신이 평해야 하는 분야의 산업에 대해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중음악 평론가들에게 음악 산업이란 혐오스럽기도 하지만 자신들 직업의 근원이기도 하고, 때로는 경탄할 만큼 놀라운 결과물을 제공해주는 분야인 것이다.

아마도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평론가들이 음악 산업의 요구에서 일정 정도 자유로울 수 있는 경제적 여유가 보장되는 상황일 것이다. 완전히 자유로운 순간은 올 수도 없고 와서도 안 된다. 만약 정말 그런 순간이 오면 대중음악평론은 오히려 자신이 꼭 갖고 있어야 하는 (음악 산업과의) 긴장감을 잃어버리게 될 지도 모른다.

글 / 최민우 (eidos4@freechal.com)

음악 포털사이트 KTF 도시락www.dosirak.com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 "네티즌의 음악평, 음반정보가 있는 곳" 창고닷컴 changg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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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06-05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재밌는 글이군요. 이거 가져갈게요.
 


매일 수많은 음반들이 쏟아져 나옴에 따라 음악을 듣는 우리들 역시 하루하루 거기에 따라가기가 벅찬 것이 사실이다. 신보를 구입해놓고 몇 번 듣지도 못한 채 또 다른 앨범을 들어야 하니 이야말로 원통해할 일이 아니고 무엇인가. 몇 년 전 구입한 앨범들은 새롭게 선보이는 신보들 틈바구니에서 맥도 못 추고 저 깊숙한 곳에 숨어서 당신을 노려볼지도 모른다. 제발 날 좀 한번 쳐다봐 달라고... 그 앨범들도 처음에는 닳고 닳도록 들으며 동고동락했을 터인데 지금에 와선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한 때 연인보다 더 열렬히 사랑했던, 목숨보다 소중히 여겼던 또는 정말 명반인데 모르고 지나쳐 갔었던 앨범들을 다시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아마도 여기 소개하는 앨범들은 모두가 나름대로 매니아 정신에 입각해 들었던 것들일 것이다. 그 때의 그 매니아 정신을 다시 한번 펼쳐보는 것은 어떨까. 저 멀리... 저 높이...

글 / 문양미 in changgo.com
디자인 / 정미선 in changgo.com

Belle & Sebastian - The Boy With The Arab Strap (Matador , 1998)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우 출신의 8명의 멤버로 구성된 벨 앤 세바스찬의 세 번째 앨범으로 앨범 타이틀에 명시된 ‘아랍 스트랩’은 성기구의 일종. 이들은 이 앨범으로 차트 12위까지 올랐으며 브릿 어워즈에서 ‘Best Newcomer'에 오르기도 하는 등 이들을 오버그라운드로 진출하는데 한 몫 톡톡히 한 앨범이다. 초록색 바탕에 한 소년이 가슴에 화살을 맞은 앨범 자켓 역시 사람들의 입에 수없이 오르내린 부분. 전작까지의 이들이 달콤하고 아름다운 선율의 순수한 포크 사운드를 보여주었다면 이 앨범에서는 바이올린, 첼로 등 현악 스트링이 전면에 나선 챔버팝적인 성향이 강하다. 그로 인해 리더인 스튜어트 머독(Stuart Murdoch) 뿐만 아니라 멤버 전원의 색깔이 앨범에 고루 나타난 확실한 팀웍을 보여준다. 물론 벨 앤 세바스찬 특유의 맑고 아름다운 포크 사운드 안에 재치 있는 가사를 통한 시니컬하고 냉소적인 시선은 그대로 담겨 있다. 이번 앨범 역시 그들의 일상생활에서 겪는 일들을 냉소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곡들로 가득 차 있다. 동명 타이틀인 ‘The Boy With The Arap Strap'은 교도소에 갖힌 친구에 대해 더럽고 악취 나는 사람이라고 표현함과 동시에 그 고립된 작은 방 안에서 고뇌하는 고독한 친구의 모습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또한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주의는 물론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성적 자유로움에 대해서도 잊지 않았다. 이러한 것은 어쩌면 그들 자신에 대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그렇게 가슴에 화살이 박힌 채 괴로워하고 있다. 시니컬한 표정을 지은 채 우리를 쳐다보며...

Derek & The Dominos - Layla & Other Assorted Love Songs (Plydor , 1970)

에릭 클랩튼(Eric Clapton)이 첫 번째 솔로앨범 발표 후 결성한 밴드인 데렉 앤 더 도미노스는 바비 휘트록(Bobby Whitlock, 키보드), 칼 레이들(Carl Radle, 베이스), 짐 고든(Jim Gordon, 드럼), 에릭의 막강한 라인업으로 현재까지도 사상 최대라고 불리우는 블루스앨범인 [Layla & Other Assorted Love Songs]를 발표하였다. 이 앨범은 이전에 야드버즈(Yardbirds), 크림(Cream), 블라인드 페이쓰(Blind Faith) 등에서 보여주었던 에릭의 연주와는 사뭇 다른 스타일로 미국 남부 특유의 단단함 안에서의 연주를 시도하는데 에릭과 듀언 올맨(Duan Allman)의 슬라이드 기타는 정말 환상적이다. 미국 특유의 컨츄리한 락 사운드가 돋보이는 ‘I Looked Away', 진정한 블루스의 고전이 되어버린 ‘Key To The Highway',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의 곡을 리메이크한 ‘Little wing' 등 명곡들로 가득하지만 이 앨범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Layla'이다. 이 곡은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였던 비틀즈(Beatles)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의 부인 패티 해리슨(Patti Harrison)에게 간접 프로포즈를 하기 위해 만든 러브송인 격이다. 서정적이고 가슴을 적시는 아름다운 멜로디의 이 곡을 듣고 있노라면 마음 한 구석이 애틋해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Doors - The Soft Parade(Remastered) (Elektra , 1969)


60년대 비틀즈와 더불어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였던 밴드 도어즈. 그들의 이름은 언제 들어도 강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어 편안한 사운드로 대변되는 비틀즈와는 확연한 차이를 드러낸다. 짐 모리슨(Jim Morrison)의 깊이 있는 목소리와 레이 만자렉(Ray Manzarek)의 잔잔하면서도 가볍지 않은 키보드 선율은 도어즈 음악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98년 라미스터링되어 재발매된 [The Soft Parade]는 도어즈의 다른 앨범들에 못 미친다는 평가도 받긴 하지만 인생의 참 맛을 알고 싶다면 이 앨범을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몽환적이고 환각적인 사운드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평범한 사운드이긴 하지만 다른 앨범들이 워낙 완성도가 뛰어나서 그렇지 전체적으로 편안함으로 일관된 또 다른 도어즈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Dream Theater - Live Scenes From New York (Elektra , 2001)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그래서 어찌 보면 이질감마저도 들게 만드는 드림 씨어터(Dream Theater)의 'Metropolis 2000 Tour'의 마지막 종착지인 뉴욕에서의 실황을 담은 이 앨범은 발매 전부터 미국 테러 사건의 중심지인 무역센터가 활활 타고 있는 자켓으로 인해 예언적인 역할을 했다고 할 정도로 이슈가 되었었다. 이전에 발표했던 두 장의 라이브앨범 [Live At The Marquee][Once In A Livetime]에 비교했을 때 이 라이브앨범은 보다 성숙된 그들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스튜디오 녹음 때와는 달리 스스로 공연 자체를 즐기는 자유로움과 그 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실된 연주와 노래는 대중들과 함께 하나로 어우러져 있으며 딱딱한 긴장감을 완화시킨다. 특히 이 앨범은 3장의 Enhanced Cd로 이루어져 있어 영상 트레일러를 볼 수 있으며 99년 발표한 앨범 [Scenes From New York]에서처럼 의도적으로 컨셉 형식을 취하고 있어 일관성을 보여준다. 첫 곡 ‘Regression'에서부터 마지막까지 최면술사 켄트 브로드허스트(Kent Broadhurst)가 곡 중간 중간 나레이션을 해주며 'The Spirit Carries On'에서 12명의 가스펠 합창단과 테레사 토머슨(theresa Thomason)이 영혼으로 부르는 소울 느낌의 이 곡은 가장 아름답고 강한 인상을 남긴다.
Eels - Souljacker (Dreamworks , 2001)

무엇보다 먼저 단순한 듯 하면서도 강한 인상을 남기는 앨범 자켓이 인상적인 이 앨범은 실험성 가득하고 맛깔스러운 로 파이 사운드로 세상의 아름다움과 혼돈을 노래하는 뱀장어 일스의 네 번째 앨범임과 동시에 베이시스트 타미 월터(Tommy Walter)가 탈퇴하고 이(E, 보컬, 기타, 피아노), 존 패리쉬(John Parish, 기타), 쿨 지 머더(Cool G Murder, 베이스), 부치 노턴(Butch Norton, 드럼)의 새로운 라인업으로 재개한 첫 번째 앨범이다. 이 앨범에서 일스는 전작에서처럼 지글거리는 기타 연주와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보컬을 그대로 보여주는데, 좀 더 다채로워지고 화려해짐은 물론 기타 연주 역시 더욱 거칠어졌으며 불규칙해졌음을 느낄 수 있다. 이는 E와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한 존의 역할이 큰데 그로 인해 일스의 이 앨범은 다소 펑크락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다. 물론 완전히 펑크락이라고 하기에는 E의 보컬이 너무 얌전하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일스에게 있어서 가장 큰 무기는 바로 E의 얌전한 듯 하면서도 거침없이 내뱉는 보컬이 주는 매력에 있다. 이는 첫 번째 곡 ‘Dog Faced Boy'에서부터 발산되며, 이어지는 장난스러운 보컬과 퍼커션의 조화, 지글거리는 기타 사운드의 That's Not Really Funny', 도입부부터 등장하는 현악기의 아름다운 선율과 단순함을 없애주는 드러밍에 어울리는 무미건조한 듯 하면서도 따뜻한 보컬이 포근하게 하는 Fresh Feeling' 등 앨범 곳곳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여러 가지 면에서 벡(Beck)과 비교되지만 결코 벡과 같을 수는 없는 일스만의 독특함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광기어린 앨범이다.

Fleetwood Mac - Rumours (Reprise , 1977)


수많은 멤버 교체에도 불구하고 정말 오랜 시간동안 밴드를 유지해 오고 상업적으로도 가장 성공한 플루트우드 맥의 [Rumours]는 70년대 팝을 알고 싶은 사람에게는 필수적인 아이템으로 감히 명반이라고 말한다. 77년 각종 차트의 상위권에 랭크되고(31주 동안 차트 1위 유지) 3천만장의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엄청난 상업적인 성공과 더불어 음악성까지도 인정받는 플리트우드 맥의 최전성기 시절의 앨범이다. 밴드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으며 수많은 블루스 기타리스트들의 우상이었던 피터 그린(Peter Green)의 아름다운 기타 선율을 들을 수 없다는 것이 한 가지 단점이긴 하지만 나머지 멤버들의 활약은 이 단점을 충분히 덮어주고도 남는다. 프론트맨의 탈퇴는 보통 팀의 와해나 해체로 이어지지만 이들의 경우는 그러한 징크스를 깨뜨린 예이다. 물론 워낙 많은 멤버가 교체되다 보니 이미 익숙해져버렸을지도 모르지만... ‘Don't Stop', 'Go You Own Way', 'Dreams', 'You Make Loving Fun' 등 히트곡들이 너무 많아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이다. 이들은 경쾌하고 화사하며 때론 몽환적이기도 한 다양한 느낌을 주는 이 앨범으로 그래미 어워즈에서 ‘올해의 앨범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Gary Moore - Ballads & Blues(1982-1994) (Charisma , 1995)


게리 무어의 블루스적인 감성이 잘 묻어나 있는 베스트앨범으로 다소 상업적이라는 평도 있지만 게리의 히트곡들을 통해 그의 음악세계를 조금이나마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한 방법으로 택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앨범에는 당시 ‘One Day', 'With Love(Remember)', 'Blue For Narada' 등 세 곡의 신곡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BBC 밴드에서 함께 활동했던 잭 브루스(Jack Bruce, 베이스) 진저 베이커(Ginger Baker, 드럼)가 신곡의 작업에 참여해 앨범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다. 대중적으로 가장 큰 인기를 끌었던 ‘Still Got The Blues', 독특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을 아리게 하는 고전적인 느낌의 보컬이 감각적이면서도 허무한 느낌을 주는 'Empty Rooms', 게리의 숨막히는 연주가 절정을 이루는 'Parisienne Walkways' 등 듣기 편하고 애잔한 블루스 곡들만 모아놓은 말 그대로 'Ballads & Blues'인 앨범이다.

Halford - Crucible (Metal-Is , 2002)


메틀의 신 롭 핼포드(Rob Halford)의 두 번째 솔로앨범으로 ‘노병은 죽지 않는다’고 했던 구절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한다. 물론 주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 때의 최전성기 시절에 비하겠냐마는 이 나이에 이 정도면 정말 그는 여전히 메틀의 신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는지... 헤비메틀이 차츰 소멸되어 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이 앨범은 여하튼 반가움을 전한다. 결국 모든 것은 본질로 돌아간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한 예가 아닐까 싶다. 끊임없는 음악적 열정과 상업적 성공여부를 뒤로한 채 게을리 하지 않는 그의 음악적 노력과 활동, 계속되는 투어는 음악 자체를 뒤로하더라도 가히 본받을만하며 다시 한번 수많은 뮤지션들을 반성하게 만들 것이 틀림없다. 이번 앨범은 마이크 클래치악(Mike Chlasciak, 기타), 패트릭 라흐만(Patric Lachman, 기타), 레이 리엔도(Ray Riendeau, 베이스), 바비 자좀벡(Bobby Jarzombek , 드럼)의 라인업을 갖추고 만들었다. 그는 결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으며 강렬한 파워를 자랑하는 그의 폭발적인 목소리는 강하다 못해 살벌할 정도이다. 다소 스피드가 줄어들긴 했지만 육십을 바라보는 나이에서 그 정도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지 않을까. 동명 타이틀곡으로 롭의 폭발력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는 보컬과 바비의 파워 드럼이 여전한 ‘Crucible', 미드템포와 다소 약한 듯 한 느낌이 또 다른 편안함을 주는 ‘Crystal', 테크니컬한 롭의 보컬을 느낄 수 있는 ‘Betrayal' 등이 추천 트랙이다.

Nine Inch Nails - Broken (Nothing/Inters , 1992)

나인 인치 네일스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EP로 가장 강렬한 인더스트리얼 사운드를 내뿜는 앨범이다. 트렌트 레즈너(Trent Reznor) 혼자서 모든 작업을 해내는 그의 천재성은 물론 이 앨범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는데, 메틀, 펑크, 힙합, 테크노 사운드를 하나로 버무리는 것이 아닌 완전히 자기만의 색깔로 새롭게 재창조해내는 그의 능력은 가히 천재적이라고 할 수 있다. EP임에도 정규 앨범보다 더욱 더 소장 가치를 높이고 있는 이 앨범은 첫 곡 ‘pinoin'에서부터 심상치 않음을 보여준다. 이는 이 앨범 최고의 히트곡 'Wish'에 이르면 더욱 강렬한 임팩트를 내뱉으며 온몸의 세포를 쭈삣쭈삣하게 세워놓는데 이 긴장감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집중력을 내포하고 있다. 절대 단순하지 않은 곡 구성은 결코 지루함이라는 걸 생각지 않게 하며 노이지한 기타 사운드와 질주하는 듯 한 드러밍, 무언가를 파괴하는 듯한 보컬은 가히 폭발력을 가지며 신선한 자극을 준다. 이어지는 곡 ‘Last’에서 역시 거칠고 노이즈 가득한 기타 리프가 인상적이며, 어쿠스틱한 사운드의 기타 연주를 들려주는 ‘Help Me I Am In Hell'에 이어 또 다른 히트곡 ‘Happiness In Slavery'에 이르면 가학적인 제목과 노랫말처럼 사운드 역시 가학적 사운드의 극단을 보여준다. 인간의 몸뚱아리가 가루로 되어가는 과정을 묘사한 이 곡의 뮤직비디오 역시 압권이다. 총 6곡 이외에도 이 앨범에는 ‘Physical’, 'Suck' 등 두 곡의 히든 트랙이 숨겨져 있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Pink Floyd - The Wall (Capitol , 1979)


아마도 명반이 가장 많은 밴드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핑크 플로이드를 선택할 것이다. 지금 이야기하는 [The Wall]은 물론 [Ummagumma], [Dark Side Of The Moon], [Wish You Were Here] 등 아마도 핑크 플로이드의 앨범은 대부분이 명반이 아닐까 한다. 그만큼 어떤 앨범을 선택하더라도 후회는 하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이다. 핑크 플로이드가 다른 뮤지션과 대비되는 것은 바로 방대한 구성의 컨셉 앨범의 완성도가 뛰어나다는 것과 음의 공간적인 측면을 아주 잘 활용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음악에는 바로 거대한 공간과 그 공간이 여백의 미가 존재한다. 이를 음향학적으로 표현해낸다. 단순히 음악이라기보다는 광범위한 종합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The Wall]은 진정한 종합예술의 미학을 가르쳐준 앨범으로 [Dark Side Of The Moon]과 함께 핑크 플로이드 최대의 히트작으로 나중에 영화로도 제작된 로저 워터스(Roger Waters)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한 나르시스적인 대작이다. 가사와 함께 순서대로 음미해야 그 의미를 제대로 간파할 수 있는 이 앨범은 ‘핑크’라는 인물로 대변되어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2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어린 시절, 형식화된 제도 교육 속에서 괴로워하는 학창 시절, 불행한 결혼 생활, 락스타로서의 성공 뒤에 오는 허탈감과 단절감 등을 한 편의 서사시로 보여준다. 인간의 고독과 절망, 기계화 된 시대의 인간 소외, 교육제도의 모순 등 이 앨범은 1970년대 발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000년대인 지금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유력한 음악 잡지 ‘롤링스톤지가 선정한 세계의 명반 10’에도 선정된 적이 있다.

Rage Against The Machine - Rage Against The Machine (Epic , 1992)


잭 데 라 로차(Zack De La Rocha)가 밴드에서 탈퇴한 후 잔여 멤버들과 크리스 코넬이 오디오 슬레이브(Audio Slave)라는 이름으로 현재 새로운 활동을 재개하고 있지만 역시나 이전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의 파워에는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이 앨범은 잭 데 라 로차의 무서울 정도로 내지르는 보컬과 신기어린 독특한 스타일의 탐 모렐로(Tom Morello)의 기타 연주가 돋보이는 가장 그들다운 사운드의 데뷔앨범이다. 분신자살하는 승려의 모습이 그려진 자켓에서부터 이들이 무언가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은 바로 밴드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계에 대한 분노와 미국의 문화적 제국주의와 기존 체제에 대한 반발이며 정부의 억압에 반항하는 좌익주의적인 외침이다. 부클릿에 타이틀 ‘Killing In The Name'의 가사가 삽입되지 않은 것도 이러한 기계에 대한 분노 때문이다. 솔직하고 거침없는 발언과 행동으로 비난과 환호를 동시에 받은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에 대한 그리움은 아직까지도 남아있다. 그러한 그리움을 다시 한번 그들의 영광을 재현해 줄 이 음악을 통해서 느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흑인 인권운동가인 말콤 엑스와 마틴 루터 킹 목사를 언급하면서 억압받는 사람들의 고통을 대변하며 개혁을 선언하는 ‘Wake Up', 인디언 인권 운동가인 레오나드 펄셔를 통해 겁 없이 체재 위협적인 발언을 해대는 'Freedom' 등 그들의 명성을 유지하게 해준 음악들과 함께 말이다.

Radiohead -Pablo Honey (Capitol , 1993)


2000년 온갖 난해한 것들로 가득 차 있는 [Kid A]라디오헤드가 싫다면, 아니 아무리 익숙해지려고 듣고 또 들어도 전혀 다가갈 수가 없는 사람들이라면 다시 한번 그들의 데뷔 앨범 [Pablo Honey]를 듣고 그들의 노선과 음악적 방향성을 되짚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처음 영국에서 발매 당시에는 전혀 누구하나 거들떠도 보지 않던 이 앨범이 리믹스되어 재발매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적으로 커다란 인기를 얻게 되자 비로소 영국에서도 발매가 된, 자국인 영국보다 미국에서 훨씬 많은 인기와 음악성을 인정받은 라디오헤드와 그들의 앨범. 너바나(Nirvana)의 ‘Smells Like Teen Spirit'과 맞먹을 정도로 큰 인기를 구가하는 것은 물론 전세계의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며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중독성 강한 타이틀 ‘Creep' 하나만으로도 이 앨범의 가치는 몇 배에 달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젠 너무 지겹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초기의 라디오헤드를 그리워하는 이라면 한번 쯤 다시 들어보는 것도 이 가을에 어울리는 좋은 선택이 되지 않을까 한다. 처절할 정도로 동정심을 유발시키는 절규 어린 탐 요크(Tom Yoke)의 보컬과 잘 다듬어지지 않은 듯한 거친 기타 톤이 쓸쓸한 가을을 더욱 애절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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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수많은 음반들이 쏟아져 나옴에 따라 음악을 듣는 우리들 역시 하루하루 거기에 따라가기가 벅찬 것이 사실이다. 신보를 구입해놓고 몇 번 듣지도 못한 채 또 다른 앨범을 들어야 하니 이야말로 원통해할 일이 아니고 무엇인가. 몇 년 전 구입한 앨범들은 새롭게 선보이는 신보들 틈바구니에서 맥도 못 추고 저 깊숙한 곳에 숨어서 당신을 노려볼지도 모른다. 제발 날 좀 한번 쳐다봐 달라고... 그 앨범들도 처음에는 닳고 닳도록 들으며 동고동락했을 터인데 지금에 와선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한 때 연인보다 더 열렬히 사랑했던, 목숨보다 소중히 여겼던 또는 정말 명반인데 모르고 지나쳐 갔었던 앨범들을 다시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아마도 여기 소개하는 앨범들은 모두가 나름대로 매니아 정신에 입각해 들었던 것들일 것이다. 그 때의 그 매니아 정신을 다시 한번 펼쳐보는 것은 어떨까. 저 멀리... 저 높이...

글 / 문양미 in changgo.com
디자인 / 정미선 in changgo.com

Bob Marley - Catch A Fire(Deluxe Edition) (Tuff Gong, 1973)

밀라노에서 교황보다 많은 군중을 모으고 7명의 여인에게서 11명의 자식을 낳고 3,000만 달러의 재산을 남기고 녹색종이라는 희귀병으로 36세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한 세계적인 뮤지션 밥 말리의 첫 번째 앨범으로 피터 토시(Peter Tosh), 버니 리빙스턴(Bunny Livingstone)이 함께 하여 전세계에 레게를 알리는 계기를 마련함은 물론 웨일러스(Wailers)라는 밴드명을 국제적으로 인식시키게 된 앨범이다. 드넓은 백사장과 높은 하늘로 대변되는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흑인들의 빈민 소굴지이기도 한 자메이카 출신인 밥은 이 앨범과 이후 계속해서 발표한 앨범들을 통해 ‘자메이카 = 레게’라는 공식을 안착시킨 세계적인 뮤지션일 뿐만 아니라 영적인 지도자로서의 역할까지 한 그의 역할은 짧은 생애였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밥 말리’라는 이름을 각인시키고 감으로써 수많은 추종자들을 양산시키는 결과를 만들었다. 이 앨범은 특히 2001년 리마스터링되어 'Island Records'에서 재발매되어 두 곡의 보너스트랙까지 담겨있는데 바로 ‘High Tide Or Low Ride’와 ‘All Day All Night’가 그것이다. 절로 어깨를 흔들게 만드는 흥겹고 독특한 리듬에 맞추어 자연스럽게 흥얼거리듯 내뱉는 보컬이 블루스적인 필도 느끼게 하는 ‘Concrete Jungle’, 일정한 규칙에 의해 반복되는 리듬 라인이 곡을 이끌어 가는 ‘400 Years’, 앨범 발표 당시인 70년대를 그대로 연상시키는 여성 코러스와 심벌을 최대한 이용하여 유치한 듯 하면서도 독특한 리듬을 만들어내는 ‘Baby We've Got A Date' 등 이 앨범 수록곡을 통해 그는 스스로 ‘빈민굴의 락’이자 ‘반동의 음악’을 노래한다.


Eric Clapton - Eric Clapton(Remaster) (Polydor, 1970)

이미 전세계의 기타 매니아들에게는 물론 일반 대중들에게도 인정받은 기타의 신 에릭 클랩튼의 솔로 데뷔앨범으로 이전 야드버즈(Yardbirds), 크림(Cream), 블라인드 페이쓰(Blind Faith)에서 이미 기타리스트로서의 기량을 충분히 쌓아오고 선보인 후 발표한 좀 더 편안하고 인간적인 측면에 기대고 있는 앨범이다. 그는 이 앨범에서 이전 밴드에서 보여주었던 테크니컬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연주인으로서의 역량보다는 송라이팅과 다른 멤버와의 화합에 더욱 정진하는 것을 보여주는데 그것은 그의 기타리스트로서의 자신감과 인간미 넘치는 스타일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그가 기타리스트로서 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 아주 편안하고 듣기 좋은 멜로디를 선사하는 작곡가와 별 꾸밈없음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매력을 주는 보컬리스트로서도 인정받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뭐니뭐니해도 그에게서 풍기는 이미지는 다른 뮤지션들과는 달리 성격 좋은 옆집 아저씨 같은 편안한 느낌이지 않은가. 물론 이런 푸근한 느낌은 최근 배나오고(?) 너털웃음 짓는 모습에서 더 느낄 수 있지만 이 앨범에서도 세상 살아가는데 별 욕심 없어 보이는(사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의 모습은 여전히 느낄 수 있지 않은가. 앨범 자켓에서처럼 아무리 무게 있게 폼 잡고 앉아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시작부터 경쾌한 느낌을 주는 ‘Slunky’에서의 블루스 리듬은 트럼펫터 짐 프라이스가 그 흥겨움을 더해주는데 짐과 에릭의 협연은 꽉 짜여져 있는 완벽함보다는 즉흥적인 임프로바이제이션의 매력을 맘껏 발산시키고 있으며, ‘Bad Boy’에서의 끈적이는 기타 리프와 이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느긋하고 여유 있는 보컬은 일종의 관록미까지 느끼게 한다. 특히 녹음이 무성하고 활기가 넘치는 한여름 해변가를 연상시키는 시원스러운 보컬과 함께 이 앨범에서 그나마 가장 긴 기타 솔로를 감상할 수 있는 마지막 트랙 ‘Let In Rain’은 이 앨범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Fear Factory - Digimortal (Roadrunner, 2001)

데쓰메틀의 강렬함과 인더스트리얼의 차가움을 동시에 내재하는 퓨전 사운드로 90년대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피어 팩토리의 네 번째 앨범으로 초기 데쓰메틀적인 느낌보다는 하드코어적인 사운드를 시도하고 있다. 독특한 앨범 자켓에서부터 연상되는 인간과 테크놀로지의 관계에 대한 내용은 유전자 복제로 인한 불안감과 환경파괴로 인해 예견되는 공포감은 피어 팩토리의 음악적 원천임과 동시에 전형적인 스타일이다. 그렇기에 이들은 차갑고 비인간적인 기계적인 느낌을 테크놀로지에 의존하지 않고 밴드 스스로의 기량으로 디지털 사운드를 만들어냄으로써 이들의 확고한 의지를 결연시켰다. 이번 앨범에서 역시 그러한 내용은 변함이 없으며 단지 그 내용을 담아내는 그릇, 사운드면에서의 변화가 있을 뿐이다. 결국 피어 팩토리는 변하지 않는 영원한 피어 팩토리인 셈이다. 그들은 역시나 전자음악의 요소를 배제한 채 심플하고 깔끔한 사운드로 곡을 진행시키고 있는데 디노 카자레스(Dino Cazares)의 건조한 기타 리프와 레이몬드 헤레라(Raymond Herrera)와 크리스찬 올데 울버스(Christian Olde Wolbers)의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한 리듬 라인은 그대로이다. 단지 버튼 C. 벨(Burton C. Bell)의 데쓰메틀적인 그로울링이 좀 더 하드코어적인 보컬을 들려준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앨범은 전체적으로 좀 더 유연한 멜로디를 양산시키고 있다. 그루브한 리듬감이 돋보이는 'What Will become', 건조한 기타 리프와 공격적인 드러밍이 파괴적인 인더스트리얼 사운드를 창출해내는 ‘Damaged', 속사포적인 드러밍과 보컬 역시 헤비함의 전형인 동명 타이틀 ‘Digimortal’, 복잡한 아이디어를 결속해주는 것을 뜻한다는 첫 싱글 ‘Lynchpin’ 등 이 앨범에서 피어 팩토리는 전체적으로 멜로디를 중요시하고 있으며 그것은 인더스트리얼의 차가움에서 따뜻함을 발견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아름다움이기도 하다.


Jamiroquai - Travelling Without Moving (Work, 1996)

펑크적인 사운드에 애시드 재즈, 소울, R&B, 힙합 등 다양한 음악 장르를 혼합하여 그들만의 사운드를 만들어낸 자미로콰이의 데뷔앨범 [Emergency On Planet Earth]가 영국 앨범 차트의 정상을 차지하면서 영국에서 그들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면 세 번째 앨범 [Travelling Without Moving]은 그들을 전세계적인 아티스트로 발굴림하게 만든 계기를 마련해준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가장 자미로콰이다운 앨범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상업적인 성공과 더불어 음악성마저 인정받고 있는데 무대에만 서면 독특한 춤을 보여주는 제이슨 제이 케이(Jason Jay Kay)의 소울풀한 보컬이 가장 돋보인다. 물론 제이슨은 이에 대해 자미로콰이는 원맨 밴드가 아니라 멤버 모두가 조화를 이룬 팀웍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밴드라고 말을 하긴 하지만 말이다. 그동안 1집과 2집에서 탄탄하게 쌓아온 연주력을 바탕으로 이 앨범에서는 그들이 진정 원하는 음악을 들려주는데 실험정신 가득한 음악들은 언제 들어도 펑키한 느낌이 물씬 풍기면서도 듣는 이를 기분 좋게 만든다. 제이슨의 말로는 ‘When You Gonna Learn'의 Part 2 정도가 될 것이며 그루브한 멜로디와 고심한 가사들의 결합체라고 하는 타이틀 곡 ‘Virtual Insanity'에서부터 70년대의 디스코 사운드를 그들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듯한 신나는 ‘Cosmic Girl', 경쾌한 타악기 연주가 곡의 시작을 알리는 라틴리듬의 ‘Use The Force', 경건하고 심오한 드럼 비트와 날카롭게 울부짖는 듯한 현악 선율이 어떤 슬픔을 가져오는 ‘Everyday’ 등 뭐라고 규정하기 힘든 세련됨과 독특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혼합 사운드가 가득하다.

Jane's Addiction - Ritual De Lo Habitual (Warner, 1990)

올 여름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 공연 때 함께 내한했던 제인스 어딕션. 레드 핫 칠리 페퍼스만큼의 기대를 갖고 보았던 이들의 공연을 보고 느낀 것은 한마디로 제인스 어딕션은 음악을 정말 잘한다는 것이었다. 결성된 지 10년이 넘는 중견 밴드임에도 우리나라에서의 인지도는 요즘 새로이 등장하는 신인밴드보다도 기억해주지 않은 이들이지만 그만큼 골수 매니아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이들이 바로 제인스 어딕션일 것이다. 그만큼 천재적일만큼 사이코 집단 제인스 어딕션의 음악은 사람들의 발길을 묶어두는 흡입력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마력은 다른 무엇도 아닌 이들의 뛰어난 음악성 때문이다. 혹자가 표현하듯 ‘정말 센세이셔널 하고, 주술적이며, 파격적이고 컬트적’이다. 이 앨범은 이들의 두 번째 앨범으로 완성도 높은 음악성과 독특한 컨셉, 평론가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상업적으로는 그다지 성공을 거두지 못한 안타까운 앨범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조차 판매량이 저조한 이유를 모르겠지만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뉘앙스와 깊이가 느껴지는 심오한 멜로디가 대중성과는 별 인연이 없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은 페리 파렐(Perry Farrel)의 비음 섞인 독특한 고음의 보컬과 날카롭고 타이트하게 전개되는 데이빗 나바로(David Navaro)의 기타 연주, 에릭 애버리(Eric Avery)와 스티븐 퍼킨스(Stephen Perkins)의 그루브한 리듬감은 이들만의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적나라하게 들려준다. 데이빗의 펑키한 기타 리프가 귀에 가장 잘 들어오는 대중적인 곡 ‘Been Caught Stealing', 도입부의 나레이션부터 주술적인 느낌을 주는 'Three Days', 여백 없이 꽉 찬 듯한 타이트한 연주가 집중력을 높게 만드는 마지막 곡 'Classic Girl' 등 앨범의 매끄러운 곡 구성과 더불어 하나도 버릴 곡이 없는 완성도 높은 앨범이다.


Nickelback - Silver Side Up (Roadrunner, 2001)

99년 발매된 니켈벡의 두 번째 앨범 [State]가 코어적인 사운드와 하드락적인 사운드가 뒤섞여 정체불명의 사운드를 만들어냈다면 세 번째 앨범 [Silver Side Up]는 애매모호했던 코어 사운드는 사라지고 하드락적인 면모로 탈바꿈한 채 포스트 얼터너티브라는 이름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96년 발매된 이들의 데뷔앨범 [Curb]가 캐나다에서의 이들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면 코어적인 사운드에 헤비니즘을 덧입힌 두 번째 앨범은 이들을 미국을 비롯한 세계 시장에 발굴림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훨씬 하드해지고 헤비해진 대망의 세 번째 앨범 [Silver Side Up]은 이들에게 커다란 성공을 가져다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앨범은 발매 전부터 첫 싱글 ‘How You Remind Me’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뒤로 비상한 관심을 끌었으며, 빌보드 차트 1위까지 하고 말았으니 말이다. 이 앨범은 전체적으로 하드함을 바탕으로 멜로디 위주의 사운드를 펼치고 있는데 자칫 촌스러움을 유발하여 너무 자주 들으면 지루해질 수도 있지만 그렇기에 더욱 대중적으로 다가가기에는 쉬운 듯하다. 특히 이는 ‘How You Remind Me'에서 가장 잘 나타나는데 몇 번만 들어도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멜로디는 이들의 성공을 이미 예견하고도 남을 만큼 친숙하고 편안하게 다가온다. 크리드(Creed)라이브(Live)의 중간 지점에 있는 듯한 채드 크로거(Chad Kroeger)의 감각적이면서도 감미로운 보컬은 니켈백 자체는 물론, 이 앨범의 음악적 스타일을 규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단순한 기타 리프위에 오버더빙되는 이색적인 보컬이 재미를 주는 ‘Woke Up This Morning’, 앨범의 시작부터 끝까지 초지일관 강렬한 락필을 느끼게끔 하는 연주와 역시 이에 잘 따라가는 보컬이 신선함을 주는 ‘Too Bad’ 등도 추천 트랙이다.

Nirvana - Mtv Unplugged In New York (DGC, 1994)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이 세상을 떠난 후 발매되어 상업적이라는 비난도 있었지만 이만큼 너바나의, 아니 커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앨범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너바나의 팬이라면 당연히 소장하고 있어야 할 가치 있는 앨범이다. 공연 당시 커트가 공연장의 분위기를 직접 연출했는데 공연장에는 백합과 촛불 등 장례식을 연상시키는 분위기로 가득 매워져 있었다고 한다. 너바나의 팬들에게는 너바나 최고의 앨범이라는 찬사는 물론 정규앨범보다도 훨씬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앨범으로 곡 중간 중간 이야기하는 커트의 목소리 역시 공허한 듯 하면서도 매혹적이며 노래할 때의 그의 목소리는 마음이 따뜻해지면서도 왠지 모르게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슬픔을 간직하고 있다. 환호하는 관객들의 박수 소리와 간간히 들리는 커트의 기침 소리가 어우러져 더욱 슬픔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이 공연 후 얼마 안 지나서 그를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놔둔 채 혼자 떠났는데 아마도 이미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애절함을 감출 수 없다. 데뷔앨범 [Bleach]에 수록되었지만 국내에서는 꾸준히 사랑을 받은 다소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듯하지만 수많은 관객들의 환호를 자아내는 ‘About A Girl’, 커트의 절규하는 듯한 보컬이 듣는 이 조차 힘겹게 만드는 ‘Pennyroyal Tea’, 마지막 곡 ‘Where Did You Sleep Last Night’까지 한 곡도 버릴 것 없는 그야말로 100%의 만족감을 안겨줄 것이다. 커트의 분노, 호소, 절규가 그대로 담겨 있는 너바나 최고의 앨범.


Paul McCartney - Driving Rain (Capitol, 2001)

국내에서는 존 레논(John Lennon)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 때문인지 폴 메카트니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솔직히 존이 편안하고 대중적인 이미지라면 폴은 좀 더 까탈스럽고 귀족적인 이미지가 풍기지 않은가. 이러한 것은 분명 대부분의 대중들에게는 반감을 사기 쉬울 테고 말이다. 음악에서는 어떠한가. 사실 둘의 음악적 방향성이 달랐을 뿐이지 누가 더 뛰어나고 누가 더 부족하다고 평가내릴 만한 것은 전혀 없다고 봐도 될 것이다. 이 앨범은 우리나라에서는 좀 뒤늦은 감이 있는 2002년 4월에 발매되었는데 락큰롤의 산 증인이라고 해도 무난할 폴의 칭호를 무색케 하지 않을 정도로 락큰롤 음악들로 가득 차 있다. 물론 고전적인 음악으로 돌아가려 애쓴 흔적이 다분하지만 99년 발표한 [Run Devil Run]에서처럼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 척 베리(Chuck Berry), 리틀 리차드(Little Richard), 래리 윌리엄스(Larry Williams) 등 지나치게 대가들의 곡들을 수록하거나, 데이빗 길모어(David Gilmor), 이안 페이스(Ian Paice) 등의 노익장 역시 과시하지 않는다. 단지 러스티 앤더슨을 통해 젊은 감수성을 보여주려 애쓰고 있다. 대가들의 연주가 빠진 이 앨범은 그래서인지 이전 폴의 화려함이 아닌 순수하고 내성적인 사운드를 들려주는데 이는 자칫 침잠되어있는 사운드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세월의 흐름에 따른 연륜과 편안함이 두루 묻어나는 앨범이지만 락큰롤답게 첫 번째 곡 ‘Lonely Road'에서부터 전형적인 락큰롤 사운드를 표방하고 있다. 마치 비틀즈(Beatles) 시절처럼 말이다. 하지만 곡들이 고루하다는 것은 아니다. 이어지는 곡 ‘From A Lover To A Friend’에서의 어쿠스틱 사운드는 요즘 부각되고 있는 젊은 감성의 어쿠스틱 사운드와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을 만큼 세련됨을 느낄 수 있다. 마지막 곡 ‘Freedom’은 애초 미국 테러 사건의 기금 마련을 위해 쓰여질 싱글로 만들어졌다.


Queen - A Night At The Opera (Hollywood, 1975)

의 네 번째 앨범인 [A Night At The Opera]는 한 편의 장중한 오페라를 몇 분의 노래에 축약시켜놓은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퀸은 이 앨범을 통해 기존 사이키델릭한 락 사운드에 심취했었던 음악에서 오페라와 락을 접목시킨 오페라락으로의 변모를 시도하였다. 그러한 오페라락은 퀸음악의 대명사가 되었으며 현재 발렌시아(Valensia)발렌타인(Valentine) 같은 추종자들을 만들어내는데도 큰 몫을 했다. 퀸의 가장 대중적인 앨범임과 동시에 퀸 사운드를 한마디로 요약해서 말할 수 있는 이 앨범은 전형적인 오페라락 사운드를 구현하는 ‘Bohemian Rhapsody’, 서정적이고 감미로운 멜로디로 많은 사랑을 받은 팝 발라드 ‘Love Of My Life’ 등 히트곡들로 가득 차 있다. 특히 프레디 머큐리 혼자서 코러스까지 모두 소화한 가히 완벽한 오페라 한편이라고 할 수 있는 ‘Bohemian Rhapsody' 한 곡만으로도 퀸이 얼마나 대단한 지 충분히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잘 짜여진 곡 구성과 웅장한 스케일의 사운드에 반해 감미롭고 아름다운 멜로디, 멤버들의 뛰어난 배킹 보컬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히 환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 명반임에 틀림없다.


U2 - Boy (Island, 1980)

아일랜드의 락음악을 전세계적인 위치로 끌어올려놓은 우상 유투의 데뷔앨범으로 완성도 높은 이들의 뛰어난 음악성을 이 앨범에서부터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핍박과 피의 역사 아일랜드를 휴머니즘적인 생각으로 소박하게 노래하는 정치적인 신념은 유투 음악의 바탕에 깔려있는 기본적인 사상이며 이는 곧 조국 아일랜드의 수많은 사람들의 의지를 대변하고 있다. 온갖 난잡한 사운드가 혼재되어 있어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지 못하는 보통 데뷔앨범과는 확연히 차이를 드러내는 이 앨범은 데뷔앨범임에도 불구하고 유투의 노선을 확실하게 대중들에게 인식시켜주는 그야말로 확고한 의지가 반영된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유투의 이후 발표한 앨범들만큼 상업적인 성공과 호평을 받지는 못했지만 그들의 다른 앨범들이 워낙 명반이어서 그렇지 이 앨범 역시 앨범 음악적인 아이템과 사운드적인 연출 면에서는 유투의 진가를 확실히 발휘한 수준 높은 음악성을 자랑하고 있다. 앨범 자켓의 인물은 보노의 집근처에 살았던 소년의 모습으로 앨범 타이틀 [Boy]와 아주 잘 어울리는 맑고 깨끗한 이미지의 미소년의 이미지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 보노의 독특하면서도 사람을 끌어드리는 매력이 가득한 보컬과 엣지(The Edge)의 개성적이면서도 유투만의 사운드를 잘 이끌어내주는 기타 사운드는 데뷔 앨범부터 유투의 잠재된 가능성을 충분히 드러내준다. 음악은 물론 이들의 따뜻하면서도 열정적인 인간성마저도 느낄 수 있는 앨범이다. 특히 세 번째 트랙 ‘An Catch Dubh'의 후반에 나오는 엣지의 기타 솔로는 편안함과 더불어 결코 다른 일을 할 수 없게 만드는 묘한 마력까지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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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앨범들도 처음에는 닳고 닳도록 들으며 동고동락했을 터인데 지금에 와선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한 때 연인보다 더 열렬히 사랑했던, 목숨보다 소중히 여겼던 또는 정말 명반인데 모르고 지나쳐 갔었던 앨범들을 다시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아마도 여기 소개하는 앨범들은 모두가 나름대로 매니아 정신에 입각해 들었던 것들일 것이다. 그 때의 그 매니아 정신을 다시 한번 펼쳐보는 것은 어떨까. 저 멀리... 저 높이...

글 / 문양미 in changgo.com
디자인 / 정미선 in changgo.com

Beatles - Revolver (Capitol, 1966)

[Rubber Soul], Abbey Road], [Sgt Pepper] 등과 함께 비틀즈의 5대 명반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 앨범은 비틀즈의 가장 화려했고 진보적이었던 시기를 대변해주고 있다. 케네디와 함께 60년대 영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힌 이들의 영향력은 가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한 것이었고 거기에 한 몫 단단히 한 것이 바로 이 [Revolver]이다. 비틀즈의 음악적 중반기에 놓인 이 앨범은 14곡 모두 존 레논(John Lennon)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 등 한 멤버에게로의 치우침 없이 멤버간의 균형 잡힌 조화가 가장 돋보인다. 또한 사운드 효과나 믹싱 부분에 있어서도 기존의 그들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와 방법론으로 완성도 높은 음악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다. 시체에게 던져진 돈에서조차 세금을 내야 하는 가사로 영국 사회를 비판하는 조지의 ‘Taxman', 락과 클래식을 절묘하게 조합한 폴의 ‘Eleanor Rigby', 존의 카리스마를 돋보이게 하는 ‘I'm Only Sleeping’ 등 한 곡도 버릴 곡 없는 완성도 높은 수작이다. 비틀즈의 앨범 중 가장 독창적이며 혁신적인 역할을 한 최고의 사이키델릭 명반.

Black Sabbath - Never Say Die! (Warner, 1978)

다양한 보컬리스트들의 변화를 거쳐 온 블랙 새버쓰의 활동 당시를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시대는 영원히 기억될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의 재적 당시이며, 두 번째는 로니 제임스 디오(Ronnie James Dio) 시절, 세 번째는 이안 길런(Ian Gillan) 시절, 네 번째는 토니 아이오미(Tony Iommi)가 새롭게 이끄는 블랙 새버쓰의 모습이다. 이 중 [Never Say Die!]는 오지가 탈퇴하기 전 발표한 블랙 새버쓰 제1의 전성기에서의 마지막 앨범으로 그 의미가 더욱 깊다고 할 수 있다. 물론 [Technical Ecstasy]에서부터 음악적 혼란과 멤버간의 불화로 오지가 노래를 부르지 않겠다는 등 우여곡절 끝에 나온 앨범이긴 하지만 그래도 오지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그 자체만으로도 기억될만한 가치가 있다고 봐도 될 것이다. 음산하고 어두웠던 초기와는 전혀 다른 사운드이긴 하지만 전작보다 화려해진 사운드와 재즈적인 어프로치는 또 다른 새로운 세계의 블랙 새버쓰를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안 드는 이들이라면 오지의 보컬이 여전함에 위안을 삼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강렬한 락큰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경쾌한 느낌의 타이틀곡 ‘Never Say Die', 애절한 보컬이 인상적인 ‘Junior's Eyes’, 여전히 격렬함을 지향하고 있는 ‘Shock Wave' 등 이 앨범을 끝으로 오지의 괴기스럽고 신비스러운 보컬을 중심으로 한 제1기 블랙 새버쓰는 막을 내리게 된다.
Blur - The Great Escape (EMI, 2000)

전작 [Parklife]의 엄청난 성공(‘브릿 어워즈’에서 최우수 밴드, 앨범, 싱글, 비디오 등 4개 부문 석권)에 비해 초라하기 그지없는 5만장이라는 판매고를 올린 네 번째 앨범 [The Great Escape]는 블러 역사상 가장 참패한 앨범임과 동시에 그들을 브릿팝에서 미국적인 얼터너티브로 변화시켜준 의미 깊은 앨범이기도 하다. 하지만 수록곡들을 살펴보면 이들의 유쾌하고 톡톡 튀는 경쾌한 사운드는 전작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 싱글 ‘Country House', 'The Universal' 등에서는 관악기가 내뿜는 블러만의 쿨한 사운드를 여전히 느낄 수 있다. 데이먼 알반은 이 앨범 이후 ‘브릿팝은 죽었다’고 선언하며 노이즈 가득한 얼터너티브 사운드를 가지고 돌아와 또 한번의 전성기를 맞이한다. [The Great Escape]는 블러의 브릿팝적인 사운드가 담긴 마지막 앨범으로 그 의미를 둘 수 있을 것이다.

Gorillaz - Gorillaz(Limited Edition) (Virgin, 2001)

데이먼 알반(Damon Alban)이 주축이 된 다국적 프로젝트 밴드 고릴라즈의 첫 번째 정규앨범으로 독특함과 신선함을 주무기로 한 실험 정신이 깊게 배어있다. 일명 '카툰 밴드’답게 실명이 아닌 머독, 2D, 러쎌, 누들 등의 캐릭터명을 사용한 이들의 음악은 지금까지 들어왔던 음악들과는 많이 다른 느낌을 준다. 그렇다고 이들이 새로운 것을 창조한 것은 아니다. 락에 테크노와 힙합, 랩을 혼합하여 새롭게 만든 사운드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며 그만큼의 기대를 갖게 한다. 물론 실망한 이들도 있겠지만 그 번뜩이는 아이디어만큼은 크게 살만하다. 무엇 하나 튀지 않는 것이 없는 이 앨범에서도 가장 주된 무기는 익히 알려진 애시드재즈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Clint Eastwood’와 ‘19-2000’으로 음악은 물론 캐릭터를 이용한 뮤직비디오 역시 압권이다. 제목 그대로 경쾌한 펑크 사운드 가득한 ‘Punk', 노이즈 가득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일관하고 있는 'Sound Check' 등도 색다른 재미를 준다. 앨범 수록곡 모두 보컬은 데이먼이 맡았는데 그래서인지 블러에서 들려줬던 그의 독특한 개성 역시 느낄 수 있다.

Machine Head - Supercharger (Roadrunner, 2001)


머신 헤드의 네 번째 앨범으로 그들 특유의 솔직하고 무자비한 감성으로 가득 차 있다. 판테라(Pantera)세풀투라(Sepultura)의 아류라는 수식어도 있었지만 이제 이들에게 그러한 말들은 전혀 불필요한 것들이 되버렸다. 뭐라고 하던 간에 정통 헤비메틀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인정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 테니 말이다.(물론 [The Burning Red]에서는 하드코어적인 성향도 느낄 수 있었지만..) 이 앨범은 [Burn My Eyes], [The More Things Change], [The Burning Red]에서 보여줬던 파워에 비교해 볼 때 좀 더 단순해진 기타 리프와 멜로디를 강조한 사운드가 눈에 띈다. 초기 앨범에서의 스래쉬적인 요소나 [The Burning Red]에서의 강렬한 랩핑은 많이 사라지고 멜로디 위주의 곡들로 가득 차 있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세상과 타협을 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이들은 여전히 소외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어둡고 무거운 것 안에서 밝음을 찾으려 한다. 그렇게 거침없이 내뱉는 단어 하나하나는 많은 사람들을 대신하여 분노를 폭발해간다. 온갖 불만을 실은 듯한 파워 있는 드럼 비트로 시작하는 ‘Bulldozer'는 듣는 그 순간 머신 헤드의 포로가 되버릴 만큼 여전히 강한 매력을 발산하며, 'White Knuckle Blackout'에서의 곡 중간 중간 롭 플린(Robb Flynn)의 개성 넘치는 랩핑 역시 그대로이며, ‘Kick You When You're Down'에서 로건 메이더(Logan Mader)의 빈자리를 채운 아루 러스터(Ahrue Luster)의 기타 사운드 역시 주목할 만 하다. 또한 'Only The Name'에서는 지금까지의 머신 헤드에게서는 들을 수 없었던 사이키델릭하면서도 아름다운 연주까지 들을 수 있으니 그야말로 머신 헤드의 모든 것이 이 앨범에 전부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New Order - Republic (Qwest, 1993)

영향력 있던 밴드가 해체한 후 남은 멤버들로 인해 재결합한 밴드 중 이전의 명성을 되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밴드의 해체의 원인이 멤버 중 한 명의 자살로 인한 것이라면 더욱 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명성에 뒤지지 않는 밴드가 바로 조이 디비전(Joy Division)의 잿더미 속에서 나온 뉴 오더이다. 신서사이저를 사용한 독창적인 음향, 최첨단 드럼머신의 사용 등 첨단을 달리는 그들의 사운드는 탄탄대로의 길을 열어주었다. 하지만 1990년 이들은 멤버 각자의 솔로 활동을 위해 밴드를 해체하고 만다. 이 앨범은 해체했던 밴드가 1993년 재결성되어 만든 앨범으로 이전과 같은 상업적 성공에는 미치지 못하였지만 여전히 변함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해내는 뉴 오더의 모습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밴드 해체설과 불화설 등 각종 루머에 휩싸이게 만든 [Republic]은 10년 동안 변함없는 라인업의 당시 멤버들의 일곱 번째이자 마지막인 앨범으로 여전히 변함없이 한결같은 그들의 음악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세련된 테크노사운드와 전자적인 요소 가득한 드럼 연주는 이 앨범의 지루함을 없애주고 있으며 더욱 모던한 느낌을 전해준다. 곡 구성이 비교적 매끄럽지 못하다는 것만 빼면 곡 하나 하나는 전혀 버릴 것 없는 수작이다. 여름에 시원하게 들을 수 있는 편안하고 댄서블한 곡들로 가득 채워져 있는데 특히 Time Changes'에서는 의외로 버나드 섬너(Bernard Sumner)의 랩핑도 들을 수 있다.

Rush - 2112 (Mercury, 1976)

완벽한 테크니션 집단에게서 오는 지루함과 무거움은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기는 쉽지 않지만 러쉬는 그러한 징크스를 깨뜨린 밴드 중 하나이다. 심오한 가사와 킹 크림슨(King Crimson)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을 혼합시킨 듯한 이들의 음악은 초반에는 그다지 큰 활약을 보이지 못했으나 [2112]를 발매함과 동시에 화려한 날개짓을 시작하게 된다. 앤 랜드의 소설 ‘Anthem'에 기반을 둔 미래지향적인 [2112]는 비인간적인 하이테크놀로지 사회에 대항하는 주인공에 대해 이야기하는 컨셉앨범인데 이는 이후 러쉬의 음악적 기본 바탕이 된다. 20분이 넘는 대곡 ‘2112’ 한 곡만으로도 이 앨범의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이 곡은 7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광활한 우주의 적막을 깨는 강렬한 기타 연주의 ‘Overtune', 찢어질 듯한 게디 리의 보컬이 인상적인 ‘The Temple Of Syrix’, 처음으로 음악을 발견한 기쁨을 잔잔한 기타 선율로 표현하고 있는 ‘Discovery’, 오페라틱한 게디 리의 보컬이 자유자재로 독재자와 싸우는 'Presentation', 도피하는 자의 슬픔을 절규어린 목소리로 표현하는 'Oracle'과 'Soliloquy', 비장감 넘치는 기타 리프가 기계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는 ‘Grand Finale' 등이 그것이다. 이 밖에도 동양적인 느낌 가득한 ‘A Passage To Bangkok', 편안한 듯 하면서도 휘몰아치는 강렬한 임팩트를 느낄 수 있는 연주가 끝을 알리는 'Something For Nothing' 등에서는 첫 번째 곡과는 다른 또 다른 러쉬를 느낄 수 있다. 러쉬의 앨범 중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명반이다.

Sex Pistols - Never Mind The Bollocks Here's The Sex Pistols (Warner, 1977)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펑크의 시대를 몰고 온 밴드 섹스 피스톨즈의 데뷔앨범으로, 영국 정치와 사회에 대한 조소와 비난 덕분에 전 영국을 들끓게 만든 문제의 싱글 'Anachy In The U.K', 영국 왕실에 대한 비판을 담아 금지곡이 되었던 ‘God save The Queen’ 등이 담겨 있어 더욱 강력한 파급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음악은 물론이거니와 강렬한 펑크 정신과 ‘시드와 낸시’의 독특한 사랑 역시 결코 지나칠 수 없는 (물론 1995년 재결성하긴 했지만 시드 비셔스(Sid Visious)가 죽기 전) 이들의 유일한 정규앨범이기 때문에 더욱 소장 가치를 높이고 있는데 도저히 70년대 음악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이들의 혁신적인 시도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들에게 귀감을 줄 만하다. 진정한 펑크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이 음악을 들어라.

Smashing Pumpkins - Gish (Virgin, 1991)

잘 다듬어지지 않은 듯 하면서도 그것 자체가 매력이 되는 스매싱 펌킨스의 데뷔앨범으로 사이키델릭한 기타 사운드와 담백하면서도 개성 있는 빌리 코건(Billy Corgan)의 보컬이 돋보인다. 이 앨범은 발매되자마자 모던락 차트에서 히트를 기록하지만 같은 해 발매된 너바나(Nirvana)[Nevermind]의 빛에 가려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 불운의 앨범이다. 두 번째 앨범 [Siamese Dream]이 이들을 세계적인 밴드로 이름을 알린 계기를 마련한 좀 더 대중적인 곡들 위주라면 이 앨범은 뛰어난 음악적 완성도를 자랑하고 있다. 특히 의성어를 조합시키는 것을 좋아하는 빌리의 취향도 그대로 드러나 있는데 앨범 타이틀부터 물건을 휘두를 때 나는 소리인 'Swish', 개에게 공격하라는 신호인 'Sic'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경쾌한 드럼 비트가 곡의 시작을 알리는 ‘I Am One', 거친 기타 리프 속에 소름끼칠 정도로 오싹한 슬픔이 숨겨져 있는 'Siva', 빌리의 우울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보컬이 저절로 슬픔을 자아내는 ‘Rhinoceros’ 등 이 불운의 데뷔앨범은 시애틀 그런지와는 차별화되는 시카고 출신의 스매싱 펌킨스만의 독특하면서도 슬픈 사운드를 가득 담고 있다. 프로듀서는 너바나의 [Nevermind] 프로듀싱을 맡은 부치 빅.

Van Morrison - Astral Weeks (Warner, 1968)

기타, 드럼, 색소폰, 하모니카 등의 악기 연주는 물론 싱어송 라이터인 아일랜드의 저항시인 밴 모리슨의 명반 중 하나로 뒤늦게 발매되어 안타까움과 반가움을 동시에 전하는 앨범이다. 뛰어난 작곡 능력과 보컬, 완벽한 하모니 등 천재적인 뮤지션 밴 모리슨의 능력이 마음껏 발휘되는 이 앨범은 어쿠스틱한 포크 선율 위에 드라마틱하면서도 절제된 보컬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그야말로 완성도 100%의 곡들이 담겨 있다. 제이 베리너(Jay Berliner)의 잔잔한 어쿠스틱 기타와 독특한 울림을 주는 보컬이 애절한 동명 타이틀 ‘Astral Weeks'는 빈 곳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꽉 짜여진 느낌을 주는 구성을 지니고 있으며, 'The Way Young Lovers Do'에서 존 페인(John Payne)의 플룻과 소프라노 색소폰 연주는 곡의 경쾌함을 더해준다. 이 밖의 모든 곡들이 각자의 개성이 조화를 이루어 멋지고 아름다운 곡들로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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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조성진 in changgo.com
디자인 / 최정민 in changgo.com

밴드가 연주하는 것을 보면 그 구성 멤버들은 각자 다른 악기들을 하나씩 맡고 있다. 즉 리드보컬과 베이스, 기타, 드럼 등이다. 하지만 출력을 보다 확장시키고 사운드의 폭도 넓히기 위해서 또는 연주의 화려함을 더하기 위해 같은 악기의 파트를 하나 더 두는 경우도 있다. 올맨 브러더즈 밴드(Allman Brothers Band)는 드러머를 둘이나 포진시키는 트윈 드럼 시스템을 선보여 리듬비트의 환상적이며 극적인 효과를 배가시켰다. 그런가 하면 몇몇 아트락 밴드들은 베이스 파트를 두사람으로 두어 묵직한 중저음 사운드를 강조하기도 했다. 기타도 예외는 아니다. 일부 밴드는 보다 고출력의 사운드와 연주의 현란함과 ‘라우드'한 효과를 얻기 위해 기타를 두대 이상 두기도 한다. 이때 기타리스트가 두사람인 것을 트윈 리드기타라고 하고 세사람일 경우를 트리플 기타라고 부른다.
트리플 기타 시스템은 트윈 시스템에 비해 장점도 있는 반면 잘못 사용하면 단점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는 형태이다. 예를들어 트윈 시스템은 협연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방식이다. 상대와의 호흡을 충분히 인지하기만 하면 별 무리없이 마치 또다른 자기자신을 보는 듯 뛰어난 앙상블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타가 3명이 되다보면 문제는 달라진다. 상대 이외의 또다른 한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때문에 이것은 언제 어디서 문제를 야기하는 변수로 작용할지 예측할 수 없다. 다시말해 연습하기에 부담스러운 진용방식인 것이다.

그럼에도 트리플 기타는 그 독특한 매력 때문에 몇몇 밴드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발전되어 왔다.
트리플 기타의 가장 큰 강점이라면 첫 째로 트윈기타가 해낼 수 없는 놀라운 출력의 사운드에 있다. 스피커에서 동시에 세대의 기타가 울려퍼진다고 생각해보라. 더욱이 라이브에서라면 그 위력은 정말 가공할만한 것이리라. 이 때문에 레너드 스키너드(Lynyrd Skynyrd) 등 스튜디오보다는 야전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소위 ‘라이브형 밴드'들에게서 이러한 트리플 기타 시스템을 자주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연주의 화려함과 다양성이다. 트윈기타에 비해 트리플 기타는 듣는이에게 3가지의 다른 형태의 연주방식을 접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신선하다. 솔로잉을 하더라도 세명의 다른 기타리스트들이 각자 자신이 가진 개성과 연주방식으로 기타를 치기 때문에 한사람의 연주(즉 한 밴드의 연주)에 길들여져 있던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해주기에 충분하다. 세명이 각자의 방식으로 연주하는 것이니만큼 풍부한 어휘력을 접할 수 있는 셈이다.
세 번째로는 플레이어가 어느정도 쉴 수 있는 여유를 준다는 것이다. 기타리스트가 한명인 밴드라면 그는 밴드의 공연시에 줄곧 기타를 쳐대야 한다. 따라서 만일 체력이 딸린다면 그 고통은 이만저만한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기타리스트가 여러명있는 밴드일 경우 그 사정은 달라진다. 다른 기타리스트가 리듬기타를 연주할 경우 잠깐 쉴 수 있는 여유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라이브를 주력으로 하는 밴드일 경우 대부분 트윈 아니면 트리플 방식의 기타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한편 트리플 기타를 연주하는 방식은 크게 세가지가 있다.

첫 째는 3명이 모두 리드기타를 연주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2명이 서로 호흡을 맞추며 트윈리드기타를 연주하고 거기에 다른 한사람이 리듬기타를 맡아 연주하는 방식인데 이것이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

세 번째로는 1명이 솔로잉을 하고 두사람이 리듬기타를 치다가 얼마후 솔로잉하던 사람은 리듬기타로 돌아서고 아까 리듬기타를 치던 사람이 리드솔로잉을 하고 다시 얼마후 또다른 사람이 리드솔로를 하는 방식이다.



‘꼬치고기 무리'를 뜻하는 특이한 밴드명을 가진 이들은 시카고와 일리노이주 출신의 5인조 헤비메틀 밴드로 패트릭을 중심으로 활약했다.
시언 콜리건(Sean Colligan), 스테픈 젠슨(Stephen Jensen), 그리고 기타와 보컬을 맡고 있는 패트릭 풀버(Patrick Pulver) 등이 트리플 기타를 전개하는데 전체적으론 흥겨운 락큰롤을 연주한다. 이중 패트릭은 원래 리드보컬이지만 때에 따라서 기타까지 연주하며 트리플 플레이를 들려준다. 엄밀하게 말한다면 이들의 트리플은 세명이 모두 리드기타를 펼치는 형태라기 보다는 한사람을 중심으로 하고 나머지 둘은 리듬기타적인 역할을 하는 면이 대부분이다.


아칸사스주의 블랙 오크라는 조그마한 마을에서 결성되어 그룹명을 블랙 오크 아칸사스로 정한 이들은 60년대 말엽부터 활동을 시작하였다.
블랙 오크 아칸사스는 서던락 성향의 거칠은 하드락 사운드를 연주했으며 딕시부기풍과 헤비메틀이 적절히 어우러진 음악을 통해 젊음의 욕구들을 노골적으로 묘사했다. 특히 리드보컬을 맡았던 짐 댄디(Jim Dandy)의 스테이지 액션은 인기의 핵이었다. 그의 액션 스타일은 오늘날의 데이빗 리 로쓰(David Lee Roth)를 연상케 하는 것으로 당시로서는 숱한 가십을 뿌려댔다. 한편 이 밴드에서는 타미 앨드릿지(Tommy Aldridge)가 드러머로 활동해 절묘한 투 베이스 페달 드러밍의 세계를 들려주었다.

블랙 오크 아칸사스의 트리플 기타리스트는 리키 레이놀즈(Ricky Reynolds), 지미 헨더슨(Jimmy Henderson), 스탄 나이트(Stan Knight) 등이지만 이 진용이 모두 리드솔로를 한 것은 아니다. 리듬기타와 트윈 시스템이 중심이 되어 연주를 진행해갔다. 물론 때에 따라서 세명이 리드솔로를 펼치는 경우도 있었으나 그런 예는 흔치 않았다. 기타 스타일은 왼손이 중심이 되는 것으로 짐 댄디의 음악적 성향에 맞게 노골성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외향성과 투박하고 공격적인 연주를 들려주었다.

89년에 출범한 돈 도켄 밴드는 도켄 출신의 리드보컬리스트인 돈 도켄을 중심으로 출범되었다.
조지 린치(George Lynch)가 없는 또다른 도켄이 과연 가능할까라는 우려를 낳았으나 의외로 돈 도켄의 휘하에 몰려든 기타리스트들은 당대의 헤비메틀 플레이어들이었다. 존 노럼(John Norum), 빌리 화이트(Billy White)가 그들이다.
돈 도켄은 원래 리드보컬로 유명한 인물이지만 기타실력도 만만치 않다. 도켄 시절 조지 린치와 잦은 불화를 보였던 이유 중의 하나도 바로 기타 때문이었다. 리드기타를 충분히 연주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돈 도켄은 공공연하게 리드기타의 역할까지도 하려 했고 조지 린치의 연주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조지 린치는 이처럼 자신의 영역으로 들어오는 돈 도켄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었던 것이다.

어쨌든 돈 도켄은 자신의 밴드를 만들어 존 노럼, 빌리 화이트와 함께 트리플 플레이를 실현하는데 성공했다. 자신의 꿈을 이룬 셈이다. 전반적인 사운드도 도켄 시절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 등의 곡들을 들어보면 이점을 잘 알 수 있다. 아름답고 서정적인 멜로디에 메틀적인 비트를 혼합한 사운드를 추구한 도켄의 음악에서 기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존 노럼과 빌리 화이트는 주거니받거니하는 빠른 솔로잉을 펼치며 트윈리드기타의 화려함을 보였고 거기에 돈 도켄 역시 리드와 리듬기타를 맡아서 막강한 트리플 기타 시스템을 완성하였다. 뜨거운 필링을 격렬하고 힘찬 프레이즈로 쏟아내는 존 노럼, 잘 정돈된 라인을 만들어내는 빌리 화이트, 그리고 이 둘의 대조적인 스타일에 돈 도켄의 역량이 모여 개성적인 트리플 기타의 세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트리플 리드기타 체제가 서던락이나 하드락 등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것으로 정열적인 사운드를 연출했었던데 반해 이글스의 트리플 기타 스타일은 소위 ‘앙상블'의 미학을 가장 잘 살린 것 중의 하나로 평가받는다.
글렌 프라이(Glenn Frey), 버니 리든(Bernie Leadon), 돈 펠더(Don Felder), 조 월시(Joe Walsh) 등의 기타리스트들은 모두 나름대로의 개성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조 월시의 가입이 이글스의 사운드를 보다 록적으로 만드는데 일조했다.
이글스의 초기만 해도 기타리스트는 둘뿐이었다. 그러다가 1974년 1월 돈 펠더가 밴드에 합류해 기타의 음향이 변하기 시작했다.
버니 리든은 1975년말엽에 밴드를 떠났고 그뒤를 이어 조 월시가 가입했는데 이때부터 이글스는 락 밴드로서의 이미지를 굳혀갔고 트리플 기타 플레이의 정수를 펼쳐갔다. 돈-글렌-조의 트리플 기타 플레이가 화려하게 펼쳐진 대표적인 곡은 이다. 이곡은 여타 트리플 기타 스타일에 비해 크게 다른 것이었다. 레너드 스키너드 등 트리플 기타를 대표하는 일련의 연주를 들어보면 세명의 연주자들이 각자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며 솔로잉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으나 에서는 한 기타리스트는다른 기타의 연주를 보조하고 또다른 기타는 역시 다른 기타의 연주를 보조해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대부분 하모나이징의 절묘함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플리트우드 맥의 일반적인 이미지는 달콤하고 경쾌하며 깔끔한 소프트 팝을 연주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초창기 음악적 노선은 블루스록에 기반을 둔 것으로 매우 깊고 전문적인 성향의 락을 추구했었다.
탁월한 블루스록 기타리스트 피터 그린(Peter Green), 슬라이드 기타의 명인 제레미 스펜서(Jeremy Spencer), 대니 커원(Danny Kirwan) 등 기타파트에서 활약하던 사람들의 면모는 쟁쟁한 편이다. 존 메이욜 블루스브레이커스 출신의 연주자들이 가세한 팀 답게 초기의 플리트우드 맥은 그야말로 블루스락 기타 매니아들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는 사운드를 펼쳤다. 특히 리드 기타리스트였던 피터 그린의 기타는 절묘한 와이드 비브라토와 벤딩 등으로 당시의 블루스 기타계에서 주목받을만한 연주를 들려 주었다.
초기의 플리트우드 맥이 블루스 기타가 주체가 되어 솔로이스트의 기량을 보여주는 방식의 트리플 기타 스타일을 추구했다면 중후기의 플리트우드 맥은 마치 이글스의 그것처럼 특정 플레이어의 연주에 무게중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전체의 하모나이징, 즉 앙상블의 미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프랭크 자파를 중심으로 하는 프랭크 자파 밴드는 실험적인 락을 연주했던 팀이다. 이 그룹을 거친 기타리스트로는 저 유명한 스티브 바이(Steve Vai)가 있다.
원래 이 밴드는 프랭크 자파의 리드기타를 중심으로 그의 연주를 보조하는 리듬기타 등 두명의 기타파트로 구성되어 있으나 가끔씩 트리플 기타방식을 보여준 바 있다. 대표적인 예가 84년에 공개된 프랭크 자파의 앨범 Them Or Us이다. 이 앨범에는 프랭크 자파 이외에도 스티브 바이, 레이 화이트(Ray White) 등이 참여하고 있고 거기에 프랭크 자파의 아들인 드위질 자파(Dweezil Zappa)까지 가세하고 있어 기타의 화려함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괴팍스럽고 변칙적인 연주세계에 관심을 가져왔던 프랭크 자파답게 이 밴드에서도 그는 마치 상대를 약올리는 듯한 또는 때에 따라서는 괴팍스러운 반항아적인 이미지의 기타연주를 펼친다. 연주를 듣다보면 스티브 바이의 기타 스타일의 뿌리를 들을 수 있다.


74년작 Moontan으로 유명한 골든 이어링이 트리플 기타 플레이를 펼쳤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블루스에서 하드락, 사이키델릭, 락큰롤, 헤비메틀, 아트락 등등 실로 다양한 장르들을 넘나들었던 밴드로만 알려져 있었고 그때문에 기타파트에 대한 조명이 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조지 쿠이만스(George Kooymans)-그는 1964년 골든 이어링을 결성했던 창단멤버중의 하나-, 리듬 기타리스트 배리 헤이(Barry Hay), 그리고 나중에 참여한 리드 기타리스트 엘코 겔링(Elco Gelling) 등이 연주는 주목할만한 것으로 골든 이어링의 사운드를 보다 락적으로 무장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들은 테크니컬한 쪽에는 무관심했고 새로운 경향이나 특이한 스타일에 관심을 보였다.
이들이 진행하던 멜로디나 테마라인은 아주 독특했고 이국적인 작법에도 관심이 많아 프로그레시브 기타세계의 한 예를 들려주기도 했다.


헬레캐스터라는 묘한 이름의 이 그룹은 펜더 텔레캐스터 명인들이 모여 만든 팀으로 가히 1990년대의 트리플 기타 시스템을 대하는 밴드라고 할 수 있다.
존 요겐슨(John Jorgenson), 윌 레이(Will Ray), 제리 도나휴(Jerry Donahue) 등 익히 잘 알려진 뮤지션들이 중심이 되어 출범하였기 때문에 기타계에 일대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들이 추구하던 음악은 컨트리, 락, 재즈, 블루그래스, 블루스 등을 혼합한 사운드인데 이것은 세명의 기타리스트들이 그만큼 폭넓은 장르를 소화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존은 일렉트릭 기타에서는 라이트핸드 태핑을 통한 현란한 플레이를 펼쳤고 때론 장고 라인하트(Django Reinhardt) 풍의 어쿠스틱 재즈적인 스타일도 들려주었다. 반면 윌 레이는 컨트리 재즈의 대가로 스윙과 슬라이드 기타에서 발군의 솜씨를 보인다. 한편 제리는 핑거기타의 대가로 갖가지 다양한 스타일의 핑거피킹을 들려준다.
이 밴드 이후 존은 엘튼 존(Elton John)의 밴드에 가입해 현재 이 팀의 미래는 지극히 불투명하게 되었다.

레너드 스키너드는 명실공히 올맨 브러더즈 밴드와 함께 서던락을 대표하는 대형 밴드이다. 이들의 출현으로 인해 매니아들은 트리플 리드기타 플레이의 매력에 강렬한 인상을 받게 되었다. 앨런 콜린스(Allen Collins), 게리 로싱턴(Gary Rossington), 에드 킹(Ed King) 등이 뿜어내는 3인조 기타연주는 70년대의 그 어떤 밴드보다도 뛰어난 것이었다.
블루스, 재즈, 리듬 앤 블루스 스타일에 기반을 둔 올맨 브러더즈 밴드에 비해 레너드 스키너드는 하드락에 가까운 보다 격렬하고 거칠은 락을 연주했다. 이들의 기타 스타일을 대변하는 는 그 뛰어난 솔로잉과 탁월한 테마라인, 그리고 넘치는 열기 등으로 인해 트리플 리드기타의 교과서로 평가받고 있다.

이들 모두는 블루스에 기반을 둔 기타리스트들로 블루노트 펜타토닉의 명수들이랄 수 있다. 특히 왼손의 핑거 테크닉의 쓰임이 매우 능란한데 에서의 솔로잉을 들어보면 잘 알 수 있다. 힘찬 벤딩과 해머링-풀링의 강력함, 뛰어난 테크닉이면서도 지칠줄 모르는 지구력을 느끼게 하는 연주는 가히 당대의 명 트리플 플레이어다운 것이랄 수 있다.

제퍼슨 에어플레인(Jefferson Airplane)에서 드럼을 치던 스킵 스펜스(Skip Spence)는 제퍼슨 에어플레인의 첫 앨범작업에 참여하고는 밴드를 떠났다. 그는 밴드를 탈퇴하며 드럼스틱을 버리고 일렉트릭 기타로 전향했는데 이때가 66년 말엽이었다. 그리곤 곧바로 모비 그레이프라는 그룹을 결성했다.
리듬파트인 스킵 스펜스, 피터 루이스(Peter Lewis), 그리고 리드기타리스트 제리 밀러(Jerry Miller) 등의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트리플 기타를 연주하던 이들은 사이키델릭과 블루스에 정통한 뮤지션들이었다.
이들은 1967년에 컬럼비아 레코드사와 계약을 맺고 데뷔앨범 Moby Grape를 공개해 인기를 얻게 되는데 이때부터 이들의 트리플 기타연주는 화제의 대상이 되었다.
이 밴드의 기타리스트들 가운데 제리 밀러는 파워풀한 블루스락 기타에 발군의 솜씨를 보이기도 했으며 기타 전문지에 글을 기고하는 미국의 한 평론가는 그의 연주를 듣고 ‘1960년대 말엽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실력있는 블루스 플레이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은 바 있다.


이 밴드는 저 유명한 를 히트시키며 세계적인 인기몰이에 나선 바 있으며 국내에서도 1980년대에 대단한 지지를 얻었다.
아웃로즈는 휴이 토마슨(Hughie Thomasson), 빌리 존스(Billie Jones) 등을 중심으로 활약하다가 헨리 폴(Henry Paul)이 가세하며 트리플 기타 시스템을 완성했다. 그리고 헨리의 탈퇴후에는 프레디 살렘(Freddie Salem)이 가입해 토마슨-존스-살렘의 트리플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밴드의 중심축인 토마슨과 존스의 기타는 에릭 클랩튼적인 면이 많다. 이것은 이들의 연주를 들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들의 기타는 남부적인 끈끈함과 날렵함, 거기에 어느정도의 공격적인 맛도 담겨 있는 복합적인 것을 들려준다. 물론 기타솜씨도 만만치 않다.
아웃로즈는 「Hungry Sundown」(77), 「Bring It Back Alive」(78) 등의 앨범들을 공개하며 기타 매니아들로부터 지지를 받다가 81년에 를 발표해 세계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다.
이후 헨리 폴은 헨리 폴 밴드를 결성해 서던록 사운드를 펼쳤다.



로싱턴 콜린스 밴드는 레너드 스키너드의 후예랄 수 있다. 지난 79년 레너드 스키너드의 잔류멤버로 구성된 이 밴드는 기타리스트인 게리 로싱턴과 앨런 콜린스의 이름을 따 그룹명을 채택했다.
레너드 스키너드의 멤버들을 중심으로 결성된만큼 전반적인 사운드도 흡사하다. 그러나 이들이 비록 레너드 스키너드와 같은 서던록을 구사했다지만 레너드 스키너드에 비한다면 전반적으로 귀족적인 분위기를 들려준다. 또한 80년대라는 공간에 위치했던 이들인만큼 레너드 스키너드 때와는 또다른 세련된 방식의 테크닉을 구사하기도 했다.
게리 로싱턴(Gary Rossington), 앨런 콜린스(Allen Collins), 배리 하우드(Barry Harwood) 등이 펼치는 트리플 리드기타는 레너드 스키너드의 전통을 잇는 밴드답게 매우 뛰어나다. 이들의 연주는 1980년작 Anytime, Anyplace, Anywhere와 81년의 앨범 This Is The Way 등에서 들을 수 있으며 이후 이 그룹은 앨런 콜린스 밴드로 바뀌었다.

음악계에는 그 실력에 반비례해 생명력이 긴 밴드가 있는가 하면 뛰어난 실력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단명한 밴드들도 많다. 38 스페셜도 단명한 밴드중의 하나이다.
레너드 스키너드의 매니저였던 피터 럿지(Peter Rudge)의 주관하에 결성되었으며 음악적인 노선도 레너드 스키너드의 뒤를 잇는 것이었다.
제프 카리시(Jeff Carlish), 돈 반즈(Don Barnes), 그리고 리듬기타 플레이어인 도니 반 젠트(Donnie Van Zant) 등의 라인업으로 구성된 이들은 트리플 기타 플레잉의 정통적인 패턴을 보여주었다고 평가받는다. 이들의 곡들 중에서도 국내에서는 가 큰 인기를 얻었었다.
제프의 빼어난 멜로디컬 솔로잉과 돈 반즈의 날렵하고 정확한 프레이즈는 도니 반 젠트의 힘차고 텁텁한 리듬기타에 실려 남성적이며 세련된 기타세계를 만들어내었다. 심지어는 리듬커팅이나 핑거링시의 노이즈마저도 아주 중요한 프레이즈로 사용할만큼 이들이 보여준 연주 아이템이나 재치 등은 빼어나고 독특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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