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함께 글을 작성할 수 있는 카테고리입니다. 이 카테고리에 글쓰기

"그는 죽은 것이 아니야. 무지개 너머에서 날 기다리고 있을 뿐..."
"그리고 난 돌아오는 겨울이면, 또 그 다음 겨울이면 어김없이 'In The Winter'를 들으며 그녀의 칼날같이 차가운 지성과 만나리라..."

소설이나 에세이의 내용이 아니다. 우리가 음반을 구입하면(특히 해외 음반의 경우)내지에 들어 있는 평론가들의 해설지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앞의 인용은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의 [Randy Rhoads Tribute](1987) 앨범 국내반 해설지에 실려 있는 내용이다. 두번째는 80년대 중반 국내에 발매된 재니스 이언(Janis Ian)의 [Between The Lines](1975) 앨범 해설의 마지막 구절이다. 물론 둘 다 80년대에 국내에 출시되었던 음반들이니 오늘날의 CD가 아니라 LP의 형태로 발매되었던 음반들이다.

다소 어려운 전문 음악 용어와 딱딱한 문체로 이루어진 90년대 이후의 음반 해설지에 익숙해진 눈으로 보면 쌩뚱맞음을 떠나 유치하게까지 생각될 법도 하다. 하지만 80년대에는 그런 시대였다. 팬들뿐 아니라, 평론가들조차도 스스로 그 음악에 열광해 있음을 스스럼없이 고백하던 시대였으니, 건조하고 딱딱하던 문체로 음악을 설명하기보다는 시를 쓰듯, 수필을 쓰듯 음악에 대한 자신의 감정과 감상을 전달하던 시대였던 것이다.


80년대는 알다시피, 지금과 같은 음악전문 케이블 채널들도 없었고, 인터넷도 없던 시기였다. 심지어 PC통신이라는 것조차도 탄생하기 이전이었으니, 해외 대중음악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창구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월간 팝송”이라는 이름의 음악 월간지 한 권, 그리고 음반을 사면 만날 수 있었던 해설지 정도가 고작해야 전부인 시대였던 것이다. 물론 상업 음반에 끼워져 함께 팔리는 것이 음반 해설지니 만큼 해당 음반이나 뮤지션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나 견해를 표출하기는 힘들었을 것이지만 평론가들은 해설지를 통해 종종 ‘과찬’을 넘어 ‘격찬’과 ‘극찬’의 단계에까지 이르기도 했다. 이를테면 국내 최초의 헤비메틀 앨범으로 평가 받는 ‘시나위’의 1집 [라디오를 크게 켜고] 앨범 해설지에서, 글쓴이는 이 신예 밴드의 데뷔 앨범을 들은 첫 소감을 다음과 같이 피력하고 있다.

“하느님 맙소사 이럴 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80년대 음악 팬들에게 있어 해설지의 권위는 절대적이었으며, 마치 복음과도 같은 것이었다.


음악에 대한 세부적인 묘사에 있어서도 오늘날의 음반 해설지와는 뚜렷한 차이점을 보인다. 특정한 연주의 기법이나 음색을 지적하며 ‘특기할 만 하다’는 식으로 간결하게 정리하는 90년대 이후의 음반 해설과는 달리, 80년대의 음반 해설에는 ‘직유법’을 중심으로 한 비유법이 적극적으로 동원되었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천둥같은 코지 포웰(Cozy Powell)의 드러밍”
“섬광같은 에디 반 헤일런(Edward Van Halen)의 양손 해머링”
“잉위 맘스틴(Yngwie Malmsteen)의 속주 기타가 불을 뿜는다.”


현재와 비교하자면 평론에서 흔히 언급되는 전문 용어도 오늘날과는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양손 모두를 지판 위에 두고 연주하는 기타 테크닉을 오늘날에는 대체로 ‘라이트 핸드 주법’이라 칭하지만, 당시에는 ‘양손 해머링’이라는 일본식 조어로 일컫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오늘날에는 ‘슬랩 베이스 주법’이라 불리는, 오른 손목에 스냅을 주어 엄지로 현을 내려치며 베이스 기타를 연주하는 기법이 ‘초퍼’라는 일본식 용어로 불렸던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따지고 보면 용어뿐만 아니라, 다소 과장에 가까운 극찬의 문체도 그 근원을 따라 올라가면 결국 일본 평론문화의 영향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어쨌든, 어떤 뮤지션의 연주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되었던 80년대 해설지의 비유법들은 팬들에게 그 뮤지션의 이미지를 특정한 형태로 각인시키기에 충분할 만큼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러니까 80년대에 음악을 들었던 이들에게 있어서 ‘천둥같은 드러밍’은 무조건 ‘코지 포웰’이어야만 했고, ‘에디 반 헤일런’의 ‘양손 해머링’은 섬광이었으며, ‘잉위 맘스틴(오늘날에는 잉베이 맘스틴으로 불리는)’의 기타는 언제나 ‘불을 뿜어’야만 했다. 오늘날의 불황에 비하면 분명 황금기였으며 음악 팬들의 열정 또한 뜨거웠던 80년대는, 평론의 관점에서 볼 때 ‘인상 비평’의 황금시대이기도 했던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80년대 음반 해설지에서 섭섭하지 않게 발견되는 ‘극찬’이 이채로울 수 있는 것은 평론가의 객관적인 시각과도 종종 동떨어져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음악을 철저히 객관화시켜 냉철하게 논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열광 팬의 입장으로 돌변하거나, 심지어 뮤지션에게 스스로를 몰입해버리는 경우까지 발견된다. 서두에 인용한 [Randy Rhoads Tribute]앨범 해설지의 구절은, 랜디 로즈에 대한 ‘팬레터’의 일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할 수준이다. 그리고,

“밤새 잉위의 축복받은 손가락을 질투했다”

라는, 잉베이 맘스틴의 [Rising Force]앨범 해설지에 실려 있는 이 구절은, 뮤지션에 대한 질투어린 동일시의 모습마저 보여준다.

인상 비평과 몰입, 그리고 극찬이라는 여러 면모를 가지고 있었던 80년대 음반 해설지의 평론들은, 이 모든 요소들을 아우르며 마침내 문학 작품의 영역에 다다른다. 국어시간에 배운 개념에 따르면 ‘설명문’이나 ‘논설문’에 가까워야 할 음반 ‘해설’지의 문장들이, 80년대에는 시나 에세이의 그것에 더욱 가까웠다는 것이다.

“'Hope'의 앨범을 구했을 때에는 잠을 제대로 못 잤던 기억도 난다. 아...그 행복함이란... 헤이즐넛 커피의 향보다, 애인이 바른 향수의 잔잔한 내음과는 또 다른 향그러움이었다.” - 클라투(Klaatu)의 [Magentalane] (1981) 앨범 해설지 중에서.


'당연한 말이지만, 평론은 평론다워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80년대 음반 해설지들에 나타난 감상주의적인 인상 비평은, 90년대 이후 성숙한 형태의 음악 평론들이 등장하기 위해 거쳐야만 했던 어떤 과도기적인 모습이라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팬들의 취향과 관점이 명확해지고 평론문화 역시 발전하였음에도, 음반해설지로 대표되는 80년대 음악풍토의 열정과 에너지만큼은 훨씬 잦아든 느낌이다. 고로 우리가 80년대 음반 해설지들을 곱씹으며 고민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모든 것이 부족한 환경 속에서도 차고 넘치기만 했던 당시 음악 평론가/팬들의 열정과 에너지의 회복에 관한 문제일 것이다.


(음악 포털사이트 KTF 도시락www.dosirak.com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글 / 조민준(meanjune@dramamob.com)

- "네티즌의 음악평, 음반정보가 있는 곳" 창고닷컴 changgo.com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키노 2006-05-07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P에서 꺼내보는 음반 해설지는 그야말로 자그마한 책자와도 같았습니다. 어떤 경우는 아웃케이스의 뒷면에다가 해설을 실어 놓은 경우도 있었지요^^
 

세계적인 음악 케이블 네트워크 VH1에서 실시한 '가장 위대한 헤비메탈 송' 집계에서 블랙 사바스의 'Iron Man'이 1위를 차지하였다. 2위엔 건스 앤 로지스의 'Welcome To The Jungle', 3위엔 메탈리카의 'Master Of Puppets'가 각각 오르며 대형 밴드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그 외 10위 안에 포함된 곡들은 다음과 같다.

10 Greatest Metal Songs

4. AC/DC - Back In Black
5. Judas Priest - You've Got Another Thing Comin'
6. Kiss - Detroit Rock City
7. Iron Maiden - The Number Of The Beast
8. Slayer - Raining Blood
9. Ozzy Osbourne - Crazy Train
10. MOTÖRHEAD - Ace Of Spades / www.changgo.com

- "네티즌의 음악평, 음악정보가 있는 곳" 창고닷컴 changgo.com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mong 2006-05-05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곡 제목을 보니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ㅎㅎㅎ

키노 2006-05-06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부분 7-80년대 노래들이네용^^;;
 

작년에 발표한 솔로 앨범 [TheFutureEmbrace]가 판매고에서 참패한 뒤 '산만한' 공연을 거듭하던 Billy Corgan은 얼마 전 '시카고 트리뷴' 지를 통해 "내 밴드가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다. 내 노래들도 그리고 내 꿈들도."라며 불편한 속내를 털어놓았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 스매싱 펌킨스의 공식 홈페이지엔 이런 글이 걸려 있다.

"스매싱 펌킨스는 지금 2000년도 이후 처음으로 발매 될 신보 수록곡을 쓰고 있다. 발매 예정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밴드는 올 여름 레코딩에 들어갈 계획이다."

즉, 올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에 스매싱 펌킨스의 신보를 만나볼 수 있을 거란 얘긴데, 특히 이번 신보에는 원년 멤버들인 James Iha, D'arcy Wretzky(소문만 무성했던 Melissa Auf Der Maur의 합류는 무산 됨.), Jimmy Chamberlin도 모두 복귀할 것으로 보여 팬들의 기대와 관심은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 www.changgo.com

- "네티즌의 음악평, 음악정보가 있는 곳" 창고닷컴 changgo.com -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mong 2006-04-30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기대됩니다 ^^

마늘빵 2006-05-01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나오면 당연히 사야죠. 이런건.

키노 2006-05-02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몽님 아프락사스님 저두 기대되요^^
 

다음 달 3월 발매될 것으로 알려진 건스 앤 로지스의 새 앨범 "Chinese Democracy"에 수록될 트랙들이 온라인을 통해 유포되고 있다고 현지 음악매체들이 전했다.

이들 소식에 따르면 유포된 노래는 'I.R.S'란 곡으로 스튜디오 레코딩에 미치지는 않는 데모 버전 수준의 음질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체들은 또 'Better'란 곡의 1분 남짓한 부분도 온라인을 중심으로 파일이 떠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 매체는 그러나 지금 돌고 있는 곡들이 정확하게 새 앨범에 실릴 곡인지 여부는 알수 없다고 전했다.

한편 해외 음악매체들은 건스 앤 로지스의 새 앨범이 오는 3월 출시될 것이라고 보도하면서 밴드의 전 기타리스트 슬래쉬의 말을 최근까지 인용 보도해 왔다.

슬래쉬는 지난 주 영국 버진 라디오에 출연해 건스 앤 로지스의 새 앨범은 이미 완성됐다며 최종 음원으로 추정되는 것을 이미 확인했다고 밝혔다.

슬래쉬는 방송을 통해 건스 앤 로지스의 새 앨범이 3월 중에 발매될 것이 확실하다고 단정지었다.

- "네티즌의 음악평, 음악정보가 있는 곳" 창고닷컴 changgo.com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가 역사상 가장 위대한 록 그룹으로 선정됐다.

핑크 플로이드는 지난해 런던에서 열린 'Live 8' 자선 콘서트를 관람했던 약 6만 명의 록 음악 팬들을 대상으로 “역사상 가장 위대한 록 그룹”을 묻는 설문지 결과에서 1위에 올랐다.

이번 순위 조사는 영국의 디지털 라디오 방송국 < Planet Rock >이 실시했다. 톱 10에 선정된 아티스트는 다음과 같다.

1. Pink Floyd
2. Led Zeppelin
3. The Rolling Stones
4. The Who
5. AC/DC
6. U2
7. Guns N' Roses
8. Nirvana
9. Bon Jovi
10. Jimi Hendrix


  2006/01 김獨 (quincyjones@hanmail.net)

* IZM - New Stream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