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을 끓이며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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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샹떼 - 세계 영화사의 걸작 25편, 두 개의 시선, 또 하나의 미래
강신주.이상용 지음 / 민음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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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무지막지하게 좋아한다. 한때 밥먹는 것보다 영화 보는 것을 더 좋아했던 적이 있었다. 아직도 영화를 좋아하지만 예전의 열정에 비하면 많이 사그라들었다. 신경써야 할 일이 많아지고 일에 치이다보니 극장을 찾는 일도 쉽지 않아 졌다. 예전처럼 재개봉관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개봉작 시간을 놓치면 디비디가 출시될 때까지 기다리거나 아니면 온라인상으로 봐야만 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그런데도 영화가 좋다. 무료한 일상을 탈피하여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으로 영화를 좋아하지 않을까 한다.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떠한 예술 장르보다도 영화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예술장르가 되었고, 또한 가장 손쉽고 편안하게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수단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영화시장 규모도 해년마다 급성장하면서 할리우드 유명 스타들이 영화개봉에 맞춰 우리나라를 방문하거나, 할리우드보다 먼저 국내개봉을 하는 경우까지 일어나고 있을 정도다. 물론 이런 현상이 정상적인 것은 아니다. 외형상으로는 몸집이 크진 것 같지만, 몇몇 제작사와 배급사가 영화관을 독점하다보니 영화관객이 몰리는 현상이 일어나고, 의도적으로 영화관 몰아주기를 하여 관객수를 불리고 있는 어두운 그림자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면에서는 비디오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던 8,90년대에 비해 영화의 다양성은 더 떨어지는 것 같고, 또한 대중들은 영화를 단순히 오락거리로만 여기는 경향이 강해지는 느낌이 든다. 현재의 영화시장은 기이할 정도로 왜곡되어 있다. 컬트나 예술영화라는 장르가 각광을 받고 일반인들에게 키노, 스크린, 로드무비 등 영화 잡지가 읽히고 문화학교 서울 등 소규모 시네마테크 운동이 일어나던 그때가 오히려 지금보다 질적으로 더 풍성하지 않았나 한다.

 

최근 출간되는 영화에 관한 책들은 영화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을 담은 에세이 형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에세이 형식을 띠고 있기는 하지만 문학, 음악, 미술, 심리학, 철학 등 다른 예술장르나 학문과 통섭하는 글쓰기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솔직히 읽을 만한 책들이 그리 많은 것 같지는 않다. 번역서는 번역 자체가 매끄럽지 않아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기 힘든 책들도 있다. 일반인들의 눈높이에서 쓰여진 책들을 찾아 보기가 쉽지 않다. 그에 반해 인터넷 상 각종 포털이나 블로그 등에는 영화에 대한 글이 넘쳐난다. 일반인이면서 전문가 뺨칠 정도로 영화를 분석한 글도 눈에 들어온다.

 

영화평을 읽는 것은 영화에 대한 사전적인 정보를 얻는 것이 주목적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영화에 대한 선입견을 가질 수 있는 단점도 있다. 자신의 눈이 아닌 다른 사람의 눈으로 영화를 보려는 경향이 생기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줄거리 정도만 이해하고 영화를 본다. 나 자신만의 눈으로 영화를 보고 싶기 때문이다. 이 책은 철학자 강신주와 영화비평가 이상용이라는 두 사람이 자신들만의 시각으로 영화를 읽고 서로의 영화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신선한 면이 있다. 

 

영화는 시간순으로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영화라는 테크놀로지”에서는 영화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뤼미에르 형제와 조르주 멜리에스의 영화를 시작으로 하여, 슬랩스틱 코미디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버스트 키튼의 ‘설록 주니어’, 몽타주의 시조라고 여겨지는 세르게이 예이젠시테인의 ‘전함 포템킨’, 표현주의 영화의 거장 프리츠 랑의 ‘메트로폴리스’, 코미디 영화의 거장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를, 2부 “영화의 사려 깊은 의미”에서는 인상주의 화가의 대가 르누아르의 손자인 장 르누아르의 ‘게임의 규칙’, 네오 리얼리즘의 거장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독일 영년’, 뮤지컬 영화하면 떠오르는 스탠리 도넌의 ‘사랑은 비를 타고’, 롱테이크의 미학을 보여준 오즈 야스지로의 ‘동경 이야기’, 서부극의 신화를 깨뜨린 존 포드의 ‘수색자’, 삶과 인생을 성찰하게 하는 로베르 브레송의 ‘소매치기’를 소개하고 있다.

 

3부 “영화, 욕망을 발산하다”에서는 스릴러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의 ‘사이코’, 한국적 컬트 영화를 완성한 김기영의 ‘하녀’, 프랑스 영화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킨 장 뤽 고다르의 ‘미치광이 피에로’, 무미건조하지만 생각을 하게 만드는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확대’, 저예산 좀비영화와 정치가 맞물린 조지 로메로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독특한 영화미학을 보여준 루이스 브뉴엘의 ‘부르조아의 은밀한 매력’을, 4부 “불안한 영혼, 방황하는 영화”에서는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뉴욕을 배경으로 중산층의 위선을 까발리는 우디 앨런의 ‘애니 홀’, 영상으로 시를 쓰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노스텔지아’, 중동 영화의 매력을 보여 준 압바스 키아로슽타미의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혁명과 민중의 삶을 그린 장이머우의 ‘붉은 수수밭’, 벨기에 출신 다르덴 형제의 ‘로제타’, 애니메이션으로 세계인을 감동시킨 마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영화배우 출신이면서 거장으로 거듭 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밀리언 달러 베이비’를 소개하고 있다.

 

워낙 유명한 영화감독들과 영화들이어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25편의 영화가 어떤 영화일지는 대충 알고 있지 않을까 한다. 이제는 전부 디비디로 출시가 되어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구입해서 볼 수 있는 영화들이다(예전에는 ‘전함 포템킨’이나 ‘설록 주니어’ 등 초기 작품들은 비디오테이프로도 구하기 힘들어서 복사를 해서 보기도 했다). 선정된 영화들의 면면을 보면 영화사에서 한 획을 그은 영화들이다. 즉,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위해 선정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영화들은 너무 많이 알려진 것들이어서 영화에 대한 책을 읽으면 언제나 단골 메뉴처럼 등장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으면서 색다른 감흥을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두 작가의 또 다른 시선을 읽을 수 있었고, 영화를 보고 소비하기 바쁜 요즘 시대에 영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점이 부럽기만 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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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숲 2015-06-24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올리고, 키노님의 글을 읽는데, 제가 공감하는 말씀을 하셨네요. 잘 읽었습니다.
저는 영화 접근성이 편리해지면서, 영화를 대하는 저의 태도가 변화했다는 것. 영화관과 조금씩 멀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생각했지요. 함께 읽고 나누니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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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여지도 - 두 발과 땀으로 써내려간 21세기 대한민국 노동의 풍경
박점규 지음 / 알마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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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노동자로서의 삶을 살아가야 할 운명에 놓이게 된다. 인간은 태초 이래로 먹기 살기 위해 노동을 해야만 했다. 인류의 역사는 노동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에게 필요한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몸을 움직여야만 했다. 물론 초기 노동은 먹고 살기 위한 수단이었지만, 도시화와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노동은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한 의미를 넘어 인간의 존엄성과 생존, 그리고 권력의 문제로 넘어가게 되었다. 인간이 노동으로부터 소외당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현장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아니긴 하지만 직장인들의 애환을 그린 “미생”이라는 드라마가 케이블TV 드라마로는 이례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얻은 적이 있었다. 원래 원작인 만화를 드라마로 만든 것인데 만화 이상으로 재미가 있었던 작품이었다. 드라마에 등장한 “장그래”는 이땅의 비정규직을 대변하는 이름이 되기도 하였다. 드라마는 우리가 매일 접하는 회사 내부의 일을 잘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하루 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직장인들이 겪는 고민과 애환을 잘 그려주어서 호평을 받았다. 드라마에서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는 장면들이 있었지만 실제 노동현실은 가혹하다.

 

TV나 신문을 보면 열악한 노동현실을 고발하는 뉴스와 기획기사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노조탄압은 현재의 우리 노동현실을 단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아닐까 한다. 이런 노동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시위를 하고 재판을 해보아도 결과는 별반 달라지지 않는 것 같다. 노동자들의 실생활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 자신의 신변에 일어날 수 있는 위험까지 감내하며 분신과 고공농성을 마다하지 않는 노동자들이 있음에도 큰 변화가 없는 우리 사회를 보면 우리 사회의 노동현실에 대한 인식수준과 이중적인 시선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지은이는 책에서 2014년 3월 ‘삼성의 도시’ 라고 불리는 수원에서 시작하여 2015년 4월 ‘책의 도시’인 파주까지, 1년 2개월 동안 전국 28개 지역을 발로 뛰어 다니며 직접 몸으로 체험하고 겪은 우리 노동 현장의 목소리를 들려 주고 있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고용불안과 열악한 노동시장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까지도 쌍용차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투쟁은 우리 사회의 화두였고, 아직도 제대로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 역대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앵무새처럼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노동현장은 그리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

 

기업이나 정부에게 기대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마저 느껴진다. 이런 현실에서는 노동자들이 변화하고 진화할 수 밖에 없다. 책에는 부도난 회사를 인수해 노동자 자주관리회사로 전환하고, 노조와 병원장이 함께 공공병원을 이루어 내는 등 노동자들이 직접 노동현장을 바꾼 사례를 들려준다. 희망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희망이 현실이 되기까지에는 너무나 많은 시간을 거쳐야만 하고 고통과 희생을 감내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와 같은 희망을 일구어내는 현장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노동의 문제도 결국은 우리 모두의 인권 문제로 귀결된다. 일한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고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으며 최저한의 생계는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너무나 당연한 명제다. 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요한 것은 이는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는 지금 현재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의 문제다. 우리 모두가 눈과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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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와 수치심 - 인간다움을 파괴하는 감정들
마사 너스바움 지음, 조계원 옮김 / 민음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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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감정과 이성의 동물이다. 그래서 인간의 행동이 가지는 의미는 어느 한 쪽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다만 어느 쪽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때로는 이성의 시대가, 때로는 감정의 시대가 지배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하였다. 일반적으로 법이나 정치에 대해서는 이성적인 면을, 예술이나 문화를 언급할 때는 감정적인 면을 떠올리게 된다. 그렇다면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철저히 이성에 근거한 법이 최선의 법일까? 이 질문에 대해 이 책의 지은이 마사 너스바움(Martha C. Nussbaum) 시카고대 로스쿨 교수는 법에 있어 감정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너스바움은 인간은 욕구를 가진 취약한 존재로서, 인간의 감정은 단순히 변하는 것이 아니라 믿음과 신념이 반영된 결과이기 때문에, 감정은 법이나 정책인 공적인 판단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한다. 감정을 배제한 법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생각할 수도 없다고 한다. 그러나 혐오와 수치심은 배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자 약함을 지닌 존재라는 본질적인 특성상 불완전함을 애써 무시하거나 잊으려고 하고 완전무결함과 자신을 동일시하려고 한다. 이런 인간의 원초적 본능은 타인의 부족함을 혐오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타인을 불완전하고 열등한 존재로 만들어 자신을 강하고 우월한 존재로 만들려는 감정에서 타인에게 수치심을 주는 행동을 취하게 된다.

 

물론 혐오와 수치심이 인간에게 전적으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혐오와 수치심이 인간에게 바람직하게 작용을 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혐오와 수치심은 취약한 집단과 사람들을 차별하고 배체하며,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의 가치를 훼손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의 약자를 무시하고 차별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받는 수단으로 사용되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혐오와 수치심은 차별과 배제, 사회적 낙인이라는 기제를 유발하는 동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너스바움은 특정 범죄가 특별히 혐오스럽다는 이유로 가중 처벌하는 것에 반대하고, 전자팔찌나 범죄자 신상 공개 같이 수치심을 주는 처벌에도 반대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범죄자들에 대한 처벌 경향이나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하면, 선뜻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견해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다보면 지은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의도가 무엇인지를 가늠할 수 있게 된다. 인간의 약함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결국 인간 존엄성에 대한 큰 주제로 귀결된다. 혐오와 수치심은 인간을 인간답지 않게 만드는 감정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혐오범죄 등이 문제되고 있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알게 모르게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자신과 다른 타인에 대한 혐오와 수치심을 주는 행위는 자유주의 사회의 근간을 훼손하는 행위이다. 너스바움은 혐오와 수치심을 정신분석학적으로 입장에서 다양한 판례와 서양 정치철학사의 이론 등 풍부한 자료 등을 근거로 분석하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 자유, 평등에 바탕한 자유주의 사회라면 자신과 타인의 유한성과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상호 의존하는 관계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점점 복잡해지고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에서 나 자신의 약함과 불완전성을 인정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급속하게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큰 글이다. 쉽지 않은 주제인데다 만연체 문장이어서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려웠다. 지은이가 전하고자 하는 주제 정도만을 이해하는 읽기였지만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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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언어 -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인문학 음식의 언어
댄 주래프스키 지음, 김병화 옮김 / 어크로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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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요리와 음식이 트렌드가 되었다. TV를 켜면 음식과 관련한 프로그램이 한두 개가 아니다. 소재도 다양하다. 맛있는 음식이나 음식점을 소개하는 프로그램, 세계 각국의 음식을 소개하는 프로그램, 연예인들이 그 지역의 자연환경을 이용하여 음식을 만드는 프로그램 등 교양에서 예능까지 아우르며 요리와 음식은 그야말로 대세가 되었다. 음식은 단순히 먹는 것에서 벗어나 음식을 통해 사람들과 교류하고 요리를 통해 주위를 둘러보는 계기가 되는 그런 시대가 되었다.

 

음식은 한 나라의 문화이자 한 사회를 읽는 지표가 된다. 그 지역, 그 사회, 그 나라만이 가진 특유의 음식은 그 지역의 환경과 정서를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음식 문화를 통해 그 속에 함축된 다양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그렇다면 언어학자의 눈에는 음식이 어떤 의미로 비춰질까?

 

이 책의 지은이 댄 주래프스키는 스탠퍼드 대학의 언어학 교수이자 계량언어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1998년 과학과 공학 분야 교수에게 주어지는 가장 권위 있는 상인 NSF 커리어상과 2002년 천재들의 상이라 불리는 맥아더펠로우십을 받았다고 한다. 스탠퍼드에서 그가 강의하는 교양 강의 ‘음식의 언어(Language of Food)’는 7만 명 이상이 수강하는 인기 강좌라고 한다. 지은이는 음식의 언어에 주목한다. 음식의 언어를 통해 인류의 역사와 문화, 사회, 경제를 읽어 내려간다. 단순히 인문학적인 접근이 아니라, 심리학, 사회학, 행동경제학 등 여러 학문 분야를 넘나들며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음식에 접근한다. 

 

책은 음식을 먹는 순서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메뉴의 모험: 식탁 위에 펼쳐진 세계지도”에서는 음식의 전파과정을 통해 역사와 문화를 읽는다. 먼저 메뉴판에 담긴 단어에 따른 가격, 레스토랑의 등급과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프랑스와 영국에서는 에피타이저를 뜻하는 앙트레가 미국에서는 무슨 이유로 메인 코스를 뜻하게 되었는지, 영국의 대표적인 요리인 피시앤드칩스가 런던에 어떻게 도착하게 되었는지를 살펴본다. 이어서 미국 패스트푸드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케첩이 중국의 푸첸성에서 쓰던 발효된 생선 소스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와 칵테일, 와인, 토스트, 추수감사절과 칠면조 등에 대한 이야기까지 읽다보면 이제까지의 음식이 색다르게 다가온다. 2부 “미식의 말들 : 내 입맛이 말해주는 모든 교양”에서는 블로거들의 맛집 리뷰와 포테이토칩 포장지 홍보문구 등에서 심리학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이름만 들어도 입안 가득히 군침이 도는 포테이토칩, 마카롱, 셔벗, 크래커, 디저트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음식의 언어에 대한 지은이의 관심은 홍콩에서 광둥어를 배우며 언어학을 연구하던 시절, 토마토케첩이라는 단어에 대한 궁금증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궁금증일 수도 있는데, 그 궁금증이 이처럼 거대한 하나의 글로 태어났다고 생각하니 대단하다는 느낌이다. 다만 소개되는 음식은 대부분 서양식이고 처음 들어보거나 이해하기 힘든 음식 이름도 자주 등장하여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글이 추상적이고 어렵게 다가오는 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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