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대 음반 직배사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 - 레이블 특집
우리가 구입하고 듣는 팝 앨범은 대부분 전 세계에 유통과 판매망을 구축하고 있는 4대 글로벌 직배 음반사에서 발매된 것들이다. 그 직배사들은 유니버설(Universal), 소니 비엠지(SONY BMG), 워너(Warner), 이엠아이(EMI)다. 음반시장이 호황을 유지하던 1990년대 후반만 해도 폴리그램(PolyGram), Universal, SONY, BMG, Warner, EMI, 자이브(Jive) 등 7개 회사가 세계시장을 분할했다.
이후 2000년 유니버설이 폴리그램을 흡수하고 2003년 자이브가 BMG로 통합된 데 이어 2005년에는 SONY와 BMG의 50대 50 합병이 이뤄지면서 지금은 4개로 축소 재편된 상황이다. 올해 결국 실패로 돌아갔지만 한때 EMI와 워너의 합병이 논의되었을 만큼 최근 수년간 직배사의 흡수 통합이 잦은 것은 그만큼 근래 세계 음반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으며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현실을 말해준다.
이 4개 음반회사는 결코 아티스트를 선발해 음악을 만드는 프로덕션 컴퍼니(production company)가 아니다. 프로덕션 컴퍼니는 흔히 말하는 레이블(label)이며, 직배사(delivery company)는 이 레이블이 제작한 음반을 세계 6개 대륙에 직접 유통하고 판매하는 회사를 가리킨다. 따라서 EMI 등의 회사를 레이블이라고 하는 것은 잘못이다.
직배사는 레이블들과 판매와 유통 계약을 맺어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서는데 각국에 지사를 두어 직접 음반을 배급한다. 직배사는 대자본을 바탕으로 레이블의 음반제작에 자본을 투자하기 때문에 실은 그 레이블을 산하에 두고 운영하는 형식. 당연히 직배사에는 많은 레이블들이 소속되어 있다. 일례로 SONY BMG에는 옛 SONY에 속해 있던 전통의 에픽(Epic), 콜롬비아(Columbia) 그리고 BMG 산하의 아리스타(Arista), RCA, 좀바(Zomba) 등이 있다.
현재 음반시장은 기존의 CD 시장에서 급격하게 디지털 시장으로 바뀌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매출분포가 요동을 치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유니버설이 전 세계 매출의 26% 정도를 차지해 세계시장의 점유율이 가장 높다. 유니버설에 속한 레이블들이 폴리도(Polydor), 아일랜드(Island), 머큐리(Mercury), A&M, MCA, 게펜(Geffen), 드림웍스(Dreamworks) 등 다른 직배사에 비해 월등하게 많기 때문이다.
굴지의 SONY와 BMG가 합병을 단행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였다. SONY BMG는 합병 이후 24% 정도의 점유율로 유니버설을 바짝 뒤쫓고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은 미국에 가까운 음악청취의 경향으로 인해 SNY BMG가 상대적으로 유럽에 집중한 유니버설보다 시장 점유율이 조금 높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도 크리스티나 아길레라(Christina Aguilera)와 비욘세(Beyonce) 증 주력 아티스트들의 신보 출시가 잇달으면서 SONY BMG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실정이다.
4대 직배사는 소속 레이블의 지향을 그대로 반영해 추구하는 음악스타일도 회사마다 큰 편차를 보인다. 미국회사인 워너는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록 중심이다. 최근에도 제임스 블런트(James Blunt), 제이슨 므라즈(Jason Mraz), 데미안 라이스(Damian Rice) 등 록 계열의 싱어송라이터들을 연이어 발굴, 성공을 거두었다. 이들 외에 올 최고의 팝송이라고 할 'Crazy'의 날스 바클리(Gnarls Barkley)를 비롯해 제트(Jet), 마이 케미컬 로맨스(My Chemical Romance) 등 과감한 신인 발굴과 마케팅이야말로 워너의 생명이다.
대표적인 레이블은 워너 브라더스(Warner Bros)를 비롯해 1960-1970년대에 걸쳐 실험적인 뮤지션을 대거 끌어들인 일렉트라(Elektra), 흑인음악 역사의 획을 그은 어틀랜틱(Atlantic)이다. 워너의 초기 이름은 이 세 레이블의 앞 철자를 딴 WEA였다. 이밖에도 라이노(Rhino), 논서치(Nonsuch), 배드보이(Badboy), 텔스타(Telstar), 포틴스 플로어(14th Floor) 등이 있다.
현재 제임스 블런트와 날스 바클리 등 신인 아티스트의 성공으로 회사 분위기는 좋은 편. 당연한 흐름이지만 디지털 시장에 미래의 좌표를 설정하고 있으며 한국을 디지털의 선두주자로 인정하고 테스트 마켓으로 삼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아티스트는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이글스(Eagles), 에릭 클랩튼(Eric Clapton), 마돈나(madonna),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 등이다.
EMI는 단적으로 비틀스(Beatles)와 퀸(Queen)으로 유명한 회사다. 한국 EMI는 지금도 비틀스와 퀸 음반매출로 회사 기본운영비를 번다는 말도 있다. 영국회사인 탓에 아무래도 영국 아티스트에 집중하며 특징이라면 신인에 중점을 둔다는 점이다. 현재는 악틱 몽키스(Artic Monkeys)를 중심으로 한 댄스 록, 저메인 뒤프리가 설립한 소 소 데프(So So Def)를 선두에 둔 트렌디한 힙합이 줄기를 이루고 있다.
산하 레이블로는 버진(Virgin), 이노센트(Innocent), 뮤트(Mute), 캐피틀(Capitol), 블루노트(Bluenote), 해머스피어(Hammershpere) 등이 있으며, 1996년 버진이 주력상품으로 개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스파이스 걸스(Spice Girls)와 2003년 어린 소울 여가수 조스 스톤(Joss Stone)의 성공이 말해주듯 버진이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다. 버진은 1977년 다른 회사들이 꺼리던 '펑크 악동' 섹스 피스톨스의 음반을 내놓으면서 유명해졌다.
아티스트로는 비틀스와 퀸 외에 1990년대 말 기염을 토했던 라디오헤드(Radiohead)와 새천년 최고의 록그룹 콜드플레이(Coldplay)가 유명하다. 롤링 스톤스의 경우 1960년대에는 런던(London) 때는 폴리그램 소속이었으나 1970년대 들어 자신들이 설립한 롤링 스톤스(Rolling Stones) 레이블을 설립한 이후부터는(현재는 버진) EMI로 배급망이 바뀌었다. 이외에도 로비 윌리암스, 재닛 잭슨, 최근 약진이 두드러진 보사노바의 리사 오노 등도 여기 소속이다. 음악의 절대강국인 미국의 독점 속에서도 영국이 음악제국의 위치를 지키는 것은 EMI의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근래 최고의 히트작은 미국 여가수 노라 존스(Norah Jones). 아티스트의 면면들을 봐도 늘 신인들이 일을 내는 곳임을 알 수 있다.
전 세계 45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는
SONY BMG는 특정 장르의 음악에 억매이지 않는 다양한 접근법을 구사한다. 트렌드를 잘 포착하고 심지어 세기말에 리키 마틴(Ricky Martin), 제니퍼 로페즈(Jeniffer Lopez)의 라틴 팝 열풍을 주도한 것이 말해주듯 때로는 트렌트를 인위적으로 창출하기도 한다. 트렌드가 R&B와 힙합이라면 거기에 투자하고, 흐름이 기성세대 취향으로 움직이면 로드 스튜어트(Rod Stewart)나 배리 매닐로우(Barry Manilow)의 올드 팝에 집중하고, 인디가 강세면 프란츠 퍼디난드(Franz Ferdinand)와 같은 그룹을 발굴한다. BMG에 의해 이제는 흑인음악도 아주 강한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각 지사의 로컬 가수에 상당 부분 역점을 두지만 기본적으로는 부동의 1위 음악시장인 미국의 취향과 트렌드에 충실한 뮤지션을 개발, 계약한다. 단 영국의 경우 미국시장과 방향을 공유하되 전통적으로 강세인 모던 록과 팝 발라드 시장 점유율 수성에도 힘쓰고 있다. 레이블은 상기한 것 외에도 버군디(Bergundy), 제이(J), 자이브(Jive), 라페이스(LaFace), 레가시 레코딩스(Legacy Recordins) 등이 있다.
각 레이블 별로 유명 아티스트를 보면 에픽의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샤키라(Shakira), 콜롬비아의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 에어로스미스(Aerosmith) 비욘세, RCA의 켈리 클락슨(Kelly Clarkson) 에이브릴 라빈(Avril Lavignr)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좀바의 저스틴 팀벌레이크(Justin Timberlake) 백스트리트 보이스(Backstreet Boys) 어셔(Usher) 등이다. 오아시스(Oasis), 케니 지(Kenny G), 웨스트라이프(Westlife), 스위트박스(Sweetbox), 에반에센스(Evanescence), 니클백(Nickleback)도 여기 소속 아티스트들이다.
유니버설은 정통성을 추구하는 것을 이념으로 한다. 그래서 아티스트를 선택해도 순간적인 틴 아이돌을 피하고 실력파 위주로 기용하며, 쉽게 포기하지 않은 것을 원칙으로 해서 한 아티스트의 전체 앨범을 보유하는 것이 특징이다. 상기한 레이블도 자사만의 컨셉을 분명히 한다. 일례로 폴리도 레이블의 경우는 시저 시스터스(Scissor Sisters)와 카이저 칩스(Kaiser Chiefs)가 웅변하듯 신인 록 밴드에 과녁을 맞추며 아일랜드는 아일랜드 출신의 그룹 유투(U2)와 자메이카의 밥 말리(Bob Marley)를 세계화시키는 비영미권 가수들에 집중하는 편이다.
지역적으로는 유럽에서 특히 강세를 보이며 모든 장르에서 뒤지지 않지만 역시 록이 주력 음악이다. 그러나 폴리그램과 유니버셜 합병이 진행된 2000년 이후에는 기존의 유럽 쪽 레이블 위주의 레퍼토리 편성이 미국 위주의 힙합 신으로 변경되어 미국 레이블들의 활동이 상대적으로 돋보인다. 데프 잼(Def Jam)과 인터스코프(Interscope)의 강세가 그 증거.
워낙 많은 레이블이 소속되어 유명한 아티스트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 상기한 아티스트를 제외하고 대충만 나열해도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 메탈리카(Metallica), 본 조비(Bon Jovi), 건스 앤 로지스(Guns N Roses), 림프 비즈킷(Limp Bizkit), 스팅(Sting), 셰릴 크로우(Sheryl Crow), 너바나(Nirvana), 에미넴(Eminem), 제이 지(Jay Z), 넬리(Nelly) 등을 꼽을 수 있다. 아바(Abba), 비지스(Bee Gees), 카펜터스(Carpenters), 엘튼 존(Elton John)을 위시한 다수의 팝 전설이 여기 소속이라는 것을 봐도 유니버설이 얼마나 유서 깊은 회사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006/11 임진모 (jjinmoo@iz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