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춘 박은옥 20주년 골든앨범
정태춘 박은옥 노래 / 유니버설(Universal) / 2002년 3월
평점 :
품절


비가 온다. 가을을 예고하는 비가 온다.  큰 근심 없이 살면서도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왠지 마음이 가라앉고 내가 흘려보낸 시간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슴이 서늘해진다.

이 음반의 1은 '시인의 마을' 등 18개의 주옥같은 노래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서정적인 노래들을 사랑했던 시간이 내게도 있었다. '사랑하는 이에게'로 대표되는, 그들의 이슬처럼 맑은 서정은 당시 내 마음을 흔들어 놓고 어루만지고 가끔은 친구보다 더 큰 위로가 된 적이 있었다.

한 편의 시 보다 더 아름다운 이미지를 전해 주던 그들의 노래...

그중에서도 '떠나가는 배'가 가장 좋다. 마치 우리 인생의 깔깔한 외로움을 넌즈시 암시하는 듯한 가사들에서 나는 대중문화, 대중가요의 가볍지 않은 힘을 느낀다. 노래를 듣고 있으면 서늘한 눈으로 수평선을 바라보며 갑판에 서 있는 한 남자, 차분히 자기 삶의 고단함을 응시하는 한 남자의 쓸쓸한 눈빛을 느낄 수 있다.

정태춘, 박은옥의 음악 세계는 80년대 이후 격변기의 시대를 거치면서 큰 탈바꿈을 한다. '아, 대한민국'으로 시작되는 그들의 강건한 외침은 운동권 대학생, 그리고 사회변혁을 희구하는 사람들의 푸른 입술에 많이 불리워졌다.

그들의 깨어있는 의식과 실천하는 정신이 고귀하고 아름답지만 나는 여전히 그들의 서정적인 노래가 좋다.

오늘 불현듯 따스하고 정겨운 서정의 나라가 그리운 나는 달콤한 고독에 휩싸이며 '촛불'을 듣고 있다.

그들의 노래와 함께 밤을 새웠던 내 서투르고 상념 많았던 젊은 시간들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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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08-22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촛불, 떠나가는 배~~ 아.. 많이 불렀던 노래, 기억나요. 그 부드러운 저음과 맑고 낭낭한 고음의 하모니..

비자림 2006-08-22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악이 있어 더 아름다운 세상이지요? ^^
그 음악을 들으면 그 음악을 사랑했던 시간들이 다시 가슴 속에 펼쳐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