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
김은주 지음 / 봄알람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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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래하지 않은 미래는 가능성으로만 있다. 누군가에겐 그것이 부러울 수 있는 여백이자 젊음으로 보일 것이다. 당장의 나에겐 견디고 버텨야 할 현실이다. 도망친 댓가로 갚아야 하는 이자 처럼도 보이는 수행해야 할 무거운 현재 혹은 만들어가야 할 스스로. 종종 휴식을 취하면 나는 행복하다. 그냥 딱 그 수준만 남겨 놓고 어떤 감정은 느끼지 않는 것이 좋다. 약간의 비참함은 나를 앗아가지 않으므로 그 값이 싸고, 사로잡히는 들뜸은 강렬하기에 비싸다. 나는 싼 것들로 연명해야 한다. 그 이상에는 댓가가 따른다. 취해있는 동안에는 삶이 사라진다. 취해있을 겨를이 없다. 휴식은 다음의 삶을 도모하는 기능으로서만 가능하다. 숙취를 느낄 정도로 마셔서는 안된다. 사랑에 빠져서는 안된다. 내일의 나를 위해 남겨두어야 한다.


의미를 지니지 않는 흔적과 동일한 의미로 포섭할 수 없는 이질성은 공포와 배척의 대상이 아니라, 글쓰기를 일으키는 거대한역량이다. 이 역량은 기존의 단단한 토대를 흔들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 글쓰기를 사랑의 활동으로 변모시킨다. 글쓰기이자 활동으로서의 사랑은 나를 계속타자와 만나게 하고 나라는 허구성인 나르시시즘에서벗어나게 하면서, 언어의 의미를 새롭게 생산한다.

"사랑의 징조는 공포의 징조일까? 욕망 공포는 더이상 제어받지 않고 [제어와 억제 따위를]참지못하고 무시해버린다. 적합한 것, 금지된 것을 흔들어 놓는 것만이 두려운 것이 아니다. 자기자신의 경계선을 넘어서려는 욕망, 그 두려움…….
쾌락과의 약속 또는 희망을 뒤섞어놓은 합류가 미래와 과거 속에 기거한다. 그 합류란 순간과 영원, 과거와 미래 그리고 현재라고 단정할 수 없는 시간속으로 나를 충족시키거나 소멸시켜버리기도 한다.
또한 나를 충족시키지 못한 채로 남겨두는, 어딘가비어 있는 사랑의 시간이다……. 내일, 영원히, 항상 성실하고, 그전처럼 과거에도 너에게 그랬던것처럼 그랬을 때처럼, 욕망 또는 실망의 연속??"

사랑은 나라는 정체성을 혼미한 상태에 빠뜨린다.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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