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36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199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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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현대인들은 편지보다는 이메일이 더 친숙한 지도 모르겠다. 간편하고 빠르게 주고 받을 수 있는 이점이 있어서 이메일은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메일을 통해 주고 받는 내용들에는 예전 몇 번씩이나 고쳐가며 정성을 다해 보내던 편지에서 느낄 수 있었던 깊은 맛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오래 전 묵혀두었던 편지를 꺼내 들면 묘한 감동이 밀려온다. 정성스럽게 써내려간 글자 한 자 한 자를 읽다보면 편지를 주고 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당대 최고의 시인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편지로 무엇을 주고 받았을지, 자뭇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릴캐가 문학지망생인 프란츠 크사버 카프스에게 보낸 열통 남짓의 편지를 묶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와 자신의 인생에 많은 영향을 미쳤던 여인들에게 보낸 편지를 묶은 ‘아름다운 여인들에게 보내는 편지’로 되어 있다.

한 젊은 시인이 예술과 인생 사이에서 고민을 하며 릴케에게 보낸 편지에 대한 답신에는 고독과 같은 인간 존재의 근본문제와 신, 죽음,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한데, 이는 모두 릴케가 쓴 시의 소재를 이루고 있는 것들이기도 하다. 그리고 베를린 출신의 여류 문인 , 리자 하이제 부인, 그리고 자신의 부인인 클라라 등 릴케가 사랑하는 여인들에게 보낸 편지에는 릴케의 애정관을 엿볼 수 있다.

이처럼 편지에서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그 사람만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오랫동안 고민하고 생각을 거듭한 가운데 상대방에게 보내졌을 편지를 생각하면 릴케가 쓴 편지는 단순한 편지 이상으로, 그의 작품세계를 반영하는 자신의 거울과도 같은 것이라고 하겠다.

릴케가 카프스에게 보낸 편지에서 “당신을 위로하려고 애쓰는 내가 즐거움을 주는 이런 단순하고 조용한 말들 속에서 아무런 고통도 없이 편하게 살고 있다고는 믿지 마십시오. 나의 삶도 고난과 슬픔을 갖고 있으며 오히려 당신보다 훨씬 뒤쳐져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나는 그런 말들을 찾아내지도 못했을 것입니다”(본서 제60쪽 참조) 라고 하는 대목을 보더라도 그 자신도 인생과 예술에 있어 얼마나 많은 고뇌와 번민을 하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

다만 이 편지에서 아쉬운 점이라면 보낸 이들의 편지 내용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편지가 일방향의 의사소통 수단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조금 답답한 부분이기도 하다. 릴케에게 편지를 보낸 사람들은 어떤 생각과 어떤 내용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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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8-19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릴케가 쓴 편지들이군요. 그렇군요. 릴케가 받은 편지도 함께 있으면 더 좋을텐데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키노 2007-08-24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잘 읽어주셔서^^

뽕지 2011-09-21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지금 읽고 있는데 릴케가 받은 편지가 없다는게 아쉽네요.개인적으로는 화려한 남성 편력을 지녔던 지적인 여인 루 살로메가 릴케에게 보냈던 편지를 읽어보고 싶은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