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발자국일까? 과학 그림동화 4
밀리센트 엘리스 셀샘 글, 마를레너 힐 던리 그림, 장석봉 옮김 / 비룡소 / 1998년 10월
품절


자, 여기 다른 발자국을 보세요. 개 밥그릇이 있는 쪽으로 난 것 말이에요.
고양이가 걸어가는 것을 본 적이 있나요?
고양이는 네 발로 걸어다녀요. 그런데 고양이는 뒷발을, 앞발자국이 찍힌 바로 앞에 놓지요. 고양이 발자국이 한 줄로 나란히 생기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랍니다. 그래서 고양이 발자국은 마치 두 발 달린 동물의 발자국처럼 보이게 돼요. 고양이는 걸을 때 발톱을 집어넣고 걸어요. 그래서 고양이는 발톱 자국을 남기지 않는답니다.-p.11쪽

여우 발자국도 고양이 발자국처럼 한 줄이에요. 그런데 여우 발자국은 개 발자국처럼 발톱 자국이 있어요. 토끼 발자국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토끼는 앞발이 작고 뒷발은 크다는 건 여러분도 알고 있을 거에요.
당연히 앞발자국은 작게, 뒷발자국은 크게 남겠죠.-p.13쪽

여기, 강 근처의 진흙 땅에 더 많은 흔적이 있네요.
그리고 속이 빈 껍질들도 쌓여 있어요. 가재 껍질이네요.
여기에 난 흔적들은 아기의 손발처럼 생겼네요.
그런데 세상에, 이 긴 발톱 좀 보세요!
이건 너구리의 발자국이에요. 너구리는 가재를 잡아먹는 걸 좋아해요.
자, 이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시겠죠? 너구리가 어젯밤에 여기서 식사를 했답니다.너구리는 가재를 먹었어요. 그리고 빈 껍질을 쌓아 둔 거죠.-p.23-24쪽

비행기처럼, 바다갈매기도 바람이 불어 오는 쪽으로 날아올라요.
갈매기는 공중으로 날아 오르려면 속력을 내기 위해 먼저 모래 위에서 발을 굴러야 해요. 달릴 때 갈매기의 발은 모래 속으로 움푹 들어가게 돼요.
여기 있는 갈매기 발자국은 모두 동쪽을 향해 한 줄로 나 있네요.
바람이 동쪽으로 불어 온 거죠.-p.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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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6-06-27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애들이랑 읽었었는대........

비자림 2006-06-28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좋지요? 이렇게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재미있는 과학책도 별로 없어요.
그래서 품절인가봐요.
 
아이에게 사랑 받는 101가지 방법
옐레나 야니치크 홀셔 지음, 김라 옮김, 두샨 파블리치 그림 / 디딤돌(단행본)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배움과 모색의 과정에서 만나게 된 이 책. "아이에게 사랑받는 101가지 방법". 나는 이 책의 제목이 참 좋았다. 아이들은 자기를 귀여워해 주고 놀아주는 어른을 참 빨리도 알아챈다. 우리 아이들은 1년에 서너 번 밖에 안 만나는 외삼촌을 굉장히 좋아하고 가끔은 그리워하는데, 외삼촌인 우리 오빠는 내가 보기에도 참 아이들과 잘 놀아준다. 아니 놀아주는 게 아니라  아이들과 재미나게 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유원지에서 걸어가는 그 무료한 순간 조차도 그냥 걸어가지 않는다. 보도블럭의 색깔 따라 걷기라든지 팅커벨처럼 톡톡 춤추듯이 걷기 등등 새로운 제안을 하고 시범을 보여 주어 아이들의 눈을 사로잡는, 아이들보다 더한 장난꾸러기의 모습일 때가 많다.

이 책에서도 그러한 '함께 놀기'를 강조한다. 부모가 처음 보여 준 세상이 주는 의미가 크므로 아이에게 많은 것들을 가르치라고 권한다. 수영, 자전거타기, 눈싸움하기, 연날리기 등등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하는 놀이나 스포츠 등은 얼마나 많은가? 그런 거창한 것이 아니더라도 모래성 쌓기 등 새로운 경험을 할 때 옆에서 같이할 수 있는 기쁨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p.38)

또한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이가 특별한 느낌, 고귀한 자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애정표현을 자주 해 주고 많이 하라고 이야기한다.  첫장에서 '아이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법을 배워라...사랑해 라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모자란다. 온갖 표현을 다 써서 적극적으로 사랑을 나타내라.' 라고 강조하듯이 온 마음으로 사랑을 표현하라고 한다. 

그 외에도 아이의 사소한 모든 것을 기념하는 작은 이벤트들을 권한다. 아이가 썼던 것들을 담아 두는 보물상자를 만들어 두거나 틈 날 때마다 비디오 카메라로 아이의 모습을 담아 둔다거나 아이의 그림, 동시, 찰흙 작품들을 집안 곳곳에 전시하여 사람들에게 보여 준다거나 심지어 작아져서 못 신는 아이의 작은 신발을 화분으로 만들어 놓으라고 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중요한 일들', '두 살부터 다섯 살까지의 아이에게 사랑받는 방법', '여섯 살부터 아홉 살 까지의 아이에게 사랑받는 방법' 이라고 해서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전체 내용을 관통하는 것은 아이를 행복하게 해 주고 마음껏 사랑해 주고 인생의 즐거움을 알게 해 주는 것이 아이에게 사랑받는 길, 그리고 부모도 행복해지는 길이라는 것이다.

"엄마, 나랑 카드게임 해요, 엄마, 나랑 딱지 치기 해요." 하며 달려오는 아들에게 설거지해야 한다는 둥 핑계만 대며 잘 놀아주지 않는 나의 모습을 많이 돌아보게 한 책이었다. 오늘밤엔 녀석들과 이불에서 구르기라도 할까? 아니 유희왕카드에 대해서부터 공부해야 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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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6-06-23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촌을 지형이랑 지학이가 그리워 할만 하네요..정말..그냥 글로만 이렇게 잠깐 읽어도 너무 따뜻하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서 놀아주실듯해요..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것은 사랑을 주는 것만큼이나 소중하고 행복한것 같아요..

씩씩하니 2006-06-23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의 그림, 그리고 자잘한 작품들 전시는 커녕
아이가 장식장에 넣어두면 살짝 아무도 모르게 아이들 추억박스에 쳐박은(!!!) 기억이,,,흑~
그래서 울 아그들이 저를 별루 사랑 안하는건가봐요..저도 오늘 밤에 아이들과 불루마불 한 번 하는 센스 발휘해볼까봐요..

비자림 2006-06-23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꽃님, 씩씩하니님 오늘 하루 잘 보내고 계시죠? 날씨가 후덥지근하네요.
책이 대단히 유용하고 철학적이진 않지만 우리가 자칫 소홀하기 쉬운 것들을 강조하고 있어 좋았어요. 하루에 한 번이라도 하루에 5분만이라도 아이들 세계에 들어가는 기차표를 끊고 다녀야 할 듯...호호
 
아이에게 사랑 받는 101가지 방법
옐레나 야니치크 홀셔 지음, 김라 옮김, 두샨 파블리치 그림 / 디딤돌(단행본) / 2005년 5월
절판


첫 경험을 함께 하라

부모는 아이에게 많은 것들을 가르칠 의무가 있다.
수영, 자전거 타기, 눈싸움하기...... 그 외에도 많은 것들을
아이는 부모에게서 배운다. 아이가 맨 처음으로 모래성을 쌓고,
연을 날리고, 눈사람을 만들 때 옆에서 같이 할 수 있는 기쁨을 놓쳐서는 안 된다.
아이는 그 첫 경험을 절대로 잊지 않는다.-p.38쪽

할머니의 옛이야기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잘 보살펴 드리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 준다. 의무나 역할에 대해서는 따지지 말자.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지혜와 경륜이 많아
아이에게 많은 것을 줄 수 있다.
아이가 세 살이나 네 살쯤 되었을 때 할아버지, 할머니 무릎 위에 앉아
초롱초롱한 눈으로 엄마, 아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는 것은
가치를 따질 수 없을 만큼 중요한 일이다.
엄마,아빠도 어린아이였다는 사실은
아이에게 큰 의미를 지닌다.
할아버지, 할머니만큼 이런 이야기를
잘 들려줄 수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또 어디 있겠는가?-p.40쪽

손가락 물감

어렸을 때만 할 수 있는 일을 실컷 해 보게 하라.
가끔은 아이가 손을 통째로 물감에 푹 담갔다가
커다란 종이 위에 마음껏 그림을 그려 보게 해 주자.-p.50쪽

일찍 일어나기

영화 보러 가기, 소풍, 쇼핑, 자전거 타기, 친구 집 방문 등
아이와 할 수 있는 신나는 일들을 되도록 자주 만든다.
이렇게 아이와 함께 재미있는 추억을 많이 만들려면
아침에 더 일찍 일어나야 한다. 집안일을 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다른 가족을 위해서도 아니고, 밀린 회사 일을 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당신이 일찍 일어나는 건 오로지 아이를 위해서이다.-p.58쪽

집안일 같이 하기


아이와 같이 집안일을 즐겁게 해 보라. 아이에게 집안일을 돕게 하는 것은
부모가 아이를 어른과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한다는 뜻이며,
부모의 책임과 의무를 아이와 함께 나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엌일을 같이 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어른들은 부엌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부엌은 여러 가지 기적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부엌은 아주 특별한 공간이며, 그 왕국에는 오직 너만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을 아이에게 알려 주자.-p.71쪽

네가 어렸을 적에


아이가 어렸을 때 얼마나 귀여웠는지, 어떻게 해서 이렇게 멋진 아이로
자랐는지를 이야기해 주라. 맨 처음 배운 말이 무엇이었는지,
언제 맨 처음 혼자서 걸음마를 했는지, 얼마나 조금밖에 안 먹었는지,
잔병치레를 많이 해서 밤마다 울며 보챌 때 어떻게 달랬는지도 이야기해 주라.
또, 아이의 이름을 지을 때 어떤 이름들이 후보로 올랐는지,
그 중에서 지금의 이름이 얼마나 뜻깊고 아름답고
품위가 있어 보였는지도 말해 주라.
-p.74쪽

아이와 친구 되기

아이와 그 또래의 친구들처럼 신나게 놀아 보라.
공원이든 바닷가든 길거리든 상관없다. 구슬치기, 숨바꼭질도 해 보고,
아는 놀이든 모르는 놀이든 닥치는 대로 해 보자.
'그런 놀이를 하기엔 너무 늙지 않았나?'
하는 따위의 걱정일랑 집어치우라.
'주위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쳐다보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하지 말라.
아이들과 같이 놀자고 하면 선뜻 "그래."라고
말하라. 우습게 보일까 봐
걱정하거나 부끄러워할 필요는
전혀 없다.-p.77쪽

뽀뽀 세례

가끔은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 그랬듯이 아이를 껴안고 뽀뽀를 퍼부어라.
아이가 기분이 안 좋은 날은 뒤에서 아이를 꼭 껴안고
뽀뽀와 간지럼 세례를 퍼부어 주자.-p.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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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6-06-23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은 아가때 이야기를 해 주면 눈이 더 초롱 초롱 빛이 나더이다..자기가 생각해도 너무 신기한가 보더라구요..하긴 키운 제가 봐도 신기하니...
학교에서 돌아오거든 꼬옥 안고 사랑하다고 말해 줘야 겠어요..
네가 있어서 날마다 더 행복하다고..

비자림 2006-06-23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꽃님은 애교 만점 엄마일 것 같은데요? 호호
 
스켈리그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1
데이비드 알몬드 지음, 김연수 옮김 / 비룡소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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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천사였을 때, 날개가 달려 있던 부분이 어깨뼈로 남았다고들 한단다. 언젠가 그 자리에서 다시 날개가 돋을 거라도들 말하지."
엄마가 말했다.
"하지만 지어낸 이야기일 뿐이잖아요. 그건 아기들한테나 들려 주는 동화 속 이야기죠, 그렇죠?"
"진짜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우리에게도 날개가 있었을 거야. 아니면 언젠가는 날개가 돋을지도 모르지."
"아기에게도 날개가 있었을까요?"
"그래, 분명히 날개가 있었을 거야. 아기 얼굴을 가만히 한 번 들여다보렴. 나는 가끔 아기가 아직 하늘을 완전히 떠나오지 않는 건 아닐까, 아기가 아직 이 지상에 완전히 도착하지 않은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한단다."
엄마는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두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러니까 아기가 지금 저렇게 힘들어하는 게 아니겠니."-p.62-63쪽

미나가 말했다.
"우리 집에선 학교가 아이들이 가지는 당연한 호기심과 창의력과 똑똑함을 없앤다고 생각하거든. 우리 마음은 어두운 교실에 갇혀 있을 게 아니라 세상을 향해 한없이 열려 있어야 해."-p.79쪽

나는 나무에, 가지와 잎사귀에, 가지에서 솟아나는 조그만 잔가지들에 집중했다. 바람을 맞으며 잔가지와 잎사귀가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새 둥지에서 들릴 거야. 일단 들어 봐봐."
미나가 말했다.
나는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마침내 그 소리를 들었다. 아렴풋하게 들리는 희미한 찍찍거림. 꼭 다른 세상에서 들리는 소리 같았다.
나는 숨을 죽였다.
"들린다!"
내가 속삭였다.
"새끼들이야."
미나가 말했다.
일단 그 소리를 듣고 나자, 그 소리가 무엇이고 어디서 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아무리 시끄러운 소리가 나도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나는 두 눈을 떴다. 나는 미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다시 두 눈을 감고 둥지에서 삐약거리는 검은지빠귀 새끼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나는 둥지 안에서 서로 몸을 비비며 똘똘 뭉친 새끼들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p.96-97쪽

"아저씨는 죽을 거에요. 그렇게 부서져 내려 죽을 거라고요!"
"부서진다, 부서진다."
그는 벽 쪽으로 머리를 젖혔다.
"맥주를 더 다오."
나는 맥주를 더 부었다.
"이것도 가져왔어요."
내가 말했다.
나는 간유 캡슐을 그에게 내밀었다.
"이걸 권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내가 말했다.
그는 콧방귀를 뀌었다.
"물고기 썩은 내. 끈끈하고 미끌미끌하게 물 속에서 헤엄치는 것들."
그가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내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미나야, 아저씨는 여기 앉아 있기만 해. 자기 몸을 돌보지 않아.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 같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p.120-121쪽

미나는 그의 손을 건드렸다. 그의 더러운 소매 끝을 잡아 올리고 앙상하게 뒤틀린 손목을 만졌다.
"석회화 현상이야. 이렇게 되면 뼈가 딱딱해지고 결국 굳어 버려. 온몸이 돌덩어리처럼 딱딱해져."
미나가 말했다.
"생긴 것처럼 멍청하진 않구나."
그가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다른 증상을 유발해. 마음도 함께 굳어 버리지. 이렇게 되면 생각할 수도 없고 상상할 수도 없어. 마음도 뼈와 마찬가지로 딱딱해져. 더 이상 마음이라고 부를 수도 없지. 돌담으로 둘러친 뼛덩어리리고나 할까. 이건 골화라고 해."-p.123쪽

나는 학교에서 우리가 쓰는 일기를 생각했다. 매주 우리는 일기장을 채워 제출해야만 했다. 너무마 자주 클라츠 선생님은 글씨는 제대로 썼는지, 구두점은 제대로 찍었는지, 맞춤법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우리 일기장을 검사했다. 출석 상태나 맞춤법 시험이나 생활 태도 등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에 대해 평가하듯이 클라츠 선생님은 일기장에다 평가를 써 놓았다. 미나에게 나는 이런 일에 대해서는 전혀 말하지 않았다. 나는 계속 책을 읽는 척 했다.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러자 아기가 떠올랐고 아기 생각이 나서 다시 더 눈물을 쏟게 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엄마랑 내가 학교를 싫어하는 이유 중에는 학교에서 남을 빈정거리는 마음을 갖도록 만든다는 것도 있었는데. 내가 그렇게 널 빈정거린 꼴이 됐잖아......."
-p.144쪽

우리는 머리 위에 둥지에 있는 새끼 새들에 관해 얘기했다. 우리는 둘 다 그 숨소리를 들으려고 귀를 기울였다. 검은지빠귀 새끼들은 어떤 꿈을 꾸는지 궁금했다.
"새끼새들도 잔뜩 겁에 질릴 때가 있을 거야. 고양이가 슬금슬금 자기들 쪽으로 기어오는 꿈을 꿀 거야. 못생긴 부리를 가진 위험천만한 까마귀가 나오는 꿈도 꿀거야. 못된 말썽꾸러기 녀석들이 둥지를 빼앗으려는 꿈도 꿀 거야. 새끼들은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무시무시한 것들에 관한 꿈을 꿀 거야. 하지만 그만큼 행복한 꿈도 꾸겠지. 죽음의 꿈이 아니라 삶의 꿈. 어미들처럼 하늘을 나는 꿈을 꿀 거야. 언젠가 자신만의 나무를 찾아 둥지를 짓고 새끼를 키우는 꿈을 꿀 거야." -p.219쪽

"당신은 어떤 존재인가요?"
내가 속삭였다.
스켈리그는 다시 어깨를 으쓱했다.
"특별한 존재지. 너희와 같이 특별한. 짐승과 같이 특별한. 새와 같이 특별한. 천사와 같이 특별한."
스켈리그는 말했다. 그러고는 웃음을 터뜨렸다.
"특별하지만 분명 존재하는 뭔가야."
스켈리그는 미소를 지었다.
"일어나자꾸나."
스켈리그가 말했다.
우리는 원을 만들고 서로를 꽉 잡고는 서로의 시선 깊숙한 곳을 바라봤다. 우리는 돌고 돌았다. 희미하게 미나와 내 등에서 날개가 돋았고, 우리 몸이 떠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허공에서 우리는 돌면서 춤출 수 있었다.
-p.2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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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6-06-20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 책 보관함에 담아두고 잊고 있었어요.ㅠㅠ.보관함 밑 바닥에 깔려 있을텐데..
오우~!세상에..왜 이리 책들이 많은 것이여요...ㅠㅠ

비자림 2006-06-21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천천히 읽으셔요. 저는 도서실에서 이 책 저 책 뒤적인답니다.
 
그맘때에는 외 - 2007년 제21회 소월시문학상 작품집
문태준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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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매미


문 태 준

낮 동안 나무 그늘 속에서 매미가 울 적엔
밤이 되어도 잠이 얇다

나는 밤의 평상에 누워 먼 길 가는 별을 보고 있다
검게 옻칠한 관 속을 한 빛이 흐른다
빛에도 객수客愁가 있다
움직이는 빛 사이를 흐르며 나는
목숨이 다하면 가 머무르는 중음中陰을 생각하느니
이생과 내생 그 사이를 왜 습한 그늘이라 했을까
매미는 그늘 속을 흐르다 나무 그늘로 돌아온 목숨
매미는 누굴 찾아 헤매어 이 여름을 우나

죽은 이의 검고 굳은 혀 위에 손톱만 한
옥매미를 올려주는 풍습이 저 고대에 있었다
슬픈 상징이 있었다
-p.29쪽

꽃 진 자리에



문 태 준


생각한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꽃잎들이 떠난 빈 꽃자리에 앉는 일

그립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붉은 꽃잎처럼 앉았다 차마 비워두는 일-p.45쪽

중심이라고 믿었던 게 어느 날


문 태 준


못자리 무논에 산그림자를 데리고 들어가는 물처럼
한 사람이 그리운 날 있으니

게눈처럼, 봄나무에 새순이 올라오는 것 같은 오후
자목련을 넋 놓고 바라본다

우리가 믿었던 중심은 사실 중심이 아니었을지도
저 수많은 작고 여린 순들이 봄나무에게 중심이듯
환약처럼 뭉친 것만이 중심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그리움이 누구 하나를 그리워하는 그리움이 아닌지 모
른다
물빛처럼 평등한 옛날 얼굴들이
꽃나무를 보는 오후에
나를 눈물나게 하는지도 모른다

그믐밤 흙길을 혼자 걸어갈 때 어둠의 중심은 모두 평평하듯
어느 하나의 물이 산그림자를 무논으로 끌고 들어갈 수 없
듯이-p.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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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6-06-19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진 자리에...좋습니다...보관함으로..

비자림 2006-06-19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 브리핑에서 댓글을 보았을 때 '이건 분명 달팽이님이야' 하고 생각했거든요.
반가워요, 달팽이님! 아직 시집을 찬찬히 살피진 못했지만 문태준의 시가 가장 좋았어요.

치유 2006-06-19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립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붉은 꽃잎처럼 앉았다 차마 비워두는 일"
꽃진 자리. 저두 너무 좋아요..^^-

달조차도 없는 흙길의 어둠은 모두 평평하듯이..

치유 2006-06-19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희디흰 옷 입은 뒷모습 아름다운 님이 지나가는 한폭의 그림이 보입니다..호호호~!

비자림 2006-06-19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어느새 보셨군요. 문태준 시인이 있을 법한 사찰을 한 번 알아 보려고 아까 좀 나들이 갔었거든요. 길눈이 어두워 찾진 못하고 그냥 왔지만.. 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