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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선생님의 동물원 - 노라와 세 친구들 ㅣ 다산어린이 그림책
이치카와 사토미 글 그림, 남주현 옮김 / 두산동아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선생님, 말을 못하는 동물들의 마음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노라가 궁금하던 것을 물었습니다.
"동물들을 잘 보고 있으면, 무엇을 원하는지 자연히 알게 된단다. 그 동물을 아주아주 사랑하면 말이다."(p.30)
이 잔잔한 감동을 주는 그림책에서 가장 기억나는 말이다. 어디 동물뿐이랴! 사람도 그 사람을 아주아주 사랑하면 그의 마음을 읽어 낼 수가 있지 않을까?
이 그림책은 아이들보다 내가 더 좋아하는 그림책이다. 어린이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인데 동물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 일부러 샀던 기억이 난다. 시골집에서 강아지나 오리에 환호성을 지르던 우리 아이들. 아이들은 누구나 동물을 사랑한다. 애정을 주면 솔직하게 반응해 주고 생명의 신비를 보여 줘서 그런가 보다. 그런데 도시에 사는 촌놈들이라 동물원에나 가야 동물을 볼 수 있으니..
그래서 이 책을 덥석 집어 들었는데 정말 따스한 의사 선생님 이야기가 나와 감동했다. 게다가 영국 켄트 지방의 한 작은 마을에 사는 실존 인물 닥터 존을 그려 놓았다고 하여 더 흐뭇했다.
어느 봄날 노라는 숲 속으로 놀러 갔다가 병에 걸린 아기오리를 보게 되고 아기 오리를 치료해 주려고 존 선생님의 집을 방문하게 된다. 백발의 존 선생님은 진찰해 보고 난 후 새 병원으로 데리고 가서 오리를 쉬게 해 준다.
새 병원에서 노라는 아픈 새들을 많이 만난다. 맑디 맑은 아이의 눈동자처럼 정갈한 수채화 느낌이 나는 그림도 그림책의 흥미를 더해 주었다.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러 가는 존 선생님을 따라 가 본 노라는 닭, 거위, 오리 , 양 등 여러 동물을 만난다. 집에서 기르던 동물은 끝까지 보살펴 주어야 한다고 말하는 존 선생님, 독이 있는 꽃을 구별해 내는 양의 본능에 대해 감탄해 마지 않는 선생님, 염소의 말을 듣고 싶어하는 선생님,..
노라는 존 선생님과 다니며 여러 동물들을 구경하고 마음으로 만나게 된다. 존 선생님이 보살펴 주는 동물들이 왜 다 순하냐고 묻는 노라에게 응답하는 존 선생님의 말이 참 가슴에 다가왔다.
"그건 말이다, 이 곳에서는 모두가 안심하고 살 수 있기 때문이란다. 동물들은 자신이 귀여움을 받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거든."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꿈꾸는 것은 아이가 사랑을 듬뿍 받고 커서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것이다. 동물을 사랑하고 자연의 이치에 눈 뜨고 이 세상의 다양한 모습을 큰 가슴으로 받아 들이길 바라는 것이다.
다쳤거나 버려진 동물들을 거두어 변함없는 사랑으로 보살펴 주는 존 선생님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해 주는 이 그림책에서 나는 가슴 따뜻하고 존경할 만한 한 인간을 보았다. 정말 실제로 만나고 싶은 선생님...
5세에서 초등 1학년까지 적당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