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은 몸과 마음이 다 아픈 존재이며, 의료진의 사소한 한마디로도 상처를 받을 수 있다. 지금도 깊게 파여 있는 의사와 환자간의 골을 메우기 위해서는 환자의 고통을 자기 가족의 아픔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대학병원의 긍정적인 역할을 십분 이해하지만, 지금보다는 더 노력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게 내 바램이다.-p.27쪽
보다 중요한 것은 남과 다르다고, 숫자가 적다고 편견을 갖거나 차별하지 않는 것이리라. 남과 다름을 용납하지 못하는 우리 풍토에서는 누구나 소수자로 몰려 차별을 당할 수 있다. 음지에서 사랑을 해야 하는 동성애자는 물론이고 시집을 안 간 노처녀가 겪어야 하는 고충은 얼마며 , 새우 눈이라서 내가 당했던 고초는 얼마나 지대했던가. 어려서부터 모든 사람은 서로 다르다고, 그리고 그 다름은 각자의 가치를 지닌 소중한 것이라고 교육시키는 것이야말로 대머리의 진정한 치료가 아닐런지.-p.149쪽
입 냄새, 이것 때문에 사람이 죽는 일은 없지만, 주위 사람에게 끼치는 해악은 그야말로 지대하다. 잘생기고 돈 잘 버는 김모씨, 그는 이빨이 썩었는데 오랫동안 방치한 결과 입 냄새가 심해졌다. 수시로 김모씨와 말을 해야 하는 내 친구도 나름대로 고통을 받겠지만, 그와 키스를 해야 하는 그의 애인은 정말 고역일거다. 그걸 어떻게 참고 견디는지, 정말이지 사랑의 힘은 위대하기만 하다.-p.169쪽
방귀를 참으면 어떻게 될까? 밑으로 나가지 못하는 방귀는 위쪽으로 올라가 혈액으로 흡수되고, 운이 나쁘면 트림의 형태로 배출된다. 방귀가 되려다 실패한 트림, 상상만으로도 끔찍하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의 95%가 방귀를 참은 경험이 있다고 하고, 그 중 67%는 상습적으로 방귀를 참는다고 한다. 방귀는 병이 아니며 또한 죄악도 아니다. 그런데 왜 우리 사회는 여성이 자신 있게 방귀를 뀌지 못하게 함으로써 여성 건강을 망가뜨리고 있는가. 이건 다 우리 사회의 잘못이다..... 내가 존경하는 미국의 한 지식인은 이렇게 말했다. "방귀는 그 사회가 선진화된 정도를 나타내는 리트머스 시험지다."-p.175쪽
사실 변을 보는 행위는 지극히 정밀한 과정에 의해 이루어지는 종합 예술이다. 축구경기 도중 다른 데 정신이 팔린 사람이 좋은 수비를 보여주기 어려운 것처럼, 온 힘을 다해도 부족한 판에 책에 관심을 쏟으면서 대변이 쑥쑥 나올 리는 없다. 아니, 책을 가지고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이미 장기전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는 게 아닐까. 우리 화장실은 옛날로 돌아가야 한다. 지금 화장실은 너무 편하고 너무 깨끗해, 사람들로 하여금 더 있고 싶게 만들고, 변비는 그 필연적인 산물이다. 옛날의 나무 변소로 가지는 못할지라도, 최소한 쪼그려 앉아서 일을 보는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 변비가 늘어난 두 번째 이유는 다이어트 열풍 탓이다. ...날씬해지려면 당연히 먹는 걸 줄여야 하는데 대변을 보기 위해서는 역치를 넘어야 한다. 어느 정도까지 대변이 안나오다가 얼마 이상 쌓이면, 그래서 직장이 팽창되면 대변을 보고픈 욕구를 느끼게 되는데, 그 경계선이 바로 역치이다. 사흘을 먹어도 역치를 못 넘으면 대변은 나오지 않으며, 나처럼 한 끼에 왕창 먹으면 하루 세 번도 가능한 법이다.-p.181-182쪽
건강에 신경을 쓰는 건 좋은 일이지만, 뭐든지 지나치면 독이 되는 법, 쓸데없는 걱정은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 될 수 있다. 인터넷과 잡지를 통해 잘못된 건강지식이 무수히 퍼져나가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정말 건강 염려증을 염려해야 한다.-p.199쪽
스캇 펫의 말이다. "경험 있는 정신과 의사라면, 이 세상에 사랑 없는 부모가 많이 있다는 사실과, 그들 중 대부분이 최소한 어느 정도는 사랑을 위장하는 자세를 고수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아이를 기른다는 것은 한 인간을 만든다는 뜻이다. 학교나 사회에서도 아이는 만들어지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이 만들어지는 곳은 다름 아닌 가정이다. 부모의 책임이 막중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 학교에서 '좋은 아들, 딸'이 되는 방법은 가르쳐주지만, 좋은 부모가 되는 법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p.204-2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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