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mariashriver.com1024 × 767
"빙산은 빙원에서부터 열린 바다로 떠내려오다가 깨져버린 빙하의 부분이오. 빙산이 단단하면, 물 위에 떠 있는 부분과 물 아래에 잠긴 부분 사이의 비율이 1:5 정도 되지. 빙산 가운데가 비어 있으면 비율은 1:2 정도. 물론, 속이 비었을 때가 가장 위험한 경우요. 나는 높이가 40미터에 무게는 5만 톤 정도 나가는 빙산들도 본 적이 있소. 그런 것들이 배의 프로펠러에서 나오는 진동에 뒤집힐 수도 있는거요."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계절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한 변함없이 제자리로 돌아온다.
올 여름은 작년 여름과 다르고 과거 어느 여름과도 다르겠지만 더위에는 아이스크림과 추리소설이면 된다.
까만 밤, 작은 스탠드를 켜놓고 누워 책을 펼치면 낮보다 서늘해진 바람에 눈보라가 휘날리는 빙하 위를 걷는 상상을 할 수 있게 해준다. 덤으로 귓 가에서 윙윙 거리는 바람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에 나오는 눈이 겨울에 내리는 눈이라는 것을 이제서야 알았다.
덴마크 출신이라지만 그린란드에 대해서, 얼음에 대해서, 선원 생활을 했다지만 배에 대해서 어떻게 이렇게 잘 아는걸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얼마 전 국제 도서전에 갔다가 움베르토 에코에 대해서 아는 동생에게 말해줬는데 그 친구가 "세상엔 왜 이렇게 천재가 많은거죠?"라는 말을 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심정이 그랬다. 세상엔 왜 이렇게 똑똑한 사람들이 많은걸까?
한편으로는 스밀라, 이 여자를 어떻게 해야할까? 50kg남짓의 가녀린 몸에서 나오는 이 엄청난 의지의 소유자를 어찌 해야할까?
......빙하는 투명해져서 주변의 색깔에 물든다. 이런 빙하는 위험하다. 나는 북극에 살지도 않고 이누이트도 아니지만 올 겨울에 쌓이는 눈은 예전에 내가 알던 눈과 다를 것이고, 내 눈길이 닿는 얼음은 과거에 내가 봤던 그 얼음과 다를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사람들은 조금만 더 견디면 언젠간 좋은 날이 올거라고 생각하며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현실을 버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순간 순간이 모여 하나의 인생이 이루어진다.
언젠가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신은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시련을 주신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인간이 자신에게 닥쳐온 고통을 견디기 위해 자기 최면을 걸면서 한 말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세상 일이라는 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으니 똑같은 인생이라도 삶을 바라보는 시선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겠지 라며 긍정의 향수를 머리 위에 뿌려본다.
도종환의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를 읽어보면 가난, 외로움, 좌절, 절망, 방황, 사별, 해직, 투옥, 시련, 고난, 질병... 이게 다 한 사람이 경험한 일이 맞을까 싶을 정도의 삶을 산다. 시인으로서는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지만,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누렸던 것들을 하지 못한 것들이 많다. 그런 삶의 와중에도 그는 도중에 잠시 쉰 적은 있을지 몰라도 오로지 한 길만을 걸어왔다. 그리고 그런 순간순간이 모여 반짝이는 인생을 만들었다.
그는 말한다.
살아 있는 동안 꿈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꿈은 버릴 수 없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내가 살아있는 동안 원하던 것을 이루는 일이 아니라 "자기 생애를 밀고 쉼 없이 가는 일"입니다. "텅텅 비어있는 꿈의 적소에서 다시 시작하는" 일입니다.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