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이면 책방에 갈 준비를 했던 것이 버릇이 되어서
나도 모르게 일어나 준비를 하고 나가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제 어딘가를 갈 일이 없어서 창 밖을 보면서 거실을 서성였다.
습관이라는게 무서운거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뭘 할까?
미용실에 가자!
긴 파마머리지만 전혀 관리를 하지 않아서 머리카락이 상하고 있었다.
며칠 전에는 머리를 말리다가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빗었는데 너무 많이 걸려서
하아~내가 너무 무신경하구나! 싶었다.
머리카락을 단발로 자르고 다시 파마를 했다.
자르고 이리저리 뻗친 머리카락을 보니 그건 그것대로 또 마음에 들어서 그냥 생머리 단발을 할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또 무신경하게 될테니 원래 마음먹었던대로...
머리 길이가 짧아지니 생각보다 돈도 적게 들어서 가격을 치를 때 잘못 알아들은 줄 알고
"네?" 하고 다시 물어봤다.
오늘 미용실에 가지고 가서 읽은 책은 잠시 내려놓았던 백민석의 <혀끝의 남자>
미용실에서의 지루하고 허리가 아파오는 3시간을
이 책과 슈퍼맨이 돌아왔다로 버텼다.
거기 나오는 아기들이 너무 이뻐서, 이래서 아기를 낳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암암리에 출산을 장려하는 프로그램으로 말이다.
각설하고 책은 제목과 같은 혀끝의 남자로 시작하는데 이런...
난 처음부터 무슨말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나는 혀끝의 남자를 보았다.
남자는 머리에 불을 이고 혀끝을 걷고 있었다.
남자는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혀에서 불꽃이 일었다. 입이 바싹바싹 말라갔다. 단내가 사방으로 넘쳐흘렀다.
남자의 등은 약간 굽었고 어깨도 조금 쳐져 있었다. 불이 목덜미까지 내려와 있었다. 하지만 남자는 동요 없이 혀끝을 걷고 있었다. 한 발 한 발을 고요 속에 내딛고 있었다.
남자는 이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불의 뿌리가 이마까지 적시고 있었다. 표정은 모호했다.
남자가 나를 보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한쪽 눈매가 이쪽을 향해 있었지만 시선이 마주쳤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남자는 내가 아는 어떤 인물과도 닮지 않았다. 내가 아는 어떤 인물도 남자처럼 불타는 머리를 갖고 있지 않았다. 머리에 불을 인 채 혀끝을 걷지 않았다.
나는 혀끝의 남자를 보았다. 남자는 머리에 불을 붙이고 고요 속을 걷고 있었다.
이 부분을 읽고 이게 무슨 소리일까? 생각을 하느라 며칠동안 책을 덮어 두었다.
요즘 살이 빠져 광대뼈가 튀어나오고 있는데 이것도 그 원인이 될려나...^^;
살이 빠져 걱정이라는 말은 내 인생에 절대 없을 것 같았는데, 이제는 살이 빠지는 것을
걱정하게 되었다.ㅜㅜ
소설가라는 직업은 멋진 것 같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타인에게 들려줄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일이다.
게다가 독자를 고민하게 하면서 머리 속에 있었던가?했던 미지의 땅을 개척하게 하다니...
그래! 이럴수도 있겠는걸! 하면서 두뇌의 뉴런 사이에 전기가 오고 가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