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켈리그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1
데이비드 알몬드 지음, 김연수 옮김 / 비룡소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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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천사였을 때, 날개가 달려 있던 부분이 어깨뼈로 남았다고들 한단다. 언젠가 그 자리에서 다시 날개가 돋을 거라도들 말하지."
엄마가 말했다.
"하지만 지어낸 이야기일 뿐이잖아요. 그건 아기들한테나 들려 주는 동화 속 이야기죠, 그렇죠?"
"진짜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우리에게도 날개가 있었을 거야. 아니면 언젠가는 날개가 돋을지도 모르지."
"아기에게도 날개가 있었을까요?"
"그래, 분명히 날개가 있었을 거야. 아기 얼굴을 가만히 한 번 들여다보렴. 나는 가끔 아기가 아직 하늘을 완전히 떠나오지 않는 건 아닐까, 아기가 아직 이 지상에 완전히 도착하지 않은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한단다."
엄마는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두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러니까 아기가 지금 저렇게 힘들어하는 게 아니겠니."-p.62-63쪽

미나가 말했다.
"우리 집에선 학교가 아이들이 가지는 당연한 호기심과 창의력과 똑똑함을 없앤다고 생각하거든. 우리 마음은 어두운 교실에 갇혀 있을 게 아니라 세상을 향해 한없이 열려 있어야 해."-p.79쪽

나는 나무에, 가지와 잎사귀에, 가지에서 솟아나는 조그만 잔가지들에 집중했다. 바람을 맞으며 잔가지와 잎사귀가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새 둥지에서 들릴 거야. 일단 들어 봐봐."
미나가 말했다.
나는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마침내 그 소리를 들었다. 아렴풋하게 들리는 희미한 찍찍거림. 꼭 다른 세상에서 들리는 소리 같았다.
나는 숨을 죽였다.
"들린다!"
내가 속삭였다.
"새끼들이야."
미나가 말했다.
일단 그 소리를 듣고 나자, 그 소리가 무엇이고 어디서 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아무리 시끄러운 소리가 나도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나는 두 눈을 떴다. 나는 미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다시 두 눈을 감고 둥지에서 삐약거리는 검은지빠귀 새끼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나는 둥지 안에서 서로 몸을 비비며 똘똘 뭉친 새끼들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p.96-97쪽

"아저씨는 죽을 거에요. 그렇게 부서져 내려 죽을 거라고요!"
"부서진다, 부서진다."
그는 벽 쪽으로 머리를 젖혔다.
"맥주를 더 다오."
나는 맥주를 더 부었다.
"이것도 가져왔어요."
내가 말했다.
나는 간유 캡슐을 그에게 내밀었다.
"이걸 권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내가 말했다.
그는 콧방귀를 뀌었다.
"물고기 썩은 내. 끈끈하고 미끌미끌하게 물 속에서 헤엄치는 것들."
그가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내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미나야, 아저씨는 여기 앉아 있기만 해. 자기 몸을 돌보지 않아.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 같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p.120-121쪽

미나는 그의 손을 건드렸다. 그의 더러운 소매 끝을 잡아 올리고 앙상하게 뒤틀린 손목을 만졌다.
"석회화 현상이야. 이렇게 되면 뼈가 딱딱해지고 결국 굳어 버려. 온몸이 돌덩어리처럼 딱딱해져."
미나가 말했다.
"생긴 것처럼 멍청하진 않구나."
그가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다른 증상을 유발해. 마음도 함께 굳어 버리지. 이렇게 되면 생각할 수도 없고 상상할 수도 없어. 마음도 뼈와 마찬가지로 딱딱해져. 더 이상 마음이라고 부를 수도 없지. 돌담으로 둘러친 뼛덩어리리고나 할까. 이건 골화라고 해."-p.123쪽

나는 학교에서 우리가 쓰는 일기를 생각했다. 매주 우리는 일기장을 채워 제출해야만 했다. 너무마 자주 클라츠 선생님은 글씨는 제대로 썼는지, 구두점은 제대로 찍었는지, 맞춤법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우리 일기장을 검사했다. 출석 상태나 맞춤법 시험이나 생활 태도 등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에 대해 평가하듯이 클라츠 선생님은 일기장에다 평가를 써 놓았다. 미나에게 나는 이런 일에 대해서는 전혀 말하지 않았다. 나는 계속 책을 읽는 척 했다.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러자 아기가 떠올랐고 아기 생각이 나서 다시 더 눈물을 쏟게 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엄마랑 내가 학교를 싫어하는 이유 중에는 학교에서 남을 빈정거리는 마음을 갖도록 만든다는 것도 있었는데. 내가 그렇게 널 빈정거린 꼴이 됐잖아......."
-p.144쪽

우리는 머리 위에 둥지에 있는 새끼 새들에 관해 얘기했다. 우리는 둘 다 그 숨소리를 들으려고 귀를 기울였다. 검은지빠귀 새끼들은 어떤 꿈을 꾸는지 궁금했다.
"새끼새들도 잔뜩 겁에 질릴 때가 있을 거야. 고양이가 슬금슬금 자기들 쪽으로 기어오는 꿈을 꿀 거야. 못생긴 부리를 가진 위험천만한 까마귀가 나오는 꿈도 꿀거야. 못된 말썽꾸러기 녀석들이 둥지를 빼앗으려는 꿈도 꿀 거야. 새끼들은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무시무시한 것들에 관한 꿈을 꿀 거야. 하지만 그만큼 행복한 꿈도 꾸겠지. 죽음의 꿈이 아니라 삶의 꿈. 어미들처럼 하늘을 나는 꿈을 꿀 거야. 언젠가 자신만의 나무를 찾아 둥지를 짓고 새끼를 키우는 꿈을 꿀 거야." -p.219쪽

"당신은 어떤 존재인가요?"
내가 속삭였다.
스켈리그는 다시 어깨를 으쓱했다.
"특별한 존재지. 너희와 같이 특별한. 짐승과 같이 특별한. 새와 같이 특별한. 천사와 같이 특별한."
스켈리그는 말했다. 그러고는 웃음을 터뜨렸다.
"특별하지만 분명 존재하는 뭔가야."
스켈리그는 미소를 지었다.
"일어나자꾸나."
스켈리그가 말했다.
우리는 원을 만들고 서로를 꽉 잡고는 서로의 시선 깊숙한 곳을 바라봤다. 우리는 돌고 돌았다. 희미하게 미나와 내 등에서 날개가 돋았고, 우리 몸이 떠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허공에서 우리는 돌면서 춤출 수 있었다.
-p.2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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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6-06-20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 책 보관함에 담아두고 잊고 있었어요.ㅠㅠ.보관함 밑 바닥에 깔려 있을텐데..
오우~!세상에..왜 이리 책들이 많은 것이여요...ㅠㅠ

비자림 2006-06-21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천천히 읽으셔요. 저는 도서실에서 이 책 저 책 뒤적인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